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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 산줄기 02. 본산-봉황산-죽포, 낫을 든 고마운 사람들
Mt. 0701 本山(275.9m) * 鳳凰山(460m) - 전남 여수시 돌산도
산 행 일 : 2007년 1월 7일 일요일
산의날씨 : 흐림, 강풍
동 행 인 : 김정수
산행(도상)거리 : 약 12.2km ⇒ 작곡재 <0.4> 본산 <3.1> 328봉 <0.9> 약 290봉 <2.4> 봉양고개
<2.9> 봉황산 <2.5> 죽포 마을
산행시간 : 8시간 41분 (식사 휴식 1시간 32분포함)
작곡재 삼거리·17, 77번 국도(2차선) <0:16> ▲본산 <0:24> 작곡재 <1:03> ×300봉
·시누대 밀집 <0:11> 약 290봉·작은 납작바위 <1:01> ×328봉 <0:08> 봉수치·임도 삼거리
<0:16> 약 290봉·봉수산 남쪽 봉 <0:30> 봉양 북서쪽 성벽·점심 식사 <0:27> 봉양고개·17,
77번 국도 <0:14> 넓은 잔디밭·임도 <0:32> ×331봉·파란색 그물 <0:28> 임도 <0:25> ×401
봉·부근 쌍묘 <0:23> ×봉황산·조금 떨어진 곳에 정상표지 <0:16> 안부·넓은 헬기장 <0:15>
등산 안내도·농로 <0:11> 죽포리 보호수 앞·17, 77번 국도
* 참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여수(2003년 수정본)와 돌산(2003년 수정본) 지형도
본산에서 대미산(중앙)을 비롯한 지나온 산줄기를 바라보고
작곡재로부터 봉황산에 이르기까지 지형도와는 달리 길이 거의 없는 상태로 악전고투 어려운 산
행을 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다 돌산 중앙부를 거슬러가니 몇 곳을 제외하곤 조망도 트이지 않는다.
그래서 작곡재 서편 마루금에서 잡목가지와 가시덤불 제거작업을 하던 그리운 산 님 일행이 봉황
산에 닿기 전에 돌산 산줄기를 따르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싶다.
오늘 산행구간도
어제 하루종일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이 몰아쳤고 저녁 한때 쏟아진 함박눈이 우리 집 마당에
1cm 가량 쌓였으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잔디 위에만 남았고 맨땅은 약간 얼어붙었다.
"야! 도로가 엉망이다. 살살 기는 형편이니 잠시 기다려라"
전화로 연락한 친구가 생각보다 늦게 집으로 들어서면서 혀를 내두른다.
친구 말마따나 17번 국도가 얼어 서행할 수밖에 없는데 신풍 여수공항 부근에서 부터 상태가 좋
아지고 여수시내가 가까워지면서 산자락 응달에도 눈이 안 보인다.
눈을 이고 달리는 자동차는 우리 차밖에 없으며 마치 딴 세상에 온 느낌이다.
무슬목 삼거리에서 동쪽 해변을 끼고 도는 계동길로 들어서 지난주에 내려선 곳에 차를 세워둘만
한 곳을 찾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다.
작곡재 본산 오름 들머리
"어차피 길도 없던데 그냥 생략하고 작곡재부터 출발하면 안 되겠냐?"
빙판 길로 인하여 늦어진 가운데 염려되던 차 친구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다면 돌산에 이름 있는 산이 몇 개 없으니 본산만이라도 올랐다 오자"
작곡재 삼거리 가정집 울타리 같은 사철나무 옆에 조심스럽게 차를 세운다.
09 : 35 일단 본산에 올라 상황을 살펴본 후 혼자라도 234봉을 다녀올 생각을 하면서 잘려진 옹
벽 사이로 들어서니 널찍한 수풀지대가 나오고 산길도 잘 나있다.
김해 김공 무덤(쌍묘) 좌측 위로는 지나온 곳 보다 길이 다소 거칠지만 포장도로 수준이라 해도
틀림없겠는데 고도를 높여갈수록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바람소리가 귀청이 아플 지경이며 성벽
앞에 이르자 길다운 길이 없다.
칡넝쿨 무덤이 산재한 본산
234봉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안 보였다.
