골프와 신앙 모두 왕 초보 시절의 어느 제헌절 이었다.
국경일이었지만 난 성공적으로 일을 마친 바이어가 돌아 간다고 해서
호텔에서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공항에 데려다 주었다.
하루의 반이 이렇게 없어 졌으니 딱히 할 것이 없다.
골프채를 메고 연습장으로.
회원 증을 제시하고 도장을 찍으려고 하는데 지갑이 없다.
어디 갔지.
호텔에서 잃어 버린 것 같다.
머리가 띵해 진다.
부랴부랴 돌아와서 분실 신고 하느라 부산을 떤다.
멍청한 속물 이었는지라 많으면 좋은 줄 알고 신용 카드를 4개나 가지고 있었다. 이것들의 분실은 신고 이후에도 영 마음에 남는다.
분실 신고 전에 누가 썼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속이 상 하고 영 기분이 나쁘다.
에이 하고 다시 연습장으로….
공을 치나 워낙 못 치는 데다 마음이 심란 하니 더더욱 못 친다.
이 때 섬광 같은 것이 날 친 것 같았다.
그리곤 무심히 마음 속으로 기도 한다.
딱(공 치는 소리)~ 하나님,
딱~ 제가요 오늘 지갑을 잃어 버렸어요.
딱~분실 신고는 했는데 영 속 상 하고 걱정이 되요.
딱~하나님은 전지전능 하시다고 하니 제 지갑을 찾아 주시겠어요?
딱~지갑에 현찰도 좀 있지만 그 것 보다는 신용카드 그리고 각종 신분증이 마음에 더 걸려요.
딱~만일 있는 그대로 찾아 주시면 현찰은 모두 감사 헌금 하겠습니다.
그 현찰이 중요한 건 아니니 다른 뭔가를 약속 하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딱~예 제가요 하나님 잘 모시겠습니다.
딱~교회도 열심히 가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엉터리 기도가 또 있을 까?
그런데 이 기도에 대한 응답이 왔다.
그것도 무척 빨리.
30분 정도 지났을까 사무실 여직원이 집에서 전화 왔다고 알려 준다.
여간 해선 이런 데로 전화 안 하는 마누라 인지라 이상하게 생각 하며 수화기를 든다.
“전보가 왔는데 지갑을 주운 사람의 전화 번호가 있어.”
빛의 속도 보다 빠르게 집에 와서 전화기를 든다.
자기가 지갑을 보관 하고 있는데 5시엔 퇴근 하여야 하니 그전에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장소는 후암동에 있는 큰 교회였다.
금방 우리는 사무실에서 마주앉았다.
이 분은 이 교회의 장로 인데 조찬회가 있어 그 호텔에 갔다가 엘리베이터 안에 떨어져 있는 지갑을 발견 하고 주었다고 한다.
열어보니 현찰 조금 그리고 각종 증명서가 가득 하더란 다.
자기가 잃어 버려 봐서 아는데 이걸 경찰서에 신고 하면 찾는데 10일 이상 걸리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게 되며 그 동안 마음 고생을 하게 되더라고 하면서 차라리 자기가 직접 연락 하여 바로 돌려 주려고 했는데 전화 번호는 없고 주민증에 주소가 있어 전보를 치게 되었다고 한다.
이 후 난 지갑에 꼭 명함을 넣어 다닌다.
“확인 해 보세요.”하며 지갑을 내게 건넨다.
“예 다 있네요. 감사 합니다.”
가장 정중하고 예의 바른 자세로 재삼 감사를 드린다.
“교회는 다니시나요?”
“예 아직 정식 신자는 아니고요.”
“신앙은 좋은 것이니 열심히 다니세요.”
어느 때라고 토를 달겠는가?
“예 잘 알겠습니다.”
“아 저 그리고요.” 하고 지갑에 있던 현찰을 모두 건네었다.
“아니 이러실 필요도 없고요 이러시면 안 되요. 제가 이걸 바라고 지갑을 찾아 드린 건 아니지요.”
“그런 것이 아니고요 제가 하나님께 약속을 했습니다. 지갑을 찾아 주시면 현찰은 모두 감사 헌금 하고요 하나님을 잘 모시겠다고요. 그래서 감사 헌금 하는 겁니다.”
이 장로님이 날 물 꾸러미 바라 본다. 부러운 눈초리로 난 느꼈다.
“예 그럼 제가 간수 했다 이번 주일에 헌금 하겠습니다. 하나님과의 약속 잘 지키세요.”
“예 잘 알겠습니다.”
하나님께서 골프를 통해 내 기도에 대한 응답을 해 주셨고 날 감싸 안아 주셨다고 궂게 믿는다.
“하나님도 골프 치시나?”
난 하나님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고 나의 골프엔 하나님의 축복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거의 들어 주신다.
복권 당첨 되게 해 달라는 것만 빼고.
이러니 어떤 경우에라도 골프채를 놓을 순 없다.
