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장을 넘기듯
《도서관》│사라 스튜어트 글│데이비드 스몰 그림│시공주니어
교육출판부 장현정
너무 좋아서 푹 빠진 일이 있었던가. 수레 가득 읽을 책을 싣고 걸어가면서도 눈은 펼쳐 든 책에 고정되어본 일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주변에 책을 두면 안정감이 들긴 해도 눈비 오는 날까지 챙겨 볼 정도는 아니다. 엘리자베스 브라운과 나의 명백한 차이다.
엉뚱하고 재미있는 소녀가 태어났다. 관심사는 오로지 책 읽기. 언제나 어디에서나 심지어 물구나무를 설 때도 책을 읽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 중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지 않고 책을 읽고, 사고, 쌓이고 쌓여 집안에 더 이상 책을 둘 수 없게 되자 엘리자베스는 마을에 책과 집을 헌납했다. 한 여인의 광적인 책 사랑으로 ‘엘리자베스 브라운 도서관’이 탄생하게 되었다. 친구의 집에 함께 살며 이제 모두의 공간이 된 도서관으로 책을 읽으러 간다.
책을 읽을 때 집 밖으로 나가는 편이다. 낯선 곳이면 더 좋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몰입이 되지 않는다고 핑곗거리는 찾아본다. 카페에서 태블릿이나 스마트 폰이 아닌 종이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좋다. 딱 그 정도로 책을 대해 왔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미리 읽을 책을 정해놓고 간다. 책에서 나는 냄새가 좋고, 책장에 빼곡히 진열된 책들을 보면 충만한 느낌이 들지만 양으로 승부를 볼 생각은 없다.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 너무 명확해서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것, 평생 변함이 없는 것. 답답한 만큼 멋지기도 하다. 그리고 길을 잃었을 때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엘리자베스를 보며 그 힘이 책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했다. 책 장을 넘기듯 위기도 넘기는 힘 말이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지, 책을 읽는 행위를 하는 내가 좋은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직은 모르겠고, 중요하지 않겠다. 무엇이든 어찌 되었든 발이 가는 곳으로 몸이 따르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가슴속에도 작은 도서관이 하나 지어지지 않을까. 많이 소박하겠지만 따뜻한 곳이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