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개를 너머서...
일산서 출발한 차가 홍천을 지나 원통을 가닿자
두달 전 380km 랠리에서 고생하던 칠성고개가 아득하고,
퍼질뻔한 용대리 황태국밥집이 반갑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자마자 안개가 와락 모든 풍경을 감싸버리더니
지척을 분간하기조차도 힘들다.
그 두터운 안개는 첫 대회를 참석하는 내 마음을 그대로 드리우는듯하다.
우리들의 출발은 언제나 소풍맞이이다.
미지에 떨구어지는 묘한 두려움과 신비감, 게다가 무모해 보이는 도전.
이를 어느 철학자는 인간이 가지는 무목적적인 합목적성(?????? )이라고
했는데 그런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익숙했던 설악산도 오늘은 새로운 표정을 하고 있다.
속초 앞바다는 우리를 반가이 맞이하듯 여린 너울이 넘실거리고,
일산팀 선수들은 미역 내음 짙은 바다로 몸을 던진다.
모두들 물범들과 같이 유연하고 용맹하다.
바닷가에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내 허섭한 수영실력이 저들의 모습에 대입되는 듯하다.
끼니마다 아구같이 게걸스레 음식을 챙겼는데도,
오징어회와 경인클럽 회장님이 친히 공수해온 홍어회와
최 용재님이 바닷속 30m에서 챙겨온 비단 멍게는
꿀맛이다. 내일 대회만 아니라면 오늘 소주로 내 내장을
다 헤집어도 좋을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다.
애써 술을 자제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잠자리가 좁아 찾아든 곳이 바로 전문 코콜이방.
아프리카 밀림의 제왕은 누구인가?
사자, 표범, 코끼리....????
아니었다. 그는 내 동기 타잔이다.
물놀이에 피곤했던지 타잔이 제일 먼저 꿈나라로 떠나면서
기차의 기적소리 같이 신호를 보낸다.
그의 코골음은 너무나 특이하다.
이제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나도 그런 소리는 처음이다.
대게 코골이들의 호흡은 이렇다.
두 번은 킁킁 들숨을 마시고, 한번 내쉬거나(2 to 1),
세 번 마시고 한번 토하는 3 to 1 호흡을 하는데
오늘은 도무지 예측 불허....
타잔의 호흡은 주로 1 to 1 방식인데, 그 주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어떨 땐 30초 기다리다 보면 1분, 2분이 지날 때도 있지만
때론 10초의 주기로 호흡을 한다. 그래서 타잔인가?
그이는 아마 꿈속에서 사자와 치타와 코끼리를 부르나보다.
설친 잠 때문인지, 첫 대회가 주는 부담 때문인지 새벽 5시에 일어나
안개 속을 거닐어본다.
산안개는 내움직이는 몸 사위 마다 이슬되어 몸을 적신다.
이제 몸과 마음이 푸릇푸릇 촉촉하다.
난 몸을 태우는 운동이 참 좋다.
아마도 그 분위기가 더 좋은지 모르겠다,
마라톤도 그렇고, 오늘 전국에서 모여든 속초에서의 철인들의
들끓는 열정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에는 땀으로 영근 근육이 미세하게 요동치고
들숨 날숨은 거칠지만 치열하게 자신을 내재율이라는 근엄한 질서를
담아내고 있고, 가벼운 발사위는 무용수의 섬세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참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10시. 운명을 헤칠 시간이다.
이제껏 수영장에서 영종도에서 맛본 유연하고 멋진 수영을 상상하던
나는 50m도 못가서 내 꿈을 살라야만 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말로만 듣던 얼굴 때리기, 발로차기, 누르기...
무술의 온갖 동작이 난무한다.
누굴 탓하리요, 그걸 피해 나도 평형으로 헤엄치고 있으니,
빈 공간이 나와 자유영으로 10여m가면 여지없이 막힌다.
그 과정을 36분에 마치고 나오니 샤워대에서 주저앉고 만다.
비는 다행스레 내리고 있진 않지만 도로가 미끌하고, 코스가 어지럽다.
이인화님은 “80번을 직각 턴을 해야 코스가 끝나는 군...”
아니나 다를까 부상자들이 나왔다.
이번 대회를 위해 싸이클에 치중을 많이 해서인지 너무나 재미있게
사람들을 추월한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100명은 추월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클럽 회원들을 추월할 때는 왠지 모르게 겸연쩍고, 미안하다.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자분자분 싸이클 강의를 해주신 한상용님과
이수윤씨의 덕택인것 같다.
마지막 5km에서는 영종도 훈련때 이성희님의 귀엣말을 다시 한번
몸에 새긴다.
“달리기를 위해서 속도를 늦추며 다리를 푸세요”
나는 어떠한 신체적 특성이 없다.
고등학교 때 1000m 달리기는 항상 꼴찌, 100m는 15초대,
군대에서 완전군장구보에서는 언제나 졸도직전이었고,
시쳇말로 악도 깡도 없다.