09 : 51 분지형태를 이루고 있는 봉우리가 본산이 분명한데 나무를 감고 올라 죽이고 쓰러트린
칡넝쿨 무덤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며 가시덤불을 헤쳐 성벽 잔해 돌무더기에 올라 234봉 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으나 뚫고 나갈 틈이 안 보인다.
본산 삼각점
본산에서 본 가야할 봉황산
골목길에서 숨바꼭질을 하듯 칡 무덤 사이를 돌고 돌아 넝쿨 밑에 있는 삼각점을 찾았다.
줄기를 걷으며 기어들어 가 손바닥으로 좌대를 쓸어 '돌산407 2002년재설' 글자를 확인하고 사진
촬영을 하려는데 배터리 충전하는 것을 깜빡했더니 말썽을 부려 낭패중의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와중에 234봉을 둘러보지도 못하면서 본산에서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고 말았지만 서운하지 않다.
작곡재-우측 통신탑 쪽으로 돌아 올라야 한다.
10 : 15∼18 작곡재로 되돌아 내려서자 친구 차 뒤에 있던 자동차에서 두 사람이 내리더니 본산
쪽으로 올라가고 우리는 도로를 건너 임도 우측 통신탑을 돌아 오르는데 나무가지가 꺾여있다.
무덤이 있는 넓은 수풀지대
성터 같은 돌담
무덤들이 있는 길 없는 수풀을 대충 가늠하고 무찌르고 성터 흔적 같은 돌담을 넘어가면서 본 낫
으로 친 나무가지가 오늘 아니면 어제나 그제쯤 사람이 지난 것 같다.
"야! 혹 사냥꾼인지 모르겠다. 우리를 멧돼지로 오인하고 총을 쏠지 어찌 알겠냐? 야∼∼아∼"
큰 소리를 한 번 질러보지만 거센 바람소리에 들릴지 모르겠다.
10 : 32 넓은 묘역 입구에 사람이 보인다.
한 사람도 아니고 둘, 셋, 넷 사냥꾼이 아닌 배낭을 맨 산행객들이다.
뒤쪽 남자와 여자 분이 "같이 산행한 적이 있다"면서 아는 체 했으나 나는 그냥 웃음으로 인사하
는데 낫을 들고 있는 앞사람은 산악구조 활동 등 왕성한 산행을 하고 있는 김상근 님이 아닌가.
어? 그런데 무덤 위쪽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은 갑장 산우이자 태달사 회장인 그리운 산 님이다.
그렇다면 고마운 일을 하고 있는 이 분들이 태달사 여수측 회원들일까?
"여수 사람들도 가보지 못했던 길도 없는 돌산 산줄기를 답사한다는 글을 보고 놀랬네. 그래서
아침에 자네 얘기를 했었지"
아하! 그래서 이 분들이 나를 얼른 알아봤구나.
우리들 앞서 먼저 지나신 분들도 있으리라 여겨지나 친구의 치하를 받고 보니 오히려 쑥스럽다.
* 뒤에 찾아 올 분들을 위하여 낫을 들고 산길을 개척하시는 그리운 산 님, 김상근 님, 에이허브
님, 최영대 님, 그리고 홍일점이신 지리산 선녀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런 곳이 더러 나온다.
잠시 같이 진행하다 카메라 사정으로 기념사진 한 판 못 찍고 -이후 사진은 배터리를 꺼내어 머
리카락에 한 동안 문지르는 비상 수단을 취해 가까스로 촬영한 것임- 헤어져 나무가지와 맹감줄
기를 꺾는 등 되도록 많은 흔적을 남기면서 잡목과 가시밭을 헤쳐 나간다.
330봉을 오르다 만난 시누대 밭
수풀과 가시덤불이 절전된 안부에서 위를 바라보니 시누대가 빽빽하여 이리저리 헤매다 다시 내
려서고 틈이 보이는 곳으로 비집고 가다 또 돌아서고 결국은 좌사면으로 잠깐 돌아 봉우리를 가
늠하고 대밭 속으로 들어서니 성터 흔적인지 돌무더기가 있다.
11 : 21∼30 정점까지 시누대가 차지해 버린 300봉.
작곡재로부터 1km 남짓한 거리를 진행하는데 한 시간이 더 걸렸으니 향일암까지 가는 것은 희망
사항일지도 모르겠다.
