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뮤직센터 곁에 은빛 찬란하게 우뚝 선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Walt Disney Concert Hall)은 이제 명실공한 LA의 명물이 됐다.
이 뮤직홀 탄생의 주역인 월트 디즈니의 꿈이 결국 이루어진 것이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를 만드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늘 말해왔다.
월트 디즈니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왕국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그가 청년시절부터 간절하게 꿈꿔온 것은 문화 공간이었다.
그러나 디즈니랜드에 매달리느라 정작 이 업을 이루지 못한 그는 아내 릴리안에게 유언으로 남기고 눈을 감았다. 릴리안은 남편의 유업을 이루기 위해 1987년 LA카운티정부에 선뜻 5000만달러를 내놓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의 궁전'을 만들자고 제의했다.
LA 카운티가 릴리안 여사의 이 제의에 신이 났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LA 뮤직센터 건너편 카운티 부지에 근사한 홀이 들어서면 LA는 뉴욕을 제치고 세계적 문화도시로 주목 받을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청난 액수의 시드머니까지 확보됐으니 LA카운티로서는 '굴러들어온 복'이 아닐 수 없었다.
건축가는 전세계에서 응모한 72명의 날고 뛰는 건축가중에서 프랭크 O. 게리가 선정 그의 스테인리스 스틸로된 파격적 디자인이 발표되면서 월트 디즈니의 음악을 향한 꿈은 멋진 항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항해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선 2억74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건축비가 문제였다.
당시는 경제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 초장부터 모금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역시 디즈니는 디즈니. 릴리안 여사가'월트 디즈니사' 명의로 2500만달러를 추가 도네이션했고 디즈니사 부회장 로이 디즈니가 개인적으로 500만달러를 선뜻 내놓자 몸 사리고 있던 주변 사람들도 슬슬 돈주머니를 풀기 시작했다.
LA시장이었던 리처드 리오단이 500만달러 문화계 큰 손 엘리 브로드가 500만달러를 내놓았으며 랄프스(1500만달러)나 ARCO(1000만달러) 토요타 모터스(100만달러) 같은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건축비 모금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음악의 꿈을 포기하지 말자'며 적극 앞장선 릴리안여사의 의지로 결국 월트 디즈니의 꿈은 2003년 10월 완벽한 형상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섰다.
그 이후 수없이 많은 공연이 그 무대위에 올려졌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 앉아 디즈니의 그 꿈처럼 음악을 듣고 느끼면서 흡족하게 즐겼다.
허지만 문제라면 대관료가 너무 비싸고(2-3만달러) 입장료도 만만치 않다는 것. 그래서 디즈니의 염원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들어가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순수한 꿈이 포장에 너무 치우쳐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한 기분도 든다.
한인들의 공연도 매년 상당히 많이 이 무대에 오른다. 올 8월에만 무려 4번의 공연이 각 공연단체에 의해 선보인다.
3일에는 서울대 남가주 총동창회 합창단 5일에는 내셔널 심포니 공연 11일 LA 심포니 공연 18일에는 코리안 아메리칸 유스 오케스트라의 공연.
바람이라면 이 무대에 서는 공연단체들이 월트 디즈니의'순수하고 아름다운 꿈'을 희석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비싼 대관료 감수하며 이 무대를 빌려 음악회 마련하는 것이 허세나 근사한 포장 때문만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Walt Disney Concert Hall
내부 연주홀 (파이프오르간 주위에 설치한 나무들
Rose for Lilly (파란 도자기의 파편들을 붙여 만든)
Rose for Lilly Lilly ( 릴리안. Walt Disney 부인의 이름)
Getty Center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