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대한민국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가. 반도체와 CDMA, 造船과 家電 등의 효자산업은 언제까지 국익에 봉사할 수 있을 것인가. 국제경쟁력의 핵심인 창조적 기술은 여전히 후진적이고 국내경제는 원유가와 반도체 가격에 휘둘리고 있다. 과연 한국경제를 살릴 차세대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기획특집]정통부·산자부·과기부 낯뜨거운 영역 다툼
한 국경제의 외양적 볼륨은 대단하다. 1961년 82달러에 머물렀던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40년 고속성장을 거듭해 1만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4위, 전통산업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놀랍다. 섬유 3위, 의류 10위, 철강 8위, 조선은 1,2위를 다투고 있다.
정보기술(IT) 역시 한국의 새로운 성장 주도 산업으로 성장했다. IT 관련 수출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1위를 달리고 있는 품목도 3가지나 된다. D램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휴대전화 단말기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한국은 신산업과 전통산업의 발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세계시장의 이상 변동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한 업종이 침체하더라도 다른 업종이 이를 감당하면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국제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력에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해왔지만 5년 후, 10년 후를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강호상 교수는 이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다.
“생산·가공·조립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설계·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기술은 취약하다.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높지만 대학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우수 학생의 이공계 지망률이 낮다. 생명공학과 나노공학 등 기술 혁신을 주도할 후속 분야의 기술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은 그래서 취약한 편이다.”
이같은 위기감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노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입버릇처럼 ‘신성장동력’을 설파했고 인수위 경제분과 위원들과의 국정토론회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라는 원색적 표현을 동원하기도 했다.
지난 3월28일 정보통신부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도 그 ‘무게중심의 이동’이 감지된다. 정통부는 ‘정보통신 정책’을 주관했던 국민의 정부 시절의 행보를 버리고 ‘신산업 육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전자 CEO였던 진대제 씨를 장관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산업자원부도 마찬가지다. ‘먹거리’가 화두가 되면서 산자부는 반도체와 LCD, 디지털 전자산업을 관장하는 생활산업국과 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산업기술국을 가동했다. 두 부서가 새로운 화두를 향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산자부는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의 탐색’이라는 내부 연구 문건을 통해 해외 기관이 뽑은 미래 유망 분야와 신기술을 분석하고 성장 엔진의 ‘공통 키워드’를 찾았다. 지난달에는 간부 워크숍에 임 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을 초빙해 신성장동력에 관한 삼성측의 전망을 듣기도 했다.
상/2002년(주)한국우주항공산업과 국방과학
연구원이 개발에 성공한 국산 고등훈련 전투기
T-50/하 진대제 정통부장관은 최근 디지털
TV를 한국의 차세대 산업동력으로선정 청와
대에보고 했다.
임 관 회장이 설명하는 삼성의 미래 전략은 ‘디지털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다. ‘디지털 컨버전스를 주도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세계 톱3’의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PC)·휴대전화·가전 등 삼성이 개별적으로 몰두해 성공을 거뒀던 기술을 융합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제품에 정보기술, 나노기술 등을 접목시키고 인접 기술을 연계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개념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를 구현한 상품들
초보적 단계이기는 하나 이 같은 개념이 구체화된 사례가 최근 개발된 컨버전스형 디지털 방송 셋톱박스다. DVD 플레이어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을 내장하는 등 컨버전스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오디오 앰프 기능을 복합한 홈리시버 셋톱박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휴맥스·현대디지털테크·한단정보통신 등 주요 국내 셋톱박스업체들이 셋톱박스와 DVD 플레이어를 결합한 콤보박스를 잇따라 출시한 데 이어 가정내 대표적인 전자기기 중 하나인 오디오 앰프와 셋톱박스를 결합한 신제품 개발도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디지털 컨버전스의 일환으로 휴대전화·디지털 카메라·MP3 플레이어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개인용휴대단말기(PDA)를 개발했다. 삼성전자의 포켓PC ‘MITs-M400’은 위성 위치추적과 공중파 TV 방송까지 시청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삼보컴퓨터가 출품한 신개념 PC인 ‘e-노트’도 디지털 컨버전스의 미래를 보여준다. e-노트는 본체와 모니터·키보드를 하나로 묶은 일체형 PC로, CD 플레이어·MP3 플레이어·TV·VTR·DVD로도 사용할 수 있는 복합 가전제품이다. 리모컨으로 작동이 가능해 PC를 거실에 놓고 영상· 음향·가전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
