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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9일, 월요일, 맑음.
친환경제초제 뿌리기 - 어두워진 들녘에서...
저녁 여덟시, 슈퍼도라지 육묘트레이에 저녁 물주기를 끝으로 오늘 하루 일을 끝냈다. 조금 전까지 밝게 빛나던 사위가 캄캄해졌다. 갑자기 몰려드는 어둠의 그림자만큼이나 진한 외로움이 밀려온다. 혼자 일해야 하는 사람이면 귀농할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침이슬이 완전히 마르는 오전 10시부터 제초제 뿌리기를 시작해 하루 종일 약통을 등에 메고 밭고랑을 오갔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시작한 3, 4, 5포장에 제초제 살포작업이 아직도 이틀 정도는 더 해야 끝날 것 같다. 자동차에 설치된 자동분무기를 이용한다면 쉽게 끝낼 수 있었을 터인데, 육묘트레이에 하루 두 번씩 물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초제를 뿌리던 호스로 물을 준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친환경제초제라 할지라도 산도가 높은 식초를 원료로 하는 것인데, 분무기 한 대로 물과 제초제를 번갈아 사용한다는 것이 마음에 브레이크를 잡았다. 그렇더라도 1주일 동안 수동분무기를 등에 지고 밭고랑을 헤매고 난 지금에는 ‘그냥 자동분무기로 쉽게 하고 말걸...’싶다.
소석리 3-5포장은 4월 중순 이랑에 멀칭작업을 마치고, 5월 첫 주가 넘어 씨앗 넣기를 끝냈다. 5월 중순이 되어도 갑작스레 내려앉는 찬바람에 자라던 새싹들이 동해를 입기도 하는 고지대이기 때문에 이곳의 씨앗 파종 시기는 다른 곳보다 조금 늦된다. 그렇더라도 올해는 씨앗 넣는 시기가 한 달 정도 늦었다. 외국여행으로 3월을 허비하고 난 까닭이다. 씨앗 넣기를 마치고 곧바로 1포장의 풀뽑기 작업이 이어졌다. 6명의 할머니들이 4일 동안 일을 하고서야 1차 김매기가 끝났다. 중간에 비오는 날 이틀 끼고, 2포장 슈퍼도라지밭에 재 멀칭작업까지 끝내고 돌아서니 씨앗 넣은 포장이 풀밭이 되었다. 씨앗을 넣은 구멍마다 뚝새풀, 여뀌, 떼, 돼지감자, 쇠비름 등 온갖 잡초가 줄맞추어 키운 것처럼 자랐다.
1포장의 첫 해 제초작업은 어찌되었든 수작업으로 끝냈다. 중금속이온이 함유된 화학적 농약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버티면서, 할머니들의 지청구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어이구, 저놈의 풀을 어찌하누... 고집쟁이 신선상아 농약 해라.’하는 것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어야 했다. 수작업으로 풀만 뽑아주고, 비료나 영양제 등도 일체 사용하지 않는 자연농법을 시연하려는 의지였다. 뽑아낸 풀도 버리지 않고 발효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난 나중에서야 할머니들의 잔소리가 줄어들었다.
소석리에 새로 조성한 3-5포장은 규모부터 감당 할 수 없이 넓다. 싹이 나기도 전에 구멍마다 가득 자라난 풀들을 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싹이 트지도 못할 지경이다. 방법은 제초제를 뿌리는 것 밖에 없다. 사래가 긴 까닭에 할머니 두 분이 하루 종일 뽑아야 한 이랑 정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고, 60명 정도 대규모 인원을 한꺼번에 투입해야만 하루에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예상 인건비는 300만원이다. 풀뽑기 한 번에 300만원을 들여야 한다면 조성 첫해인 올 한 해 동안 최소한 다섯 번을 뽑는다 치고, 최소 1500만원의 인건비가 있어야 된다. 식대와 운영비를 합하면 최소한으로 잡아도 2000만원이다.
도라지밭에서 풀과 전쟁은 첫해가 고비다. 풀보다 수세가 강한 도라지의 특성 때문에 2년차부터는 이른 봄에 한 번 만 풀을 뽑아주어도 충분하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온갖 검색과 자료를 뒤져 가며 친환경 제초제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유기농법을 시행하고 있는 선배농군들의 다양한 체험담을 정리해 보면 식초를 주원료로 하는 친환경제초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1배 식초 원액을 그대로 뿌려주는 방법에서부터 빙초산을 물에 희석하고 몇 가지 첨가제를 혼합해 사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친환경제초제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문제는 어떤 재료를 얼마의 비율로 혼합해 사용하는가이다. 첨가제 각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혼합비율을 정해야 할 것인데 성분의 구체적인 효용과 혼합비율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적당한 양’을 혼합하여 사용한다는 표현이 가장 많았다. 초보들에게 가장 어려운 말이 ‘적당한 양’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가 ‘적당한 양’이란 말인가? 유기농과수원을 운영하는 한 분은 풀밭에 친환경제초제를 사용해본 경험담을 적어 놓았는데, 시험 살포과정에 2리터 들이 분무기를 사용하면서 혼합재료의 종류와 혼합비율까지 기록했지만, 정작 본 포장에 살포할 때는 자신이 어떤 분무기를 사용했는지 밝히지 않았고, 혼합비율도 ‘적당한 양’이 되고 말았다. 적어도 몇 백 평이 넘는 넓이의 본밭에 1-2리터 들이 소형분무기를 들고 뿌려댈 수는 없는 것이다. 왜 이럴까? 실제로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적당한 양’, 초보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문제다.
도라지 농사를 지으며 친환경제초제를 사용해 본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제초제의 원리를 이해하고 선배들이 사용해 본 재료들을 준비해 시험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 주재료는 총산농도 6-7%의 사과식초를 사용하기로 했다. 마트에 18리터들이 5통을 주문했다. 이때까지도 나는 밭의 넓이에 따른 필요량을 추측해보는 것이 어려웠다. 한 번도 약을 뿌려본 경험이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20리터 한 통이 얼마나 넓은 면적을 뿌릴 수 있는 것인지 어찌 알 수 있을까? 가장 친절하게 경험담을 적어 놓은 분이 기록하기를 ‘20리터 한 통이면 3-4시간 동안 뽑아야 할 면적을 30분 만에 해결 할 수 있었다.’고 적어놓았을 뿐이다.
