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와 함께
또바기 에세이
"존중받는 한 우리 곁에 머문다, 하지만 우리가 잊으면 떠난다."
이끼를 존중하는 일은 세상을 존중하는 것이라 생각해.
작은 것을 생명으로 바라보는 일은 다른 모든 것을 존중의 눈으로 본다는 뜻이니 말이야.
이끼와 함께하다 보니 '생존'은 '조화'를 이루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어.
이끼가 땅에 처음 올라와 세상을 마주했을 때,
그리하여 우리 인간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첫걸음을 이끼가 해낸 거야.
이끼의 작은 힘이 이 땅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지.
이끼는 뿌리가 없어. 비가 오면 빗방울을, 대기의 수분을 머금고 살아가.
수분이 없는 곳에서는 어떨까?
물이 없으면 또 없는 대로 건조되어있는 상태로 조용히 있다가 다시 수분을 만나면 생기로 피어나.
이끼는 죽지 않아, 언제든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겨울 앙상한 나무의 가지도 봄 생명을 틔워낼 준비를 하며 속으로 얼마나 뜨거워지는 중일까.
(아니 사실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 죽어보이는 것이지 이끼 자신에게는 어떤 시기일지 난 모르는 일이야.)
이끼와 다른 생명들의 관계성은 아주 밀접해있어.
종종 이끼를 시멘트 벽이나 콘크리트바막 틈에서 본 적 있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먼저 자라나서 다른 식물들이 뿌리내려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비를 머금고 있다가 물이 숲에 물이 필요해지면 내뱉으면서 습도를 조절해줘.
그리고 흡수력 좋은 이끼는 아주 먼 옛날 인간들의 기저귀나 월경대로 사용하기도 했대.
그런 이끼가 번식하는 과정을 알고 있니?
포자낭이 퍼지려면 바람에 날리거나 다람쥐의 발에 붙어 옮겨진대.
서로에 의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거야.
힘없이 벽에 붙어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잘 떼어내고, 주어진 환경에 맞게 적응해 살아가는 이끼를 보며
어딘가에 붙어사는 삶에대해서 생각해.
붙어있지만 언제든 떼어질 수 있는 힘.
작고 고요한 것들에 집중해야겠어.
끊임없는 소음 속에서 우리는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듣지 못해.
큰 소리, 큰 물건 자꾸 커다란 것들에 집중하다보면
진짜 중요한게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것 같아.
큰일만 도모하다 보면 크게 무너질 거야.
작은 일에 작게 무너지다 보면
밑에서부터 작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게 돼.
다시 무너지더라도 금방 보완할 수 있을 거야.
쉽게 포기하라거나 나약한 이야기가 아니야.
견고하게 밀집된 어떤 힘들은 쉽게 사라지지 못하더라.
그 힘이 집착이 되어 누군가를 해치지 않은지,
어떤 '상'에 집중하다 다른 존재들을 헤아리지 못한 모습을 많이 봤거든.
내려놓아야 할 때는 미련없이 내려놓을 수 있도록
잘 부서지고, 잘 썩고, 잘 내려오는 연습이 필요하겠어.
작은 것들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어.
작은 것들은 너무 작기에 세상에 존재하려면
세상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치려면 홀로 설 수 없었어.
그래서 늘 함께 있고, 누구 하나만이 튀지 않으며
그저 서로가 함께 있음에 푸르를 수 있지.
마치 공생하는 이끼처럼 말야.
이끼가 내 시야를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해.
작은 것들을 보는 눈을 가지도록,
그들의 존재를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해.
그들이 우리 곁에 잘 머무를 수 있도록
늘 존중하고, 사랑하기를.
첫댓글 작은 일에 작게 무너지다 보면
밑에서부터 작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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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그랬구나.
맞아.
그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