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1.
이것이 문제로다
대구는 엄청 더운 도시다. 대프리카라는 별명을 가졌을 만큼 여름 한 철 동안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뉴스의 끝을 장식한다. 35년을 대구 사람으로 살다 보니 더위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다. 반면 추위에는 나약하다. 더위도 힘들지만, 몸이 추우면 더 초라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난방 연료가 도시가스라서 경제적 부담이 덜 하다. 아무리 겨울이라도 추운 건 딱 싫다. 추위는 두렵고 왠지 불쌍해 보인다.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처럼.
꽃이 피니 봄이라 한다. 3월이니 봄은 봄이지만 추운 봄이다. 꽃샘추위에 옷깃을 세우고 장갑도 끼고 목도리와 모자도 덮어쓰고 다니는 봄이다. 구례군 체류형 귀농귀촌지원센터의 교육생 원룸은 낮에도 춥지만, 밤이 되면 더 춥다. 난방 연료 가격에 대한 소문으로 거의 모두가 입이 떡 벌어져 버렸다. LPG 가격이 약 5,100원/루베(1m3)이라고 했다. 교육생 중 몇 명이 전화 통화로 확인했다고 한다. 이 소문은 곧 진실이 되었다. 대구 대성에너지의 도시가스 가격은 약 950원/루베(1m3) 이다. 다섯 배가 넘는 가격이니 집에서처럼 사용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추위에 떨 것인지 돈으로 막을 것인지 이것이 문제로다. 따지고 보면 이런 건 대구 사람에게는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추위에 취약하니까. "아낄 걸 아껴야지. 얼마 한다고 추위에 떠냐!" 아내의 한마디 때문에 나도 뜨끈뜨끈한 밤을 보낸다. 죽으면 싸 들고 갈 수도 없는 게 돈이 아니던가. 있을 때 잘해야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저승에 가서 아버지 이병철 회장을 만났다. 손을 맞잡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니도 빈손으로 왔나?"
아들 이건희 회장은 두 팔을 펼치며 겸연쩍게
"예, 재용이도 빈손으로 올 낍니다."
첫댓글 사서 고생을 합니다
그러기로 다짐했잖아요 ㅎㅎ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그래도. 맘따로 몸따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