친환경제초제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천연제초제라고 해야 할까? 암튼 재료의 종류는 정했다. 식초, 왕소금, 구연산, 식용유, 물비누를 사용하기로 했다. 식초는 3배 식초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한 말들이 통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1배 식초밖에 없단다. 1배 식초의 총산농도는 5-7%, 물과 1:1로 희석해 사용하는 것부터 원액 그대로 뿌려줄 것을 권하는 자료도 있었다. 나중에는 가격이 비싸고 총산농도가 낮은 사과식초를 대신해 빙초산 1.5리터들이를 사용했다. 총산도 99%의 빙초산을 5-6%의 총산도로 낮추기 위해서 20배 희석해 사용했다. 풀의 기운을 죽이는데 가장 적절한 재료로 왕소금을 혼합하기로 했는데, 토양에 염분이 쌓이는 것을 염려해 구연산과 혼합해 사용하기로 했다. 풀잎에 흡착해 광합성을 막아줄 재료로 콩기름을 사용하기로 했고, 콩기름을 물과 섞어 줄 유화제로 처음에는 천연물비누를 사용했다가 나중에는 거품이 생기지 않는 버블프리를 사용했다.
20리터 분무기 한 통을 기준으로 소금 1kg과 구연산 400g을 그릇에 담아 물 2리터에 녹여 넣었다. 콩기름 1리터를 넣고, 물비누 300ml를 넣었다. 마지막으로 사과식초를 9리터 넣고, 물을 가득 채우며 잘 저어주었다. 나중에 빙초산을 사용할 때는 빙초산 1리터를 넣고, 나머지를 물로 채웠다. 유막을 형성하며 위쪽에 떠 있던 콩기름이 막대로 저어주자 서서히 섞이면서 뿌연 우유빛깔 액체로 변했다. 맛을 보니 시큼 짭짜름했다. 피부에 닿으면 팔뚝에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얼굴에서는 약간 가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손에 난 상처에 닿았을 때는 처음 따끔했을 뿐 이내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사과식초를 사용했을 때는 시원하고 향기로운 사과향이 가득 퍼졌다. 빙초산을 사용했을 때는 좀더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화요일 저녁, 콩기름을 넣지 않고 시험적으로 제조한 것을 마당과 집터에 뿌려보았다. 살포 시점은 오후 5시 30분, 해가 서산에 걸리기 시작한 시각이었다. 이 집으로 이사와 살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마당에 제초제를 뿌려보았다. 마당 한 쪽에 무성하게 자라던 별꽃아제비는 1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더니 두 시간이 경과한 시점에는 완전히 시들어 버렸다. 수세가 왕성하던 쑥도 시들더니 이튿날 오전 햇볕을 쬐이며 불에 데 인 듯이 완전히 시들어 버렸다. 두릅나무 잎은 뿌리고 몇 시간이 지나도 시들지 않더니 이튿날 햇볕을 쬐더니 까맣게 고스라 졌다. 고양이밥은 10분이 지나자 완전히 주저앉더니, 이튿날 아침에는 완전히 노랗게 말라비틀어졌다. 애기똥풀은 줄기는 건재한데 줄기 아래에 붙은 잎들은 고사했다. 개망초는 줄기 아래쪽의 잎은 버텼지만, 위쪽 줄기 끝이 고스러지고 말았다. 개망초를 잡기 위해서는 어릴 때 뿌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명아주는 한 번 뿌린 곳은 몇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더니, 두 번 뿌린 곳은 고스러졌다. 쇠비름은 떡잎 상태인 것들은 모두 고스러졌지만 그보다 큰 개체들은 끄떡도 없었다. 뚝새풀은 첫날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튿날 햇볕을 받자 이른 봄 잔디처럼 완전히 노랗게 말랐다. 시험조제한 제초제의 효능은 완벽했다.
<사진 1. 사진의 왼쪽은 친환경제초제를 뿌리기 전, 우측은 친환경제초제를 뿌린 후의 모습이다.>
이튿날, 수요일부터 본밭에 직접뿌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3포장부터 뿌리기 시작했는데, 20리터 한 통으로 폭 1미터, 길이 100미터의 한 이랑을 뿌릴 수 있었다. 3포장에는 환삼덩굴과 여뀌, 바래기, 뚝새풀이 주종을 이루고, 쇠비름이 싹트고 있었다. 여뀌는 유독 효과가 탁월해서 뿌리고 돌아서면 고스러졌다. 밭둑에는 도라지 씨앗을 넣을 때 심었던 옥수수와 강낭콩 싹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닿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뿌려야 했지만 전혀 닿지 않을 수는 없었다. 뿌리는 방법은 한 이랑에 두 번 씩 뿌려질 수 있도록 조절하는 방식으로 했다. 처음 나갈 때 하나의 이랑과 고랑에 뿌리고, 돌아서 올 때는 두 번째 이랑에 집중적으로 뿌리면서 첫 번째 이랑에 한 번 더 빠르게 뿌리기 하는 방식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한 낮에는 뿌리고 돌아서는 것과 동시에 효과가 나타났다. 햇볕이 약해지는 저녁나절에는 뿌려도 효과를 보이지 않는듯하다 이튿날 오전 햇볕이 들면 효과가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어린 싹에서 효과가 탁월했고, 줄기가 긴 것은 약물이 닿은 위쪽 부분은 고스러졌지만 아래쪽 줄기는 살아남아서 아래로부터 키가 자랐다.
14일, 수요일부터 시작해 매일 밭으로 나가 제초제를 뿌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1포장을 조성하고부터 풀과의 전쟁을 치러왔지만 이렇게 강력한 대량살상무기를 뿌려대기는 처음이다. 밭둑에 풀이 자라면 예초기를 사용해 잘라낼지언정 제초제를 상용하지 않겠다던 생각에 한 참 벗어난 것이다. 허옇게 고스러진 풀들을 볼 때 왠지 씁쓸했다. 인간의 과한 욕심 때문에 농산물을 자연과 어울려 나누기보다는 고스란히 자기 것으로 해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화학농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비록 화학농약은 아닐지라도 똑 같은 욕심으로 뿌려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지난해까지 지켜오던 자연농법은 대량농업을 선택하는 순간 더 이상 고집 할 수 없게 되었다. 최후로 지켜야 할 마지노선으로 유기농법을 택한 것이다. ‘유기농법을 시행하는 농장이라고 해서 각종 풀이 그득하게 자라고 있어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는 어느 선배농군의 표현대로 나부터 변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오늘 처음 농사일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워진 밭머리에 서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긴 외로움의 터널 같다고 생각했다.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귀농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오는 차안에 김광석의 CD를 틀어놓고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먼저 간 아내 생각에 눈물이 흘러 목으로 젖어 들었다. 무엇이 급해 그리도 빨리 갔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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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0일, 토요일, 맑음.
