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활발한 카페활동을 기대하며 어줍잖은 여행기 또 올려봅니다.
74.통일 전망대(가족여행) 2001.8.17~19. 대체로 흐림, 가끔 비
경유지; 마산 →밀양 →청도 →경산 →영천 →포항 →7번국도(동해안로) →통일전망대 →7번국도(동해안 로) →경주 →울산 →부산 →마산
★ 금요일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설레는 가슴으로 어둠을 헤집고 마산을 출발(21:00)한다.
개구리소리 요란한 낙동강 변의 진영과 수산의 넓은 들을 지나고 아랑낭자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영남루」가 운치를 더하는 밀양을 지나 복숭아보다는 소싸움으로 더욱 유명한 청도를 경유 경산으로 넘어가는 꼬불꼬불한 산 고개를 힘들게 넘으니 경산의 그윽한 포도향기가 객의 힘든 여름밤을 달래준다.
이 밤에 적어도 포항까지는 가서 잠을 자야겠는데 이것도 나이라고 야간운전은 정말 힘이 든다.
눈도 아프고 졸리고... 육군 3사관학교보다는 옛날의 말(馬) 머시기(?)로 더 알려진 영천에 이르니 더 이상은 무리 인 것 같아 아무 곳이나 날 재워줄 집(숙박시설)을 찾아든다(00:00).
난생 처음 여관이란 곳을 들어온 녀석들은 신기한 듯 T.V도 켜보고 냉장고도 열어보고 야단이다.
샤워할 힘조차 없이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주문만 남긴 채 그냥 방바닥에 나뒹굴어진다.
★토요일 잠에서 깨며 시계부터 보니 06:00 늦었다.
서둘러서 그 집 대문을 나서던 때가 06:40, 아침을 여는 농부들의 느릿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강을 거쳐서 쇳물 냄새가 물씬 풍기는 포항을 지나 영덕대게로 유명한 강구항에 닿으니 그때가 08:00.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대게를 못 먹고 간대서야 말이 되겠냐?’며 우리 식구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대게요리 집들 가운데 우리와 만남의 인연이 있는 ‘66수산’이란 옥호를 내어 건 집엘 들어가 수족관에서 내 호주머니 사정에 알맞은 놈으로 주문을 하고 ‘빨리 안 나오나?’ 재촉하는 작은 녀석의 투정을 달래며 목을 빼고 기다린다.
잠시 후 찐 게와 함께 가위를 들고 들어온 아주머니께서 게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다. 살이 꽉꽉 차고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한 게 맛이다. 애들은 어른의 손만 바라보며 제비새끼마냥 입만 벌린다. 어른 입에는 들어갈 겨를이 없다. 그렇게 살을 발라먹고는 게 등껍질에 고였던 진국에 밥을 비벼 먹으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그렇게 아침을 해결하고 그 집을 나서는 시간이 09:20.
가능하면 비좁은 길이라도 바닷가 마을길을 이용하며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여행의 본질을 찾아 나선다.
눈이 시린 쪽빛 바닷물이 달려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모습은 내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잔잔한 호수 같은 물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아름다운 남해 바다가 여성스럽다면 아무런 치장도 없이 그냥 끝없는 바다와 거친 파도가 더욱 바다임을 느끼게 하는 동해는 남성스럽다면 표현이 맞으려나.
그렇게 바다에 취해 사진도 찍으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진행을 하니 길이 굴지를 않는다.
이젠 애들은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하나 보다, 작은 녀석은 언제쯤 도착 하냐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한다.
강릉을 통과할 쯤 시간을 보니 14:30, ‘어라! 이러다가는 오늘 통일 전망대 구경도 못하고 돌아오겠다.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다던데.’
그때부터는 조바심이 생겨 옆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액셀레이터 페달을 깊숙이 밟는다.
그렇게 통일전망대관람 신고소에 도착을 한 시간이 16:40.
신고를 하고 17:00부터 10분 동안 슬라이드(분단 과정과 휴전선 주변의 환경등) 한 편을 보고 다시 자기가 타고 간 자동차로 전망대까지 11km 거리를 민통선을 지나 들어간 시간이 17:20.
전망대의 첫 인상은 무척 자유롭다는 것이다.
나의 보수적인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 통제가 따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가까이 있는 초병마저도 우리들을 보는 둥 마는 둥이다.
직선거리 2~3km정도 되어 보이는 거리에 남방 한계선인 철조망이 성능 좋은 망원경을 통하여 시야에 들어온다.
백사장을 가로지른 철조망이 50년 넘게 남북을 갈라놓았다고 생각하니 허무한 마음마저 든다.
또 언제 걷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기념사진 몇 장 찍으며 언젠가는 오늘의 이 길을 이어 철조망 넘어 북으로 계속 달릴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는 시간이 18:20.
오락가락 하는 빗속을 헤집고 남행을 계속하여 속초를 조금 지나서 순두부 백반과 명태 찜으로 저녁을(19:20경) 먹는데 반주 한 잔이 간절하건만 마음뿐이다.
저녁을 먹기가 바쁘게 자동차에 오른다.
적어도 포항정도는 내려가서 잠을 자야 내일 부산에서 10:00 고향 친구들을 만나는데 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직도 오락가락 하는 빗속을 숨가프게 달린다.
그렇게 달리길 3시간 여 울진을 지나니 피곤하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여 애꿎은 날씨만 탓하며 매화리의 어느 길가에 자리한 여관엘 들어가 하룻밤 신세를 진다.
야간의 동해안도 예전(83~4년경)과 는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해안 초소의 서치라이트 불빛을 볼 수 가 없다.
★일요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빈 시간이 05:40, 오늘이 고향 친구들과 부산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다.
서둘러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아저씨의 배웅을 받으며 그 집을 나온 시간이 06:20경, 또 시작되는 남행의 연속이어라.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몰려다니며 간간이 비를 뿌려 댄다.
영덕, 강구를 조금 지나 어느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시간 계산을 해 보니 친구들과 약속된 시간에는 아무래도 늦어질 것 같아 미리 전화를 하니 울산친구는 차를 가지고 가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와 같이 가 잔다.
경주를 지나니 날씨가 개이기 시작한다.
울산 친구를 태우고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닿은 시간이 11:00경 다른 친구들도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을 하여 소주 한 잔에 짧고도 긴 여행의 피로를 달래본다.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시간에 쫓겨 여기저기 들려 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언제 또 그곳엘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이념이 낳은 철조망을 걷어버리고 하나 된 땅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찾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첫댓글 10년된 여행 기록도 보관하고 있나?
한개씩 올리지 말고 몇개씩 올리라 재미있다~~~~ㅎㅎ
안된다 한개씩 오래동안 써묵어야 될꺼아이가.ㅎㅎ
술이친구 대단하군 일기형식으로 여행기를 기록 한다는것이 보통사람은 하기힘던일인디.
대단한 실력이다 사진도 올려주라. 글고 독후감 올리자..
다른 친구들 동참하자고 하는 일이다.
오래 전에 동해여행이 생각나네요 여행의 본질을 찾아 지도책 펼져놓고 동해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수 있는 바닷가 좁은길을 찾아 작은마을로 지나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여행하기 더 좋은 계절 소중한 추억 마음의 바구니에 많이 담아 봅시다.
남한땅은,,자연인,,이다접수한다고 고생한다,,사랑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