잡목과 가시가 어찌나 촘촘한지 친구와의 거리가 5m 가량만 벌어져도 안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어떠랴 앞으로 치고 나가야지.
약 290봉
11 : 41∼56 작은 납작바위가 있는 약 290봉에 닿아 표지기를 매다는 사이 좌측으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내려간 친구가 주저앉아 버린다.
* 내 표지기는 '정(지)맥'으로 인쇄되었는데 이번 산행시 '돌산'이라 메직펜으로 쓰면서 '정'자는
줄을 그었으나 '(지)'자는 그대로 두어 혹 오해가 있을지 모르겠다.
"한라봉 먹어봤냐?"
한라봉 한 개를 건네주며 멋쩍게 웃는 친구 뺨 서너 곳에 피가 얼룩졌다.
나는 여수지맥 종주시 일부 구간에서 사용했었던 바라크라바를 뒤집어쓰려다 뺨을 덮는 두터운
모자를 써서 팔과 다리 부분에만 상처를 입었다.
봉황산 이후는 길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곳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용도를 모르는 그물
북서 방향으로 틀어 조금 내려간 안부에서부터 어깨 높이의 용도를 모르는 파란 그물이 설치되었
는데 좌측으로 바짝 붙어 20여분을 따라가니 그물망은 우측으로 내려가 버린다.
이제 다시 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잡목과 가시나무 틈 사이를 포복까지 한다.
328봉-이곳에서 좌측으로 치고 내려야 하는데 그만
12 : 57∼13 : 06 오늘 큰 실수를 한 가시로 절전된 328봉.
이곳에서 좌측인 남쪽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서면 임도가 있고 이내 봉양 마을 고개에 닿게되는데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했는지 지형도의 봉양고개를 작곡재로 착각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곳을 331봉을 지난 약 270봉으로 생각하고 진행했으며 봉우리로 오르는 임도를
지형도에 없는 방화선인줄 알았다.
봉수산으로 이어지는 임도-방화선으로 착각했으니
한 겨울에 핀 꽃 한 송이에 위안을 얻고
13 : 14 점심밥을 먹으면서 비로소 알고 난 후 크게 후회한 봉수치 임도 삼거리.
방화선으로 알고 천천히 능선에 오르니 길은 우측으로 계속 이어지고 길 없는 좌측으로 치고 오
르는 이 봉우리가 봉수산 남쪽 봉인 약 290봉이다.
능선에 설치된 그물이 찢어진 곳으로 들어가 한 봉 우측으로 빙 돌아가니 갈림길이 나오고 직진
하여 성벽을 내려서자 밭이 전개되면서 앞이 훤하게 트이는데 가야할 높은 봉우리 밑은 계곡으로
이제야 길을 잘 못 든 것을 알게되었으나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다.
우측이 241봉이고 섬은 금천 앞 서근도로 추측된다.
마을로 내려서고 봉양고개를 향해 교회 앞으로 걸어갔다.
14 : 00∼31 친구 오른쪽 귓밥이 찢어져 피를 상당히 흘렸는지 뺨은 물론 옷깃도 말라버린 핏자
국이 번질거려 물 티슈로 닦아주고 도시락을 펼치나 영 입맛이 없다.
이 친구와 함께 "미친 짓이다 미친 짓!" 수없이 되뇌며 마의 여수지맥 종주를 했었다.
그러나 제 정신이 아닌 것 같기도 한 나(?)와 달리 운동 삼아 근교 산을 찾는데 불과하다.
선뜻 동행해 준 친구가 한없이 고맙지만 죄를 짓고 있는 심정으로 가슴 아프고 목이 메인다.
봉양고개-좌측 능선을 타고 내렸어야 했는데
운동장 같은 잔디밭
임도를 거슬러 다시 가시밭으로-바로 앞의 친구도 잘 안 보인다.
14 : 58 봉양 마을로 내려가 진입로를 따라 봉양고갯마루로 올라 우측 넓은 길로 들어선다.
잠시 후 좌측 묘지로 난 계단을 타고 능선에 오르면 4기의 무덤 옆으로 임도 수준 길이 나온다.
약 230봉을 넘자 무덤 서너 기가 있는 운동장 같은 잔디밭이 펼쳐지고 임도를 거스르면 힘들고
고단한 산행이 계속 이어진다.
