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해의 진주,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
우 석 자*
장화 모양의 나라 이태리는 워낙 볼거리가 많은 나라다. 중점적으로 베네치아를 먼저 둘러보고 아울러 모자이크 도시 라벤나, 오페라 아이다가 초연된 베로나를 소개할까 한다.
베네치아(베니스)는 바다로 이어지는 석호 위에 발달한 ‘물의 도시’로 역사 깊은 항구도시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모자이크 도시로 유명한 라벤나와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한 베로나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아드리해의 진주’라 불리는 베네치아는 9C~15C에 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한 동서 문물의 합류 지점으로 120여 개의 섬과 섬들을 연결하는 170여 개의 운하, 약 400여 개 다리로 이어진 독특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주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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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주요 관광 교통수단인 바포레토(수상 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운하를 둘러보면서 산마르코 대성당으로 들어가 보자. 산마르코 광장은 세계에서 아름다운 광장(이태리 ‘시에나 깜포’, 벨기에 ‘그랑팔라스’, 이란 ‘이맘 광장’)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오죽하면 나폴레옹이‘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격찬 했을까?
마음을 활짝 열고 광장에서 노닐고 있는 비둘기랑 놀아도 보고 광장의 랜드마크인 깜파닐레 대종탑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종탑에 올라 바다와 도시의 전망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자. 대리석 건축과 황금빛 배경을 지닌 모자이크 벽화로 유명한 산마르코 대성당은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며 비잔틴 건축이 주는 웅장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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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조금 힘이 들면 유명한 시인묵객(루소, 바이런, 괴테, 바그너 등)들이 즐겨 찾았던 플로리안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달콤한 케이크를 맛보며 음악에 취하는 것도 베네치아가 주는 낭만이 아닐까?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를 다스린 총독 관저로 정치, 사법의 중추 건물이며 권력과 영광의 상징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 중 하나인 틴토레토의 <천국>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탄식의 다리'는 감옥의 통로 역할을 했던 장소로 다리에 난 창으로 죄수들이 감옥으로 옮겨지면서 다시는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숨을 쉰 다리라 하여 이름 붙여졌는데, 이곳의 간수를 꼬드겨 빠져 나온 사람이 바람둥이의 대명사 카사노바(Giacomo Casanova,1725~179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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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는 이탈리아 문학가이자 모험가, 엽색가, 외교관, 재무관 등 다재다능한 만능인이었다. 화학, 의학, 철학, 문학, 라틴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히브리어에 능통했고 무용, 펜싱, 승마 등 빼어난 솜씨를 가진 그가 쓴 <회상록>은 18C 유럽 사회 풍속을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이다.
“나는 여성을 사랑했다, 그러나 내가 진정 사랑한 것은 자유였다.” “즐겁게 보낸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권태롭게 보낸 시간만이 낭비다.”
라고 말한 카사노바!
베네치아가 낳은 그를 생각하면서 곤돌라에 몸을 실어보자.
3개월의 공정을 거쳐 두 달 동안 조립해서 만드는 고급 수예품인 베네치아의 명물인 곤돌라, 쭉쭉 잘 빠진 이태리 남성들이 노를 저어주고 거기다 노래 솜씨는 프로급인 그들이 불러주는 <산타루치아>, <오 솔레미오>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곁들이면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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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자형으로 관통하는 길이 4km 대운하(Canal Grande)를 따라 12C~18C에 걸쳐 세워진 아름다운 건물들을 누비는 색다른 경험을 해 보자.