1.3포장 씨앗 넣기
어제 못다한 3포장의 씨앗 넣기를 오전 중으로 마무리 짓고, 오후에는 2포장 슈퍼도라지밭의 멀칭 작업까지 끝낼 계획으로 할머니 7명을 인부로 얻었다. 수로작업을 할 남자 일꾼으로 기현이도 불렀다.
7시 30분 씨앗 넣기 작업을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왔다고 모닝커피를 준비하지 말라고 했다. 할머니들을 일 시켜놓고 기현이를 데리고 2포장 슈퍼도라지밭으로 갔다. 2일 동안 방치해 두고 비를 맞춘 때문인지 밭고랑에 두었던 비닐의 종이 통은 물기에 젖어 있었다. 기현이에게 수로에 고여 있는 물을 뺄 수 있는 배수로를 깊게 파도록 했다. 밭의 뒤편에 흐르는 배수로에 물이 깊게 고여 밭 전체에 습기가 많고, 달뿌리풀 등 물풀이 많이 자란다. 전부터 수로를 다시 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2년 전 포크레인으로 수로작업을 할 때 수로의 끝부분이 지나치게 높게 파여서 수로에 물이 고이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항시 물이 고여 있게 되면서 처음에는 많은 개구리들이 모여들었고, 차츰 맹꽁이, 두꺼비, 도롱뇽, 누룩뱀 등 산 속에 사는 양서파충류들이 몰려들었다. 달뿌리풀 등 물풀이 자라면서 수중생태계가 형성되고 잠자리유충, 장구애비, 물자라 등 물속 생물들도 번성했다. 어느 날은 가재도 보였다. 훌륭한 비오톱이 형성되었지만 도라지 재배를 위해서는 물을 빼야 된다. 그나마 완전히 마르지는 않을 것이다.
노루망을 손봤다. 말뚝이 부러지거나 휘어지고 부러진 것들이 많았다. 지나치게 짧아져서 망의 높이가 너무 낮아지는 것도 많았다. 그물을 꿰는 나일론 줄은 삭아서 뚝뚝 끊겼다. 다행히 그물의 라인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1년, 잘 하면 2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노루망 손질을 마치고 비닐 멀칭을 위해 이랑의 양 옆을 깎아 비닐을 덮을 흙을 준비하는 작업을 했다. 비닐이 날리지 않은 두 개의 이랑 중 한 개는 많이 찢어지고 너덜너덜 해진 것이 맘에 걸려 뜯어냈다. 비닐을 벗기는데 누룩뱀이 두 마리나 나왔다. 한 마리는 중간 크기로 제법 큰놈이었고, 다른 한 마리는 작은 새끼뱀이었다. 두 마리 모두 밖으로 던져버렸다. 기현이에게 수로작업을 끝내고 나면 이랑 준비하는 것을 진행하라고 말하고, 할머니들 오전 새참을 준비하려고 3포장으로 향했다.
3포장에 와보니 땅주인이기도 한 소석리엄니가 집에서 라면을 끓여 오기로 했단다. 새참준비를 스스로 해결 할 터이니 오지 말라는 전화를 여러 번 했었다는데, 한 번도 벨이 울리지 않았다. 2포장에서는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다. 핸드폰 안테나선이 하나도 안 생기는 곳이 많다. 외장 안테나를 세우고 밭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다보면 운 좋게 안테나선이 두어 줄 생기는 위치가 있는데, 그런 곳에 도착하면 밀렸던 메시지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곤 한다. 작년까지 사용했던 SK핸드폰은 아무런 장애 없이 통화 할 수 있었는데, KT로 바꾼 후부터 산 깊은 곳에서는 이런 일을 종종 겪는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3포장의 씨앗 넣기 작업이 끝났다. 사용된 씨앗의 양이 압도적이다. 4, 5포장 두 곳 1100평에 뿌려진 양보다 많다. 할머니들은 씨앗이 충분히 많으니까 아낌없이 넣겠다고 했었다. 나중에 속아내기를 할지언정 싹이 트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작년에 받아놓은 씨앗이 두말이 넘었는데, 씨앗 넣기를 마친 시점에서 남은 양은 한 되 정도뿐이다. 공주 사촌동생들에게 한 되씩 보내주고, 운기에게 두 되를 주었으니 한 말 여섯 되를 뿌린 꼴이다. 재작년 시세로 셈해보면 한 되에 7만원씩 16되면, 합계 1,120,000원어치다. 올해는 꽃이 피면 흰도라지에만 표시를 하였다가 채취하여 씨앗을 얻을 생각이다. 내년부터는 흰도라지밭을 조성하고 씨앗도 무료로 나누어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점심은 식당으로 직접 찾아가 먹고, 집에 들러 멀칭작업을 위한 괭이를 준비해 오시라고 했다. 할머니들을 식당에 점심을 차려드리고 나는 손님을 맞아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햇다. 점심시간에 귀옥선생님이 찾아와 둘이서 수제비 집에서 수제비를 먹었다. 씨앗을 엏은 트레이에 비닐을 덮어 주는 아이디어를 내준 것에 보답하는 의미로 ‘한 수제비’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제2포장 슈퍼도라지밭 멀칭작업
점심을 먹고 멀칭작업을 시작했다. 남자일꾼과 둘이서 이랑의 옆을 깎아 고랑을 다듬는 작업을 하고, 할머니들은 이랑 위에 자란 뚝새풀, 별꽃아제비, 여뀌 등의 잡초를 뽑아내고, 판을 고르는 작업을 하게 했다. 멀칭을 위한 준비 작업을 마치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고랑의 흙을 준비해 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흙을 덮기도 쉽고, 이랑의 넓이도 비닐 넓이에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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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포장 슈퍼도라지밭에 멀칭작업 전경>
60미터 정도 길이의 이랑의 멀칭 작업도 8명이 진행하니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 비닐은 첫 번째 롤이 다 풀리고, 두 번째 롤이 세 이랑 정도 들어갔다. 제2포장을 두 번째 멀칭 하는 것까지 아홉 개의 롤이 완전히 풀리고, 열 번째 롤까지 풀린 셈이다. 가격은 개당 6만원, 전체 60만원이다. 4시 10분이 지나서 일이 끝났다. 3,4,5포장 깊이 갈아엎기부터, 이랑을 만들기 위한 로터리작업, 3,4,5포장과 트레이에 씨앗 넣기, 1포장의 제초작업과 부직포 설치, 2포장의 재 멀칭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이어진 작업이 일단락되었다. 느릅나무뿌리 발효액을 거르는 작업을 마치고, 재 발효액을 만들어 놓고 시작된 작업이 20일 가까이 계속 이어졌다. 이제는 며칠 쉴 수 있을까 싶었지만 돌아서 보니 씨앗을 넣은 포장에 풀이 가득 자라고 있다.