길이 좋다했더니 올가미가
15 : 44∼54 331봉은 그물이 앞을 막고 있으나 반갑다.
그물을 따라가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잠시 좋은 길이 있어 입이 저절로 벌어졌으나 올가미가 짐승이 걸려들길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올가미를 철거했지만 탐진기맥의 일이 있은 후로는 못 본체 그냥 지나버린다.
묘지 뒤에서 그물망 밑을 기어 나왔다.
16 : 13 상당히 넓은 묘지 앞에서 돌로 눌러 놓은 그물망을 들어올리고 차례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조금 가면 또 다른 그물망이 늘여졌는데 이 곳은 2중으로 돼있다.
사진 좌측으로 돌아 능선으로
16 : 22 임도로 내려서니 산길이 아닌 길옆에 뜻밖의 '마창 행복산악회'라고 적힌 표지기 한 개가
반가웠으나 들머리가 안 보여 우측으로 조금 가다가 되돌아서고 좌측으로 조금 내려가다 그냥 능
선을 향해 치고 오르자 희미한 길과 함께 가시철사줄 두 가닥이 보인다.
힛도와 백야도가 건너다 보였다.
401봉을 내려가면서 본 봉황산
16 : 47∼53 정점 없는 401봉에 쌍묘가 있고 무덤 사이로 여수지맥 끄트머리인 힛도와 그 남쪽의
백야도가 건너다 보이며 좌측으로 잠시 오르면 봉황산과 산자락을 휘돌아 가는 임도도 보인다.
"봉황산에서 마무리하게 조금만 더 고생하자"
말이 좋지 봉황산에서 죽포까지도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벌써 다섯 시가 되니 걱정이다.
봉황산을 휘돌아 가는 임도
17 : 02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잠시 따르다 다시 산길로 들어서고 작은 바위지대도 거슬러 오르는 등 박차를 가하나 뜻
과 달리 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잡목으로 조망이 없는 봉황산
17 : 25∼34 고속도로 같은 좋은 길이 가로 놓였다.
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표지기들이 수 없이 매달렸다.
생지옥 같은 곳을 지나왔으면 의당 즐거워야 할텐데 그저 무덤덤하고 우리가 치고 오른 희미한
길 나뭇가지에 부질없는 짓인지 모르나 표지기를 매달아 둔다.
봉황산 정상표지
나무에 가려 조망이 없는 봉황산 정상에서 좌측(북동)으로 조금 가자 전망이 좋은 바위지대가 나
오면서 금남정맥 종주시 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여수 ㅇ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지가 있다.
'← 50m' 떨어진 곳이 정상이라고 알려주는 것은 공감이 가지만 고도를 460m가 아닌 440.7m라고
표기한 것은 의아심이 생긴다.
지형도와 여타 지도를 보면 정상에서 약 0.5km 가량 내려간 지점에 440.7봉 삼각점이 있다.
물론 현지 주민들이 부르는 산과 지형도상의 산 이름이 틀린 곳도 더러 있으나 전임 회장님이나
현 회장님 모두 이제 구면이며 존경하는 분들로 혹 이 산행기를 보신다면 오해 없으시길 바라고
다른 사람들이 고맙다는 생각보다 자칫 욕을 할지도 모르니 한 번 검토해 주시면 고맙겠다.
돌과 통나무가 섞인 계단은 몹시 가파른데 어둠이 찾아들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와중에 삼각점을 찾으려고 신경 썼으나 정점 없는 곳이어서 그 것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임도 수
준의 육산 길에 이르러 50여m 가량 가면 널찍한 안부 헬기장이 있고 한 봉 우사면을 돌면 벤치
와 스텐레스 물통이 있지만 말라 버렸는지 물이 흐르질 않는다.
18 : 05 임도 같기도 하고 농로 같기도 한 넓은 길옆에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한층 가까워지는 불빛을 쫓아 비닐하우스 옆을 지나 부지런히 걷는다.
18 : 16 죽포 마을 보호수 앞에 이르면서 두 구간으로 마치려고 했던 돌산 산줄기 종주는 금오산
구간을 남겨놓은 체 2주 후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이유는 다음 주부터 격주간(2·4주)으로 영남 산줄기를 찾아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택시나 시내버스나 아무 차라도 빨리 오길 기대하며 머리 위의 작곡재를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