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회 화곡대회 이모저모--테니스코리아 홈에서

[써니]

소리없이 강한 그녀가 우승했다

왼쪽부터 우승자 이현숙, 이영순 화곡클럽 회장, 우승자 노연옥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느낌은 거북이 등껍질이었다. 손 등이 아니라 손 바닥이 그렇다. 자는 시간과 몇몇 어쩔수 없는 시간 외에 라켓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화곡어머니대회 국화부에서 쟁쟁한 우승 후보를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패를 높이 들기에 충분했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천만명의 우리나라 장애인에게 귀감이 되는 소리없이 강한 청각장애우 이현숙과 그의 손과 발 그리고 귀, 마음이 되어주는 헬퍼 노연옥. 매년 4월 셋째주 화요일에 열리는 화곡어머니배의 34회 대회는 위대한 인간 승리의 우승자를 배출한 셈이 됐다. 화곡배 국화부 우승을 차지한 이현숙을 지난해 10월에 인터뷰해서 테니스코리아에 낸 기사를 고스란히 옮겨본다. 대화가 안되는 이현숙님과 소통하기 위해 여러통의 메일을 주고 받았다. 저 가슴 밑까지 찌릿한 감동을 울리는것은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메시지다. 말귀를 못알아 들어 불편하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라는것을 여러번 강조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장애는 단지 작은 장애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과 감사 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그녀는누구보다 정상인이었고 목표를 가지고 그 고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 온 그녀의 인생은 누구도 부럽지 않은 성공한 인생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테니스를 사랑한다. 예술과 삶을 사랑하는 그녀에게 테니스는 어떤 의미일까? 삶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때 큰 병을 앓은 후유증으로 청각 장애자가 된 그녀에게 있어 테니스는 잃어버린 소리이고 생명 그 자체나 마찬 가지라고 전한다. 서산에서 서울까지 매번 무거운 라켓 가방을 메고 오가던 그녀가 올 가을 사랑채배 국화부 우승(파트너 한빛의 백덕숙)이라는 대망의 고지에 올라섰다. 테니스 의류가 너무나 예뻐 대학 동아리에서 라켓을 잡기 시작한 그녀는 1998년부터 본격적인 레슨을 받기 시작하여 2006년 안양원배 개나리부에서 우승을 한후 잠시 동안 라켓을 놓고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했다. 자신의 개인전 준비를 위해 밀쳐 두었던 라켓을 다시 잡은것은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서산에서 주최하는 '서산 육쪽 마늘배'에 국화부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부터 꼭 '육쪽 마늘배'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갈망으로 다시 테니스 투어를 시작했다. 버스와 전철과 택시,기차등 대중 교통 수단을 총 동원해야만 서울 근교의 시합장에 도착 할 수 있는 그녀에게 발이 되어 주고 목소리가 되어 주고 국화부 에이스로써 가이드가 되어 주었던 사람. 최근 T.V 드라마계에서 상종가를 울리고 있는'조강 지처 클럽'의 '구세주' 같은 사람이 있었다. 천안 민들레 클럽의 '노연옥'! 좋은 성적이 날때면 터무니없이 시간이 늦어져 교통 수단이 끊겨 집으로 돌아 갈 수가 없는 상황이면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편안한 귀가를 위해 자신의 금같은 시간을 할애해 주던 노연옥 언니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국화부 우승이라는 찬란한 기쁨의 맛을 볼 수 없을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녀와의 인터뷰를 적어 본다. *테니스의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말이 필요 없어요..제 경우는 대화에 지장이 많은데 테니스는 많은 말이 필요 없죠. 말을 안해도 사람들과 함께 땀흘리고 호흡 하면서 하나가 되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소리 없는 세상은 그림 같은데 테니스 칠 때는 살아 있음을 절실하게 느껴요. *대회 다니면서 어려웠던점은? 청각장애로 알람이 불가능해서 잠을 제대로 못자요. 평소에 한번 잠들면 깊이 자는 습관이 있는데 대회 전날엔 혹시나 늦잠자서 시합못갈까봐 깊이 잠들수가 없어서 비몽사몽 자다가 몇번이나 깨요. 늘 잠부족이라 그게 제일 힘들어요. 외로움입니다. 지방에서 대중 교통 수단을 총 동원해 혼자서 시합장으로 향할때면 체력적으로 딸리는점은 물론이고 힘들어서 개나리부 시절에는 홀홀단신 보따리를 싸들고 와 서울 근교에 방을 얻어 생활했습니다. 그 당시 지도자 랭킹 1위였던 최현수 코치님한테서 레슨받고 그해 안양원 개나리부에서 우승했는데 하늘로 날아 오르는듯 했습니다. *경기 하면서 가장 중요 하다고 생각하는 점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파트너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컨디션이 안좋거나 이상하게 흔들릴때 믿음직스럽게 리드해주는 파트너와의 마음 일치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봅니다. 어려웠던점은 가끔 가다 판정 시비가 생길때 제일 힘들어요.개나리부보다 더욱 성숙한 국화부인 만큼 판정에 회의가 들어도 믿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테니스계나 대회 운영자측에 바라는것은? 국화부 시합 참가자의 저변 확대가 시급한거 같아요. 동호인 대회의 급격한 증가로 평균 한달에 20여명 가까운 숫가가 국화부로 수직 상승되어 올라오는데 국화부 참가 숫자가 늘지 않고 있는 현상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개나리부에서 우승한 이후엔 더 이상 출전하지 않는 국화부를 위해 꾸준하게 시합 나올수 있도록 획기적인 발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테니스외 여가 선용은? 주로 책을 많이 읽어요. 무소유를 철저하게 실천하시는 법정스님의 책을 좋아합니다. 저도 그분의 마음을 티끌 만큼이라도 닮아 맑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가끔 바둑도 하고요. *앞으로의 소망은? 이제 국화부에서도 우승했으니 여유를 가지고 즐기고 싶습니다. 그동안 테니스 때문에 밀쳐 두었던 세번째 개인전을 위해 그림을 열심히 그리려고 합니다. 서산에서 개나리부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아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도 되고 싶고요. 가장 현명한 삶의 자세는 매순간 매초 열심히 삶과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방법뿐인거 같아요. 청각 장애는 쉽게 전할수있는 대화를 차단하고 관계를 단절시켜 사람들속에서도 늘 혼자가 된다는 그녀. 어릴때부터 대학원까지 일반학교만 다녀 수화를 배울 기회는 전무했다는 그녀에겐 늘 외로움이 함께 하였지만 테니스로 인해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기쁨을 느끼게 된다는 그녀에게 테니스야 말로 삶,생명 그 자체였다. "소리 없는 세상 언니는 상상이 가세요? T.V 볼 때 소리를 다 죽이고 한번 보세요화면속 사람들이 말을 하는데 물고기가 뻐끔하는것 처럼 입만 움직이고 소리가 없죠 불편하고 때로는 힘이 들지만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된걸 원망한적 없어요. 그래도 다시 태어난다면 장애없이 평범하게 태어나고 싶습니다." 그녀가 보내준 메일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어보며 평범한 내 삶을 다시한번 반추해 본다. 결승전 장면 송선순 동호인대회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