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교무실에서 퇴임식하면서
동료 교사들에게 한 퇴임사가 보관되어 있네요
....부끄럽지만 실어봅니다. 서로 배우기 위해서.....
교단을 떠나며...
-서라벌여중 송 재 중 -
도덕 교과서에
인생을 세 단계로 나누었는데,
<준비하는 단계> <살아가는 단계> <정리하는 단계>입니다.
이제 저는 <정리하는 단계>로 넘어간다는 생각을 하지만,
또한 새로운 내 인생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옵니다.
이제 <정리단계>에 맞게 살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나의 <살아가는 단계>였던 지난날을 회고해 봅니다.
우선, 내가 선택한 교사라는 직업이 내겐 너무나 좋았습니다.
교직이야 말로 자기 에너지와 창의력을 마음껏 펼치고
열정을 쏟아 부을 만한 “굉장하고 멋진”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이 제게 질문했습니다.
교직 생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무엇입니까?
이 물음에 답한다고 생각하고 내 교직 생활 30년의 모습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담임을 할 때,
<학급 활동>시간의 운영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다음 주에 있을 학급활동을 간부들과 함께 미리 준비하였고,
회의 진행 능력을 길러주려고 하였으며,
그리고 회의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급활동을 노력해 보기도하였습니다.
학급 리크레이션, 학급 체험 활동, 학급 캠핑 등도 실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체험활동>을 노력해 보았습니다.
이것은 내 교직 생활의 신념이였습니다.
체험을 통해 자기 적정이 발견된다는 생각입니다.
체험활동의 기회를 마련해 보려고 나름 노력해 보얐습니다
“자기가 직접 밟지 않은 땅은 사랑하기 어렵다” -김 정 호 -
“내가 직접 밟은 땅이 내 영토요,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내 재산이다.” 라는 말을 좋아했습니다.
자기 향토에 대한 애정이 조국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고,
문화재를 통한 조상들과의 만남이 정신적 수준을 승화 시키는 좋은 길이라고 여겼습니다.
셋째로, 저의 경주에서의 20년은 내 인생의 “열매 맺는 시기”였다는 생각입니다.
몇 가지를 나열해 봅니다.
-5년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남산지도>, 10년이 걸린 <경주 유적 전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의미 있는 모임을 만들게도 되었습니다. 각 학교마다 <향토반>,
교사들의 <제자 돕기>모임, 그리고 <경주교사답사모임>, 그리고 교사들의 해외탐사, 학생들의 해외체험행사, 첫 시도한 서라벌예술제 야간행사, 서해안 갯벌체험 행사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이런 모임을 통해 저의 작은 사회적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라톤>하는 사람의 자세를 생각하며, 저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오로지 교사다운 일에만 몰두하며 결승점에 이르러서는 쓰러질 듯 에너지가 남아 있지 말아야 할 텐데,
나는 아직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남겨 가지고 교단을 떠나게 되었다는 점이 반성됩니다.
한 가지 내 개인의 걱정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어린 학생들에게 맞추어 지내다 보니 내 마음과 정서가 너무 젊어져 버렸습니다.
이제 내 나이에 맞게 “늙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 하나씩 줄이고, 역할들도 버리고......말입니다'
나이 들면서 내 자신 속에서 생기는 “추잡한 모습”들이 하나 둘 생겨나는 것을 느낍니다.
이 추잡한 모습들이 학생들과 동료들에게 더 나타내기 전에
지금 물러나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고백도 해 봅니다.
섭섭함도 하나가 아닙니다!
아이들과의 정겨운 만남!
교실의 신나는 수업! 그리고
교실에서의 수업 열변!
학생들 앞에 설 일이 없어졌다는 안타까움입니다.
그러나
“마땅한 기회 박탈”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접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05.31 송 재 중
첫댓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요, 세월에 밀려서 하던 일을 그만둘수 있다는 것은 정해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멋진 퇴임사네요후배 선생님들께 귀감이 될것임ㄴ다
벌써 8년이 되었네요. 저는 8월말에 명예퇴임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제 자신의 지적 호기김 때문에 이것저것 배운다고 학생들에게는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도 몇개의 강의를 듣고 있으니 언제 멈출지 모르겠네요. 배우고 싶은 것은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