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펜문학 20호에 투고된 원고에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경남펜문학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남펜문학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문학상을 심사하는 일은 힘들고 고민스럽다. 좋은 작품들을 읽는 즐거움과 그 중에서 하나를 선정해야 하는 괴로움은 다소 역설적이기도 한데, 싫지 않는 괴로움이라 하겠다.
<동화>와 <시>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시에서 참신한 이미지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들이 많았는데 언어의 구사가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더러 있어 오하룡의 <마산 창동에서>를 뽑았다.
<마산 창동에서>는 한때 번화가였던 ‘창동’을 소재로 물질의 쇠퇴와 추억의 소멸을 쉬운 말로 담담하게 제시하면서도 여운이 길게 남게 하는 원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심사자들도 말을 덧붙일 것이 없다고 했다. 심사자로써 굳이 군말을 해본다면 <마산 창동에서>는 무위자연을 강조했던 『도덕경』의 세계와 옛 시절의 자취가 소멸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고 하겠다.
노자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 했다. 물질이 지나치면 쇠퇴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고 삶의 이치이다. 그래서 노자는 ‘얻기 힘든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음으로써 백성들로 하여금 도둑질하지 않게 하라(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고 했다.
시인은 『도덕경』에서 말하는 무욕(無慾)이나 자연에 순응하는 무위(無爲)를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창동의 빈 점포들과 그것을 암시하는 ‘점포의 임대나 매매를 알리는 색 바랜 안내문, 구겨진 고지서, 먼지 쌓인 우편물’ 등을 통하여 물극필반(物極必反)을 에둘러 말함으로써 울림이 더 깊게 스며들게 한다.
옛 시절의 자취가 소멸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삶의 원숙한 시선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모습으로 제시되어 있다. 한때 번화가였던 창동의 빈 점포들을 보며, 그곳에서의 옛 자취들을 떠올리며 그런 추억들이 소멸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한참을 뒤돌아보다가 길턱에 걸려 넘어질 번하는 하는 것은 쉽게 포착할 수 없는 그림이다. 그리고 ‘길턱에 걸려/자칫 넘어질 번/ 어쩌자고/한참 돌아본 일 밖에 없다’는 마지막 연은 창동의 퇴색해가는 모습과 옛 시절의 자취가 소멸되는 아쉬움에 젖은 노년의 모습이 잘 연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