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安昌浩)의 격문(檄文)
- 증거 제48호 -
우리 흥사단은 건전한 인격과 신성한 단결을 이룩하는데 목표를 세우고 여러 동지들이 맹약(盟約)하여 성립되었던 것입니다.
오로지 우리 한국의 혁명의 원기(元氣)을 알차게 하여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흥사단은 평범한 수양주의로써 성립된 수양단체가 아니라, 한국의 혁명을 중심으로 해서 투사(鬪士)의 자격을 양성하고자 하는 혁명훈련단체인 것입니다. 이것을 최초로 맹약하여 발기(發起) 한 동지들인 품고 있던 정신과 뜻을 헤아리고, 그 후에 가맹(加盟)한 일반 동지들의 뜻을 헤아려 보면 한국이 이민족(異民族)에게 침탈되어 2천 만 동포가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을 뼈아프게 원망하며 조국을 광복하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입니다.
우리들의 정신과 마음이 이러했고, 동시에 문자에 나타난 것을 보더라도 첫째 목적에 우리 민족의 전도대업(前途大業)의 기초를 준비한다고 씌어져 있으므로 그 전도대업은 다름 아닌 구국광복(救國光復)하는 혁명의 대업인 것입니다. 또한 단가(團歌)를 보면 "조상의 나라를 빛내려고", '한 목적 달성하자고", "조국아 걱정마라", "네 영광을 빛내리라"고 한 것이나, 또는 서약에 "나는 동지와 더불어 위태로울 때 함께 조국을 구제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되어 있으므로 우리들의 가장 주된 목적에, 우리들이 엄중히 여기는 서약에, 날마다 정성으로 노래 부르는 단가에 싣고 있는 것들이 모두 혁명을 목표로 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흥사단은 혁명을 중심으로 한 투사의 인격을 훈련하고, 혁명투사의 결합을 위해 성립한 단체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1. 우리 흥사단을 개조하여 혁명당으로 변체(變體)할 것인가?
종전부터 주장한 훈련단체의 성격을 바꾸지 않고 다만 규약과 방법만을 개선할 것인가? 또는 혁명당과 훈련단체의 성격을 병유해서 진행 방법을 새로이 개정할 것인가? 등의 3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대두되었습니다. 나는 흥사단은 혁명을 중심으로 하는 훈련단체가 되고, 혁명당은 별도로 조직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들은 혁명에 전력해야할 때입니다.
오늘날에 처하여 한국 사람으로서는 혁명밖에 할 것이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국인의 생존이나, 위안이나, 장래의 번영은 오로지 혁명에서 찾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들은 혁명이 없으면 지옥에서 영멸할 입장에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대소를 불문하고 오직 혁명을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단체사업은 차치하고 한 개인이 입고 먹는 일까지도 혁명 그 자체를 위해서 입고 먹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혁명을 중심으로 한 투사의 인격을 훈련하는 훈련기관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서 우리 단을 혁명당으로 변체하지 않으려고 하는가?
첫째는 우리들이 본단을 변체해서 혁명당으로 개조한 뒤에도 훈련기관을 두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단원보다 사회적 · 혁명적 훈련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혁명사업의 훈련기관을 조직하여 투사의 양성에 특히 주력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혁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투사 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입장으로서는 남보다 이것에 대하여 더욱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훈련기관을 말살하고, 다시 조직하는 중복된 일을 할 필요없이 훈련기관은 훈련기관대로 두고 다만 정신을 전보다 더욱 명확히 하고, 방법을 전보다 낫게 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는 혁명의 이해관계로 보아 흥사단을 혁명당으로 변체하는 것보다 별도로 혁명당을 조직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지금 만약 흥사단이 혁명당으로 변체되어 많은 당원을 모집하여 혁명세력을 확장하려고 했더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에 있어 신속히 단기간 내에 큰 세력을 결집한 커다란 당을 성립시키는 일이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흥사단 이외의 무수한 단체가 각각 주관상 혁명조직체인 이상 종래의 자기 단체를 버리고 변체된 흥사단의 혁명단으로 모이게 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혁명당은 흥사단우 · 비흥사단우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혁명의식이 있는 혁명투사를 총망라하여 결집한 후가 아니면 혁명세력은 커질 수 없습니다.
