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독
유능화/연세필의원
저의 병원에 오는 환자분 중에 S씨가 계시는데, 절에 기거하면서 한 달에 한 번은 고혈압 약을 타러 저의 병원에 오십니다.
“요새도 절에서 기거하세요?”
“아뇨. 1년 정도 있다가 내려왔습니다.”
“좀 더 계시지….”
“가족도 먹여 살려야겠고 해서 일단 내려 왔습니다.”
“절에 계시면서 탐진치(貪瞋痴)를 좀 버리셨나요?”
“어! 원장님은 크리스천일줄로 아는데 어떻게 탐진치를 아세요?”
“인간의 본능적 행동을 단 세 글자로 표현한 문자는 漢字밖에 없습니다.
탐내고(貪) + 화를 내고(瞋) + 어리석고(痴)의 ‘탐진치!’“
“네 맞습니다. 그 놈의 탐진치를 끊어보려고 절에 있었는데….
“어떻던가요?”
“쉽지 않지요. 그래도 그놈의 진치는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생각되는데,
그놈의 탐(貪)을 버리기가 영 쉽지가 않네요. 특히 속세에 내려와서는.“
(S씨는 탐진치 앞에 꼭 ‘그놈’을 붙이십니다.)
“貪까지 버리시면 成佛하시는 것입니다.”
“하하하. 그렇죠. 제가 부처님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어요? 그놈의 탐진치가 쉽게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어요.“
“속세에 내려오시니까 탐진치를 떨구기가 더욱 어려우시죠?”
“말도 마세요. 속세에 내려오자마자 비즈니스하려고 하는데
그게 영 쉽지 않네요.“
“貪(탐)의 마음이 너무 강하면 머리가 뜨거워져 정확한 판단이나 분별이
어려우니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이 도움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더 좋기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좋겠죠.“
“원장님은 道士 같은 말씀만 하시네요.”
“……………”
# 탐진치!
佛家에서 중요시하는 3毒(독)은 貪慾(탐욕), 瞋恚(진에=노여움,분노), 愚癡(우치)로서 줄여서 탐진치라고 합니다.
貪(탐)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 瞋(진)은 貪(탐)과 단짝을 이루는 것으로서 좋아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불쾌감, 혐오, 반감의 감정입니다.
愚癡(우치)는 자기에 대한 강한 집착에서 바른 도리를 못보고 잘못된 판단이나 분별을 일으켜 온갖 번뇌의 근원이 된다고 합니다.
삼독은 인간의 온갖 숱한 번뇌를 압축하는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저는 ‘탐진치’의 3독에다가 慢(만)을 추가 시키고 싶습니다.
자기를 누구보다도 드러내고 싶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고, 자기를 알아달라는 마음의 기저에는 慢(만)이 있습니다. 주위에서 慢(만)의 중요 형제인 自慢(자만)과 驕慢(교만)으로 인하여 실족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탐진치만’의 4독을 조금이나마 의식하며 생활하면 오늘은 4독의 깝질이 조금은 벗겨지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좋은 오늘
더 좋은 내일이 되기를 바라며….
*유능화 원장님은 우리 해드림출판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2층에서 ‘연세필의원’을 운영하시는 분인데 일주일에 두 번씩 좋은 글을 여러 사람에게 이메일로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