올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이동통신,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가전 등 기존 4대 사업부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도 디지털 컨버전스의 구체화를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가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의 원년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4대 부문의 연구개발(R&D) 기능을 혼합형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각 부문의 R&D 인력간 연결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 각 대학, 관련 산업체 등 과학기술계도 ‘신성장동력’의 화두에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가 1999년 선정된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을 재평가하고 신규 사업단을 선정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4년 전에 선정된 분야는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인간 유전체, 테라급 나노소재, 자생식물 이용 기술, 산업폐기물 재활용 기술 등 5개 분야. 각 분야의 성과를 상대평가하고 최상위 및 최하위 사업단에 2단계 사업자금을 차등지원하겠다는 것이 과기부의 복안이다. 테라급 나노소재 사업단 등에 대한 연구지원은 크게 늘고 다른 분야는 대폭 축소되는 수술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기부가 구상하고 있는 신규 사업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아이템은 생명공학(BT)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소위 BIT 기술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료와 함께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의 연구진이 반도체 이후 기술의 판도를 바꿀 유망 영역으로 손꼽고 있다. 특히 질병 진단용 바이오칩(biochip) 분야는 유전자 분석의 첨단 기술인 DNA 마이크로 어레이 기술로,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향후 인간의 질병 진단에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전자통신연구원·생명공학연구원·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이 핵심 연구 그룹이며 마크로젠·바이오인포태틱스·아이디알 등 바이오 벤처업계가 BIT 연구의 또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분석장치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SDI는 세계 바이오칩 시장이 2000년 5억달러에서 2005년 33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 이후의 시장 규모는 정확히 추산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바이오 기술과 전자·기계·정보·재료기술 등이 결합된 이 융합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대략 2010년 경이다. 피 한 방울만 칩에 흘리면 각종 질병 정보는 물론 신원정보와 유전정보까지 훤하게 알 수 있는 21세기형 바이오 기술이다. 디지털바이오랩의 임근배 박사는 “칩 위의 실험실로 불리는 ‘랩온어칩’(lab-on a chip)의 개발이 급진전돼 2008년 경에는 PDA 크기의 랩온어칩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연료전지와 테라바이트급 반도체
휘발유 대신 연료전지를 탑재해 수소나 메탄으로 움직이는 연료전지자동차, 테라바이트급 반도체도 과기부가 주목하는 차세대 성장동력. 두 분야는 기존의 주력산업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한국형 산업으로 강한 경쟁력이 기대되는 분야다.
연료전지차는 전기와 연료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에 이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대, 국내에서 3대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도요타·닛산·다임러크라이슬러·포드 등 세계 20여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이미 500km 주행이 가능한 연료전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국내 학계에서는 2010년까지 연료전지가 랩톱 컴퓨터·휴대전화·비디오 카메라 등 일반 가전 기기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밖에 첨단 신기술 분야로는 생체이식용 대체장기, 항암제·뇌졸중 치료제 등의 신약 디자인이 꼽힌다. 복제동물을 이용한 대체장기 시장은 2010년에는 50억달러에 이를 전망. 우선 심장과 신장이 거론되지만 피부나 각막 등의 이식도 가능해져 전체 시장의 볼륨은 100억달러대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항공우주산업도 한국의 야심적인 차세대 산업동력 중 하나다. 2015년 세계 10위권 항공우주국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함께 개발에 성공한 초음속 전투기(T50)는 2030년까지 30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성능을 개선중에 있다. 그동안 2조원에 달하는 연구비, 엔지니어 1,200명이 동원돼 개발에 성공한 이 전투기는 아직은 고등훈련기에 불과하나 실전배치가 가능한 전투기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로켓으로, 우리 땅에서 발사한다’는 것이 한국 우주산업의 목표다.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10번째로 발사에 성공한 액체 추진 로켓 KSR-Ⅲ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쾌거였다. 2005년에는 자체무게 60t급, 100kg의 인공위성 탑재가 가능한 KSLV-Ⅰ을 발사할 예정. 최초로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이 발사된다는 얘기다. 각각 1t, 1.5t 무게의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 KSLV-Ⅱ와 KSLV-Ⅲ도 2010년과 2015년에 발사될 예정이다.
