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가 꿈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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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던 애벌레 초록이가
일렁이는 파도에게 물었다
"언제쯤 푸른 날이 올까요?"
파도가 바람처럼 부서지며
고치 속에서 잠들 수 없는 초록 벌레에게 말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좋아하고 바라고 기뻐하고 지지받을 수 있다면... 그때와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 시련 가운데에서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 40)
오늘 이 사건을 마르코 복음은 전도 여행을 시작하시고 첫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루카 복음에서는 오늘 이 사건을 첫 번째 제자들을 부르신 후, 첫 번째 치유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담긴 사건이었고 가리어진 의도가 있다는 말인데요. 이 사건이 의도적으로 첫자리를 차지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 우리는 주님 마음에 드는 기도. 보석같이 귀한 신앙 고백을 들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이라는 말은 자신의 뜻과 의지를 ‘온전히 내어 맡기’는 기도였고, 자신이 뜻한 바를 ‘자신의 의지대로’가 아니라, “스승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라는 의탁의 신앙고백이었지요.
우리 자신의 뜻에 주님께서 응답하기를 바라는 기도가 아니라, 주님의 뜻과 의지에 자신이 온전히 응답할 수 있음을 믿는 기도였습니다. 이 기도는 예수님께서 겟세마니에서 아버지께 드린 기도이지요.
“내 뜻이 아니라 당신 뜻대로 하소서.”
당신께서 시련과 고통과 절망을 눈앞에서 두시고 아버지께 드리신 기도였습니다.
또 한가지 오늘 복음이 중요한 이유는 오늘 병자의 기도에서 두 가지 믿음을 배울 수 있어서 입니다. 한 가지는 “시련 중에 있지만, 스승님 당신은 저를 온전히 깨끗이 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 분입니다”라는 믿음과 또 다른 한 가지는 “시련 가운데 있는 영혼이지만, 스승님 당신만은 저를 버리지 않으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푸실 분입니다”라는 믿음입니다.
“시련 가운데 부모와 형제, 공동체와 율법이 저를 버렸지만, 주님 당신만은 저를 구원해 주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고 저를 구원해 주실 분임을 믿습니다”라는 기도이고 신앙고백입니다.
🤔 로드마스터
항공기에 '화물 수송을 총괄하는 탑재 관리 전문가'를 일컬어 로드마스터라고 하지요.
'싣다, 탑재하다'라는 뜻의 로드(Load)라는 말과 말 그대로 경력가, 전문가라는 뜻의 마스터(Master)의 합성어로 물건을 탑재하는 전문가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맡겨진 일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그들의 역할이 단순히 화물을 선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은 항공기에 실려질 화물의 중량이나 성격 등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다음에 화물을 적재하게 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곧 하늘을 날개 될 항공기의 '무게 중심'을 예측하여 화물을 싣고 배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만일 화물의 무게 중심이 앞이나 뒤 혹은 오른편이나 왼편으로 쏠리게 되면 항공기가 하늘을 날 때 큰 사고를 일으킬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로드마스터는 실려질 화물의 정보와 중량, 성격 등을 꼼꼼하게 고려하고 파악하여 화물이 기내에 최적의 상태로 배치되도록 계획하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합니다.
🤔 무게 중심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지요. 인재를 잘 뽑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 인재가 자신의 능력과 재량을 마음껏 드러내며 성장할 수 있도록. 그래서 공동체와 개개인이 최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관심과 마음을 쓰는 일이 인사권자의 역할이자 기본적인 일이겠지요. 그러기 위해서 인사의 중심에는 그 공동체와 개인의 가치관에 맞는 무게 중심을 잡아 주는 일이 큰일이 것입니다.
로드마스터의 일 중에서도 하이라이트가 ‘무게 중심 찾기’라고 하지요. 마치 인사권자처럼 로드마스터도 항공기가 무게 중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중요한 무게 중심을 찾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기본적이지만 빠뜨릴 수 없 일이 모든 화물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체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항공기와 하나가 될 특수한 화물의 탑재 가능 여부와 살아있는 동물의 건강 상태, 그리고 일반화물의 포장 상태 등. 각각의 화물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일 말이지요.
접수된 화물들이 무게 중심 맞추어 최적의 위치에 배치되고 안전하게 실릴 수 있도록 계획하고 확인하는 일은 만에 하나, 항공기가 난기류 등으로 흔들리더라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신앙의 무게 중심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치유 사건을 묵상하면서 우리네 인생 여행도 체크해 봅니다. 우리 삶의 무게 중심은 어디에 있는지. 올바른 가치관에 안전하게 놓여있고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지 성찰해 봅니다.
난기류에 흔들리지 않을 항공기는 없겠지만, 난기류를 만난 듯, 시련과 절망 가운데 있을 때 무게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나의 기도는 어떤 기도이며, 그분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난기류를 만나 흔들리는 항공기의 무게 중심을 잃게 하는 것은 화물의 부피나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여행 가방만 한 크기라도 무게가 1톤이나 되는 화물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사고는 난기류보다 항공기가 안팎으로 균형을 잃었을 때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그러고 보면 사람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생의 여정 중에 난기류와 같은 시련의 상황은 언제든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삶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양 날개인 '존재의 의미'와 '올바른 가치관'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분과 나의 '존재의 의미'는 인생의 최종 목적지이고 '신앙의 가치관'은 길고 힘든 여정에서 이정표가 되어주니까요.
인생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들. 특히 신앙인들에게는 무게 중심이자 양 날개 되신 분이 계십니다. 여정의 안내자이시자. 로드마스터이시며 섭리자이시고 항공기 조종사이시자 항공기 그 자체이신 분.
신앙의 양 날개가 되는 '존재 의미'이시며 '가치관'이신 분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분이 우리 여행에 동행하시며, 눈에 띄지 않고 가리어져 있지만, 자녀들의 안전과 쾌적한 여행을 위해 섭리하시고 이끌어주십니다.
세상의 모든 이든이 그 '삶의 무게 중심'을 잃지 않도록.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소유물이 사고 없이 안전할 수 있도록 그분이 만사를 자비로써 통치하시고,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시는 대로 모든 것을 분배하시고 이루시지요.
영성 생활의 반석은 믿음입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신뢰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난기류를 만나고 시련 중에 무게 중심을 잃더라도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고백을 할 수 있기를.
주님을 따르기로 나선 여러분. 시련 가운데 선 여러분. 여러분은 누구이고 무엇이며, 여러분에게 예수님의 존재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러분에게 그분의 존재 의미는 무엇입니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영원하신 말씀을 통하여 만물을 창조하시고 피조물에게 존재를 부여하신 후, 그것들이 무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그것들을 자연 운명에 내맡기지 않으시고 또 무의미하게 운행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성 아타나시오 주교의 ‘이방인을 거슬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