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를 쳤던 경험 고백

나에게도 사기를 친 경험이 있다. 죄의식 없이 합법적(?)으로 사기를 친 것이다. 이른바 ‘금융 사기’!   40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고백하더라도 형사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믿고 대담(?)하게 털어놓는 것이다. (이 경우 ‘대담하게’가 아니라 ‘뻔뻔스럽게’라고 해야 옳겠다.^_^) 1970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간.   그때 나는 대구 시내 모 국민학교 교사였다. 미혼시절이니까 어여쁜 총각시절이었다.(비록 그 당시로서는 노총각에 속했지만 우리나이로도 30 이전이었다.^_^) 당시에는 모든 공무원과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저축을 해야 했다. 그래서 나도 당연히 해야 했다.(무슨 수로 안 하고 배겼겠는가? 아이들에게도 저금을 하게하고 교실에 그래프를 그려서 공개하는 터에. 교무실에는 학급별 저축 실적을 역시 통계표로 공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봉급에서 원천 공제하지는 않고 정기적으로 예금 또는 적금하고 있음을 매월 제출해서 확인하면 되었다. 그때 내 급여는 5만여원. 최소 10% 이상해야 했다. 물론 다다익선이었다.(다행히 교사 저축실적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내가 최고 저축왕이었다. 상장도 받았다! 거짓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게 사기극으로 이룬 것이었음을 지금 털어놓으려는 것이다. 미리 웃지 마세요.)   1969년 3월, 780여원씩 매월 불입해서 12개월 뒤 1만원 타는 적금에 들었다. 적금통장 1번(이 번호는 내가 내 통장에 붙인 번호임). 물론 일반 예금 통장에 따로 4,220원 가량 예금해야 한다. 총액 5천원 정도 예금해야 급여 총액의 10%가 되니까. 4월엔 780여원×2=1,560원(쯤) 불입해서 1번 통장에 불입도 하고, 다시 새 통장(2번)을 개설. 일반 예금 통장엔 (5천원-1,560원) 만큼만 예입. 5월엔 780여원×3=2,340원(쯤) 불입해서 1, 2번 통장에 불입도 하고, 다시 새 통장(3번)을 개설.(통장이 3개가 되었다.). 물론 일반 예금은 그만큼 적게 예입한다. 이렇게 매월 새로운 통장을 하나씩 늘려 나갔다. 7개월째가 되는 9월엔 일반예금 통장은 필요 없어진다. 적금만 해도 5천원 수준을 돌파하니까. 그 이후부터는 내가 감당하기엔 벅찬 수준의 적금을 부어간다. 그렇게 해서 연말(12월)엔 7,800여원을 불입해서 10번까지 적금통장이 생기게 되고, 12개월째가 되는 이듬해(1970년) 2월에는 9,360원 정도 불입해서 마침내 12번 적금통장이 생긴다. 이런 행위로 은행(대구은행)창구 직원을 번거롭게 해주었는데도 그는 즐거워했다. 매월 고무줄로 묶은 통장 뭉치를 들이밀면 그는 아주 반갑다는(웃긴다는 뜻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웃음을 웃는다. 나는 그에게 아주 잊을 수 없는 단골 고객이 되었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그 사이 5개월 정도 내 분수에 넘치는 벅찬 저축을 한 보람이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바람에 나는 그 동안 급여액의 15%에서 20%에 육박하는 저축을 하는 실적을 과시(?)할 수 있었다. 1970년 3월! 그 달부터 나는 내 봉급은 전혀 축 내는 일 없이(축내기는커녕 오히려 매월 640원 가량 은행으로부터 상여금(?)을 받아 챙기면서) 매월 9,360여 원씩(20%에 가까운!) 꼬박꼬박 저축하는 놀라운 실적을 과시하게 된다. 무슨 이야긴지 아직 이해가 안 되시는 분만 계속 더 읽기 바란다. 3월에는 1번 통장으로 1만원을 타서, 2번부터 12번까지 11개 통장에 적금하고, 다시 13번 통장까지 개설하고도 640원이 남는다. (이제 더 설명이 필요한지요?) 아직도 머리가 안 돌아가시는 분을 위하여 추가 설명(같은 설명의 반복). 4월에는 2번 통장으로 1만원을 타서, 3번~13번까지 통장에 적금하고, 다시 14번 통장까지 개설하고도 640원이 남는다. (머리가 안 돌아가시는 분들, 이제 이해가 되셨나요?) 이렇게 나는 (내 구렁이 알 같은 봉급 봉투에서는 )한 푼도 축내지 않고도 매월 1만원 가까운 저축을 한 것으로 실적을 과시할 수 있었다. 매월 고무줄로 묶은 12개의 통장을 서무과에 제출해서 실적 확인을 시키는 바람에 서무과의 화제가 되었다가 마침내는 전교적인 화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 학교 직원 중에는 최고 저축 실적을 내게 되어 포상까지 했다는 거 아닙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금융 관계 직에 있는 지인에게 이게 범죄인가 아닌가 물었더니 “그게 왜 범죄입니까? 그건 이자만 챙겨가고 원금은 계속 은행에 유지시켜 둔 것과 같은 결과이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으로서는 고마운 거죠. 다만, 학교 서무과에 하는 실적 보고는 거짓이지만.”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솔직히 이게 금융 사기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g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