이제는 제초작업이 문제다. 일단 씨앗이 싹트기 전에 제초작업을 끝내야 한다.
3.영농비
-코팅장갑 : 6000원
-음료 및 간식 : 애플주스 9개, 빵 9개, 막걸리 2병 – 13,500원
-점심식대 : 명태국백반 9인분 – 72,000원
-인건비 : 480,000원(할머니 6인, 300,000원, 남자 1명 80,000원, 운봉엄니 100,000원)
2014년 5월 5일, 월요일, 맑음
1.제1포장 풀뽑기 – 3일차
오늘도 일꾼은 더 확보하지 못했다. 어제보다 한 명 더 와서 6명이 작업을 했을 뿐이다. 어제 밤 비 덕분에 날씨는 청명했다. 하늘은 끝없이 푸르고 맑아서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데 아침 기온은 쌀쌀했다.
앞쪽보다 뒤쪽으로 가면서 작업속도가 너무 느렸다. 오후 묘판 물주기를 작업을 마치고, 일을 마쳐야 될 시간에 도착해 할머니들이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안 20분 정도를 직접 풀을 뽑아보았다. 할머니들의 작업 속도가 상대적으로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운봉엄니의 따님과 손자가 다녀갔다. 연휴라서 엄니를 보고 싶어 찾아왔는데, 우리집 일이 급하니 쉬지 못하고 나오신 것이다. 더구나 운봉엄니가 대장역할을 하고 있으니 안계시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결국, 따님과 손자가 밭으로 찾아온 것이다. 왠지 미안하다.
오늘 풀뽑기 작업을 오늘로 끝내고 싶었지만, 내일도 가득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일이 남았다. 일은 자꾸만 늦어지고 인건비는 늘어간다. 날이 갈수록 몸은 지쳐가고 할 일은 쌓여간다. 남은 부직포를 가지고 부족한 곳을 채워 덮어주려고 생각했었는데, 잊고 가져가지 못했다.
2.묘판 물주기
1포장 아래 논에 물을 푸고 있는 펌프를 이용해 물을 통에 채웠다. 가득 채우지 않고 400리터만 채웠다.
육묘판에 도착해 보니 바람에 망이 열려있었다. 다행한 것은 새들이 파헤치지는 않았다. 어제 밤에 내린 비 때문에 마르기는 심하지 않았지만, 망이 벗겨져 있어서 놀랐다. 땅 주인집에서 하우스 폴대 두 개를 가져다 눌러두었다.
아직 싹이 돋지는 않고 있다. 집에 있는 묘판에도 싹은 돋지 않고 있다. 걱정이다.
3.황벽나무 새싹
하우스에 뿌린 황벽나무의 새싹이 돋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모두 싹이 돋은 것은 아니지만 세 개의 묘판에 골고루 싹이 돋기 시작했다. 씨를 뿌린 후 거의 한 달 만이다. 황벽나무는 새순과 열매를 채취해 발효시면 향과 맛이 특별하다. 약효 역시 특별하여 노란색의 속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황벽이라 하는 약제로, 오랜 동안 사용해 오는 약재나무다. 지난해 황벽나무 열매를 채취해 발효시키면서 일부를 남겨 씨앗을 분리해 내고 겨우내 두었다가 날이 풀리면서 하우스 안에 뿌려 두었다. 싹이 자라면 산을 마련하여 옮겨 심을 생각을 하였다. 황칠나무는 약효가 뛰어나고 널리 알려져 누구나 황칠나무 숲을 가꾸고 싶어 하지만 음수인데다, 아열대성 식물로 남해안 몇 곳을 제외하면 쉽게 가꾸기가 어렵다. 그와 비슷한 황벽나무는 사람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뛰어난 약효와 향이 좋아 발효의 재료로 최상이며, 한반도 전역에서 쉽게 숲을 가꿀 수 있다. 발효액 사업의 미래 주인공이 될 나무의 어린 싹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4.비용
음료 및 간식 - 요구르트, 빵(초코파이), 막걸리 1병 11000원, 점심식대 - 7인분 56000원.(어제보다 1인분 추가 된 것인데 가격은 10000원이 늘었다.) 인건비 - 할머니 6인, 300,000원.(현금 350,000원을 찾아 5시 이후 마무리 작업을 좀 더 하게 될 경우 인건비를 1인당 5000원 정도 더 준비하였지만 남은 일거리가 너무나 많아서 오버타임은 하지 않았고, 추가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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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4년 5월 9일, 금요일, 맑음.
1.제3포장 씨앗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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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장에 씨앗 넣기 하는 동안 5포장을 확인한 결과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오고 있다.>
할머니 여섯 명을 얻어 작업을 시작했다. 3포장은 사래가 길고, 돌이 많아서 예상보다 작업이 어려웠다. 남자일꾼도 한 명 구해 슈퍼도라지밭 재멀칭 작업을 이어가려고 계획했었는데, 아침에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엄마와 통화해보니 늦잠이 들어 나오지 않았단다. 스물아홉이나 된 녀석이 참.....
할머니들이 씨앗넣기를 하는 동안 4, 5포장을 돌아보았다. 멀칭구멍 마다 잡초 싹이 가득 올라오고 있다. 혹시 도라지 싹이 올라온 것은 없는가 싶었지만 아직은 없다. 잡초의 양이 엄청나다. 수작업으로 제초작업을 하려면 끝이 없겠다. 방법을 찾아야겠다.
