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초하루. 제6회 거창사과마라톤 대회 후기
어제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이 계속 방송을 탄다. 날씨도 춥단다.
먼 거리 여행을 혼자 가야 되고 비마저 온다니․․․. 걱정이다.
눈을 뜨니 새벽 4시. 너무 이른 시간. 또 잠을 청한다.
다시 5시에 또 눈을 떠 잘 수도 없고 하여 일어나 샤워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간식을 좀 챙겨 집을 나섰다.
제법 많은 소낙비가 내린 흔적이 가로등 불빛에 보인다.
거창까진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소개되어 있으나
어찌될지 몰라 속도를 높여 달렸다. 그래도 마티즈의 한계가 있지만․․․.
** 집-남양산-신대구고속도로-서대구-88고속도로-거창휴게소(휴식)-마라톤장(스포츠파크)
다행히 졸지 않아 그런지 예상보다 빨리 도착. 2시간 20분 소요. 입구 주차장에 주차하고 배 번호 교환하고, 주변을 둘러본 후 다시 차안에서 잠시 눈을 부친 후 9시 10분경 물건 맡기고 몸 풀고 운동장 행사장으로 향했다.
주변은 새롭게 잘 단장되어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좋게 꾸며져 있었다. 분수며, 조각공원이며, 정자며․․․.
혹시 아는 분이 있나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다.
혼자만의 여행이다.
풀 다음 주는 경험상 10km가 좋다. 호흡을 열어 둔 관계로 숨이 가쁘지 않고 다리도 훨씬 수월하게 나간다.
춘마 이후 목요일 저녁 50분 달린 것이 전부다. 걱정이 되었으나 몸 풀기를 충분히 하면 될 것 같다.
날씨는 바람도 거의 없는 상태에 약간 차가운 듯하여 달리기에 좋은 날씨.
10시에 하프가 출발하고, 15분 뒤에 10km가 출발한단다.
너무 긴 시간 대기하자니 좀 지겨웠다.
앞에서 4번째 줄에 자리를 잡고 속도를 좀 올릴 작정이다.
출발 신호에 맞춰 출발. 선두 그룹은 너무 빠르다.
나는 1km를 4:30를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달렸으나 4분이다. 하는 수 없다.
속도를 좀 줄여 신나게 달렸다. 앞 달림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숨이 차다.
거리로 나오니 공기도 차가워졌다. 목도 탄다.
2km 식수 지점이 멀어 그냥 지나쳐 다음 식수 공급처에서 목을 축이고 달렸다. 한결 좋다.
4km를 지나니 벌써 선두그룹은 돌아온다. 세어보니 60번째,
아~~내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생각하니 그동안의 주력이 좀~~~ㅎ. 하지만 즐달 인생이니 뭐․․․.
단조로운 평지에 약간의 긴 오르막이 이어지니 그것도 힘들다.
허해원 명예회장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보폭을 짧게 하고 머리는 약간 숙이고 최선을 다해 신나게 달리고 또 달렸다.
드디어 골인. 사회자와 '아자'로 손을 맞추니 부산교사를 크게 외쳐준다. 기쁨의 순간이다.
혼자만의 먼 여행이었지만 오늘도 해냈다는 생각에 마음은 뿌듯하다.
주변을 걸으며 몸을 충분히 푼 후 먹거리 장터로 향했다. 길게 늘어선 달림이들, 나도 끼어 시식 사과와 돼지고기며, 두부에, 김치, 막걸리를 받아 요기를 하고 바로 부산으로 출발.
돌아올 때는 갈 때보다 훨씬 여유로웠다.
도로 주변 산천의 익어가는 가을을 보고, 느끼며~~~ 우리강산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한다.
사계절 변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오란 은행나무며 울긋불긋 오색으로 갈아입은 산야는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 이상이다.
88고속도로는 편도 1차선이라 고속도로라기보다 지방도 같다.
하지만 너무나 정겹고 아기자기한 주변의 모습이 좋다.
드라이브 길로는 동해바다 못지않은 아름다운 곳인 것 같다.
3시간을 조금 넘겨 부산에 도착. 갈 때보다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었다.
여유를 즐기다보니 그런가 보다.
11월 초하루. 깊어가는 가을을 친구삼아 다녀온 거창 여행은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곽태환 선생님과 동료선생님 반가웠습니다. 하프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심을 축하드려요.