단지 끈끈히 노력하는 것이 유일한 특장이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몸이 너무나 아프다.
이성희님의 비기 때문에 별 고통 없이 10km를 47분(net time)에 완주를
해내고 들어오니 먼저 들어온 이병희, 이성희. 주동은, 이수윤, 이훈복,
오도선님과 서포터로 회장님 대리역을 맡은 이경수님이
환호와 악수로 나를 맞아준다.
그리고 모습은 보이질 않지만 이익원주장님, 김병주님의 은은한 미소,
일산클럽을 멋쟁이로 변모시킨 김대윤님, 수영을 이끌어주신 원용조고문님,
항상 밤새도록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조진명님, 불도저 피영수님,
무장공비 지정배님, 나의 사부 정재우철인, 부상당한 임진영 동기,
그리고 누구보다 우리와 함께 이 자리에 있고 싶었던
주석완회장님의 보이지 않는 갈채가 잔파도처럼 가슴에 와락 와 닿는다.
이들이 나를 끌어준 장본인들이다.
내 가슴에 울컼 눈물이 솟는다.
그리고 다른 클럽 선수들을 추월할 때는 묘한 쾌감이 들었는데
늦깍이가 감히 선배님들을 쪼금 추월한 것이 왠지 모르게 미안하다.
아마도 우리는 한식구인가보다.
이제 한 고개를 넘었다.
다시 넘는 미시령은 아직도 안개가 가득하다.
원통을 지나, 화천 춘천, 백운계곡등 산간오지에 깔린
산자수명한 내 조국의 산하가
나에게 남은 삶의 여정을 또 다른 손길로 유혹한다.
그래 가자.
내 호흡이 멈추는 날까지 저 산하에 땀으로 내 몸을 적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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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살가운 윤주환철인,
저보다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고 역사를 기록하시는 문상익님,
가슴이 뜨거운 황덕연님,
조직의 익살꾼 알카에다,
항상 동기를 부여해주시는 한상용철인님,
수영에서 언제나 친절하게 지도해주신 양승호님,
그 외 이름을 잘 모르는 일산클럽 회원님들의 권고와 지도와 사랑으로
작은 첫 완주를 이루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대회전날 10시전에 다들 취침하신다는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습니다.. 역시 신철분들 자제심이 대단하시네요. 제주의 푸른바다에 같이 몸을 담가보시지요~
첫완주 축하드립니다. 경기에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과 클럽을 위하는 것이겠지요. 할수 있는 날까지 산과 들과 강을 벗삼아 좋은 시간 만드십시요.
감히 제가 지목하는 일산클럽 요주의인물 1번 !!! 차분히 갈고 계신 숨겨진 날의 번뜩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껀수형~ 늘 조은 글로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수 형님, 축하드립니다. 임진영씨가 참가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같이 기쁨을 나누자구요!!! 돌아올땐 형님땜에 아주 즐거웠습니다. 철원에서도 방 같이 쓰실 거죠??? ㅋㅋ
타잔은 담에 피영수씨랑 한방에 붙여놓으면 볼만하겠는데...^^
쪼금 숙연해지기도하지만 항시 잔잔한 감동이있는 멋진글 그리고 첫걸음 축하드립니다. 내친김에 제주도까지 부레끼 잡지 마시길... 형님 근대 저 무장이아니라 비무장이걸랑요.
공비가 무장 비무장이 무슨 차이가 있남? ^^
건수형 글만 보믄 눈과 맴이 감동으로 샤워되네요~
형님 지 가슴이 뜨겁긴 뜨겁슴니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화덕증이 나는게 가슴이 답답합니다..ㅎㅎ 조은 기록 축하드리고 제가 자극을 마니 받네요 감사합니다 껀수형 화이팅!!아자아자
참~허~좋습니다.언제나 맛깔 스러운 글 감동과 절제 힘든 운동을 아름답게 미학적인 필체로 지를 혼란하게 맹그는 껀수님! 우리 언제 껀수 함 잡아보지요. 철원에서는 탱크방을 만듭니다.
아름다운 글, 험악하다고 하는 철인 경기가 이렇게 유유자적하게 흘러갈 수도 있네요. 형의 글에서 저도 너무 아름다운 여정을 지낸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참 좋네요.
건수 선배님 축하드립니다.너무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전 강경민이구요 일본에서 이제 시작하는 청년입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아니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냥 달리고싶고..내깡을 믿어보고싶기에 이렇게 들어와서 선배님들의 글을 읽고 용기를 얻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좋을지..몰라 문만두들기고 기초체력을 위해 달리고있습니다. 1년후 선배님들이랑 같이 하는 그때를 기다리며...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함께 속초가자고 하던 월례회의때 생각나네요 비록 가지 못해 죄송하구요 선배님의 따듯한 배려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 정말로 축하드리고요, 담배만 끊으시면 더 좋은 기록내실텐데......
김건수선배님의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안보이는 곳에서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보이는 곳에서 하셔야 모두다 긴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