2015년까지 항공우주산업에 투자될 돈은 5조원대 규모다.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한국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 파급효과는 1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8개국에 지나지 않아 자동차나 반도체 못지않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우주산업이 거대 하드웨어 산업의 유망주라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한국형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대주다. 대표적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지난 4년간 무려 3,600억원을 벌어들인 것이 이 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은 컨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게임시장, 만화시장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전 세계 게임시장의 규모는 반도체 산업과 맞먹고 애니메이션 시장은 조선(造船) 시장보다 크다. 앞으로 나라를 먹여 살릴 산업이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도 무궁한 잠재력 있어
한국은 인터넷 서버 기준으로 볼 때 세계 제1위의 온라인게임 시장이고 그래픽 기술, 인터넷 전송 기술, 데이터 압축 기술 측면에서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이 서로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 그 효과는 정말 대단하다. 2000년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끈 엽기토끼 캐릭터 ‘마시마로’는 2001년 국내에서만 1,200억원, 지난해에는 해외 매출을 35% 수준까지 끌어올려 1,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조달러 규모를 넘어설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반도체와 생명공학 못지않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술혁신 현상을 연구할 때 흔히 ‘고착’(lock-i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상당 기간에 걸쳐 성공적인 결과를 창출하면 그 성공을 이끈 과거의 패턴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공 속에 실패의 씨앗이 잉태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두 가지 유명한 ‘고착’의 사례가 있다. IBM과 스위스의 시계가 그것이다. IBM은 과거 메인프레임의 대형 컴퓨터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그 성공에 도취해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퍼스널 컴퓨터의 진가를 무시한 나머지 PC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에서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스위스 시계도 마찬가지다. 스위스의 시계업자들은 세계 기계식 시계 시장을 완전 석권했다. 유연한 생산 시스템, 가격경쟁력, 고부가가치 등 시계왕국의 해는 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쿼츠를 사용하는 전자시계의 장점에 치이고 시장가치를 무시한 나머지 시계왕국은 무너져내렸다. 일본 전자시계의 도전에 밀려 한때 거의 파산을 경험하기도 했다.
D램·TFTLCD·CDMA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둔 한국경제가 거듭 교훈으로 삼아야 할 세계경제의 내면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문건 전무는 그 위험성을 이렇게 경고했다.
“수출에서 최대 단일품목인 반도체 가격과 등락을 거듭하는 원유가에 일희일비하는 경제를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올 하반기 IT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막연히 손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IT기업의 수요 창출을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하고, 정부가 솔선해 IT산업의 성장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은 공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위)는 나노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자기
부상열차(아래)는 엄청난 세계시장 규모 때문
에 차세대 한국 산업의 성장 엔진이 될 가능
성이 크다.
1. 차세대 반도체
반도체 王國 명운 걸린 초대형 프로젝트
향후 반도체의 발전은 나노기술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나노기술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발전은 아마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다. 현재의 반도체보다 직접도와 용량면에서 100배 더 확대되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배가 빨라진다.
1986년 처음 등장한 플래시 메모리는 휴대전화·PDA 등 이동통신 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됐다. PC의 주기억장치로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도 신제품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 램버스 등 데이터를 뽑아내는 데 획기적인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시스템 인 패키지’(SIP)도 주목받는 신기술이다. 반도체를 겹겹이 쌓아 한 개 반도체의 불완전한 특성을 보완한다는 개념이다. 프로세서와 같은 로직 제품에 메모리 제품의 특성을 얹어 시스템처럼 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 온 칩’(SoC)도 차세대 반도체의 놀라운 세상을 보여줄 전망이다.
