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때 외할머니 치마폭 속에서 보았던 "구미호"
(장미희가 구미호로, 노주현이 용감한 사또로 나오던 납량특집공포물)
-혹시 아시는 분 계셔여...? 이거 아시는 분은 제 또랩니다..--;;;
어쨌든 구미호 이후 가장 무서븐 영화였습니다...
아직도 식은 땀이...^^;;;;;;;
역시 팀 버튼^^! 좋아하는 감독답게 저를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어두운 그림자를 가진 주인공도 그렇구
기괴하지만 매력적인 상상력도 여전하구요...
줄거리를 풀어가는 방식도 재미있지만
다들 아실 것 같아서
저 나름대로 특히 맘에 들었던 점 3가지를 꼽아볼게요.
1) 배우들
팀 버튼이 좋아할 만한 배우들의 포진이더군요.
조니뎁과 크리스티나 리치*의 환상적인 결합-
가위손과 웬즈데이라...색깔이 비슷하죠...^^
*<아담스 패밀리>의 어린 악녀 기억하시죠?
어린 나이에 이런 카리스마를 지닌 여배우는 거의 없을걸요.
<조용한 가족>에서 고호경이 흉내내겠다고 해봤지만...--;;;
포복절도할 이야기중에도 꼬마 리치의 섬뜩한 미소는 정말 무서웠답니다.
물론 굉장히 귀엽게 웃기도 하지만, 그게 더 무서우니 원...
얘가 가슴불룩한 처녀가 되다니...세월 참 빠르네요.
<비틀쥬스>나 <가위손>에 나왔던
위노나 라이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봤는데,
소녀와 여성의 이중적 이미지를 보여주기엔 부족했을 것 같네요...
조니 뎁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져.^^
그 밖에도 공포스럽고 완성된 악역연기를 보여준
크리스토퍼 월켄,
도입부에서 호스맨의 희생자가 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고전 드라큘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이고,
지적이고 정숙한 여인의 이미지를 벗고 농염한 마녀연기를 해낸
미란다 리차드슨(멋진 리암 니슨의 부인이져...좋겠당)
스타쉽 트루퍼스의 젊은 영웅
캐스터 반 디엔(리치를 사랑하던 동네 총각),
악마적인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는 제프리 존스(목사역)
-이 사람 제겐 이상하게 눈에 띄더군요.
이 사람이 착한 사람으로 나오는 영화는 지금까지 딱 한 편밖에 못 보았답니다.
캐스팅이 정말 특이하지요?
온갖 독특한 취향의 캐릭터들을 모아놓은
아웃사이더 집합소같더군요...^^
참, 조니 뎁을 따라다니는 아역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맑고 선한 얼굴과 가끔 보여주는 나이답지 않은 눈빛이 기대되더군요.
2) 공포영화들 끌어오기
도입부분에서 고전 드라큘라의 대명사 크리스포터 리가
호스맨의 희생자가 되는 장면에서
음산한 밭 한 가운데 서있던 허수아비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오는 할로윈의 왕자 잭이었죠.
<배트맨>에서 나왔던 박쥐는 동굴 속 마녀의 제물이 되고,
<크로우>의 까마귀도 조니뎁을 치료하기 위해 크리스티나 리치의 손에 죽어가죠...(넘한건가요?)
본색을 드러낸 마녀가 카트리나를 죽이기 위해
호스맨을 불러내는 제단은 돈키호테의 풍차구요...
-그러고 봄 돈키호테는 광인이라기보다
풍차에 깃든 악마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박수무당이었는지도...--;;;
제 생각에도 장난이 지나쳤슴다...죄송;;;(--)(__)
날카롭게 간 이를 드러낸 용병은
당근 이단자들을 잔인하게 죽였던 왈라키아의 블러드 4세를 연상시키고,
음산한 배경에서 말을 재촉하는 마차장면과 끈적한 피가 온통 터져나오는 유혈낭자한 장면들의 색채는
코폴라의 <드라큐라>와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아마 제작자에 대한 배려였던 거 같은데...^^
화면의 주조톤인 흑백과 밝은 선홍빛 피의 대조까지 똑같더군요...
저는 드라큐라 때도 핏빛이 너무 산뜻한게 맘에 안들었거든요.