내가 이 같이 말한 것은 일시에 갑자기 온 나라의 혁명투사를 망라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 조직의 기초가 어떤 국부적 소수 단체의 변형으로부터 되지 않고, 대다수가 망라할 만한 각 방면의 핵심분자들의 결합에 의해 성립되어 앞으로 점차적으로 혁명투사의 모두를 망라하여 결집시켜 보자는 뜻입니다.
혹자는 말하기를, 우리 단이 훈련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청년들이 이것을 환영하지 않기 때문에 단의 운명이 위태로우므로 정치적 태도를 변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흥사단의 이해를 본위로 한 동지들의 생각입니다. 우리 흥사단의 이해를 생각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혁명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흥사단의 이해관계를 생각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만약 흥사단이 있으면 혁명이 불리해지고 흥사단이 없으면 혁명이 유리해진다고 보면, 흥사단을 희생하는 것이 정당하며 조금도 아까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별도로 혁명당을 조직하여 다수의 역략을 결집시키는 것이 혁명에 유리하다고 여겨 혁명당을 별도로 조직해서 투사의 인격을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일이 우리 혁명에 유리하다고 보아 훈련기관인 흥사단을 그대로 두고 다만 그 정신을 명확히 해서 그 방법을 개선하자고 말한 것입니다.
끝으로 몇 가지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우리 한국의 혁명을 위해서 단연코 희생이 될 것을 결심하고 혁명공작을 실제로 착수합시다.
2. 혁명의 대당(大黨)을 조직하기 위해 한결 같이 노력합시다.
3. 본단은 혁명전선의 유력한 한 지대로서 부분운동에 전력하여 혁명을 적극적으로 조력합시다.
4. 혁명을 위해서 제각지 지성으로 의견을 토론할지언정 감정적 투쟁은 하지 않기로 합시다.
5. 본단의 개조와 사업추진방침 등을 토론하던 중 한때의 의견 불일치로 인하여 탈퇴하는 것과 같은 단체생활에 부적당한 태도는 버리기로 합시다.
6. 단에 대한 의무를 전보다 더욱 더 충실히 이행합시다. 이것이 우리 단을 진흥케 하는 최대의 조건입니다.
7. 의무 이행의 게으름을 고치고 단에서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해서 냉평만을 일삼는 것을 고쳐 주십시오.
8. 동지와 동지 간에 서로 사랑하는 정의를 전보다 더 두텁게 합시다.
9. 본단의 기관을 급작스럽게 확장하려들지 말고 제각기 힘을 다하여 현상을 유지시킵시다. 한 사람의 사무원을 두고서 사무를 보게 하는 것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을 잘 계속하지 않으면 장래의 확장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10. 어떤 단체, 어떤 사람을 불문하고 우리 동족 자체 간에 있어서는 절대로 감정적 투쟁 · 저항적 행동 · 무례한 대우 등은 하지 말고, 오직 겸손 · 사랑 · 동정 · 화목으로써 상대할 것을 성실히 노력합시다.
이것들이 내가 가장 절규하는 조건입니다. 우리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악평하고 중상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사랑으로써 대우하도록 노력합시다. 현재 우리들은 민족혁명의 운동자이므로 오직 우리들의 원적은 일본뿐입니다. 이런 시기에 있어서 동족간의 애정이 강렬해지는 것은 도덕상 당연할 뿐만 아니라 혁명역량을 결집하여 큰 세력을 완성코자 한다면 압박 밑에서 함께 고통 받고 있는 동포 간에 있어서는 호애상조(互愛相助)의 정신을 먼저 양성해야 합니다.
우리들은 저들의 모든 협의를 잊어버리고 오로지 우리 동포들을 진심으로 사랑합시다. 이 글을 명백히 등사기로 인쇄하여 각 동지들에게 나누어 보내되 절대로 적에게 입수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단기 4262년(1929년) 2월 8일
안 창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