D램·S램·플래시 메모리의 특징을 결합한 차세대형 F램(강유전체 메모리 반도체)과 M램 등은 이미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가 그 초보기술을 완성했다. 이들 제품은 D램의 대용량, S램의 고속동작, 플래시 메모리의 불휘발성(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잃지 않는 능력) 등 현재 3대 메모리 제품의 장점만 집대성한 것이다.
F램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장점을 결합해 ‘신개념 메모리 반도체’로 불린다. 삼성전자가 지난 1999년 7월 세계 최초로 4메가비트 F램을 개발했다. 당시 미국의 램트론, 일본의 롬 등이 고작 256K급 F램을 시장에 내놓았던 것에 견주어 2년이나 앞선 기술력을 보여줬다.
차세대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아직 없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도시바·NEC·IBM, 모토롤라 등 굴지의 기업들이 기업, 나아가 국가의 명운을 걸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구실 수준에서 약 22나노기술 개발까지 성공했다. ‘22나노급’의 미세공학은 서울시 전체에서 머리카락 하나를 찾아내는 극미세기술이다. 이 같은 차세대 반도체를 활용하면 어떤 세상이 올까. 통역 없이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세상, 사람과 거의 같은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활개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1억6,500만달러의 매출로 당당히 세계 반도체업계 2위에 올라섰다. 이는 2001년 대비 약 30%에 육박하는 성장으로 전 세계 반도체 업체 중 최고의 매출 성장률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김기남 삼성전자 차세대연구팀 상무는 이런 성장세를 ‘지속 가능한 추세’로 생각하지 않는다. “당분간 D램과 플래시 메모리가 위력을 떨치겠지만 세계 반도체 업계는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차세대 반도체의 개발에 세계 초일류 반도체 기업들이 총력 매진하는 것도 그 무시무시한 변화의 바람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015년부터는 차세대 반도체 시대가 완전히 개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 자기부상열차
차세대 교통수단의 핵심,
2,500억달러 세계시장 열려 있어
자기부상 열차는 레일과 차체 간의 접촉이 없어 진동과 소음이 적고 탈궤 우려가 없는 경전철 운송 수단이다. 건설비도 기존 중량 전철의 2분의 1, 향후 세계시장 규모는 2,500억달러를 초과할 전망이다.
1960년대 말부터 개발을 시작한 독일과 일본이 이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뒤를 이어 이들 나라를 추적하는 형국이다. 원천기술 개발 이후 상용화한 나라는 독일이다. 지난해 12월 상하이(上海)와 푸둥(浦東)공항간 약 30km의 구간을 개통해 상용화에 시동을 걸었다.
독일 지멘스사와 티센그룹이 설계와 시공을 맡은 30㎞ 구간의 자기부상철도 건설에는 10억달러가 투입됐다. 지난해 12월 개통식에는 주룽지(朱鎔基) 전 중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이 직접 탑승한 가운데 최고속도인 시속 430㎞에 성공적으로 도달해 상하이 시내와 푸둥 공항 간을 8분 만에 주파하기도 했다.
노선이 지극히 짧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홍보하는 최고시속 430Km는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안전성을 보장한 운행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열차가 안전성을 담보한 시속 500Km의 속도를 내려면 역과 역 구간의 노선 길이가 최소한 100km 이상 되어야 한다는 것이 외국 연구기관의 이론이다.
중국은 앞날을 내다보고 자기부상 열차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의 습득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기술진의 역량의 한계 때문에 당분간 지멘스사에서 통합관리해 줄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9년부터 약 100억원을 들여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해 지난 98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 등 내부 문제로 실용화 단계에서는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시속 50km 수준에 불과하며 충돌 방지 기능, 정위치 정차 기능, 비상 착지 기능 등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부품도 전량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향후 4~5년 사이에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외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도 선진국 기업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큰 분야다.
