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진료를 하는 동안,
타병원에서 일년 전에 위밴드 수술을 받으신 분과 상담을 하였습니다.
직접 병원에 오시지 않으셔서 조영제 검사나 위내시경 등 확실한 진단을 위한 검사는 하지 못하였지만,
상담만으로도 상당히 우려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내용은,
구형 밴드로 수술을 받으셨는데,
권장 용량이 4씨씨 입니다. 그래서 일명 "4씨씨 밴드"라고도 부르죠.
최근 한달 사이에 드시는 양이 점점 많아지고 체중 감량도 원할치 않아서 두번이나 필링을 받으셨다고 하며,
현재 밴드안에는 4.9 씨씨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고형식을 큰 불편함 없이 드시고 있다고 하는데...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상복부 통증의 경험도 있으셨다고 하는데,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밴드가 위를 파고 들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됩니다.
밴드가 위를 파고 들면 아무리 필링을 세게해도 효과가 별로 없거든요.
밴드 사이로 음식물이 통과해야하는데, 밴드 옆으로 음식물이 새는 결과가 되니까요.
물론 확진을 위해서는 조영제 검사는 물론 위내시경으로 밴드가 위를 파고 든 모습을 확인해야하지만...
멀리 계셔서 시간이 되는 대로 어느 병원에서건 검사를 받아보시라고 권하였는데요,
만일 저의 추측대로 밴드가 위를 파고든 상황이라면 밴드의 제거가 불가피합니다......
그 분은 수술 후 거의 항상 4 씨씨 이상을 보유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권장용량 이상의 식염수를 주입해도 들어가기는 합니다.
저는 샘플을 이용해서 권장용량 4 씨씨의 밴드에 6 씨씨 까지도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밴드안의 물풍선이 너무 딱딱해질 뿐더러,
그렇게 밴드의 내경을 좁게 조절하면, 장기적으로 밴드에 둘러싸인 "위"의 혈액순환에 장애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리 몸에 혈액 공급이 부족하면 조직은 상하게 되고,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수술 후 드라마틱한 결과를 위해 과도하게 밴드를 조절하는 것은 정말 삼가해야 합니다.
저도 빠른 감량의 결과를 환자분이나 주위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만,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절대 명제라고 생각됩니다.
빡필은 "자살 행위" 이자 "죄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