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 프로젝트 수업 인기 】

[화은이]

주제 놓고 토론하니 자기주도 학습·통합교과 능력·발표력·자신감 ‘쑥쑥’

var real_sh_top=700; var real_sh_left=455;

“오늘은 공룡의 멸종설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해요. 공룡은 6500만 년 전에 지구상에서 모두 사라지게 됐어요. 학자들은 멸종된 원인을 화산 분출 혹은 행성 충돌 때문으로 보고 있어요. 과연 어느 가설이 더 타당할까요. 각자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가설과 그 이유를 찾고, 발표해 보도록 해요.”

선생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꼬마 고고학자가 되어 공룡이 멸종된 이유를 분석해본다. 우선 의견이 같은 친구들끼리 짝을 지어 생각을 교환한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각자의 가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보기도 한다.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발표 자료를 제작하는 과정까지 혼자서도 척척 이다. 마지막 발표 시간에는 며칠간 준비해서 완성한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보이며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프로젝트식 학습을 하고 있는 어느 교실의 광경이다. 프로젝트식 학습은 5-6명이 모여 한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고, 정리된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 및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한국은 초등학교 고학년 수업에서 ‘조별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식 수업이 늘고 있다. 프로젝트식 학습이 기존의 수업과 다른 점은 무엇이고, 어떤 학습 효과가 있는지 살펴봤다.

△자기 주도적 학습 방법 터득=최근 개편된 초등학교 교과서들을 살펴보면 모든 내용을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있지 않다. 핵심 내용을 간단하게 제시할 뿐 모둠별 토론 활동을 통해 심화 학습을 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특히 사회·과학 교과목은 프로젝트 식 수업을 통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단원이 많다.

대전 삼육초등학교 최명희 교감은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책을 뒤져보면서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흥미와 학습 능력이 높아진다”며 “특히 학원 및 과외 선생님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혼자서 하는 공부가 서툰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수업은 어떤 주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학생들끼리 해결 방법을 토론하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의견을 막무가내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배경 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은 자료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는다. 그리고 같은 모둠의 학생들과 생각 및 정보를 교환하며 가장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이 저절로 길러진다.

이런 프로젝트 수업을 하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단순 암기식의 기존 수업 방식을 택하는 교사들도 많다. 이에 대해 최 교감은 “장기적으로 보면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는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며 “모든 교과목을 프로젝트 수업으로 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의 동기유발이 잘 되는 주제를 적절하게 선택하여 진행한다면 얼마든지 재밌고도 효율적인 수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교과학습으로 폭넓은 지식 축척=5명 안팎 소그룹 단위로 프로젝트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교 퓨처키즈 대전둔산러닝센터’를 찾아봤다. 이곳은 특정한 과목을 가르치지 않고 다양한 통합교과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무역도시 만들기’를 주제로 수업을 한다면 1·2·3차 산업 중 어떤 산업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수출입 품목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자신만의 사업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사회교과 뿐만 아니라 수학교과 관련지식까지 쌓이게 된다.

한재희 센터장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교과서들은 다른 교과와 통합을 시도하는 경향이 강하고, 실제로 통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다양한 주제들을 단편적으로 공부하는 것 보다는 다방면에서 연계 학습하는 것이 더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녀의 프로젝트 수업에 참관한 적이 있는 이주희(33·갈마동)씨는 “노는 것처럼 자유롭게 수업을 하는데 오히려 심화 내용까지 접근한다”며 “아이(초 2)가 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공룡이나 별자리에 대한 지식을 접하더니 이제는 스스로 관련 도서를 찾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무수한 정보가 쏟아지는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학문적 지식 축적이 아니다. 수집된 정보를 정리해서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 능력도 필수로 갖춰야 한다. 프로젝트 수업에 익숙한 학생은 컴퓨터를 자주 접하게 되기 때문에 검색 및 자료 제작 능력이 저절로 길러진다. 자녀를 1년 이상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시키고 있는 이정숙(36·둔산동)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어느새 파워포인트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며 꼭 필요한 알짜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발표력과 함께 자신감 상승=프로젝트 수업의 마무리 과정은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하는 발표 시간이다. 긴 시간 동안 팀원들이 공들여 수집한 자료의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보이는 순간이다.

아무리 내성적인 아이라도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기르게 된다. 문경태(갈마초2)학생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며 “학교 선생님께 큰 목소리로 발표를 잘 한다고 칭찬을 자주 듣는다”며 웃었다.

프로젝트 수업 대부분이 모둠 활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사회성도 길러진다. 유소영(33·둔산동)씨는 “자기주장이 굉장히 강한 아이였는데 프로젝트 수업을 참여 한 후로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고 수용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