그러나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의 기대효과는 막대하다. 수도권 광역교통 계획에 포함돼 있는 52개 노선 920km의 경전철 건설 계획의 예산은 무려 50조원에 달한다. 향후 홍콩·중국·태국·말레이시아·호주·남미 등에서는 총연장 1,100km의 경전철 건설 계획이 수립돼 있고 60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산업자원부에서 단기 목표로 제시한 핵심 개발 기준은 무인운전, 시속 120km 성능의 열차 개발이다. 거기에 고정밀 제어 기술, 안전 유지 기술, 경량화, 신호 연계 기술, 핵심 부품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산자부 관계자들은 이 기술이 향후 전 세계 도심부 교통수단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개발을 결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3. 유비쿼터스 컴퓨팅
전자 네트워크가 지배할 세상의 핵심 시스템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는 컴퓨터 시스템의 출현. 그것이 바로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개념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얼마 전 개봉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박진감 넘치는 ‘유비쿼터스’의 세계를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길거리 광고판, 건물 출입문 등 세상의 모든 곳이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꿈’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비쿼터스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엄연한 산업적 현실이요, 가까운 미래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유비쿼터스는 라틴어로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어떤 기기(Any device)로든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사용자가 PC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장차 옷으로 입거나 아예 몸에 이식하는 형태의 컴퓨터 등을 개발하거나 상용화하는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물건을 잃어버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 주는 장치가 개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갑을 찾는 사람에게는 지갑 속에 끼워둔 초소형 무선 칩이 위치를 알려준다.
골프 공을 수도 없이 잃어버리는 초보골퍼는 공에 내장된 칩의 신호를 보고 찾아내면 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실현되면 의복과 신발·가구 등 모든 물건에 컴퓨터와 네트워크 기술이 접목돼 PC나 휴대전화 없이도 물건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새 정부의 정보통신 정책의 핵심 기조는 ‘정보통신 1등 국가 실현’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역간, 연령간 정보 격차 해소를 통해 IT 분배정의를 실현하고,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IT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유비쿼터스 컴퓨팅) 마련에 역점을 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비쿼터스의 출발은 ‘홈네트워크’다. 가전·PC·휴대전화 등을 네트워크로 묶고 언제 어디서나 그 네트워크를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LG전자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삼성전자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말 홈네트워크 브랜드 ‘홈넷’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시장공략에 나섰다. 일단 냉장고를 홈서버로 하고 전력선통신(PLC)을 기기간 통신망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의 브랜드명은 ‘홈비타’다. 홈네트워크 기술이 표준화, 일반화되는 시점을 기다려 본격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아직까지 홈네트워크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인터넷을 통해 각 기기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일부 기기를 외부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정도다. 휴대전화로 홈네트워크의 전용 사이트에 접속해 냉장고·TV·에어컨·세탁기 등을 원격 조정하는 개념이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두고 사이버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주)대림I&S는 지난 3월 디지털 홈 정보화 프로그램 ‘e-패밀리 패키지’를 출시하면서 사이버 아파트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패밀리 네트워크, 디지털 가족박물관, 가정매니저, 홈엔터테인먼트, 우리집 정보마당 등 가족 간의 커뮤니티 기능으로 구성돼 대림아파트 정보화마을 단지에 보급되고 있다.
소니는 무선기술 방식인 IEEE 802.11b를 적용해 가정내 어디서나 TV를 보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단말기 ‘에어보드’를 내놓았다. 현대자동차는 IBM·LG전자와 손잡고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를 선보였다. 텔레매틱스는 긴급구조, 차량추적, 위치안내, 뉴스 및 증권 정보 제공, e메일 등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정보 시스템이다.
PC도 가전제품과 네트워크화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PC로 오디오·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PC를, 삼보컴퓨터는 가전과 PC를 중계하는 셋톱박스를 출시했다.
업계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완전한 개막은 2010년 경으로 보고 있다. 그 무렵이 되면 ▷집안에 설치된 감지기가 각 방의 온도와 습도는 물론 방안에 있는 사람의 위치와 신체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옷·신발·식료품 등 모든 물품에 ID 태그가 붙어 상태와 경로 등을 알 수 있으며 ▷인체에도 칩이 장착돼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다.