<드라큐라> 인터뷰 때 누군가 피의 색이 참 밝다고 하자
피가 가진 생생한 생명력과 그 유혹을 담아내려 한 것이라고 설명을 하더군요...
하지만 공포영화에서 피는 생명력과 유혹뿐 아니라
금지된 경계를 넘어서는 위험한 향기를 전해야 한다고 보는데,
밝은 색채는 좀 아닌거 같네요...물론 저혼자 생각이지만요...--;;;
그래도 <슬리피 할로우>에선 <드라큐라>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어쨌든 압권은...
내 머리 내놔...를 몸으로 실천하는 호스맨이져- 다들 생각나실거에요.
"으흐흐흐....내 다리..내..놔...!"
완벽한 '전설의 고향' 헐리우드판이라니까요...
3) 완벽한 세트와 색채의 마술
팀 버튼은 시나리오를 앤드류 케빈 워커에게 맡겼답니다. 이 사람 <세븐>하고 <8mm> 쓴 사람임다...
게다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세트로 지을 만큼 심혈을 기울인 결과,
영화는 푸르스름한 흑백의 어둡고 황량한 빛이 숨을 죽이게 하는
버튼 스타일을 만끽하게 해 주었습니다.
결국 <아메리칸 뷰티>와 <매트릭스>의 고래싸움 틈바구니에서
아카데미 미술상을 타냈지요.^___^
글쎄 일부러 색채를 제한해서 흑백영화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답니다.
세트도 사람들의 옷 색깔도...대단하지요.
첨엔 흑백으로 찍으려고도 생각했었다더군요.
이런 치밀한 배려 덕분에 목을 댕당댕강! 자르는 영화답게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이 얼굴만 부옇게 떠올라
몸과 분리돼 보이도록 한 거나,
숲속의 나무가지에 끈끈하게 엉겨붙는 안개의 밀도감,
검은 빛 속에서 꽤--;;둔중한 빛을 던지는 피의 빛깔,
공포영화에 흔한 푸른빛도 흑백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어울려 너무 식상하지 않게 표현되었다고 봅니다.
사건이 해결되고 나서 색채가 돌아온 슬리피할로우의 정경은
그야말로 공포로부터 해방된 환희 그 자체더군요.
색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깨달았답니다.
인상깊은 장면들을 소개하면요...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조니 뎁이 어머니를 회상하는 장면들의 풍부한 색채와 몽환적인 분위기,
가장 공포스러웠던 장면은
조니 뎁에게 말을 주었던 조산원 부부와 아들이 죽을 때,
그리고 리치의 아버지가 죽는 장면,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호스맨이 크리스티나 리치를 죽이려고 했을 때
전체구도를 잡아주지 않은 것이 좀...
- 좋은 그림이 되었을 것 같은데
잠깐 보았지만 자세도 멋지고 배경도 좋았고
리치의 젖혀진 목선도 좋아서
그야말로 연극의 클라이맥스같은 분위기가 될 것 같더라구요...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가 경비원들을 죽이고 탈출했을 때,
마치 성당의 어두운 제단과도 같은 그 장면 기억하시죠...?
그런거 하나 나올법 했다고 봅니다. 에잉~ 아까버라...
전체적으로 제게는 차암 재밌었구요,
1시간 49분인가...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슴다.
공포와 유머가 잘 어울렸고,
긴장을 쥐었다 놨다하는 호흡도 아주 좋았슴다...칭찬을 넘 하는건가?
아쉬운 점이라면,
팀버튼 치고는 좀 너무 끔찍했다는 느낌과 피가 과했던 것...
그리고 아까 그 장면의 아쉬움하고,
크리스티나 리치의 역할이 좀 더 컸어도 좋았겠다 싶은거,
첫부분의 복선과 결말이 좀 상투적이었다는 점 정도입니다.
아! 궁금한게 있는데 아시는 분들 좀 갈쳐주세요.
목없는 호스맨이 나오는 장면은 어떻게 한 것인지...
아무리 찾아봐도 어떻게 찍었다는 얘기가 없거든요.
찍고 나서 CG로 머리만 지운 건지,
아님 극중에서 보여준 것처럼 뭔가를 뒤집어쓰고 찍은 건지...
궁금해 죽겠어요...^^;;;;
어쨌든 아직 안 보신 분들,
공포영화나 상상의 여지를 던져주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비됴로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