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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팍의 LG양키스 님의 글입니다..
LG팬인듯 트윈스분석이 많지만..다른 팀에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날카롭게 쓰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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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에 프로야구가 개막했는데 어느덧 7월..
군대로 따지면 프로야구 개막날 신병훈련소에 입대한 병사의 백일휴가가 인제 얼마 안남은 것이다..
내가 작년 말에 예상했던 07년 한국프로야구 순위가 생각난다..
2강 1.기아 2.삼성
4중 3.SK 4.LG 5.두산 6.현대
2약 7.한화 8.롯데
현재 순위표는 다음과 같다..
순위 팀명 경기 승 무 패 게임차
SK
70 40 5 25 0.0
두산
69 37 1 31 4.5
한화
66 34 2 30 5.5
LG
67 33 2 32 7.0
삼성
67 32 3 32 7.5
현대
67 32 0 35 9.0
롯데
68 30 2 36 10.5
KIA
70 26 1 43 16.0
각 팀별로 66~70경기를 치렀으니..
오히려 반환점을 돌고도 남았군..
올해 프로야구는 전에 없는 치열한 순위다툼으로, 절대 강자 약자가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서야 순위권의 윤곽이 좀 드러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게다가 최고 인기팀인 엘지의 급상승, 그리고 롯데의 초반 분전..
덕분에 올해 프로야구는 10년만에 최고 호황을 맞고 있다.
어쨌든 보면..
내가 시즌 전에 예상했던 순위와는 상당히 다르다..
아예 활시위를 잘못 조준한 부분도 적지 않고..
그렇다면 지금까지 각 팀들은 어떤 행보를 보였나..
1.SK(팀타율 4위, 팀도루 2위, 팀홈런 2위/팀방어율 1위, 최소실책 공동 6위)
시즌 전에는 SK를 한 3위 정도로 예상했었다. 김성근감독의 부임으로 인하여 어떻게 순위상승은 하겠으나, 우승권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는 SK에는 이렇다할 팀의 구심점이 없다고 본 것이 원인이었다.
물론 전력은 매우 강하다고 평가받았다.
일본, 대만등에서 이미 검증받은 레이번, 로마노가 영입된 투수진에..
원래부터 강했던 타격진 등..
그런데 이 정도로 잘나갈줄은 몰랐다.
SK는 4월이 개막되자마자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한화 원정, 삼성과의 홈 개막 시리즈는 그럭저럭 반타작으로 마쳤으나, 두산과의 잠실 3연전을 스윕하고, 기아와의 3연전마저 연달아 스윕하면서 그들의 날카로운 발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SK의 젊은 공격진은 출루를 했다 하면 가차없이 상대 수비진의 얼을 빼놓았다.
원래 김성근감독 스타일상 '위험한 모험'은 많이 피하는 편이지만, SK를 맡으면서부터는 거기에 발빠른 선수가 많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완전히 팀 운영을 바꾼 것이다. 한마디로 김성근 감독의 전에 볼 수 없던 '열린 마음'이 SK선수들의 가능성과 시너지 효과를 이룬 결과인 것이다.김성근감독은 한 선수만 편애하지 않고 이름값에 관계 없이 능력이 있어 보이는 선수라면 고루고루 기회를 줬다. 그 덕택에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단 두명(최정, 박재홍)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주전 한 자리를 꿰찰만한 선수들이다. 지난해까지 SK야구는 박재홍, 김재현, 이진영 정도를 빼고는 해결사가 없어 고민했으나, 올해는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고루 성장하며 더이상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진에서 레이번과 로마노, 그리고 중간진에서는 윤길현, 마무리에서는 정대현 등 '중심이 선 마운드'를 보여줬다. 레이번은 현재 9승, 로마노는 7승으로 시즌 전에 걸었던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그저 기대주였을 뿐이었던 윤길현은 올해 중간으로 돌면서 지난날 고교유망주였다는 스타의식을 버리고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그는 프로야구 전체에서 가장 많은 경기인 44경기에 나와 13홀드, 2.90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SK의 불펜에이스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마무리를 맡고 잇는 정대현은 지난 날부터 소금같은 활약을 해주는 SK에 꼭 필요한 선수였지만, 팬들에게는 주목을 그리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올시즌에는 18세이브에 1.08이라는 경이적인 방어율을 기록하며 실력에 이름값까지 더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 외에도 정우람 조웅천, 그리고 15년을 뛴 롯데에서 버려지다시피 하며 SK로 흘러온 가득염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SK라고 항상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5월 말에는 중간계투진이 힘이 떨어지고 로마노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5연패를 당하기도 하는 등 5월말~6월초 2주에 걸친 성적이 3승1무8패에 그친 적도 있었으며, 특히 그 와중에 '조웅천 외야전향 사건' 까지 일어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이만수코치의 팬티 세레모니로 금방 유야무야됐지만(이만수코치는 그 일로 인하여 표창까지 받았다). 그 때는 '김성근감독의 혹사 때문에 선수들이 지쳤다' '6월되면 지난해처럼 나가떨어질 것이다'라는 부정적 전망이 많았으나, 최근 10연승을 거두며 그런 우려를 일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김성근감독이 맡았던 팀들의 전례를 보면 선수들의 기가 허한 때문인지 8월말~9월초에는 고전을 보이며 그동안 벌어놨던 승수를 야금야금 까먹곤 하는 경우를 적잖게 볼 수 있었다. 물론 벌어논 승수가 많아서 어떻게 4강은 꼬박꼬박 진출했지만. 김성근감독이 맡았던 5년전의 LG를 봐도 딱 이맘때쯤에 9연승의 기세를 한번 탄 적이 있고, 7월말~8월초 정도에 크게 기세를 타며 선두권까지 위협하는듯 했으나, 막판에 선수들이 힘에 부쳐하며 간신히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것을 헤쳐나가고 선두권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김성근 이하 코칭스탭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박경완 김재현 박재홍 등 베테랑들의 지혜 또한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날 SK를 이끌었던 베테랑들이 박재홍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게 맘에 걸리며, 특히 LG시절부터의 인연으로 김성근감독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 예상됐던 김재현은 급격한 기량저하로 2군에 가 있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무래도 장기 레이스는 젊은 선수들만으로는 이끌어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SK의 전반기는 '120% 만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들이 표방했던 '스포테인먼트'가 대성공으로 끝났으며, 이는 전에 없이 가득찬 문학구장이 말해주고 있다. 최고 시설을 자랑했으나 늘 텅텅 비어 있어 보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었던 문학구장에는 이제 연안부두가 높게 울려퍼지고 있다. 과연 이 '연안부두'의 함성이 시즌 끝날까지 지속되어김성근감독 역시 '혹사의 야구' '재미없는 야구'라는 꼬리표를 떼낼 수 있을지도 지켜볼만한 일이다.
