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정형시학》신인상 심사평 당선작 당선소감 - 당선자 김태수 / 신해정

[조성문]

제6회

정형시학

신인작품상

당선자   김태수

            신해정

제6회 정형시학 신인작품상 심사평

사유의 결곡함과 무리 없는 시상 전개

관건은 새로움이다. 누군들 새롭고 싶지 않으랴. 새로움이야말로 시작의 변함없는 화두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노릇인가. 그 어려움은 ‘새 신新’ 자의 파자만으로도 충분히 짐작되는 바다. 모름지기 새로움은, 서 있는立 나무木를 도끼斤로 베어 눕히는 일이다. 어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사유와 감각의 진부화를 극복하지 못하고는 기대난망이다.

이런 생각들을 전제로 응모작들을 읽는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아홉 명에 예순네 편. 전국에서 고른 투고를 보이긴 했으되, 앞서 말한 새로움의 진경을 만나기는 여간만 힘든 게 아니다. 설익은 표현으로 얕은 사유의 수심을 헤적이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끝내 생경함에 갇혀 형상화의 깊이를 얻지 못한 작품도 있다. 참신한 시상을 시조 형식의 몰이해로 뭉개버린 작품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숙의 끝에 어렵사리 두 사람의 작품을 가린다. 김태수의 「부모는」 외 두 편과 신해정의 「엄마꽃」 외 두 편이 그것이다. 가려 놓고 보니 공교롭게도 가장 먼 곳에서 보내온(한 사람은 알래스카, 다른 한 사람은 제주도)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이 놀라운 정서의 충격을 동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당선권에서 밀어내기에는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정형미학에 대한 이해가 충실한 데다, 그로 말미암은 작품의 완성도가 뚜렷한 강점으로 다가온다. 사유의 결곡함과 무리 없는 시상의 전개 또한 오랜 수련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허상이 아닌 실상을 부여잡았기에 가능한 일일 터. 이 점을 높이 사 두 사람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낙점한다.

김태수의 「부모는」과 「이타행」은 “나무”에 빗댄 삶의 방식이다. 두 편 다 절대 희생의 가치를 좇는다. 「부모는」 “낯설고 험한 길도 돌붙어 기어가며” “뙤약볕 지고/뒤틀”린 채 “그늘”을 깔다가 끝내 “지팡이로 서/가는 길” 위의 존재요, 「이타행」은 “나무”가 “나무南無”와 “나무我無”로 변전하면서 “제 몸을 다 내주”고야 마는 삶의 길이다. 「알래스카의 동지」는 실제 삶의 풍경을 배경으로 생존의 부침과 애환을 시조 삼장의 행간에 녹여낸 작품이다.

신해정의 당선작 세 편은 하나같이 식물성 이미지에서 발화한다. 「엄마꽃」은 하마 오래 전에 유명을 달리한 “엄마”의 현현이다. 그것만으로도 삶의 신산스러움에 더 없는 위무가 됨에랴. “이웃집 텃밭”의 꽃빛에서 지금 곁에 없는 “딸”의 모습을 떠올리는 「도라지꽃」은 말 못할 그리움의 정서다. 「서우봉 인동초」의 문맥에는 제주 4·3의 슬픈 현대사가 틈입한다. “굴속으로” “숨어든 사람들”의 떼죽음이 “유난히 향기가 짙은 인동초로 피어”난 것이다.

이제 시인의 길에 들어선 두 사람에게 당부한다. 자기 타협은 금물이다. 적당한 정서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더 치열하게 대상에 부딪치고, 더 과감하게 은유의 숲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 윤금초, 유재영, 박기섭(글)

예심 : 조성문, 임채성, 장은수

당선작/

부모는 외 2편

김태수

낯설고 험한 길도 돌붙어* 기어가면

못 오를 남 없고 못 넘을 담이 없다

등나무

뙤약볕 지고

뒤틀며 깐 이 그늘

푸른 시절 기며 살아

등꽃 열매 맺어 놓고

등골이 위어진 채

서로를 끌어안아

꼿꼿이 받쳐주면서

지팡이로 서

가는 길

* 돌붙다 : 1. 기회나 형편을 살피어 이로운 쪽으로 붙어 따르다.

               2. 둘레나 가장자리를 따라가며 붙다.

이타행利他行

나무는 한결같이

하늘 뜻 따라 산다

싹 틔워 꽃피우며

열매 맺고 벌거벗어

언제나

나무南無*로 살며

제 몸을 다 내준다

나무는 죽어서도

나무로 거듭난다

잘리고 깎이고

못 박힌 모습대로

끝까지

나무我無로 살며

제 몸마저 태운다

* 나무南無 : 돌아가 의지한다는 뜻으로, 믿고 받들며 순종함을 이르는 말.

