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만을 남기고 간 희상자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억새축재 불지옥 화마 불러온 인재
<억새축제 '불지옥' 화마 불러온 '인재'>-가야
우선 분화구형 산 정상에 불을 지르는 행사 자체가 화마의 원인이었습니다.
95년 첫 회부터 산불 우려가 제기됐지만 주최측은 별 대책 없이 올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또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불이 나기 쉬운 상황이었지만 보고 즐기는 축제에만 집중했고 안전대책은 소홀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방화선입니다. 50m의 방화선을 만들었다고 하나 방화선 곳곳의 넓이는 10여 미터 밖에 되지 않는 곳도 많았고, 또 방화선 구역의 억새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아 완전한 방화 역할은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돌풍과 같은 급격한 기상 변화와 70미터의 불기둥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입니다.
두번째 문제는 안전요원 부족입니다. 관광객은 만 5천여 명 넘게 몰렸지만 통제할 안전요원은 346명에 그쳤습니다. 이들도 산악회나 의용소방대 등이 대부분이어서 전문적인 구조나 사고 처리는 미흡할 수밖에 없었고, 화재 발생 후 현장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
여기다 대형 산불을 방지할 소화기는 2대, 나머지는 안전요원이 탁용한 개인용 물펌프가 고작이었습니다.
불지옥 속에서 물펌프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119응급구조센터도 엉망이었습니다. 부상자를 위한 담요가 필요하다고 방송할 정도로 응급치료기구도 없었고, 화상 환자들이 연고도 바르지 못한채 방치될 정도로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들것도 없어 현수막을 찢어 응급구호를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사고 현장 가까이 까지 구급차가 들어올 수 있었지만 구급차를 10여 분 더 떨어진 거리에 대기시키면서 구조에 애를 먹었고, 이송 환자들의 상태는 더 나빠졌습니다.
<인터뷰> 이상윤 / 목격자
화왕산 억새 태우기를 관람하는 장소 또한 문제였습니다. 관람객들은 모두 화왕산 산 정상 분지 주위를 둘러쌓고 있었기에 배바위 뒷편 절벽 등으로 불을 피하려다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가 됐던건 혹시나 하는 안전불감증입니다.
95년 이후 인명피해가 없었기에 제대로 된 소방전문가의 자문도 없이 진행됐습니다. 매년 그래왔듯 문제 없을 것이란 판단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충식 / 창녕군수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재앙을 막기 위한' 행사가 재앙 자체로 돌변해 인재로 인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헬로티비 뉴스 김경탭니다.
창녕화왕산화재참사현장
<창녕 화왕산 참사 처참한 현장>-가야
올해로 여섯번째 열린 화왕산 억새 태우기는 성공리에 끝나는 듯 했습니다.
경찰 추산 2만5천명의 관광객이 환호성을 지르며 소원을 빌고 있을 때, 산 정상 동쪽에서 심상치 않은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상에서 가장 고지가 높았던 동남쪽은 전망이 좋아 사진작가와 방송 카메라, 등산객들이 밀집해 있었는데,
억새를 태우던 불길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약 10미터 넓이의 방화선을 넘어 관광객들을 덮친 것입니다. 불길 속에서 이리저리 몸을 피하는 아비규환, 넘어지고 옷에 불이 붙고 말그대로 불지옥입니다.
이 구역에 있던 사람들은 불과 1분 사이 생과 사를 넘나들었습니다. 불길에서 멀리 있던 사람들은 약간의 화상을 입고 빠져 나왔지만 불길 한 가운데 있던 관광객들은 그대로 불에 타 숨지거나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이처럼 대형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은 억새를 태우던 중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서 사람들을 덮쳤기 때문입니다.
이상윤/목격자
사고가 일어난 동남쪽 배바위 쪽은 지대가 높고 반대편은 깎아지른 낭떠러지여서 안전요원들의 통제가 절실했지만 통제는 전무했습니다. 또 불이 계속 번지자 운영본부는 소방요원들의 지원과 집결을 요청했지만 지원도 되지 않았고, 불은 바람을 타고 더 빨리 번졌습니다. 결국 운영본부는 예정됐던 불꽃놀이도 취소하고 관광객의 하산을 종용했습니다.
화재현장은 처참했습니다. 방송카메라는 하얗게 재로 변했고, 휴대전화는 잿더미 속에서 주인을 잃었습니다. 불길을 피해 급하게 도망치다 놓친 등산 스틱은 온전한 모습이었지만 동쪽 일대는 완전히 생지옥으로 변했습니다.
취재진이 발견한 사체들은 모두 머리가 정상 쪽으로 향해 있고 땅에 엎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려는 모습으로 불에 타 숨지기도해 당시의 처참함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소방대원과 경찰은 곧바로 현장 수색에 나섰지만 산세가 험하고 낭떠러지 경사도 심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번 대형참사의 원인은 산불 우려를 무시하고 행사를 강행한 주최측의 안전불감증이며
인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헬로티비뉴스 이성진입니다.
화왕산 참사 슬픔의물결
창녕서울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안치된 백계현씨는 올해 55살로 4남1녀 중 장남이며, 부친은 경남관광고등학교 설립잡니다. 82년부터 이 학교에서 사회과목 교편을 잡고 있으며 미망인과 큰 딸 모두 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교육자 집안의 가장입니다. 고인은 학교 동료 선생님 세분과 등산을 다녀오다 봉변을 당했습니다. 동생들은 정 많던 큰형님을 추억합니다.
<인터뷰> 백철현 / 故백계현씨 동생
김길자씨는 3년 전 공무원 생활을 은퇴하고 김해에 있는 사진동호회에 갑입해 은퇴 후 생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 동아리 회원 9명이 억새태우기 사진을 찍으러 화왕산을 올랐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남겨진 남편 송청복씨는 화왕산 잘 다녀오겠다는 부인의 인사가 마지막이었다며, 젊어서는 가족을 위해 아등바등 살다가 이제 여유가 있으니 가버렸다며 비통해했습니다.
<인터뷰> 송청복 / 故김길자씨 남편
너무너무 즐거워하고.. 갔다오면 너무 즐거워하고 좋은 얘기도 하고 서로 농담도 많이 하고 이랬는데..
박노임씨는 올해 42살로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남 광양에서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를 보러 왔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숨진 박씨의 남편 정모씨도 전신 65% 이상의 심한 화상을 입고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빈소에는 두 딸이 지키고 있으며 둘 째는 엄마가 살아 돌아오면 입혀 드리려던 옷을 가슴에서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큰 축제에 안전대책을 소홀히 한 창녕군을 질타합니다.
<인터뷰> 유가족
안전 조치 자체도 안해 놓고 이렇게 (행사를) 한다는게 참 화가 납니다.
창녕군 환경과 공무원 윤순달씨의 빈소는 가족들의 요청으로 서울병원에서 한성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사고 당일 안전요원으로 차출돼 지원근무 나갔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남편도 창녕군청 공무원이며 동료들도 그녀를 맡은 일을 똑부러지게 하는 사람으로 추억합니다.
스탠딩>
현재 창녕군 전역은 숙연한 분위깁니다.
가족들의 행복을 빌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슬픔만을 남기고 간 희상자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헬로티비 뉴스 김경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