2. 두산(팀타율 5위, 팀홈런 8위, 팀도루 1위/팀방어율 3위, 최소실책 공동 1위)
본인은 올시즌 두산을 5위 정도로 예상했다. 아무리 그들의 근성과 투지가 월등하다지만, 선발투수 하나와 유격수, 그리고 중간계투 몇명이 빠져나간 자리가 작아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라이벌팀의 팬으로서 그들의 힘을 많이 보아왔던 터라 꼴찌로는 예상하지 못했고 5위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두산의 출발은 본인의 예상보다도 훨씬 밑도는 것이었다. 시즌 초반에 잡혀 있던 일정들이 하필이면 삼성-한화-SK등 강호로 꼽혔던 팀들과의 대전이었으며, 아니나다를까 거기서 두산은 1승7패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올시즌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되었으며, 그들의 커뮤니티인 '곰대'는 팬들의 항의에 문을 닫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두산은 4월 내내 선발-중간진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정재훈이 등판할 기회조차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설상가상으로 리오스 랜들마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마침 그때 잘 나가고 있던 박명환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타선 역시도 홍성흔 안경현 등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김동주만이 고군분투했을 뿐이었다. 손시헌의 자리에는 안상준 나주환 등이 번갈아 가며 출전해 보았으나 별무소용이었다. 그러던 4월말, 두산은 나주환을 내주고 이대수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이것이 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때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김성근감독과의 불화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이대수는 SK시절만 해도 공수 양면에서 애매한 그저그런 선수일 뿐이었으나, 트레이드되자마자 김경문감독의 전폭적 지지속에 '그라운드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유격수 자리에 붙박이로 출전하면서 내야수비를 안정시켜 나갔다. 거기에다가 5월4일 일어난 봉중근-안경현의 빈볼시비는 두산선수들을 단합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 완전히 사라진듯 보였던 곰의 근성은 그때부터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이제는 끝났나보다 하던 눈길을 받던 안경현은 다시 클러치히터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기 시작했으며, 이종욱의 부상회복, 또한 근성있는 두 젊은선수 민병현 고영민 역시 두산의 파이팅에 불을 붙였다. 또한 지난해 롯데에서 트레이드된 최준석 역시 지명타자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기 시작하여, 현재 그는 김동주와 함께 홈런 10개로 팀내 홈런 공동 1위이다.
또한 마운드에서는 '완소용병' 리오스가 5.8 삼성전 이후로 9연승 무패 행진을 해주면서 팀 마운드의 대기둥이 되고 있으며, 랜들 역시 꾸준한 활약을 해주며 확실한 용병 원투펀치를 형성, 박명환의 몫까지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김성배, 이혜천이 빠지며 4월에는 붕괴까지 갔던 중간진 역시 김상현과, 두산 LG를 통틀어 오랜만에 성공한 신인인 임태훈이 정재훈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필승계투조'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혜천이 병역면제 판정을 받아 후반기에 돌아올 가능성이 보여 여전히 부실한 좌완 스페셜리스트 쪽에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팀분위기가 잘 맞물려가는 통에 언론들로부터 '칭찬 일색'의 기사를 많이 받고 있는 두산은 4월 8승12패로 부진했으나 이 후 성적은 29승 1무 19패의 엄청난 고압세를 보이고 있다.
허나 지금의 두산을 가장 이끌어주는 것은 아마도 그들의 '빠른 발'일 것이다. 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두산은 '곰'이라는 마스코트답게 스피드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게다가 정수근이 빠져 나간 뒤로는 더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에서 버림받고 두산으로 건너온 이종욱, 그리고 '발만 빠르다'는 평가를 듣던 2년차 민병헌, 또한 만년 기대주 평가만 받던 고영민이 마치 삼국지의 유관장 3형제마냥 그라운드 위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고 있다. 도루 2,3,4위에 랭크되어 있는 그들이 합작한 도루 갯수는 무려 63개. 그리고 득점은 128개이다. 현재 두산의 1-2-3번 타선은 이종욱-민병헌-고영민으로 이어지는 타선으로, 이들이 출루하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병살하기는 어렵고.. 플레이 까딱 잘못하면 실책 나올거 같고.. 상대방에 스트레스를 주기에 이들은 매우 큰 재산이다. 다만 이들은 아직 덜 다듬어진 배드볼히터들(합작 볼넷/삼진수 77/126)이라는 약점이 있는데, 선구안이 발전하여 출루를 더 많이하게 된다면.. 진짜 어마어마해질 듯 하다.
