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디카시와 시의 다른 점
1) 시에 대하여
시는 언어로만 이루어져 있다. 여러 가지 시작법이 있으나 시를 쓰려면 시의 대상을 통해 메시지나 이미지를 얻어 여러 가지 언어적 방법으로 시를 써낸다. 이 과정에서 누구나 다 겪은 경험일 수 있고 아니면 자신이 경험한 대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의 전체 윤곽이 잡히고 설득력 있는 시가 된다.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시적 대상은 극히 광범위하고 모든 사물과 모든 현상과 자연과 인간과 인간사가 된다. 시 쓰기는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대상의 직, 간접경험→낯설게 보기, 다르게 보기, 창의적 발상, 발상의 전환→알레고리, 메타포, 상징 등으로 시 쓰고 다듬기→완성
2) 디카시에 대하여
시 쓰기와 달리 디카시는 대상이 피사체 즉 사진으로 한정된다. 그러나 디카시도 피사체 즉 사진이 시의 대상처럼 피사체가 시의 대상처럼 극히 광범위하고 모든 사물과 모든 현상과 자연과 인간과 인간사가 된다. 시와 디카시의 같은 점은 광범위한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시언어로 표현되는 것이고 디카시는 피사체와 어울리는 5행 이내 언술로 표현된다는 단서가 붙는다.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디카시는 완성된다. 시와 디카시의 차이점은 대상은 동일하되 사진이라는 피사체가 시의 대상으로 들어오는 것이 다카시인 것이다.
직접 찍은 사진→낯설게 보기. 다르게 보기, 주관개입으로 창의적 발상, 발상의 전환→사진과 어울린 알레고리, 메타포, 상징 등으로 5행 이내 언술로 쓰고 다듬기→완성
3) 시와 디카시 쓰기의 실제
① 시 쓰기
처절한 꽃
김왕노
밤새 폭설이 새하얗게 내린 아침 여기저기
설해목 가지 뚝뚝 부러져 적설을 뿌리치던 겨울이 있었다.
오늘 아침 산대저수지로 뛰어가는 길
작심한 듯 부러져 길을 막고 있는 아까시나무들
부러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카시아에 있었던 것
그렇게 소담스러운 아까시나무꽃을 수없이 송이송이 매달았으니
가볍다고 생각한 적설로도 생가지 뚝뚝 부러지는데
가볍다고 생각하는 꽃이지만 저렇게 많은 송이면
꽃 무게로 가지를 찢기거나 줄기마저 부러뜨리는
불상사에 이를 수밖에 없어
설해목은 눈 때문이나 아까시나무는 자기가 피운 꽃무게 때문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의 꽃, 모순의 아까시나무
쓰러져도 꽃송이를 놓지 않는 가지들이 처절하게 아름다웠다.
- 「처절한 꽃」전문
아카시아꽃이 송이송이 너무 많이 매달려 가지 찢어진 아까시나무를 외부적 힘 때문이 아니라 과욕이라는 내부적 문제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 본다. 꽃 필 수밖에 없으나 너무 많은 꽃이 가진 꽃의 무게로 참사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욕과 과적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시에 담았다. 그래도 꽃을 놓지 않는 아까시나무로 삶의 끈질긴 의지를 북돋아 주는 시로 썼다.
② 디카시 쓰기
가지가 찢어져 드러난 거대한 상처를 아카시아의 입으로 발상의 전환을 꾀하였다. 과욕의 말로가 어떤지 고발하며 알리고 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뻐꾸기 아련한 울음으로 말로에 대한 슬픔을 증폭시켰다.
과욕은 금물
꽃 무게로 찢어진 가지
비로소 열린 입의 외침
과욕은 참혹하다는 말
맞는 말이라 후렴을 넣는
저 아련한 뻐꾸기 울음
- 김왕노
찢어진 가지를 득음에 이르러 절창하는 입으로
창의적 발상으로 전환을 꾀하였다. 쩍 가지가 부러지며 하던 절창
처음이자 마지막 절창을 혼곤한 봄밤으로 듣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썼다.
봄밤
드디어 바람의 무두질과 담금질로
득음에 이르러 침묵을 깨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른
단 한 소절의 절창을 들었는가.
봄밤에 취했지만 깨어 들었는가.
- 김왕노
2024.7.8.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