인터넷을 통해 화학적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잡초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가장 안전하고 널리 쓰이는 방법이 식초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3배 식초를 3-4배 희석해 전착제를 넣고 뿌리면 된다고 했다. 잡초가 어릴 때 햇볕 좋은 날 뿌리면 효과가 높다는 것이 통일된 의견인 것 같다. 어떤 전착제를 사용하는가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농사꾼이 밭에 자라는 풀과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 목표하는 작물을 키워내고 단위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잡초와 사울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싸움을 최대한 공평하게 하려고 생각했다. 풀이 무기를 들고 있지 않는 한, 나도 손으로만 싸우겠다는 약속이었다. 제1포장을 가꾸는 2년 동안 나의 약속은 지켜졌다. 할머니들의 온갖 협박과 회유, 아래 논을 경작하는 태복이형의 제초제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자연농법을 지켜왔다. 그런데 이제는 어쩔 방법이 없다. 3,4,5포장의 넓이는 자그마치 2000평이다. 도라지 농사에서는 첫해 풀매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 두 번째 해부터는 한 두 번이면 풀매기를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첫해만 잘 넘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2000평은 너무 넓다. 멀칭 되어 있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풀 뽑는 것이 1포장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대로 두면 구멍을 가득 메우며 자란 풀 때문에 도라지 싹이 자라지 못한다.
검색결과에 따라 식초를 주원료로 하는 친환경제초제를 만들어 사용해 보기로 했다. 토양에 축적되는 문제라든지, 성분의 식물체 잔류가능성까지 판단해 볼 때 최대한 안전한 재료를 선택해 사용하기로 했다. 시험 제조를 위해 마트에 들러서 사과식초 18리터 4통을 주문해 놓았다. 다음 주 화요일에 가지러 오란다. 문제는 화요일 이전에 도라지 싹이 트는 것이다. 도라지 싹이 트면 제초제는 뿌릴 수 없다. 4, 5포장에 씨앗을 넣은 날짜는 4포장이 4월 26일, 5포장이 5월 3일이다. 5포장의 경우는 14일째다. 발아가 시작 될 시기가 되고 있다. 다음 주 화요일이면 날짜로 4일이나 더 지나야 한다. 아슬아슬하다. 아무래도 내일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3포장의 씨앗 넣기는 끝내지 못했다. 생각은 오늘 마무리 짓고 슈퍼도라지밭 작업을 천천히 끝낼 수 있기를 바랐는데, 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할머니들을 바래다 드리고 운봉엄니께 내일도 오늘 일하신 분들을 모두 함께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가능하면, 남은 씨앗 넣기를 오전 중으로 마치고, 오후에는 슈퍼도라지밭 제2포장으로 옮겨 이랑의 풀을 뽑고 멀칭작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한 계획이다. 할머니들이 내일도 모두 나와 줄지 모르겠다. 하도 여기저기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지나가던 부지깽이라도 불러서 일을 시킨다는 계절이다. 제발 내일 하루에 남은 일을 끝낼 수 있기를...
아침나절 운봉친구 운기가 밭으로 빵과 요구르트를 사왔다. 가끔 아이스크림을 사오기도 하고.... 고맙다.
2.영농비
-음료 및 간식비 : 빵 7개, 요구르트 15개, 막걸리 2병 – 17,000원
-재료 구입 : 코팅장갑 10장 – 7000원
-점심식대 : 생태찌개, 백반 6인분 – 48,000원
-인건비 : 할머니 6명 – 300,000원
-합계 : 372,000원
1.도라지 농사의 시작 – 제1포장 조성
2009년 9월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귀농 했을 때 가장 막막했던 것이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가?’이었다. 귀농을 결행 할 때, 2006부터 연구해왔던 산야초발효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지리산에 살면서 필요한 재료를 채취하거나 구매해서 사용해 왔다. 2009년 가을, 도라지발효액을 담아 달라는 집사람의 말을 듣고, 5년 근 무농약재배 도라지를 찾아 지리산일원은 물론 충북 괴산, 충남 홍성, 공주 등 멀리까지 알아보았다. 5년 근 무농약재배 도라지는 평소 말은 많이들 하지만 일정한 규모 이상 되는 양을 구하려들면 구할 길이 막막한 재료였다. 고향 마을 집안 아저씨가 산 속에 있는 밭에 심어두고 까맣게 있고 있다가 나의 부탁을 듣고 밭에 나가 캐어보니 200kg 정도가 된다고 해서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사진 1. 군산 할머니께 구입한 5년근 무농약재배 도라지를 발효시키기 위해 처리하고 있다.>
이듬해 2010년에는 더욱 구하기 어려웠다. 도라지를 가공하는 공장에서 계약재배를 하거나, 일반 농민이 키워 놓은 도라지를 알음알음으로 찾아가보면, 대부분 지나치게 소량이거나, 야이 좀 되면 가공공장에서 전량 계약재배를 했거나, 어렵게 찾아도 화학농약 특히, 제초제를 사용해 제배한 흔적이 발견되어 뒤돌아서기 일 수였다. 그러던 중 군산에서 300평 도라지 밭을 가꾸어 온 할머니를 알게 되었는데, 자녀들 먹이려고 재배한 것이라며, 많은 양은 줄 수 없다는 것을 사정사정 해 250kg을 얻을 수 있었다. 2011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5년 근 무농약재배 도라지 구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2012년 2월, 숲해설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시작하려던 어느 날, 운봉중학교 교감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도라지 등 약초를 재배할 수 있는 땅을 찾는다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학교 앞에 있는 교감선생님의 밭을 써도 좋다는 말씀을 들었다. 3월 초, 밭을 준비할 요량으로 트랙터를 불러 로터리 작업을 해 달라고 했는데, 밭의 상태를 본 트랙터기사 태복이형은 ‘이런 곳에 도라지를 심어서 어쩔라고 그래? 도라지는 물밭에서는 절대로 안 돼.’했다. 이야기 끝에 태복이 형이 도라지 재배를 할 수 있는 적당한 밭이 있으니 소개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임대를 받은 밭이 제1포장이다. 2년 전까지 노지상추재배를 했던 밭으로 퇴비를 많이 낸 곳이라며 보여준 밭은 주변 농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산 밑에 있었다. 물빠짐이 좋은 사질양토에 약간의 비탈과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위치와 방향이 좋았다. 보자마자 계약을 하자고 했다.
