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10화 ― 문서랑
1978년 가을.
의상디자인과 실습실.
학생들이 과제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김태석 교수가 교실 문을 열었다.
"오늘 특별한 손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짙은 회색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천천히 들어왔다.
단정한 차림.
차분한 눈빛.
학생들과는 다른 여유가 느껴졌다.
"문서랑."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졸업생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흘렀다.
"와..."
"멋있다."
그때.
미송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서랑 오빠!"
문서랑도 미소를 지었다.
"미송."
"오랜만이네."
도윤이 놀란 얼굴로 강인을 툭 쳤다.
"야."
"미송이 저렇게 반갑게 웃는 거 처음 본다."
강인은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답답함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김태석 교수가 웃으며 설명했다.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아는 사이입니다."
미송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모님들끼리 친하세요."
문서랑도 자연스럽게 말했다.
"미송이 어릴 때는."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녔지."
미송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언제적 이야기예요."
교실에는 웃음이 번졌다.
쉬는 시간.
도윤이 슬며시 미송에게 다가왔다.
"근데."
"서랑 선배랑 엄청 친한가 보다?"
미송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응."
"어릴 때부터 알던 오빠야."
"집안끼리도 친하고."
"부모님들은 장난처럼."
"'나중에 둘이 결혼하면 좋겠다.'"
"그런 말씀도 하셨어."
도윤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
"그럼..."
미송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부모님들 생각이고."
"난 그냥 좋은 오빠야."
그 말을 들은 강인은
괜히 연필을 더 세게 쥐었다.
재민이 눈치를 채고 물었다.
"선배."
"왜 그래요?"
강인은 태연한 척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도윤이 씩 웃었다.
"아닌 것 같은데?"
강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문서랑은 강인의 패턴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학생이..."
"송강인인가?"
김태석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단과 패턴 감각이 뛰어난 학생입니다."
문서랑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좋군요."
"언젠가는 함께 경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문서랑은 미송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파리에서 사 왔어."
미송이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예쁜 색연필 세트가 들어 있었다.
"와."
"너무 예쁘다."
"고마워요, 오빠."
문서랑은 부드럽게 웃었다.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강인은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도윤이 강인의 어깨를 툭 쳤다.
"강인."
"라이벌 등장인가?"
강인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의 시선은
미송과 문서랑에게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날의 만남은
훗날 강인과 문서랑,
두 디자이너의 오랜 인연과 경쟁의 시작이 될 첫 장면이었다.
― 제10화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