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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 파트너의 미소
김 종 선 2월 28일 나는 또 명식이와 구곡폭포 등반 약속을 하였다. 자일 파티가 없는 명식이의 확보자로서 들놀이를 서기로 했다. 먼저 번 체력 부족으로 고생하던 상황이 머리에 떠오른다. 일단은 동행하기로 약속을 하였으니 그때의 일을 장비 탓으로 돌려본다. 전날 저녁 배낭을 꾸려놓고 시계를 맞추어 놓고 눈을 감았으나 걱정이 된다. 선잠 속에 아침을 맞는다. 성북 역에 7시 25분 경에 도착하니 태영이와 명식이 그리고 지식이(명식이 동생)가 도착해 있었다. 열차에 오르자 바로 출발한다. 허기진 배로는 등반이 힘들 것 같아 어제저녁에 약간의 간식을 준비하였다. 청평을 지나며 찐 계란과 약간의 빵과 우유로 빈속을 채우며 식사를 즐긴다. 여전히 즐거운 대화를 나누지만 오르지 않고 빌레이 보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80미터를 사용하여 밑에서 빌레이를 볼까? 하는 생각, 중단에 확보하고 하강후 명식이가 장비를 회수하는 방법도 생각이 들고 아예 상단에 올라가 휙스를 시킬까하는 생각 등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그러나 체면이 있고 가풍(산악회)의 명예가 있지 후배들 앞으로 그럴수야 있나. 고생이 되야 죽기야 할려구? (순전히 배짱으로) 오늘은 허밍버드 함머를 갖추었으니 먼저보다는 낫겠지? 온간 잡념이 머리 속을 꽉 채우고 떠날 줄 모른다. 며칠 전 동네 앞에서 어느 누가 개를 잡던 모습까지도 깨름직하게 마음에 걸리며 다가온다. 미신을 전혀 안 믿는 나 자신인데도... 어느덧 강촌 역에 도착하여 역사를 빠져 나오니 산뜻한 강바람이 따스하게 느껴지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착각을 본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복잡한 세상... 국물 맛이 좋아요" 사발면으로 식사를 즐기기로 합의하여 노상에 버너를 꺼내 불을 붙인다. 버스가 오기까지 20분 가량 시간이 남았다. 차가운 바람에 가스버너는 성능을 발휘 못하고 코펠의 물은 버너의 학력과 비례하여 100도에 도달할 생각을 안 하더니 버스가 강촌 다리에 나타날 때 물이 끊어 물을 부어 식사를 들고 승차하였다. 식사를 개시하려니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안락한 식사를 방해하고 결국은 하차하여 식사를 마치고, 폭포를 향하여 걷는데 허기를 면하니 또 걱정거리가 머리 속에 맴돈다. 빙폭의 상태는 먼저보다 더 좋은 것 같고, 관중이 아무도 없으니 약간의 안심이 된다. 팬들에게 꼴불견이 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장비를 챙기고 젤피스트를 착용하고 등반 준비를 하며 걱정을 하자 명식이가 "형은 먼저번에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이번엔 쉽게 등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안을 한다. (쟈아-식!) 40미터 자일을 동굴에서부터 휙스시켜 태영이에게 유마르를 주어 촬영용으로 사용하고 80미터 자일을 갖고 출발하였다. 시간은 11시 20분 명식이가 출발하였다. 먼저번에는 그냥 중단에 오르더니 오늘은 2개의 바트호크를 사용하여 중단에 오른다. 안전하게 하는 것이 좋으니 편히 하라 하면서도 회수시 팔 힘이 빠질 것이 염려된다. 스타트하며 무척이나 팔 힘에 신경을 쓰며 직벽에 도달하여 신경을 곤두세우고 체력 소모를 줄이려 빌레이에 의존하여 픽켈과 함마을 살짝 다루며 올랐다. 너무 걱정을 해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중단에 아무런 부담 없이 올랐다. (옛날 실력이 나오려나?) 중단에서 확보를 마치고 명식이를 보내며 중간에서 스텐스가 좋으면 핏치를 나누어 등반하자 하였으나 스텐스가 안 좋다하여 그냥 등반하니 또 다시 체력안배에 지장이 올 것 같았다. 그러나 하단 등반한 것으로 미루어 큰 고생 없이 오를 것 같아 명식이 완등후 스크류와 호크를 회수하고 함마가 잘 먹나 한번 찍어 보니 픽크가 날카롭게 각이 굽은 허밍버드 아이스 함머는 작은 고드름을 찍어도 어름이 파손되지 않고 고드름 사이에 찍어 당겨도 안정감이 있어 훨씬 쉽게 오를 수 있다. 역시 구곡 같은 빙질에선 각이 굽고 픽크가 좁으며 톱니가 깊이 나 있는 함마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운악 홍폭과 같이 완경사에 평탄한 빙질에서는 각이 넓고 픽크가 넓은 함마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생각 외로 쉽게 등반을 했다. 마지막 피치에서 명식이의 검은 얼굴에 흰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때 같은 자일 파티로서의 희열에 찬 듯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확보를 마치고 귤 한쪽을 입에 넣어 갈증에 붙어버린 목을 상큼한 액체로 풀을 때 그것을 ...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13시! 2시간 30분씩이나 걸렸다. 스크류나 바트호크 대신 금강후크를 중간에 사용했더라면 30분 이상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는데 명식이는 후크를 못 믿겠다면 굳이 회수하기 힘든 바트호크만을 고집한다. 사용하는데는 애로 사항이 없어 그런가? 완등후 명식이는 하강하여 중단에서 다시 등반하였다. 왼손은 함마 대신 휙스 자일에 유마르를 사용하며 올랐다. 하강하며 내려올 때 먼저번 내 체력에 실망했던 나는 체력도 체력이지만 역시 장비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핑계로 약간의 위안을 하며 역시 머리 속의 걱정은 걱정으로 끝나고 미신은 미신이라고 생각하며 내려왔다. 16시에 버스를 타기로 하니 약 40분 가량 시간이 있는데 버너 위의 코펠은 물이 끊는지 안 끊는지? 가스통을 손으로 감싸며 보온하여 간신히 그것도 또 간편한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에 오니 버스가 오고 있어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승차하여 춘천에 나가 막국수를 먹으니 국수 3끼에 입안이 개운치 못하다는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열차 안에서 커피를 끊여 마신다. 열차는 서서히 움직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