문제는 그 밭이 이중임대 되는 밭이라는 것이었다. 땅에 대한 욕심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계약서를 쓰고, 농지원부를 만들려고 시도해 보면서 잘못을 알게 되었다. 실제 평수 500평 정도인 밭은 태복형이 주인 할머니로부터 임대계약서를 쓰고 사용하는 밭으로 태복형은 아래쪽 논까지 합쳐 약 3000평을 농어촌공사에 임대등록하고 직불금을 받고 있었다. 이중임대 된 땅은 농지원부를 만들 수도 없고, 친환경인증을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을 씨앗을 뿌려놓고서야 알게 된 것이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농지원부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던 태복형은 받고 있던 밭직불금을 포기할 수 없고, 실제 주인과 직접 작성한 계약서를 자꾸만 요구하려면 도라지를 뽑아내라는 어이없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임대료 외에도 밭직불금까지 모두 줄 터이니 농지원부를 만들 수 있는 계약서만 작성해 달라고 부탁해도 소용 없었다. 결국 이중임대 된 상태로 그 밭을 근거로 농지원부를 만들 수 없었다. 그나마, 연간 임대료는 38만원으로 하고, 전기철선이 설치되어 있으며, 전기료는 태복이형이 내기로 했다. 아랫 논이 파여진 관정은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했다.
<사진 2. 이랑에 일정한 간격으로 골을 파고 씨앗을 넣고 있는 모습과 1차 풀매기을 끝내고 고랑에 부직포를 깔아 둔 모습>
3월 중순, 밭을 로터리 치고 두둑을 만들었다. 사래가 길기 때문에 가운데 가로지르는 배수로를 만들고 이랑너비 1미터 정도로 씨앗을 뿌릴 판을 만들었다. 오로지 5년 근 무농약재배 도라지를 얻고 싶은 욕심에 시작한 일이었다. 영농비가 얼마나 들고, 구체적으로 도라지 재배과정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오로지 확실한 무농약재배 5년 근 도라지를 만들자는 순진한 욕심뿐이었다.
문제는 씨앗을 뿌리는 일부터 발생했다. 씨앗 넣기 첫날, 텃밭에 도라지를 가꾸어 봤다는 할머니의 말을 따라 이랑에 일정한 간격으로 골을 타고 강모래와 섞은 씨앗을 주먹으로 쥐고 뿌렸다. 오전에 밭의 앞쪽에 씨앗을 넣고, 오후 뒤쪽에 씨앗을 넣으려는데 가랑비가 오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비가와도 괜찮다며 씨앗 넣기를 계속했다. 결과적으로 비가 오는 순간 씨앗 넣기를 멈추었어야 했다. 뿌려진 씨앗에 모래흙을 얇게 덮어 주는 것이 중요한데, 비가 오면서 젖은 흙을 덮어야 했고, 비가 그치면서 덮은 흙이 굳으면서 단단해져서 싹이 트지 않았다. 비오기 전에 뿌린 곳은 완벽하게 발아된 반면, 비를 맞으며 뿌린 곳은 전혀 싹이 트지 않았다. 결국 이랑의 흙을 부드럽게 깨고, 씨앗을 구해 다시 뿌려야하는 고난을 겪고 말았다. 차라리 흙을 덮지 말고 모래에 섞어 뿌리기만 했더라도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씨앗 넣기 할 때는 할머니들이 바뀌었다. 운봉엄니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인데, 이랑에 골을 타고 씨앗을 뿌린 것을 보고는 ‘어떻게 도라지씨를 이따위로 뿌렸느냐.’며 나무라셨다. 결국 이랑에 골 타는 것을 하지 않고 모래에 섞은 씨앗을 흩뿌리고 갈퀴로 살살 긁어주는 정도로 덮는 작업을 마쳤다. 우여곡절 끝에 도라지 싹이 트고 제1포장이 만들어 졌다.
<사진 3. 비를 맞으며 씨앗을 넣은 곳과 비오기 전에 넣은 곳의 씨앗 발아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준다.>
첫 해 씨앗을 뿌리는 순간부터 한 여름 풀뽑기 작업까지 인건비만 400만원 넘게 들었다. 그나마 첫 번째 풀매기를 하면서 부직포를 깔아 두면 고랑의 풀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면서 한 번 풀매는 작업의 인건비를 절반정도 줄일 수 있었지만, 그해 가을까지 500평 도라지 밭에 800만원 가까운 영농비를 퍼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시도였다.
그렇게 시작된 도라지 농사가 올 해로 3년째이다. 그동안 도라지 꽃대를 채취해 발효하고, 밭에서 뽑아내는 풀도 발효액의 재료로 사용했다. 특히, 첫 해 고랑에 자라는 쇠비름은 엄청난 양이었다. 처음 씨앗이 발아해 싹이 올라오는데, 풀과 구분이 너무 어려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도라지의 싹과 진득찰의 싹은 어릴 때는 평생 농사지은 할머니들도 구분이 안 될 만큼 닮았다. 그렇게 첫해에 들어간 영농비의 대부분은 잡초를 발효액의 원료로 사용해 얻은 양으로 보상받는 것으로 위안 삼았다. <! 2013년, 도라지 농사 두 번째 해는 밭의 풀뽑기 횟수를 두 번으로 줄일 수 있었고, 도라지 꽃대를 발효시키면 맑고 향기로운 발효액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구가 5월 말경에 도라지 줄기를 예초기로 잘라주면 잘린 자리에서 3개의 싹이 자라나 더욱 무성해지기 때문에 풀 걱정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용기가 없기도 했고, 집사람 병세가 위독해지면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올해는 꼭 실험해 보고 싶다.
2.슈퍼도라지밭 – 제2포장 조성
2013년 봄, 운봉엄니께 얻은 600평 규모의 밭에 콩을 가꾸고 난 다음, 10월 말이 되었을 때 이랑을 만들고 11월 초에 슈퍼도라지 씨앗을 넣었다. 충북괴산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 농민에게만 씨앗을 공급하고 통제하는 바람에 씨앗을 얻는 것이 어려웠다. 2012년 가을부터 그 지역 농민들을 직접 찾아가 슈퍼도라지 씨앗을 구입해 보려고 했지만, 얻을 수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일반도라지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알게 된 한 분이 슈퍼도라지 씨앗을 판매하고 있다고 했고, 1되에 3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슈퍼도라지를 재배하는 방법은 직파와 묘판을 이용해 육묘과정을 거쳐 이식하는 두 가지 방법을 권하고 있었는데, 가을철이므로 직파법을 실행하기로 했다. 풀뽑기를 줄이고 뿌리마다 정확한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멀칭재배 방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멀칭재배를 실행하려니 씨앗 넣는 작업에 많은 인력이 들었다. 600평가량 씨앗을 넣는데, 4명의 할머니들이 꼬박 3일 걸렸다.
