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오피러스 좌측사진(GH350) 와 뉴오피러스 우측사진(GH330) 사진비교
기아자동차 오피러스가 ‘뉴(New)'자를 달고 나타났다. 앞뒤 모양이 바뀌고, 심장도 달라졌다. 기아의 플래그십답게 고급차가 갖춰야 할 기능은 모두 담아냈다. 그 결과 지난 6월 대형차부문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오피러스 월 판매실적이 2,000대를 넘어선 건 2003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하이 오너 세단'으로 개념을 정립하며 이미지를 쌓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오피러스가 세상에 나온 건 2003년 3월이다. RV와 달리 승용 브랜드가 약했던 기아는 최고급차로 오피러스를 개발, 선보였다. 당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신차발표회에 직접 참석해 "오피러스가 기아의 승용 브랜드 경쟁력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믿는다"며 깊은 관심을 표했다. 기아도 정 회장의 말처럼 오피러스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며 성공을 확신했다.
기아가 오피러스의 성공을 예상했던 이유는 바로 대형 세단의 틈새였다. 오피러스가 출시되기 직전 국내 대형차시장은 에쿠스와 체어맨 그리고 그랜저 등이 자리하는 상황이었다. 기아는 그랜저의 경우 중형 세단의 바로 윗급으로 대형급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고, 그렇다고 에쿠스나 체어맨을 직접 운전하고 다니면 마치 ‘고용된(?) 운전기사’로 보는 외부 시각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파고들었다. 실제 광고에서도 오피러스는 VIP로서 뒷좌석에 편히 앉아 가도 좋고, 직접 운전해도 운전기사로 보이지 않는 차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새 시장을 개척하려 한 기아의 의지와 달리 국내 최고급 승용차 구매자들은 앞에 운전기사를 두고 타야 최고급 승용차라는 확고한 인식을 버리지 못했다. 반면 운전기사를 두지 않는 하이 오너 세단으로서 오피러스는 그랜저 대비 비싼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출시 후 2개월만 월 판매실적이 2,000대를 넘었을 뿐 이후 판매실적은 기아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2003년 한 해 판매대수가 1만3,098대에 그쳤고, 2004년은 1만135대로 더욱 감소했다. 급기야 지난해는 1만대를 채우지 못한 9,325대로 만족해야 했다. 반면 기아가 경쟁차종으로 여긴 뉴에쿠스는 지난해에만 1만3,800대가 팔렸다. 뉴체어맨은 이 보다 더 많은 1만5,100대가 나갔다. 그랜저도 무려 7만3,000대가 판매됐다. 기아가 경쟁으로 삼은 모든 차종과 비교해도 많이 뒤진 셈이다.
뉴오피러스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아는 상품성 강화를 위해 뉴오피러스만의 새로운 기능을 일부분 추가했는가 하면, 처음부터 하이 오너 세단의 성격을 확실히 하려 한 흔적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
▲디자인
기본적인 겉모양은 오피러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눈에 잘 보이는 곳에서의 변화는 많다. 우선 앞모양에선 고급스러움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달라진 점이 눈에 띤다. 좌우로는 분리형 헤드 램프가 자리하고 있는데, 라디에이터 그릴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차분함과 중후함이 풍긴다. 측면은 직선을 주로 사용해 위압감을 주지만 끝부분은 원형으로 처리해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권위적인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뒷모양도 세로형으로 길게 뻗은 리어 램프의 형상이 이전보다 세련된 분위기를 갖췄다. 구형에서 추구했던 ‘부드러운 품격’이 뉴오피러스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편의장치의 배열은 정돈이 잘 돼 있다. 스티어링 휠 좌우에는 오디오와 핸즈프리 조작버튼이 달려 있고, 계기판을 비롯한 실내 전체의 검정색 적용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모니터가 있고, 그 아래에 오디오와 공조장치가 순서대로 위치해 있다. 스티어링 휠 좌측에는 페달의 높낮이 조절장치와 기타 계기판 조도 조절스위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성능
기아는 뉴오피러스를 엔진 배기량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그랜저 2.7 및 체어맨 2.8과 경쟁이 가능한 2,700cc급, 그랜저 3.3과 체어맨 3.2를 겨냥한 3,300cc급 그리고 그랜저 3.8과 체어맨 3.6을 염두에 둔 3,800cc급이다. 시승차는 3.8 최고급형으로 최고출력이 266마력에 달한다. 최대토크도 36.0㎏·m(4,500rpm)로 높다. 여기에 변속기는 5단 자동이 적용됐다.
일단 가속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반응하는 것 같지만 꽤 빠른 응답성을 보인다. 페달에 큰 힘을 가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속도계는 시속 100km에 달한다. 이내 속도를 높여도 별 무리없이 시속 180km까지 올라간다. 달릴 때 소음도 거의 없는 편이다. 시속 140km를 넘기면서 풍절음 외에 엔진 소음이 약간 들리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소음에 민감한 사람이라도 크게 불평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주행 때는 서스펜션을 '스포트'와 '노멀'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스포트와 노멀 모드의 승차감은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난다. 전환 스위치(ECS)는 변속레버 옆에 있다. 그 아래로 뒷유리 커튼을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버튼이 자리잡았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꽤 민감하다. 하이 오너 세단이 추구해야 할 이른바 ‘송곳같은 핸들링’을 갖추려 한 흔적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운전은 재미있다.
뉴오피러스의 컨셉트가 하이 오너 세단이라는 점은 뒷좌석에 앉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센터 암레스트에 오디오와 공조장치 등의 조절버튼이 있어 얼핏 보면 뒷좌석 승객을 위한 차로 보이지만 오래 앉아 있으면 조금 불편하다.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으나 편안함 측면에선 에쿠스나 체어맨에 비해 덜하다. 그러나 최고급 대형 세단에 필요한 갖가지 편의기능은 거의 모두 적용됐다. 뒷좌석 좌우 유리는 프라이버시 글래스가 채용됐고, 운전석 조절장치는 도어 패널에 부착돼 있다. 이 밖의 안전장치로 회전반경을 제어하는 VRS가 더해졌다.
▲가격
뉴오피러스는 3,460만원의 GH270 고급형을 시작으로 5,580만원의 GH380 프리미엄이 최고급 차종으로 마련돼 있다. 이 가운데 최근 CF로 주목받은 전방 모니터링 시스템은 GH380 최고급형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주력차종인 GH330은 3,880만원에서 4,800만원의 가격대다. 가격만 놓고 보면 그랜저보다는 다소 비싸고, 체어맨과 에쿠스에 비해선 낮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