리알토(높은 제방) 다리는 아치 모양의 르네상스 양식의 흰 다리로 다리 위에 화려하게 장식된 아케이드 점포들을 둘러보면서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가면들, 카르네발레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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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네발레는 세계 유일의 가면 축제로 2월 중순 사순절에 열리는데 귀족, 평민, 신분, 재산에 관계없이 화려한 복장과 독특한 가면을 쓰고서 마음껏 즐기는 베네치아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중세, 근세에 걸쳐 교회, 수도원, 길드 등이 소장한 회화 약 800여 점, 14C~18C에 이르는 베네치아파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젠틸레 벨리니의 <성 마르코 광장의 축제>, <산 로렌조에서 일어난 십자가의 기적>, 틴토레토의 <노예를 자유롭게 한 성 마르코의 기적>, 조르조네 <태풍>, 티치아노 <피에타> 등도 감상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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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산호로 된 섬으로 중심 운하를 따라 르네상스 건물이 즐비한 아름다운 섬 무라노는 유리 세공업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부라노 섬은 베네치아에서 50분 정도 소요되는데 밝은 빛깔로 집의 외벽을 칠하는 부라노 사람들의 풍습은 이 지역 고기잡이배들이 알록달록한 색채 배합으로 배를 칠하던 곳에서 유래됐다. 아프리카, 멕시코의 와하카 지역, 아르헨티나의 보카 지구에서 느꼈던 원색의 향연이 이 곳에서도 펼쳐져 우리들의 마음을 활짝 열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부라노 섬은 16C부터 시작된 수작업 레이스 공예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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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도 섬은 해수욕장, 카지노, 국제 베니스 영화제로 유명한데 매년 8월 말에서 9월 초에 개최되는 예술 영화를 지향하는 곳으로 칸 영화제와 쌍벽을 이룬다.
귀로 길에 베네치아의 상인이자 여행가인 마르코 폴로(1254~1324)를 떠올린다. 그가 체험하고 쓴 『동방견문록』은 13C~14C 이란, 중앙아시아, 몽골의 역사와 지리 및 민속 등에 관한 귀중한 문헌으로 그 공을 기려 이름을 딴 마르코폴로 국제공항!
우리나라도 좋은 일들을 하면 이름을 따서 건축물이나 공공기관 등에 하나하나씩 붙여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베네치아는 산 마르코 대성당, 두칼레 궁전,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 미술, 건축 예술의 보고(寶庫)이자 낭만과 예술이 살아 있는 도시로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아주 좋은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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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나는 비잔틴 제국 시대, 동서 교역의 중심지로 경제적 번영을 누린 5~6C에 세워진 종교적 건축물과 내부를 장식한 화려한 모자이크 벽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도시이다.
산비탈레 성당의 겉모습은 지극히 검소한 반면 내부에 대리석이 아닌 유리 조각을 붙인 모자이크로 무지개색과 현란함으로 보는 사람을 현혹시킨다.
로마법 대전을 완성한 유스티니아누스 1세(483~565)와 뛰어난 교양과 지적 능력을 갖춘 통치자였으며 명예와 쾌락을 똑같이 사랑한 테오도라 황후의 모자이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라벤나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 허명이 아님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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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나는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오페라 아이다의 본고장이다. 로마 제국 전성기 때 세워진 원형 경기장 아레나는 야외 오페라 공연장으로 유명하다. 최대 2만 5천 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야외극장이면서도 무대의 미세한 소리까지 관중석에 들릴 만큼 음향 효과가 뛰어나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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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무대로 유명한 베로나 두 가문 캐풀렛가와 몬테규 가문의 숙명적인 불화 속에 꽃핀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는 ‘줄리엣의 집’안뜰에 들어서면 줄리엣 상을 만난다. 줄리엣의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 온다는 소문 때문에 오른쪽 젖가슴은 관광객들 특히 남자들이 만져서 반들반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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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의 집은 2층짜리 건물을 복원하여 고딕풍 문, 창문, 발코니를 덧붙여 실감나게 만들어 이 집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매년 150만 명이나 몰려와 별의별 사랑의 낙서를 남기고 간다.
베로나 시내를 걷다 보면 아레나 뿐만 아니라 붉은 대리석의 중세 건물, 성벽, 궁전, 아티제 강변의 탁트인 공간 등 아름다운 고전, 음악, 사랑의 도시로 여운이 남는 도시다.
이와 같이 이태리는 도시별로 각각의 특성을 살려 관광지를 최대한 활성화시켰으며 어느 도시를 보아도 좋을 정도로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 등 문화재가 풍부한 곳이기에 유럽의 다른 나라를 먼저 보고 맨 뒤에 이태리를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대전 출생, 세계여행 전문가, 한밭대학교 ‘세계문화기행’ 지도교수, TJB 모닝와이드 라이프 인 출연,
seoksa1095@hanmail.net, cafe.naver.com/trip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