그러나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본인이 관찰한 두산은 '약한 전력임에도 미라클을 일으키는 미스테리 팀'인 것도 사실이었으나 강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 엉뚱하게 종종 엉뚱하게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는 팀이기도 하다. 02년이 대표적인 예로, 그당시 두산은 시즌초 하위권의 부진을 딛고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까지 선두권에서 놀며,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할 기세였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최상 전력이라는 평가를 듣던 후반기 어이없이 미끄러지며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도 실패한 전례가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 올해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리오스 랜들이 버텨주고 있다고는 하나 그 외에 선발투수들은 여전히 믿음직하지 못하다. 김명제 김승회 이경필, 심지어 노경은까지 돌려 쓰며 근근이 버텨나가곤 있지만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보니 리오스 랜들에게 점점 과부하가 걸리게 되며, 그들이라고 언제까지 무너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37승중 반에 해당하는 19승을 리오스와 랜들이 챙겼을 정도로 두산은 그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또한 지금 중간계투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임태훈 역시 현재 중간계투로는 많은 이닝인 62이닝을 먹은 상태로, 혹사에다가 구질이 다양하지 못한 약점까지 겹쳐 후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타선에서는 김동주가 얼마나 몸관리를 잘해주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실로 두산의 공격력은 김동주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아, 김동주가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며칠 두산은 약간의 하락세를 겪기도 했다.
'올해는 끝났다'는 시즌 초의 평을 딛고 대반전을 일으키고 있는 두산베어스. 계속 '미라클'을 유지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또 한번의 반전이 일어날 것인지 지켜볼 만한 일일 것이다.
3. 한화(팀타율 6위, 팀홈런 1위, 팀도루 7위/팀방어율 4위, 최소실책 공동 1위)
다른 이들이 다들 한화를 우승후보로 꼽을 때, 나는 '미친놈'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가차없이 그들을 7위로 꼽았다. 이유인즉 검증된 용병 데이비스가 빠져나가고, 류현진, 문동환, 구대성 등이 전년도 혹사당한 후유증 때문에 주저앉아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또한 한방은 있으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타선, 또한 너무 늙거나 너무 젊어서 중간계층이 없는 마운드 역시 그들의 순위를 낮게 매긴 원인이엇다.
올해 한화가 흘러나가는 내용을 보면, 내가 예상했던 바가 조금은 맞고 조금은 틀리다. 그러나 올시즌 그들의 행보는 나를 완전히 '미친놈'으로 만들었다(기아를 우승 0순위로 꼽은 것과 더불어). 그들의 07시즌을 살펴보면, 뭔가 부족한것 같으면서도 계속 상위권은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실제로시즌 초반의 한화는 내 예상대로 되어가나 했다. 타자들은 한방만 노리는 큰 스윙으로 번번이 삼진이나 병살로 물러나기 일쑤였으며, 투수진 역시 구대성이 출전하지 못하며 마무리가 불안하다 보니 나머지 투수들에게 과부하가 많이 걸렸엇다. 게다가 용병 크루즈 세드릭은 시즌초 전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크루즈는 선구안은 시즌 초부터 보였으나 장타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세드릭은 나오는 족족 얻어맞기 일쑤였다. 그나마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꿋꿋이 버텨줄 뿐이었다. 게다가 노장 조원우, 이도형은 나오는 족족 삼진 아니면 병살 콤보로 팬들에게 '조로켓, 피자도형은 김인식감독의 양아들' 이라며 야유를 받았고, 심지어 김인식감독의 믿음의 야구도 비꼬아져서 '공무원야구'로 불리기도 했다. 이렇게 한화의 4월은 잔인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7승10패로 부진하며 올시즌은 어려워지나 하던 때, 똑딱이만 보여주던 크루즈의 장타가 점점 살아나고, 김태균 역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크루즈-김태균 쌍포를 구축하였고, 불안한 모습으로 '퇴출 1순위'로 꼽히던 세드릭마저 승을 올리기 시작하며 6연승, 승패의 마진을 번 이후로는 단 한번도 5할승률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한화가 잘 나가고 있는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김태균-크루즈 쌍포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둘은 현재 무려 33개의 홈런을 합작하며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끌고 있다. 시즌초 똑딱이로 평가받던 크루즈는 현재 17홈런으로 홈런랭킹 2위에 랭크되고, 게다가 훌륭한 선구안마저 선보이며 프랜차이즈 용병이었던 '신남연' 데이비스의 이름을 한화팬들 뇌리에서 완전히 지웠다. 그리고 한때 이승엽을 이을 거포로 평가받았으나 지난시즌 겨우 13홈런에 그치며 '김똑딱'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김태균은 올해 16홈런을 치며 시즌이 반정도 지난 지금 벌써 지난해의 홈런수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범호 역시 타율면에서는 .246으로 아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이나, 14홈런 35타점을 올려주며 타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팀공헌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외의 선수들이 활약이 크지 못하다는 것이 흠이다.