4. 차세대 이동통신
4세대 이동통신 개발로 이동통신 종주국으로 입신
이동통신 분야가 향후 한국의 주력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가정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기술력도 정상에 속해 있고 세계 시장에서도 그간 주도권을 행사해 왔다. 업계에서는 지금 ‘4세대 이동통신’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의 이동통신 시계가 아직 3세대에도 접어들지 못하고 있지만 진검승부는 제4세대 이동통신에서 벌어지리라는 전망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1세대 아날로그 통신, 2세대 디지털 통신, 2.5세대라 할 수 있는 EV-DO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문자메시지, 동영상 메시지, TV 시청, 비디오물 시청 등이 2.5세대 이동통신의 현주소다.
3세대는 기지국간 비동기식 WCDMA다.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상용화될 예정이나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큰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다.
제4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핵심은 전송 속도다. 2세대가 최고 64kbps, 3세대가 384kbps-2Mbps 정도의 속도라면 제4세대는 정지상태에서 1Gbps, 이동 상태에서 100Mbps의 속도를 구현한다. 3세대보다 무려 50배 이상 빨라지는 이동통신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현재 SK텔레콤의 차세대기술개발팀은 정원석 박사를 팀장으로 2010년 이후의 4세대 이동통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정통부는 2007년까지 핵심기술 확보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고 이 계획에 따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지난해 1월부터 4세대 이동통신 개발을 시작했다.
4세대 통신은 또한 시스템의 통합, 즉 컨버전스를 지향한다. 1, 2세대의 음성통신, 3세대의 데이터 통신을 아우르며 사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이동통신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에 놓이게 된다. xDLS·CDMA·GSM·WLAN·위성통신 등 모든 종류의 통신이 단 하나의 단말기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어느 누구와도 통화와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전쟁 중계 방식’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오게 된다. 전장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단말기만 있으면 훌륭한 리포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홈네트워킹은 가전과
인터넷ㆍ휴대전화를 연계한 디지털 컨버전스의
일환으로 유력한 성장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5. 나노기술
초미세의 기술, 거대한 시장개척의 첨병
나노기술(NT)은 10억분의 1m 단위의 초미세 기술을 뜻하는 것으로, 클린턴은 대통령 시절인 2000년 “무게는 강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10배 이상 되는 물질을 만들 수 있고, 미국 의회도서관이 소장한 모든 정보자료를 각설탕 크기의 소자 한 개에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NT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4월13일 과학기술부가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나노기술전문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나노기술의 무서운 잠재력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과기부는 또 유망 신산업 창출을 위해 BT· IT 등 다른 첨단 과학기술분야와 NT의 융합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관계 기관장들은 ▷NT 육성정책, 발전전략 ▷NT개발 중점 투자방향 ▷주요 국가별 NT 수준 ▷NT 연구성과의 실용화 등 선진국 동향에 관한 조사, 분석을 매년 실시하게 된다.
현재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한 재료공학 연구실은 놀라운 성능의 슈퍼 전투복을 개발하고 있다. 군산복합체가 5년간 약 700억달러에 이르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이 기술의 핵심은 나노과학을 응용한 전투복이다.
병사가 이 슈퍼 전투복을 입으면 섬유에 내장된 인공 근육을 이용해 한 손으로 80kg의 물체를 번쩍번쩍 들어올리고 600만달러의 사나이처럼 몇m를 뛰어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전투중 피가 흐르는 부위가 있으면 그 부위에 특수 군복을 접착해 온도를 낮춰 주며, 자동으로 지혈해 주는 기능도 내장될 예정이다.
이 군복은 나노 공법으로 만들어진 폴리머(polymer·여러 종류의 분자들이 모인 중합체)를 이용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 일정한 세기의 전기를 흘리면 특수군복이 강하게 수축하거나 팽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의학분야, 고성능 컴퓨터 분야에서의 활용도도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끊어진 혈관이나 신경을 연결하려면 그 실과 바늘이 아주 가늘어야 할 것이고, 컴퓨터 칩처럼 고집적 회로를 만들 때도 사용하는 기구가 작을수록 유리할 것이다. 사실 이런 것들은 이미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고, 나노기술은 이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미세한 수준이다.