2006.4.30. 진양호에서 4월의 마지막을~
2006년 매월 1회(여름 제외) 풀코스 참가 계획의 일환으로 5월 계획을 앞당겨 신청한 진주 마라톤대회를 다녀왔다. 사고로 3월 서울동아와 섬진강 풀코스를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과 그동안 목 치료에 대한 점검을 겸하여 출전했다. 이번 대회도 혼자의 여행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안내서를 보니 이규남, 김명주 선생님이 신청을 하여 같이 가기로 하였다.
06:05분 안락sk아파트를 출발하여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강휴게소에서 김명주선생님이 사주신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고 08:10경 행사장인 진주공설운동장에 도착하였다. 시간 여유가 많아 차에서 선크림 등 만반의 준비를 한 뒤 행사장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무료찻집에서 차도 마시고 무료로 찍어주는 즉석 사진촬영도 하고 무료 꽃씨도 받았다. 마침 경품행사 당첨자 명단이 붙어있어 가보니 김명주선생님 만 메뚜기 쌀 1kg에 당첨되어 있었다.(축하드립니다.) 허전함을 달래며 다시 구경을 하다 명주쌤과 나는 수지침을 하고 규남쌤은 테이핑을 하여 출발 준비를 완료하였다.
10시 출발신호와 함께 천천히 달렸다.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 2.5km 지점까지 13'12" 다음 5km 25'20" ,10km=51'22", 기록상 출발은 좋았다. 하지만 몸은 많이 힘들어 거친 숨소리와 호흡이 잘 맞지 않아 오늘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듯했다. 이규남 선생님은 앞서 빠른 속도로 달려 보이지 않았다. 어느 지점인지 정확하지 않으나 울트라 연습을 위해 베낭을 울러메고 달리는 박광희 선생님을 만났다. 너무 반가웠고 기뻤다. 선생님은 많이 힘들어 하고 계셨다. 도착해서 같이 가자고 약속 한 뒤 앞질러 달렸다. 하프 1"45'33". 현재까진 잘 달리고 있다. 어디서 "사랑은 아무나 하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너무 신이 났다. 왼쪽 진양호의 출렁이는 물결은 봄바람을 받아 연초록으로 살랑거리고 달리는 나는 신이나 내 마음도 덩달아 춤을 추었다. 정말 멋진 풍관이다. 다음에 다시 꼭 찾아와야지!
다음 2.5km 14'25", 다음은 내리막길이라 2.5km 11'19", 오르막길 21'08", 또 15'07" . 다음 10km는 59'19"로 많이 지쳤다. 이 지점을 오기 전 이규남쌤은 다리가 불편해 걷고 계셨고, 다시 박광희선생님이 나를 앞질러 가버렸다. 파워젤은 출발할 때 1개 먹고 하프를 지나 다시 1개를 먹었다. 35km쯤에서 남은 1개를 다 먹었다. 바람은 약간 불었으나 하늘은 타고 있었다. 배도 고프고 힘도 없고 달리려니 다리에 쥐는 올라오고 미칠 지경이다. 막 후회가 되었다.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주변은 온통 걷는 사람 일색이다. 진양호 뚝 평지를 만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낮의 열기는 마셔대는 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지경 이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4월 마지막 날 이상 기온은 아침에 예보한 일기예보와는 너무나 다른 것 같았다. 다시 시가지로 들어섰다. 길은 보수공사 중으로 열기가 후끈거렸고, 찻길 속을 달리는 우리들은 위험에 노출되고 매연과 더위로 숨을 쉬기 힘들었다. 마지막 2km. 희망이 보였다. 달렸다. 하지만 100m를 체 가지 못하고 또 걸었다. 평소 온천천 5.2km보다도 더 먼 거리 같이 느껴졌다. 2km 기록이 14'02"다.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매주샘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최종기록 4:17'04" 최악의 기록, 완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마라톤은 정말 정직한 운동이라는 생각을 오늘 또 했다. 오늘 갑작스런 이상기온으로 기록에 이상이 생겼지만 그동안 열심히 달리지 못한 것이 제일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3월 사고 이후 생활의 리듬은 깨어지고, 그로인해 연습을 거의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 보상책으로 일요대회를 훈련으로 생각하고 psb, 섬진강, 핑크리본마라톤에 참가하였다. 그래도 역 부족이였다. 다행히도 목으로 인해 달리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 오는 길에 목욕을 하고, 바로 가락 원조할매 추어탕집으로 달렸다. 찐하고 시원한 추어탕과 붕어찜으로 오늘 잃은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했다. 박광희 쌤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안전운전을 해주신 이규남, 김명주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