마운드에서는 지난해 혹사논란이 있었던 류현진이 2년차징크스를 완전히 무시하고 8승4패, 방어율 2.76으로 여전히 씩씩하게 버텨주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완전히 갔다고 생각한 36세의 정민철 역시 7승2패에 방어율 3.18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세드릭 역시 불안한 컨트롤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으며 5승7패, 방어율 3.81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잇는 모습이다. 이렇게 한화의 선발진은 상당히 든든한 모습이다. 그리고 중간진에는 안영명이 7홀드에 2.77이라는 훌륭한 방어율로 그리 튼실하지 못한 한화 중간 마무리진에서 고군분투중이며, 20경기에 나와서 선발 중간 마무리 가지리 않고 한화 마운드가 무너지지 않도록 '알바'를 해주고 있는 베테랑 최영필의 공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떻게보면 한화가 지금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일단 마무리 구대성은 시즌초반 부상으로 빠진데다가 부상복귀 이후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자기팀 팬들에게조차 욕을 먹는 상황이다. 나머지구단, 심지어 꼴찌팀 기아까지도 확실한 마무리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엄청난 취약점이 아닐 수 없다. 지난시즌까지는 선발진에서 승을 쌓아주던 송진우 역시도 올해는 얼굴한번 보기가 너무 힘들다. 게다가 지난시즌 '투펀치'로 활약했던 문동환은 5승3패를 올린 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시즌아웃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한화는 전혀 동요가 없다. 이는 그만큼 선수들이 다른 구성원들의 활약을 믿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특히나 최영필의 '희생정신'은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타선 역시도 중심은 서 있으나 나머지가 부진한 타선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경기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선수들이 할 때 해줄 줄 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김인식감독은 그의 야구 성격상 두산시절부터 엄청난 병살타수로도 유명했는데(현재도 한화는 70개로 팀병살타 1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맡았던 팀이 잘 나갔던 것은 병살에 대한 책임까지도 본인이 질 줄 아는 자세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는 병살을 쳤다고 해서 그 선수를 절대로 닥달하지 않는다. 다만 병살을 막을 수 있었는데 전력질주를 하지 않아서 병살을 당한 선수를 질책할 따름이다. 그런 면에서 김인식감독은 진정한 '덕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덕택에 병살타를 쳤던 선수는 그 다음 타석에서는 반드시 적시타로 보답한다. 그렇게 서로를 믿는 마음이 있기에 한화의 후반기 역시 밝아보인다. 다만 구대성이 컨디션을 회복하느냐, 아직 확실히 발표되지 않은 문동환의 부상 예후가 어느 정도냐 등이 팀 사기에 변수가 될 것이다. 게다가 중간계투진에서 언제까지나 안영명 양훈만으로 버텨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나는 얼마전 군에서 복귀한 마정길,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등판했던 송창식 등을 한화 후반기의 키로 보고 있다. 한화의 타선 쪽은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1번타자만 정해진다면 그야말로 '천하무적'타선이 될 수도 있는 한화 타선이다.
4.LG(팀타율 2위, 팀홈런 6위, 팀도루 4위/팀방어율 8위, 최소실책 4위)
본인은 LG를 4위로 지목했으나, 이것도 사실은 엄청나게 후한 평가였다. 왜냐하면 지난해 꼴찌에다가 4년동안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해 엘지의 팀분위기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이었기 때문. 투수진에서 박명환, 봉중근, 그리고 하리칼라가 보강되었다고는 하나 안그래도 약한 타선에서는 이병규가 빠져나간 상황이었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도 꼴찌를 차지하며 역시 가장 약한 베이스전력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개막 3연전에서도 첫경기에서는 이적생 박명환의 역투로 1-0 승리를 거두었으나, 이후 2경기 연속 완패를 당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꼴찌'가 맞아떨어져 가나 했다. 다만 엘지물을 먹은 김상훈, 이병훈 두 해설위원만이 '올시즌 엘지는 삼성보다 앞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으나, 조소만 샀을 뿐이었다.
이후 롯데-현대와의 원정에서 4승1패를 거뒀을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보았으나, 우승후보라던 한화와의 홈3연전마저 스윕하며 6연승, 8승3패로 치고 나가자 전문가들은 트윈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엘지의 신진 마무리 우규민은 이 동안 연이 터프세이브를 올리며 팬들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될까, 엘지는 삼성과의 홈 2연전때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 등으로 사기가 떨어지며 6연승 이후 14경기에서 3승 11패로 대부진했다. 마무리 우규민의 구질도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총체적 난국에 빠지며 최하위까지 떨어지자 전문가들, 팬들은 '그럼 그렇지'하고 트윈스를 다시금 조소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두산과의 첫 3연전에서 그동안 페이스가 좋던 봉중근이 빈볼시비에 말리는 등 스윕을 당하면서 서울라이벌 두산과 계속 비교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그것은 트윈스 선수들에게 오히려 자극제 역할을 햐여, 그 직후 기아-롯데전을 3승1무로 마치며 탈꼴찌는 물론 5할 승률에 복귀하였고, 그 이후로 엘지는 단 한번도 꼴찌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줄타기식 불안한 행보는 계속되는 중이다. 4연패를 하는가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5연승, 이런 패턴을 너무 자주 반복한다. 팀 전력이 아직은 안정되지 않은 탓일 것이다. 실제로 올시즌 트윈스는 4연패만 해도 5번이나 당했다. 하지만, 트윈스는 올시즌 '얻어맞을지언정 결코 쓰러지지는 않는 팀'으로 변모했다. 실제로 그렇게 잦은 연패를 당하면서도 트윈스는 단 한번도 승패마진이 마이너스 3 밑으로 내려가본 적이 없다. 또한 롯데와 더불어 올시즌 5연패를 단 한번도 당해보지 않은 유이한 팀이기도 하다.
그리고 반환점을 돌았다 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는 5할승률에 +1을 기록하며 4위를 마크하고 있는데, 현 전적은 33승 32패이다. 지난해 이순철감독이 사퇴하던 때인 6월초 트윈스는 겨우 16승에 벌써 3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장족의 발전을 했나를 알 수 있다. 아니 비단 지난해와 비교해서만이 아니다. 트윈스가 6월이 넘어가도록 5할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건 그나마 마지막으로 '야구다운 야구'를 했다고 할 수 있는(비록 6위에 머무르긴 했지만 경기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2003년 이후 4년만이다. 지난해 롯데와의 서글픈 꼴찌 다툼에서 올해는 불안불안하게나마 상위권의 한화, 두산을 아직 사정거리에 두면서 삼성, 현대와 4강싸움을 하는 팀으로 변모한 것이다.