나노기술을 연구하는 (재)테라급소자·나노소자 개발사업단 이조원 단장은 “나노기술은 바로 생활에 적용되는 것으로 우리가 영화를 통해 상상하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며 “꿈의 기술인 나노기술로 인해 전에 인간이 할 수 없던 일들이 불과 10년 안에 가능해지는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노기술 시장의 규모는 2010년 1조달러(일본 히타치/전경련 추산)이며, 2020년에는 20조달러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노기술은 생소한 용어 중 하나다. 또한 아직 나노기술을 활용한 대량 소비 상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빠르면 5∼8년 후 정보·환경·의료·재료·국가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노기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앞으로 나노기술을 통해 명령만으로 수행하는 기존의 컴퓨터 시스템과는 다른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할 예정이다. 또 외국어 자동 동시통역이 이뤄지며, 실시간 비디오 폰·비디오 회의 등이 가능한 포켓용 초미니 슈퍼컴퓨터가 우리 손안에서 작동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인간의 오감을 자연 인터페이스화한 3-D 가상실현’이 등장하면 영화 속의 미래가 현실이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6. 디지털TV
특명! 소니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디지털 방송 국가로
올 들어 디지털TV 수출 규모가 아날로그TV를 능가했다. 올 1, 2월 디지털TV 수출은 1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200만달러)보다 185%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아날로그TV(69.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디지털TV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4.3%에 달해 사상 최초로 아날로그TV 수출액을 넘어섰다. 산업자원부 윤상직 디지털전자산업과장은 “2003년을 기점으로 컬러TV의 수출 주력상품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세대교체됐다”고 말했다.
미국시장에서의 선전이 특히 눈에 띈다. 지난 1분기에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 3사의 디지털TV 미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400% 늘었다.
2005년까지 세계 디지털TV시장 제패를 꿈꾸는 삼성전자는 LCD-TV 분야에서 올 1분기중 3만대를 미국에서 판매해 소니·샤프 등 일본의 경쟁사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이 6,000대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400%나 증가한 셈이다.
지난 4월8일 멕시코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윤종용 부회장은 “앞으로 5년간 3,000만대, 750억달러(약10조원)에 달하는 고화질 디지털TV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면서 디지털TV가 앞으로 한국을 먹여살릴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했음을 선언했다.
LG전자도 북미시장에서 PDP-TV 주문이 지난해보다 200% 가량 늘어 납기일을 맞추느라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LG전자측은 “전문 딜러제를 통한 마케팅 강화로 차세대 PDP-TV를 이라크전에 참가한 미 중부사령부에 공급하는 등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도 디지털TV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자신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올 1분기에만 프로젝션TV 수출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300% 늘어났고 PDP-TV는 20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디지털TV와 관련한 최근의 화두는 리턴 채널(Rerurn Channel)이다. 리턴 채털이란 방송·통신망을 통해 공급자로부터 전송받은 다양한 콘텐츠를 사용자가 선호하는 형태로 정보를 생성, 수집, 가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시 공급자에게 요구하는 정보 데이터를 역전송하는 것을 말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리턴 채널에 관한 특허 출원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 10건, 미국 18건, 일본 12건, 유럽 11건 등 모두 51건이다.
리턴 채널과 관련된 기반기술로는 디지털 변조기, 고주파 업 컨버터, 전력증폭기, 다이플렉서, 매체접근 제어기 등이 있다. 이들은 디지털TV 등에 직접 사용돼 공급자와 사용자간 지상파 양방향 데이터방송이 구현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일·유럽연합(EU)이 치열한 선점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최근 방송업계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2005년까지 3대 주요 방송매체(지상파·위성·케이블)의 디지털 인프라를 완성해 디지털TV를 CDMA·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중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3년 이내에 세계 최고의 디지털 방송 국가로 발돋움해 소니 등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