도라지 제2포장이 된 슈퍼도라지밭은 제1포장보다 더 깊은 산 속에 외떨어져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땅도 농지원부를 만들 수 없었다. 80이 넘은 운봉엄니 말씀을 듣고 연 50만원에 계약하였는데, 년 전에 돌아가신 영감님이 살아생전 한 땀 한 땀 개간하여 논으로 만들었던 곳으로 몇 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고 내박치는 것이 안타깝다며 사용하라기에 덥석 계약한 것이다. 굳이 800평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운봉엄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막상 트랙터 작업을 해보니 600평이 못 미친다는 의견이었다. 산자락의 밋밋한 부분을 깎아 만들었던 곳이기 때문에 밭의 뒤편으로는 산에서 지하로 흐르는 물기가 계속 배어 나왔다. 물기를 없애느라 포크레인을 불러 깊게 배수로를 만들었다. 봄에 콩을 심으면서 산 속에 있는 밭이니 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해 밭 둘레에 노루망을 설치해야 했다. 1미터 길이 알미늄 말목을 구해 5미터 간격으로 박고 타이를 이용해 노루망을 결박했다. 꿩이 콩 씨앗을 파먹는 것을 막기 위해 70% 해가림 망을 구해 밭 전체를 덮어주었다. 가을에 콩을 수확해 무농약콩으로 판매했지만, 인건비와 재료비를 합쳐보니 콩 값 전체 220만원으로 같았다. 결국 봄부터 가을까지 산 속을 오르내린 자동차연료비와 나의 인건비는 경험을 쌓는 학습비용이었다.
10월 말이 되어 슈퍼도라지 씨앗을 구하고, 제2포장 조성에 들어갔다. 콩을 재배했던 밭을 로터리 치고, 1미터 너비로 이랑을 만들었다. 씨앗을 넣기 2주일 전까지 이랑을 만들고 멀칭비닐을 씌워 두었다. 멀칭용 비닐은 최소 3년을 덮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멀칭용 비닐보다 두꺼운 0.3밀리 두께의 것으로 정하고, 가로와 세로 각각 10cm 간격으로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하게 구멍을 뚫어 달라고 농협에 주문했다. 10월 초에 주문한 비닐이 도착하는데 10월 말이 되어서야 나왔다. 롤당 가격은 60,000원으로 농협에서 10개를 주문하고, 내가 6개를 구입했다. 특수한 규격으로 주문 제작하는 것은 최소 10단위로 주문해야 하며, 그 중 6개 정도는 주문자가 소비해 주어야만 농협이 나머지 4개를 재고로 잡을 수 있단다. 그렇게 슈퍼도라지 밭을 조성했는데, 겨울을 나면서 바람에 날려 2014년 새로 멀칭작업을 해야만 했다.
2013년 11월, 직파 했던 슈퍼도라지 씨앗은 10%도 발아하지 않았다. 비닐은 날리고, 씨앗은 발아하지 않고, 정말 맘고생이 심했다. 슈퍼도라지밭을 포기할 생각으로 4월 중순이후 밭에 들르지도 않다가, 제1포장 풀매기작업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가보자는 운봉엄니의 고집 때문에 들렀는데,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5월 첫 주가 지나고 있으니 씨앗을 넣고 6개월 만에 삭이 트는 것이다. 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포기하려던 마음을 돌려 3포장에 심으려고 준비한 육묘판에 키우고 있는 슈퍼도라지 싹을 이곳으로 이식하고, 소석리 3포장에는 일반도라지 씨앗을 뿌리기로 했다. 200홀 육묘 트레이 432개에 자라는 싹은 약 86,400본이다. 3포장의 넓이는 약100미터 길이의 사래가 14개로 필요한 도라지는 약 140,000본이다. 절반 정도 이식하고 나면 부족할 것이다. 나머지를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 했었는데, 일반도라지 씨앗을 넣게 되면 그런 걱정은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2ㅔ포장 슈퍼도라지밭은 약 50미터 길이의 사래가 14개 정도로 필요한 도라지는 약 70,000본이다. 육묘판에서 약간의 손실을 20% 정도 감안하고, 드물게 싹이 트는 것을 보식한다고 생각하면 적당한 숫자가 된다.
3.소석리 도라지밭 – 제3,4,5포장 조성
무식하고 용감하게 도라지 농사하면서 많이 깨우치기도 했지만, 올해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매달리면서 내가 얼마나 무식한 농사꾼인가 새삼 깨닫는다.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는 남농에 3년 근을 납품 해 보려고 질문을 했더니, 도라지라면 매우 반길 것이라는 희망적인 소리를 들었지만, 인증센터에서는 이중임대 된 밭으로 농지원부 없이는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농지원부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또, 누구나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누구나 농민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농민의 자식으로 자라고 농과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했지만, 농민 되는 길이 이렇게 험난할 줄이야. 결국 농지원부를 만들 수 있는 밭을 구하기 위해 겨우내 찾아 헤맸고, 2013년 12월 중순, 남원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담당자의 도움으로 묵정밭을 임대하여 농지원부를 만들 수 있었다. 농지원부를 만들고 농산물검사소에 들러 농업경영체 등록을 마치고 나오던 날 얼마나 뿌듯하던지.... 2014년 2월에 들어 농지원부를 만들었던 묵정밭의 주인이 밭을 개간하려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계약을 파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10여 년 동안 산처럼 버려두었던 땅을 개간해 쓰겠다는 것이다. 큰 나무만 베어내고 도라지 씨앗을 뿌려 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밭주인은 포크레인 작업으로 완전히 밭을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도라지를 재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몇몇 분들의 충고도 있었지만, 소석리 밭 1800평을 임대하기로 했다. 농지원부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평수 2000평정도 되는 밭으로 아래쪽 1100평(4, 5포장) 정도는 3년 동안 묵정밭으로 있었고, 위쪽 900평(3포장) 정도는 지난해까지 고추농사를 지었던 곳이라 했다. 땅주인의 동서가 귀농하여 고추농사를 지었는데, 유기농을 한다면서 풀도 뽑지 않고 내박치는 꼴이 거슬려 임대를 거두게 되었단다. 땅주인은 산림청양묘사업소에서부터 ‘소석리엄니’라고 부르던 분으로 부부가 소를 키우느라 밭농사를 전혀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석리 3, 4, 5포장은 보기와 달리 물기가 많은 곳이다. 마을 사람들도 지날 때마다 걱정하는 소리를 했다. 내년이라도 물기 때문에 도라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곧바로 옮길 생각이지만, 현재로는 농지원부 만드는 것이 더욱 긴급한 사정이다. 땅을 깊게 갈아엎고 로터리작업을 한 후 이랑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3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멀칭작업을 마치고, 씨앗 넣기를 하며 배수 관리를 해보니, 땅의 생김새와 달리 물기가 매우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 수 있었다.