트윈스가 5할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 미스테리라 할 수 있다. 팀타율이 2위이긴 하지만, 팀방어율은 꼴찌에 랭크되어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트윈스의 성적은 최하위권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득실마진에 있어서도 트윈스는 276득점, 328실점으로 -52라는 형편없는 득실마진을 기록하고 있다. 상위 4팀중 유일하게 득실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을 뿐더러, 엘지보다 득실마진이 좋지 못한 유일한 팀은 현재 꼴찌 단독질주 체제에 돌입한 기아(-81) 뿐이다. 득실마진이 순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통계에 따를 때, 트윈스의 5할승률은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경기. 통계가 꼭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답은, 그렇다. 올시즌 트윈스의 경기를 샅샅이 훑어보면 알 수 있다. 올해 트윈스는 이긴 경기에서는 접전으로 이긴 경기가 많은 반면, 패한 경기에서는 대패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김재박감독의 시즌운용 스타일에서 나온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어차피 트윈스가 그리 강한 전력이 아니니 점수차가 일정 이상 뒤집어지면 뒤집기는 무리라고 판단, 질 것 같은 경기에서는 절대 주축급 투수들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며, 그런 경기에서는 어설픈 유망주급 투수들이나, 부상에서 막 회복한 투수들을 투입하여 실전 감각을 쌓게 한다. 대신에 이기는 경기에서는 가차없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보이는 경기다 싶을 때는, 김재박감독의 '쇼'가 시작된다. 필승계투조의 투입, 수비시프트, 그리고 현란한 작전 등.. 혹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기자세'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김재박감독으로서는 8개구단중 가장 허약한 트윈스의 전력을 고려하여 내린 경기운영방침일 것이다. 또한 대패 이후보다는 접전패배 이후의 후유증이 더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 보았을 때도 이것은 현명한 운용 방법이다. 이 점은 올시즌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서도 나타난다. 트윈스 선수들은 연패에 빠져도 지나내까지 그랬던것 처럼 초조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비축하기 위한 기회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올시즌 트윈스가 연패는 자주 당하지만 4연패 정도에서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자세는 선수들이 그만큼 김재박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믿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삼국지'를 보면, 제갈량이 적벽대전을 앞두고 손권진영 모사들과의 설전중 '선생을 얻고 나도 유황숙(유비의 별칭)은 별 달라진게 없는 것 같습니다만'이라는 비아냥 섞인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한다. '그 일은 병든 사람을 치유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소.사람이 큰 병이 났을 때는 먼저 미음과 죽을 먹게 하고, 다음 부드러운 약을 먹여 창자와 폐부를 제대로 움직이게 할 것이며, 그 이후 고기를 먹여 힘을 돋우고, 그 뒤에야만 비로소 독한 약을 써서 병의 뿌리를 뽑는 것이외다. 만약 처음부터 독한 약을 먹이면 그 환자는 오히려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오.' 올시즌 김재박감독이 트윈스를 이끌어나가는 운영방식도 비슷한 듯 하다. 시범경기때만 해도 2승8패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팬들에게 '김재박 와도 나아진게 별로 없구먼'이라는 조롱을 듣던 트윈스였다. 그리고 아직도 선수들의 경기력은 과히 좋지는 못하다. 하지만, 점점 나아지는 것이 보인다. 그들은 점점 팀플레이가 뭔가를 알아가고 있으며, 지난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뛰고 있다. 그리고 투수들은 위기가 닥쳐와도 도망가는 피칭 대신 점점 생각하는 피칭, 그리고 수비수들을 믿는 피칭을 한다. 이는 올해 몰라보게 좋아진 트윈스의 수비력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겠는데, 올시즌 트윈스의 수비실책은 44개로 8개구단중 최소부문 4위로 별 대단한 것은 못되는 듯 하지만, 공동1위 그룹 3팀과는 겨우 3개 차이이다. 그 덕분에 트윈스와 경기하는 상대 수비수들은 유독 실책을 많이 저지르며, 트윈스를 상대하는 팀의 타격진은 출루수에 비해 득점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올해 트윈스는 상대방보다 적은 안타로 승리를 거둔 경기가 왕왕 있는 반면, 상대방보다 안타를 많이 치고도 패한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공은 다음 사람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은 어찌보면 김재박감독보다도 그 공이 더하다고 할 수 있는, 바로 김용달 코치이다. 김용달코치는 선수들에게 무론 배팅의 기술 등도 가르쳐 주지만, 그보다는 팀을 위한 배팅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가 맡은 팀의 타격스탯은 일단 팀타율에서 나타난다. 지난해 8개구단중 유일하게 2할4푼대를 치며 팀타율 꼴찌를 기록했던 트윈스타선은, 올시즌 .269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3할타자는 조인성 단 한명밖에 없고, 홈런 타점 등의 타이틀은 꿈도 못 꾸는 트윈스 선수들이지만, 야수들 전체가 업그레이드되었다. 한마디로 위압적인 타자는 없지만 시쳇말로 '자동아웃'또한 없는 타선이다. 올시즌 트윈스 타자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예년과는 천지차이다. 예전에는 3~4구만에 삼진 혹은 내야땅볼로 물러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요즘은 삼진을 당하더라도 상대 투수에게 공 하나라도 더 던지게 한다. 상대투수를 지치게 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대기타석의 타자에게 그 투수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전해주려는 노력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삼진도 많이 줄어든듯 하다. 물론 볼넷도 많이 얻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여전히 숙제이긴 하지만, 지금의 트윈스 타선은 분명히 진화중인 타선임에 틀림이 없다. 시즌 초반에는 안타에 비해 득점을 많이 못하며 팬들의 비난도 사곤 했으나, 요즘은 거의 매경기 안타수에 걸맞는 득점을 하고 있다. 특히 김용달 코치 재부임과 동시에 90년대 중후반 트윈스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몰아치기'가 다시 부활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김코치는 94~99년 트윈스 타격코치로 일하다가 00년 현대로 옮겨갔었다). 그리고 자동아웃이 없다 보니 타자들이 동시 슬럼프에 빠지는 일도 드물다. 한 선수가 부진하면 반드시 한 선수가 활약해준다. 요즘의 예를 들어보면 시즌 초반 쾌조의 타격감을 보이던 조인성이 요즘 침체에 빠지자, 박용택과 발데스가 정신을 차리는 등, 트윈스 타선은 매우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어 슬럼프에 빠질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타자들이 팀배팅을 알아가는 덕분에 초반에 보였던 '변비야구' 증세도 점점 없어지는 추세이다.