알래스카의 동지

어둠 쌓인 눈 위로

게으른 해 기어 나와

삼키던 어둠 뱉고

달아나는 오후 네 시

매섭게

서두른 하루

고단한 짐 부린다

한창때는 밤늦도록

푸나무 햇살 지펴

어둠을 사뤄가며

살진 날 누렸었지

돌아선

제로섬게임

이제부터 시작이다

차 한 잔의 따뜻한 정

한겨울 데워 녹여

군고구마 동치미 맛

눈발로 찾아온다

가막새

나는 곳마다

하얀 시름 날리고

당선소감/

상큼한 시향 날릴 선드러진 글을 쓸 터

김태수

정형시 새 지평 여는 대열에 끼여 기뻐요

형상화 맺고 풀며 자연과 삶 모습 그린

시다운 시조로 날고파

학배기 허물 벗는 중

신비의 잠자리 눈 번뜩 이는 참신 찾아

인증한 정형시학에 터 잡고 날고 싶어요

상큼한 시향 날릴 날 상상하며 갈닦고

시류에 편승 않고 거친 들 마다 않고

조바심 떨쳐내며 당알지게 날개 펴

당당히 만방을 날아야죠

선드러진 시조로

소속감 느끼면서 함량 미달 안 되도록

감칠맛 나 감도는 참마음 글 우려내

문우와 심사위원님 바라는 길 가려고요

김태수 동아줄 이름 건 작품들이

태가 나 알아보는 개성이 묻어나게

수작이 아니라 해도 열심히는 해야죠

김태수

2011년 《맑은누리문학》과 《미주문학》(시), 2016년 《미당문학》과 2014년

《뉴욕문학》(시조), 2011년 《재미수필》 신인상 등단. 전국시조공모전, 보건

복지부 8만시간 디자인 에세이 공모전,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전, 재외동

포 문학상 등 수상.

당선작/

엄마꽃 외 2편

신 해 정

선계의 자색비단

쓸쓸히 차려입고

괜찮다, 나를 보자

물러앉으시는 엄마

꾸부정 고난의 세월

홀로 접고 떠나신

한 자리 비워두고

이십 년을 비워두고

본 것도 들은 것도

무심처럼 넘기시라는

임 홀로 가만 내리신

머릿결이 고와요

도라지꽃

이웃집 텃밭에 핀 하얀 별 파란 별

밤하늘 장미성운도 부럽지가 않았다

일부러 새벽산책을 멀리멀리 돌았다

별과 별이 헤어질 때 제 아빠 따라간 딸

세상에 뿌리 내려 저 꽃처럼 피었겠지

보라색 꽃잎 하나가 나와 눈을 맞춘다

서우봉 인동초

바다풍경 뒤로 하고 서우봉을 오른다

일호이호 삼호사호 일제시대 진지동굴

사삼 때 숨어든 사람 한꺼번에 갔단다

빨간 장미 흰 장미 찔레꽃 흐드러진

오월보리 베어지듯 사람들이 쓰러졌다

봄의 끝 길을 걸으며 외삼촌을 만난다

속닥속닥 들리는 사삼사삼 입소문

움직이면 땡이다 굴속으로 숨어들던

유난히 향기가 짙은 인동초도 피었다

당선소감/

시작하는 첫 마음 잘 지키겠습니다

신해정

서늘한 아침 공기가 좋습니다.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계절은 오고, 보내지 않아도 계절은 갑니다. 그걸 잊고 흐르지 않는 시간을 원망하며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정형시학》 신인상에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눈시울 붉힌 채 한참을 먹먹하게 있었습니다.

‘내가 얼마만큼 간절하게 글을 썼는가?’ 되돌아봅니다. 몇 해 전 우연히 뵙게 된 어느 소설가 선생님이, 제 낙서에 가까운 글을 보시고는 “글쓰기가 치료도 되니 글을 써 보세요.”란 권유가 시작이었습니다.

그쯤은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셨고, 그로 인해 저는 마음의 병이 육체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 후 쓰고 버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 기간 저를 이끌어주신 고정국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당선 소식은 다시 펜을 들어 글을 쓰라는 한 줄기 빛으로 받습니다. 더 열심히 쓰며 병을 치유하겠습니다.

제게 항상 힘을 주는 친정 같은 젊은시조문학회 김미향 회장님과 문우들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부모님과 가족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시작하는 첫 마음 잘 지키며 세상에 남겨지는 시조를 쓰는 시인이 되도록 꾸준히 쓰겠습니다. 늦게나마 제 설자리를 마련해주신 《정형시학》에, 그리고 심사위원 선생님께 두 손 모읍니다.

신해정

제주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졸업. 한국JTS활동가, <제주좋은

벗들> 봉사팀장. 젊은시조문학회 회원.

[김범렬]

김태수,신해정 선생님, 제6회 정형시학 신인작품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윤 정]

김태수 선생님, 신해정 선생님
제6회 정형시학 신인작품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1216 행사장에서 더 큰 사랑 받으시길 바랍니다.

[신해정]

감사합니다

[nkj4853]

마음에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