골프 치다가 골프장에서 죽는 것이 바램 이었는데 그러면 같이 치는 분 들에게 너무 폐를 끼칠 것 같아 다시 생각 하고 있다.
골프채를 손에 쥐면 행복 해 진다.
자연 미소가 흐른다.
OB(칠 수 없는 숲이나 나무 또는 절벽 등 코스 밖으로 가는 것-OUT OF BOUNCE 의 약자)가 나도 싱글, 물에 빠져도 벙글, 공을 못치고 애꿎은 잔디를 파도 희쭉, 합계가 100이 넘어도 SMILE, 물론 잘 치면 대소.
나의 GOLF CLUB에서 나의 별명은 MR. SMILE 이다.
처음엔 좀 모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 맛이 살짝 간 것 같기도 한 조그만 나를 신기 하게 쳐다 보고 하던 사람들이 이젠 퍽 반가워 하며 내게 먼저 인사 한다.
“GOOD DAY JAMES!”
소리가 안 들릴 것 같은 먼 거리에선 두 손을 흔든다.
가까이선 내 손을 열심히 쥐고 흔들고.
노소에 관계없이 여자들은 날 안아 준다. *.*
약 2,000명 되는 회원 중 날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들이 날 보면서 서로 웃음으로 인사 한다.
이곳 시드니에 세계에서 모여든 다 문화 민족의 2,000 여명의 친구를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이다. 그 것도 보면 좋아하는 그래서 같이 웃는 그런 친구를.
성난 얼굴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좁은 통로에서 마주치면 미소로 인사 하며 길을 서로 양보 한다.
그늘 집에서 간단한 먹을 것을 살 때 딴 사람이 있으면 웃음으로 양보 한다. 그러면 그 들도 네가 먼저 왔으니 네가 먼저 라고 양보 한다.
이 골프 클럽의 회원이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공을 치고 전진 하다가 나무 밑에 웬 공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다시 둘러 봐도 아무도 없다.
오늘 재수가 좋구나 하고 공을 집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새 공 이었다. 야 오늘 신나는 구나 하고 가는데 어떤 골퍼가 골프 카트를 타고 내게 왔다. 혹시 나무 밑에서 공 못 봤냐고 하면서.
아이구 이건 우리 가문의 수치이자 우리 대한민국의 수치다.
얼굴이 빨개 진다.
SORRY, MY APPOLOGY 등등 내가 아는 사죄 하는 영어가 모두 쏟아져 나온다.
온화한 미소를 띠운 그가 걱정 하지 말라며 자기라도 그랬을 거라며(안 보이는 곳에 공을 보낸 자기가 잘 못 이라며) 경기를 계속 진행 해야 하니 공이 있던 곳에 놓아 달라고 한다. 자기가 놓으면 벌 타를 받는다고.
그리고 회원 된지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내 이름은 PETER 인데 네 이름 은 뭐냐고 한다.
그래서 우린 좋은 친구가 되었다.
“GOOD DAY PETER!”
“GOOD DAY JAMES!”
내 이름은 JAMES다.
깊은 사연 속에서 한참 전에 탄생한 이름이다.
클럽의 시합에서(MEMBER COMPETITION 라고 하는 일상적인 별로 큰 뜻이 없는 그런 시합이다. 일주일에 4번 한다.)우승을 했다. 회원 가입 하고 처음으로. 우승 상금은 AU$50 상당의 VOUCHER 이다.
클럽 하우스에서 멤버 캡틴이 우승자라고 소개 하면서 나와서 SPEECH 하라고 했다. 클럽 하우스에 가득 찬 회원들에게 마이크를 잡고 우승 소감을 얘기 했다.
“존경 하는 회원 여러분!
내가 꿈에 그리던 시드니 최고의 클럽에 가입 할 수 있도록 환영 해 주신 회원 모두께 감사 드립니다. 이런 여러분들과 같이 경기를 한다는 것은 저의 영광 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여러분과 이 GOLF CLUB을 저의 PRIDE 로 간직 할 수 있게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요지의 연설을 했다.
순간 우쌰우쌰 하는 굉음과 함께 바닥을 구두로 구르면서 박수가 쏟아 진다.
아주 열정적인 환영을 받았다.
멤버 캡틴과 클럽 CEO가 다가와 축하 한다고 하면서 손을 내 민다.
이런 우승 SPEECH 는 처음 이었고 멤버들이 이렇게 뜨겁게 환영 한 일도
처음 이라고 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이 멤버들이 내 앞에선 점잔을 빼고 싱긋 웃으며
손을 내 민다.
“GOOD DAY JAMES!”
하나님의 축복 속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하나님 감사 합니다!
골프장에만 오면 싱글벙글 이다.
마누라가 묻는다.
“골프가 그렇게 좋아?”
“그러~엄”
“나 보다 더 좋아?”
하나님 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
첫댓글 홍선배님 MEMBER COMPETITION의 우승을 합니다 대단하십니다.^^*
THANK YOU. WILL CALL YOU IN EASTWOOD PRETTY SOON.
예, 홍선배님 기다리겠습니다.
멋지십니다!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