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권의 독서 / 최고의 글쓰기 연습법 베껴 쓰기, 송숙희 지음
글 / 김덕길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작가 김훈 씨의 소설 ‘칼의 노래’첫 문장이다.
작가는 ‘꽃이 피었다’와 ‘꽃은 피었다’를 놓고 일주일을 고민했다. 조사 하나를 가지고 일주일을 몸부림치는 처절한 작가정신을 알고서 나는 하늘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베껴 쓰기’ 라는 책 제목에 끌려서 나도 모르게 읽는다.
송숙희 작가는 신문 칼럼만큼 베껴 쓰기에 좋은 글감은 없다고 강변한다. 왜 그럴까?
신문사의 사설은 그 신문의 얼굴이다. 수십 년씩 기자생활을 한 최고의 기자가 여러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한 끝에 글을 쓴다.
칼럼 1000자는 5분이면 읽을 수 있는 a4용지 한 장 분량이다.
매일 한 편 씩 꾸준히 칼럼을 베껴쓰다보면 지식이 쌓이고 이야기거리가 생기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제의식을 짚어낼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 절로 터득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처음으로 신문 사설 하나를 베껴 쓰기 해 보았다.
한겨레신문의 사설 [‘지뢰제거 대체복무’는 반인권적 보복] 편을 베껴 썼다.
딱 한 편 베껴 썼는데 다섯 번을 읽은 것이다. 그리고 대체복무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문장으로 작가의 감정을 빼는 절묘함까지 느꼈다.
여러분도 베껴 쓰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손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 나는 키보드로 썼다. 내가 처음 한 편의 사설을 베껴 쓰니 20분이 걸렸다.
세종대왕도 베껴 쓰기를 하셨고 정약용 선생님도 베껴 쓰기를 실천하신 분이다. 시인 안도현도 백석시인의 시집을 통째로 필사했으며 조정래 작가도 소설 ‘태백산맥’ 전부를 필사하라고 권한다.
나는 그동안 글을 쓰면서 안일하게 글쓰기를 한 것이 너무 부끄럽다.
그래서 결심했다.
천권의 독서와 함께 천편의 사설 베껴 쓰기에도 도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