이런 김용달코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로는 단연 이대형을 꼽을 수 있겠다. 지난해까지의 이대형은 발만 빨랐지 나머지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실격인 선수였다. 실제로 올해 시범경기때까지만 해도 이대형은 팬들에게 가장 많은 비난을 듣는 선수 중 하나였다. 어찌 보면 트윈스의 그동안 약점이라 할 수 있던 '스타의식'의 가장 대표적인 선수였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되자, 이대형은 원래 1번타자겸 중견수로 낙점되었던 오태근의 부진을 틈타 선발라인업에 합류하게 되고, 안타를 몰아치기 시작했다.시즌 초반에는 과거의 박준태마냥 4할을 뛰어넘는 타격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지금 역시 3할 언저리의 타율(.295)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미 지난 해의 안타수(40개)는 넘어 선지 오래이다(71개).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타석에서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데서 기인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의 이대형은 자신의 빠른 발만 믿고 어떻게든 땅볼을 굴리고 1루로 뛰어나가려는 자세였으며, 그 때문에 자세가 무너지며 제대로 된 타격이 나올 턱이 없었다. 야구 문외한이 보아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 자세였다. 그러다보니 4~5구만에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올시즌의 그는 타석에서 참을성이 훨씬 많이 생겼으며, 타격자세 역시 훨씬 다부져졌다. 그러다보니 올시즌에는 엔간해서는 7구 이상 승부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자기 공이다 싶을 때 가차없이 휘두르는 타격으로 외야로 빠져나가는 '클린히트'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타점능력도 점점 향상되고 있어, 5월까지는 5개에 그쳤던 타점이 6월에는 10개나 기록되어 있다. '대표적 개인플레이어'였던 이대형이 '팀을 위해 뛰는 선수'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출루능력이 없던 시절에도 20개 이상의 도루로 쌕쌕이 능력 하나는 확실히 보여주던 그였는데, 출루능력이 몰라보게 향상된 올시즌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도루 26개로 도루부문 단독 1위를 마크하고 있다. 상대 수비진은 이대형이 공을 커트해내서 짜증, 그러다가 출루하면 도루해서 짜증, 이렇게 두번 짜증이 나는 것이다. 실제로 이대형이 1루에 나간 후 트윈스 타자(대개 이종열)의 타격은 대개 매우 길게 진행된다. 그의 활약은 물론 팀의 상승세, 하락세 역시 관장한다. 올시즌 부활한 엘지의 몰아치기의 선봉장은 이대형인 경우가 많다. '이대형이 나가면 득점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타자들은 이대형의 발을 믿고 한결 편안히 타격에 전념하게 된다. '아무리 못쳐도 병살은 안나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반면 트윈스가 형편없는 경기내용을 보일 때를 보면 이대형이 침체인 경우가 많다. 이는 이대형이 아직 젊은 선수이다 보니까 아직은 경기내용에 기복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것은 경험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대형이 유지현의 뒤를 잇는 진정한 톱타자가 되려면 볼넷수(20개)를 좀 더 늘려야 하는 것도 과제이다. 물론 그 선구안도 지난 4년간 이대형의 통산 볼넷수(18개)를 벌써 넘어선 것이긴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다. 커트를 많이 하다 보니 삼진도 적게(29개) 당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유지현의 대를 이을 톱타자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이용규와 이대형 중 이용규를 기아에 넘겨버린 결정으로 많인 포화를 받았던 엘지 프런트, 김용달코치 덕에 올해는 그 비난에서 비로소 자유롭게 된 듯 하다.
