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부르면 온갖 시름을 잊게 되죠. 노래는 역경을 헤쳐 나가는 힘의 원천입니다."
대전시 대화동 기아차 서비스센터에 근무하는 이환선(56)씨는 40년 경력의 베테랑 정비사다. 그러나 그에게는 노래하는 사진이 담긴 가수 '지중해'라는 또 다른 명함이 있다. 주변에서는 자동차 정비 전문가보다는 구성진 노래 가락을 뽑아내는 트로트 가수로 더 잘 통한다. 그는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노래에 푹 빠져 2006년 첫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요즘에는 2집 앨범 준비를 위해 퇴근 후 2시간 이상 노래연습에 구슬땀을 흘린다. 매주 한 차례 노인요양원을 비롯한 사회복지 시설에서 위문공연도 한다. 전국효행수상자회 홍보대사와 전국연예협회 대전지부 연예인예술단장을 맡아 평일에도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봉사활동에 나선다.
"차를 맡기러 오는 고객 가운데 얼굴을 알아보고 사인해달라는 이들도 많아요." 이씨는 "가수가 되는 것을 극구 만류했던 아버지도 이젠 열성팬이 됐다"고 말했다.
- ▲ ‘지중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이환선씨가 자신의 직장인 자동차정 비소에서 구성지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전재홍 기자
이씨가 가수의 꿈을 이루기까지는 고달픈 사연이 많았다. 전북 진안에서 가난한 농부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 졸업 후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고향을 떠나 대전의 자동차정비소에 취직했다. 가족 뒷바라지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아내를 위해 직접 부른 노래를 녹음 테이프로 들려주기도 했다.
첫 앨범 제작을 적극 권유한 이는 아내였다. 두 아들이 디자인을 맡았고, 고향 진안 마이산의 사계절을 주제로 아내가 쓴 시를 가사로 삽입하는 등 가족들의 정성을 앨범에 듬뿍 담았다. 타이틀곡 '여보 정말 미안해'에는 아내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담았다.
이씨는 향학열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1999년 40대 중반의 나이에 야간고등학교에 들어갔고 2002년 한밭대 일어과에 입학해 졸업장을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는 한밭대 평생교육원 가요강사반에도 다닌다. 이씨는 "퇴직 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노래교실을 열 계획"이라며 "노래를 즐겁게 들어주는 이들이 있으면 어디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