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C&Eㆍ성신양회 이어 후속 타자 無
가격 인상 카드만 만지작..."눈치싸움 중"
국토부 "기본적 원가 정보 공개" 거듭 지적
건설업계 "철강재 등 주요 자재 정보공개 필요"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시멘트 유통기지 현장을 방문,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와 가격 인상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연합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쌍용C&E와 성신양회의 14% 상당 가격 인상 발표 이후 건설업계의 반발에 정부 압박까지 더해지며, 나머지 5개 시멘트사들의 후속 가격 인상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자칫 가격 ‘담합’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탓이다.
18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6월 초 쌍용C&E와 성신양회의 시멘트 가격 인상안 발표에 이어, 6월 중순 이후 추가 가격 인상 공표를 준비 중이던 일부 시멘트사들이 인상 카드를 쉽게 꺼내 들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과거와 달리 수요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탓이다.
특히 건설업계가 국회와 정부에 공사비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며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까지 시멘트 가격 인상 논란에 뛰어들며 시멘트 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시멘트사 임원은 “쌍용C&E와 성신양회는 7월 출하분부터 인상, 나머지 업체들도 인상 시점은 한두달 정도 차이를 두고 12∼14%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었다”라며, “A사가 시멘트 업계에서는 세 번째로 6월 중순가격 인상 발표를 준비 중이었는데 국토부가 원가 구조 공개까지 요구하고 나서자 예정됐던 인상안을 보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도 몸 사리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시멘트 업계 내부에서는 가격 인상을 두고 행보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정부 조사 과정에서, B사는“기업별 차이는 있으나 전기세 인상분은 유연탄 국제시세 하락분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라며,“그동안 시장 점유율 1,2위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업체들도 동참하는 분위기였으나 앞으로는 가격 차별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시멘트사들은 그동안 탄소중립을 위해 투자한 설비투자 비용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앞으로 3년에 걸친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시멘트 유통기지에서 열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의 시멘트 공급사 및 수요업계 간담회에서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장은 “1분기 시멘트사들의 영업이익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쌍용C&E와 성신양회의 적자는 명백한 사실이다. 회원사들의 시멘트 사업만 놓고 수익 구조를 분석하면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에 놓인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시멘트 업계 내부에서조차 부정기적 가격 인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1년에 한 번 레미콘 업계와 단가 인상을 하는 건설업계의 사정과 공사 계획 및 공사비 실행률 관리 기간 등을 감안했을 때 지난 2년간 네 차례에 걸친 부정기적 가격 인상은 수요업계에 심각한 불안을 야기했고, 이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시멘트사 임원은 “최근의 원자재 폭등 시점에 레미콘 업계와의 협상에만 의존해 불투명하게 가격을 인상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라며, “건설도 참여한 3자 가격 협의체를 구성해 최종 수요자인 건설에 인상의 배경과 시멘트 업계의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건설에서 봤을 때 시멘트 단가 협상을 주도한 레미콘연합회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자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이번 시멘트 단가 인상을 기점으로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원가구조 공개 없이 일방적으로 인상되는 것에는 큰 문제의식을 느끼는 모습이다.
16일 간담회에서도 국토부는 원가 정보 공개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원희룡 장관은“싸울 때 싸우더라도 객관적 근거가 갖고 좁혀 나가야 하는 만큼 기초적 정보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라며, “질서를 마련해야 상시적 조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구상하는 주요 건설자재 가격ㆍ수급 협의체 가동안이 재확인된 것이다.
건설업계 역시 지금이라도 기초적 원가 공개 협의체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업은 공사원가 구성비(건설공사 원가통계) 및 건설업체의 재무상태(건설업 경영분석)를 매년 조사·발표하고 있다”라며, “협의체 구성을 통해 시멘트ㆍ레미콘 외 철강재 등 주요 자재의 기초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 과점시장에서 생산되는 품목이 기업의 결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 및 생산량 조절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