그의 은총을 받은 선수는 비단 이대형뿐이 아니다. 조인성 역시 타율 3할을 기록하며 98년 데뷔 이후 공격부문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인성의 타격을 보면 뭔가 성급해보이고 뱃을 돌리는 것도 무거워 보였으나, 올해는 뱃을 돌리는 자세가 한결 가벼워졌다. 비록 최근에는 가벼운 부상, 그리고 혼자서 거의 모든 경기를 책임졍 하는 중압감 등으로 침체에 빠져있긴 하지만, 대표적 '초반 반짝' 선수였던 조인성이 반환점을 돌도록 이렇게 잘해보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그리고 '권병장' 권용관도 놀랍다. 수비는 일품인데 타격이 물방망이였던 그가 올해는 타격에서 .279, 26타점을 기록하며 눈을 뜬 모습을 보인 것이다. 타율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타점 부문으로, 이 상태로 꾸준히 출장한다면 자신의 타점 커리어하이(02년, 32타점) 경신은 확실해 보인다. 지난해 100타수 18안타에 그치며 '다 끝났다'는 평가를 받던 최동수는 올해 붙박이 4번으로 자리잡으며 3할에 육박하는 타율로 그의 클러치능력을 재현하고 있다. 다만 박용택만은 김용달코치의 스타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 초반에 고생을 하기도 했으나, 최근 김용달코치와 자신의 스타일에 절충안을 선택하면서 매경기 꾸준히 타점을 올리는등 살아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에서도 S급 타자에 속했던 이병규를 잃고도 트윈스 타선은 이처럼 전보다 훨씬 끈끈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김용달 효과'와 더불어 기대했던 '양상문 효과'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올시즌 사실 트윈스가 타선보다 더 기대했던 것은 투수진이었다. 두산에서 토종 에이스였던 박명환, 그리고 애틀랜타에서 한시즌 6승을 거두기도 했던 봉중근, 2년연속 우승팀 삼성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하리칼라 등을 보강하며 부푼 꿈에 젖어잇던 것이다. 하지만 올시즌 트윈스의 팀방어율은 8개구단중 최하위이다. 초반에는 선발진의 박명환 봉중근 하리칼라, 그리고 마무리 우규민등이 모두 확실한 피칭을 해주면서 팀방어율 부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우규민의 구질이 드러나며 점점 맞아나가기 시작하고, 봉중근이 빈볼시비 이후 극심한 부진으로 급기야 6월초에는 2군행의 수모를 겪기도 하면서 트윈스 투수진은 난국에 빠지게 되었다. 유약한 불펜 역시 트윈스 투수진의 침몰을 가속화시켰다. 그 와중에서도 박명환만은 8연승을 달리며 꿋꿋하게 버텨, 구멍난 트윈스 투수진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2군에서 '김용수 코치의 손길'을 받고 돌아온 봉중근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자 박명환이 3연패에 빠지며 '여름 잔혹사'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큰 기대를 모았던 하리칼라는 6점대에 육박하는 방어율로 투수용병 중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물론 트윈스의 유능한 코치진이 알아서 관리해주리라는 생각은 들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다. 이렇게 올시즌 트윈스가 선두권을 채고 올라갈 한 찬스를 여러 번 잡았으나 번번이 중위권으로 자맥질하는 이유는 이런 '선발진의 엇박자' 때문일 것이다. 트윈스의 선발진 면면은 분명히 지난해보다 좋아졌으나, 그들이 동시에 잘해주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와중에서도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켜준 최원호의 공은 높이 살만하다. 최원호는 현재 6승5패 방어율 3.69를 기록하며 트윈스 선발진의 보루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트윈스 선발진에 가장 오랜시절 포함되어 있던 그의 투수진 조율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선발진은 이렇게 불안불안하면서도 팀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햇으나, 중간불펜은 여전히 불안했다. 확실히 '믿을만하다'고 할 수 있는 불펜투수가 단 한명도 없었다. 김민기, 류택현이 그나마 메인셋업, 원포인트로 활약하며 중간진을 지탱하고는 있으나 그들만으로 중간진을 지탱해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시즌 '불민기'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35경기에 출장하여 14홀드를 올린 김민기의 노고는 결코 폄하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 노고의 덕택일까, 그의 방어율은 한때 5점대 중반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기어이 3.96까지 깎았다. 실제로 그의 6월 방어율은 2.21로 매우 준수하여, 트윈스 중간계투진이 살아날 희망을 주고 있다.(이점은 02년 김성근감독시절과 매우 흡사하다. 그해에도 트윈스는 5월까지 매우 허약한 마운드였으나 6월에 이상훈이 확실히 마무리에 정착하고, 이동현 장문석이 불펜에이스로 활약하며 6월부터 점점 안정을 찾기 시작, 허약한 선발진에도 불구하고 팀방어율 3위를 기록했다. 지금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하는 류택현이 붙박이 계투로 뛴 것도 그때부터이다.) 좌완스페셜리스트 류택현 역시 15홀드와 2.70의 방어율로 홀드부문 1위에 올라오며 트윈스 중간계투진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중간투수들이 전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트윈스팬들이 크게 기대하는 투수인 김기표는 아직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한듯 그의 자랑거리인 컨트롤이 말을 듣지 않고 있으며, 경헌호나 김재현은 구위건 컨트롤이건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구석이 없다. 그러나 점점 '중심이 서 가는 마운드'이기 때문에 분명히 점점 나아질 희망을 보여 주고는 있다. 다만,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처럼 불펜에이스들 이외에도 그들을 받쳐줄만한 선수가 빨리 나와야 할 것이다. SK는 불펜에이스인 윤길현 정우람 이외에도, 조웅천 가득염 등이 뒤를 든든히 받쳐주며 막강불펜을 과시하고 잇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윈스 투수진을 말할 때 이 선수만큼 중요한 선수가 또 있을까. 바로 마무리 우규민이다. 그는 지난해 트윈스의 꼴찌 추락 속에서 유일하게 발견한 보석이었다. 지난시즌 17세이브, 1.55의 방어율을 기록한 우규민은 첫경기부터 1사만루의 절체절명 위기를 침착한 수비 등으로 넘기며 터프세이브를 기록하더니, 지저분한 공과 사이드암치고는 빠른 공을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유린해 나갔다. 5월에는 구질이 간파당하며 안타도 많이 맞고 블론도 4개나 기록하며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6월에는 단 1실점도 기록하지 않고, 특히나 단 1개의 몸맞는공만을 허용했을 분 볼넷이 단 하나도 없어 다시금 믿음직한 마무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4월에는 정-5월에는 반의 과정을 거쳐 6월에는 '합'의 과정에 다다른 것이다. 