암튼 잘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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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4년 5월 6일, 화요일, 맑음
1.도라지 제1포장(3년근) 풀뽑기 – 4일차
인부는 어제처럼 할머니 6명이다. 제발 오늘은 끝마쳐야 하는데.... 싶어 조마조마 했다.
오전 중에 날씨는 쌀쌀했다. 뒤편의 땅이 굳어 있었는지 풀이 잘 뽑히지 않는다는 것이 할머니들 말이었다. 어제 끝내지 못한 이랑을 끝내는데 오전을 다 보냈다.
오전 간식은 육개장 사발면을 끓여 드렸다. 오랜만에 하나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는데, 그동안 물을 너무 적게 부어드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끓여 드린 사발면은 물이 부족했을 터인데 아무런 말씀 없이 드셨던 것이다. 점심은 ‘운봉사람들의 집’에서 갈치국 백반을 가져다 먹었다. 7인분 56,000원.... 한 분이 갈치비린내를 싫어해 드시지 않았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를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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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제1포장 2014년 제1차 풀매기 작업-평균 6명의 할머니가 4일에 걸쳐 작업 했다.>
오후 4시가 다 된 시각에 풀뽑기가 끝났다. 고랑에 부직포 덮는 작업을 마무리했는데, 고정핀이 부족했다. 낡은 부직포를 설치하다보니 고정핀을 촘촘하게 박으면서 부족하게 된 것이다. 부족한 시점에서 그만두고 일을 끝내고 싶었다. 할머니들이 부직포를 설치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직포를 설치할 때는 먼저 양쪽 끝을 팽팽하게 당겨 고정하고 중간 중간에 도라지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고정핀을 깊게 꼽는 것이 중요한데, 대충 박아 넣기 때문에 헐렁헐렁하게 설치되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날려버리게 된다. 나중에 혼자서 작업을 하겠다고 해도 굳이 같이 작업을 끝내겠다며 달라붙었다. 결국, 끝내기는 했지만 내일 다시 작업을 해야 할 판이다.
2.제2포장 (슈퍼도라지밭) - 6개월 만에 싹이 트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작년 가을에 씨를 뿌린 제2포장 슈퍼도라지밭에 가보자는 운봉엄니 말씀을 어길 수 없어 밭으로 올라가 보았다. 비닐의 대부분은 바람에 날려갔고, 뚝새풀이 한창 자라기 시작했다. 이랑에 엎드리다 시피 가까이 들여다보던 운봉엄니가 소리쳤다.
“야야, 신선상아! 싹 올라온다. 인자 막 올라온다.”
깜짝 놀라서 들여다보니 정말 여기저기 싹이 올라오고 있다. 바람에 비닐이 날리지 않고 남아 있는 곳의 이랑에는 곳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다. 비닐이 날린 곳은 싹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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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에 조성한 슈퍼도라지밭은 성한 비닐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었다.>
작년 11월 초에 씨앗을 뿌렸으니, 정확히 6개월 만에 싹이 돋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라지의 싹이 돋는 시기가 다른 작물에 비해 늦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늦게 싹이 날 줄은 몰랐다. 아마도 기온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4월 말 5월 초 운봉의 기온은 밤낮의 차이가 심하다. 낮에는 18~20도를 오르내리는 반면에 해가 지면 7~10 안팎으로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몹시 춥다. 한 낮의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르기 전에는 도라지씨앗의 발아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3월 초순에 화단에 씨앗을 뿌려두었는데, 5월 초순이 되어서야 싹이 튼다던지, 3월 말에 밭을 준비해 씨앗을 뿌려두었지만, 4월 말이 지나서야 싹이 나오기 시작하는 등의 현상을 보아도 도라지씨앗의 발아는 한 낮 기온이 20도 가까이 되어야 발아되는 것 같다.
3월에 씨앗을 가져간 공주의 사촌동생은 벌써 도라지 싹이 나왔다고 했다. 그런 걸로 미루어 볼 때 도라지 씨앗의 발아는 기온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다는 것이 확실하다. 가장 적절한 파종 시기는 4월 중순경이 아닐까 싶다.
제2포장을 포기할 경우 운봉엄니는 자기가 그곳에 깨를 심겠다고 했었는데, 도라지 싹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이상, 그냥 둘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트레이에 키우는 싹이 자라면 이곳에 보식을 하는 식으로 옮겨 심고, 새로 조성한 소석리 포장에는 모두 일반도라지 씨앗을 뿌리기로 했다. 200구 트레이 숫자는 432개, 전체 모종의 숫자는 86,400본이다. 트레이의 모종을 심을 예정이었던 소석리 포장의 넓이는 약 900평, 넓이 1미터 이랑의 길이는 약 100미터, 이랑의 숫자는 16개. 필요한 모종의 숫자는 약 160,000본 대략 절반정도 밖에 채울 수 없는 실정이다. 제2포장의 이랑 길이는 대략 50미터, 이랑의 숫자는 12개 정도, 필요한 모종의 숫자는 약 60,000본, 즉 작년에 뿌린 씨앗이 전혀 싹트지 않더라도 트레이의 모종으로만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게 포장 조성계획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인 것 같다. 특히, 일반 도라지밭 옆에 슈퍼도라지밭을 조성하는 것은 씨앗의 혼성이 생길 염려도 있다.
3.영농비
-음료 및 간식 : 요구르트 10개, 빵 6개. - 11,500원
-점심식대 : 감자갈치국, 백반 – 56,000원
-인건비 : 할머니 6명 – 300,000원(현금 35만원을 찾아 5만원은 생활비로 편입)
-합계 : 36,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