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시의 새로운 장르, 디카시
-그 미답의 지평과 정체성
1. 디카시의 출현, 카메라와 시의 악수
다도해의 자란만이 푸른 물결로 출렁거리는 경남 고성에서, ‘디카시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은 청명한 자연의 경관 때문이 아니다. ‘디카시’란 별로 들어보지 못한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얼굴이 하나의 문학 장르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일 자체가 경이롭기도 하거니와, 그와 같은 문학적 지각변동을 이끈 문열이로서 한 시인이자 문학비평가의 날선 감각과 지속적 열정이 문학사의 유다른 경계를 열어가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전례 없는 문학 유형의 창안자는, 그 지역에 태를 묻고 또 그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하고 있는 이상옥 교수다. 디지털 영상 시대에 시의 위의를 회복하고 독자와 새롭게 소통하는 전범을 제시‘하려는 디카시의 발상지는, 그러므로 자연히 경남 고성이 된다. 아마도 이 시대의 첨단에 선 시운동은, 1930년대 김광균 등의 모더니즘 시운동이 그러했듯이, 고성의 ’공룡엑스포‘와 더불어 지역적 명성을 강력하게 환기하는 문화 규범이요 축제로 발전해 가리라 여겨진다.
디카시는 말 그대로 디지털 카메라와 시의 결합어다. 모든 자연이나 사물, 곧 카메라의 피사체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문자로 재현하는데,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과 그에 연동되는 시가 하나의 텍스트로 완성되는 새로운 시의 장르다. 그러자면 평상의 언어가 시가 되기 위해서 응축과 상징의 표현력을 얻어야 하듯이,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 또한 피사체의 여러 표정 가운데 촌철살인에 해당하는 극명한 순간을 포착해야 마땅하다. 또한 그 사진에 잇대어져 있는 시도 단순한 비유적 언어용법을 넘어 사진의 시각적 현상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주밀한 언어 및 의미의 배합을 유념해야 옳겠다.
그런데 이러한 소규모 종합예술로서의 디카시가 그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사진의 화면 및 시의 문면이, 우리 시대의 가장 전진적인 지점에 도달해 있는 인터넷의 기능이나 영상문화 시스템과 매우 효율적으로 악수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게 판단할 때, 디카시도 인터넷 문학의 한 변종이라 호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글에서는, 디카시의 정체성 또는 발생론적 근본에 해당하는 인터넷, 사이버, 영상문화에 대한 논리적 검토를 선행한 후에 다시 디카시의 성격과 그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