땅볼투수이니만큼 삼진 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볼넷 숫자에 관계없이 여전히 컨트롤이 약간은 불안한 단점은 있지만, 우규민의 건전한 마인드가 그를 점점 발전하는 투수로 만들어가고 있다. '피할수 없다면 즐기자'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인해 우규민은 블론세이브도 많지만, 유독 많은 터프세이브 숫자로도 유명하다. 현재 그는 1.93의 방어율에 20세이브로 세이브부문 단독 1위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책임감' 이다. 그는 어쩔 수 없어 블론을 기록한 후에도 결코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나머지 타자들을 잘 처리해야겠다는 마인드로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규민의 구위나 구질보다 더욱 믿음직한 것은 그의 마무리롯의 마음자세인 것이다. 이렇듯 트윈스가 방어율 최하위를 기록하고도 5할승률을 유지했던 것은, 앞에 말했듯이 승리할 때와 패배할 때의 모습이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도 있지만, SK마냥 선발에이스, 중간에이스, 확실한 마무리가 다 갖춰진 '중심이 서 있는' 마운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올 시즌 꼴찌전력으로 평가받던 트윈스는 악전고투 속에서도 5할승률과 4위로 반환점을 도는 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생각보다 제법인데'이다. 이병훈, 김상훈 두 해설위원의 말은 반환점을 돈 현재로 보았을 때는 현실이 되고 있다. 엘지는 지금 삼성에 근소하게나마 앞서 있다. 이렇게 팀분위기 개선에 가장 도움을 많이 준 것은 아마도 엘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혹은 엘지 경험이 있는 이들로 구성된 코치진일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그들은 트윈스의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며, 그만큼 그 분위기에 대한 처방전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 트윈스 선수들, 그리고 코치들간에는 전에 없던 신뢰가 싹트고 있다. 그래서 앞에 말했듯이, 그들은 더이상 팀이 침체에 빠져 있다고 해서 동요하지 않는다. 또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잃어버렸던 트윈스 팬들의 로얄티도 매우 많이 되찾고 있다. 올시즌 트윈스 외야에 가장 많이 걸려있는 플랜카드는 다름아닌 김재박 감독의 플랜카드로, 감독을 숭배(?)하는 플랜카드가 이리 많이 걸린 것은 유례가 없다. 올시즌 트윈스는 홈에서 16승2무13패라는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있다.
하지만, 이 팀에도 아직 불안요소는 많다. 일단 앞에 말한 불펜쪽인데, 김민기-류택현만으로는 그들에게 과부하가 걸려 혹사가 불가피하다. 불펜투수를 내부적 혹은 외부적으로 보강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본인은 현재 부진한 투구내용을 보이고있는 하리칼라는 기다려 줄 만큼 기다려줬다고 생각한다. 하리칼라는 아쉽지만 고국으로 돌려보내고, 지난해의 카라이어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중간투수를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본인은 한때 양키스에서 철벽 계투진으로 활약했으나 지금은 무적 신세인 라미로 멘도사를 추천하고 싶다. 아니면, 지금 기아의 F로드는 좋은 투구내용에도 불구하고 성적 부진으로 인하여 가치있는 시점에 등판기회를 그리 많이 잡지 못하는 상황인데,더이상 용병교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 선발진이 부실한 기아에 하리칼라를 내주고, 윗돈을 좀 많이 얹어서라도(엘지 같은 구단에 돈은 아무것도 아니니) F로드를 데려오는 방법도 생각은 해볼 수 있겠다. 다행히 나머지 하나의 용병 발데스는 위력적인 활약은 아니지만, 팀이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역할은 해주고 있다. 삼진을 좀처럼 당하지 않는 침착한 자세, 그리고 나쁜 공을 커트해내는 끈질긴 자세는 좋으나, 중심타자답게 타석에서 좀만 적극성을 보여주길 바라는 바이다. 느린 발은 할 수 없고.
그리고 팀간전적을 보았을 때, 강팀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약팀에 강하다는 것 또한 지금의 트윈스가 선전에 비해 폄하받는 요인이 아닐까. 현재 엘지는 선두권인 SK,두산에는 5승14패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잇는 반면, 꼴찌권인 기아, 롯데에 12승2무4패로 앞서 잇는 상황이다. 나머지 중위권 3팀들에는 16승 14패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밀리지 않는 경기를 보이고 있다. 비교적 약팀들을 잡아나가는 건 일단 살아나기 위한 방편이라고 보이지만, 그래도 한 팀에 이리 일방적으로 몰린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잇어 보인다. 특히 두산에 보이는 고질적인 열세는 트윈스가 항상 베어스에 비해 폄하당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후반기에는 상위권팀에도 앞에 서진 못하더라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야만 가뜩이나 언론과 우호적이라고 할 수 없는 트윈스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건강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라고 해도 건강이 좋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이다. 지난 몇년 트윈스는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팀들 중 하나였다. 코치진에서 선수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도 박명환의 여름 징크스, 그리고 백업포수 최승환의 부상으로 인한 조인성의 경기부담 가중-그로 인한 연쇄 부상기미 등이 불안요소이다. 이성열이라는 백업포수가 하나 있긴 하지만 수비를 맡기기에는 아직 불안하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박영복이나 최승준 중 하나를 추가로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트윈스가 잘 나가는 시즌에는 항상 '미쳐주는 신인'이 한 명씩 나왔는데, 후반기에는 트윈스 라인업에서도 '미쳐주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준수한 활약을 해 주는 신인을 볼 수 잇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은 반환점을 돌며 지친 노장들도 짬짬이 쉬게 해줄 겸 올해 2차1번으로 입단한 박용근을 꾸준히 투입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마침 유격수, 2루수, 3루수가 모두 가능하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지난해 바닥을 치고 올시즌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는 트윈스, 선수들 관리만 잘 한다면 김재박감독의 힘을 빌어 올시즌에는 충분히 4강진입이 가능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