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보고_제11차[태백산권]
종주일시 :
[2025.03.07.(금) ~ 2025.03.08.(토)]
전체구간 :
도래기재-구룡산-신선봉-깃대배기봉-부소봉-태백산-화방재
운행거리 :
대간기준 : 24km(누적 448.15km)
Garmin 기준 : 28.17km(누적 521.41km_인접거리 포함)
도래기재-구룡산-신선봉-깃대배기봉-부소봉-태백산-화방재
거리 : 28.17km
총시간 : 16시간 32분
평균페이스 : 35.05/km
총상승 : 2,338.1m
총하강 : 2,080.8m
최저해발 : 732.2m
최고해발 : 1,574.8m
날씨 : 흐림, 눈
[후기]
바람이 갑자기 멎은 것같이 이 눈도 갑자기 멈춰주지 않을까.
그러나 눈의 밀도는 오히려 점점 높아지고 있다.
회백색 허공에서 한계 없이 눈송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하나의 눈송이가 태어나려면 극미세한 먼지나 재의 입자가 필요하다고 어린 시절 나는 읽었다.
구름은 물분자들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고, 수증기를 타고 지상에서 올라온 먼지와 재의 입자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두 개의 물분자가 구름 속에서 결속해 눈의 첫 결정을 이룰 때, 그 먼지나 재의 입자가 눈송이의 핵이 된다.
분자식에 따라 여섯 개의 가지를 가진 결정은 낙하하며 만나는 다른 결정들과 계속해서 결속한다.
구름과 땅 사이의 거리가 무한하다면 눈송이의 크기도 무한해질 테지만,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인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中 -
도래기재에서 가볍게 라면으로 허기를 채운 후 종주를 시작한다. 얼마 걷지 않아 최근에 내린 눈이 쌓여 발목까지 덮는다.
그 밑은 올겨울 내린 눈이 쌓이고, 녹고, 쌓여 단단한 빙하와 같다. 능선에 쌓인 눈의 높이는 깊은 곳은 허리까지 쌓여서 길을 알아볼 수 없다. 그간 대간꾼들이 지나간 발자국을 믿고 걸었지만, 최근에 내린 눈에 덮혀 발자국 조차 찾을 수 없었다. 신설(新雪)이 쌓인 대간 위에 길을 만든다.
기온이 낮은 것은 아니었지만,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오니 늦겨울 추위가 몸속을 파고 들었다. 파우더 같이 쌓인 눈길을 걷는 내내 '작별하지 않는다'의 구절이 떠올랐다. 숨소리마저 빨아들여 주변은 고요했다.
어김없이 무박 40시간의 종주가 이어졌다. 아침 해가 쨍하고 떠주길 바랬지만, 내 머리속과 같이 흐리멍텅한 날씨가 이어졌다. 08일 09시를 넘기자 기온이 따듯해지고, 졸음이 몰려왔다. 걸으며 자는 수 밖에 없다.
회장님이 기획하고 준비한 야간 종주는 내년 페루 와스카란(6,768m) 원정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고산 등반에서 정상에 오르는 날에는 높은 고도와의 싸움도 힘겹지만, 어둠과 바람과 눈을 이겨내야하는 심리적인 공포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모든 대원들이 이번 훈련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길 바란다.
태백산 구간은 그나마 시야가 트이는 곳들이 많고, 눈길에 운행했기에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어렵지는 않았으나, 러쎌을 해야하는 구간들이 대부분이 었기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길 찾기가 어려워 몇 번을 되돌아 가는 수고가 있었다.
실제로 구룡산을 넘어 곰넘이재를 지나 신선봉 부근에서 길을 잘못들었고, 어렵게 찾아 올라간 신선봉 부근에는 정상석이 보이지 않았다. 사전에 GPX 데이터를 기기에 넣어 갔기에 루트를 찾을 수는 있었으나, 정상석은 찾을 수 없었다.
우린 눈에 덮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돌아오는데 한자가 적힌 비석을 찾았고, 주변 나무에 대간 리본이 많이 붙어 있어서 이것이 신선봉 정상석으로 오인하고 인증샷까지 남겼다. 그러나 비석은 경주손씨 조상님의 무덤이었다(하산 후 함누나가 한자를 보더니 '엄대장 여기 신선봉이 아닌 것 같아'하시는데 사진을 보면 함누난 자연스럽게 비석에 팔도 얹고 있다^^).
06:30분 즈음부터는 동이 터오기 시작하고 하얀 눈을 감상하며, 파우더 같이 쌓인 눈을 밟으며 태백산을 지나 유일사를 건너 화방재까지 무사히 종주를 완료했다.
화방재에 대원 수송을 나와준 석용형에게 감사드리고, 누구하나 이견 없이 찬조한 식대 등 지원에 감사드린다.
재원 촬영 사진
창섭형과 함누나 촬영 사진
첫댓글 힘들었지만, 함께해 든든했고
무사히 완료하여 뿌듯하기도 했네요
모두 넘 고생많았습니다~~ ^^
그리고, 신선봉 정상석이라고 아주 신나게 찍은 곳은 경주손씨 묘지 비석ㅠㅠ이란걸 다녀와서 알았음요^^
인증샷 당시 먼가 쎄~~한 기분이었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