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금은 누구나 가까이 하고 싶어한다. 반면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금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죽음(‘주금’)과 세금이 그것이다. 그런데 세금은 국민소득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세금을 누구에게서 얼마를 징수할 것인가를 정하는 세제는 모든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아래에서 검토하겠지만 모든 세금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세금은 지대세이다. 지대세는 토지의 임대가치인 지대를 징수하는 세금이며, 지대세를 우선적인 정부수입으로 삼는 세제를 지대조세제라고 한다.
이 발표에서는 지대세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것인데, 지대세 또는 지대조세제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므로 우선 지대조세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설명하기로 한다. 지대세 도입 방안으로는 국세로 하는 방안, 지방세로 하는 방안, 그리고 새 행정수도에 적용하는 방안으로 나누어 검토한다.
Ⅰ. 지대조세제란 무엇인가?
지대조세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을 가진 제도이다.
1) 토지가치 공유
지대조세제제는 토지가치를 공유(公有)로 하는 동시에 토지가치만 공유로 하는 제도이다. 즉 모든 토지제도, 부동산제도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면서 단지 토지의 임대가치만 환수한다는 것이다.
2) 토지가치 분납
지대조세제제는 토지가치를 공유화 하는 방법 중 지가를 일시에 환수하지 않고 토지소유자에게서 매년 지대액만큼 분할하여 환수하는 방법이다. 이 환수액을 지대세라고 부르기로 한다. 토지소유자가 토지를 매각하면 지대세 납부 의무는 새로운 매입자가 인수하게 된다.
3) 잠재지대 징수
지대세액은 토지의 실제 사용도나 실제 지대소득과는 무관한 토지의 잠재적 사용가치이다. 즉 토지를 놀리더라도 토지를 충분히 사용할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연간 지대소득 내지 연간 임대료를 징수한다는 것이다.
4) 지대세 최우선 징수
지대조세제제는 지대세를 최우선으로 징수하는 세제이다. 따라서 전형적인 지대조세제제 하에서는 지대세율이 100%가 되고 다른 조세는 대폭 감면된다. 만일 지대세만으로 정부세입이 충분히 조달된다면 다른 조세는 일체 면제되고 지대세만의 단일세제가 된다.
Ⅱ. 지대조세제의 평가
지대조세제를 세제 측면과 토지제도 측면에서 평가해 보고 흔히 제기되는 몇 가지 의문을 소개해 둔다.
1. 세제로서의 지대조세제
지대조세제를 실시하면 조세와 토지 두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조세 측면을 살펴보자.
세제를 평가하는 기준은 세 가지이다. 공평한가, 경제에 어느 정도 지장을 주는가, 징수하기는 편한가이다. 첫째로 공평성을 기준으로 보면 불로소득부터 징수하는 것이 옳다. 불로소득을 먼저 징수하고, 그래도 세입이 부족하다면 부득이 노력소득에서 적절한 누진율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정의롭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부분의 세금이 경제에 지장을 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장을 가장 적게 주는 세금부터 징수하는 것이 좋다. 경제에 지장을 적게 주려면 완전경쟁시장시장에서 결정될 공급량 및 수요량을 가능한 한 적게 변화시켜야 한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낮을수록 좋은 세금이다. 나아가서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는 이런 비효율성을 치유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세금이다.
셋째로 조세행정상으로 바람직한 세금은 세원 파악 및 과표 평가가 쉽고 말썽이 생길 소지가 적은 세금이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지대세, 즉 토지의 임대가치를 과표로 하고 균일한 세율로 (가급적 100%에 가까운 세율로) 토지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가장 바람직하다. 지대세가 경제적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세 이론상 이설이 없다. 모든 교과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정부의 간섭과 과세를 혐오하는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마저 “지대세는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한 것을 보더라도 지대세의 경제적 우수성이 확인된다고 하겠다.
지대세의 공평성과 조세행정의 편이성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별다른 언급이 없으나 두 기준에서 보더라도 지대세는 좋은 세금이다. 모든 국민에게 천부된 자원인 토지에 대해 사회가 특정 개인에게 특권을 인정함으로써 불로소득이 발생한다면 공평성의 견지에서 이를 환수하여야 한다. 이 때 불로소득의 크기는 바로 지대이다. 그러므로 공평성 기준으로 볼 때 지대세는 가장 우수한 세금이다. 또 토지는 누구의 눈에나 드러나는 세원이므로 누락될 염려가 없고 그 평가도 소득이나 부가가치 등 다른 과세 대상에 비해 훨씬 쉽기 때문에 행정적 편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한 세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정부의 세수입 중에서 지대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다. 학계에서도 지대세 도입을 촉구하는 소리가 크지 않으며 오히려 지대세 도입에 대해 염려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와 같은 학계의 태도에 대해, 토지소유계층이 사회를 지배해온 까닭에 경제학과 경제학자가 오히려 부당한 토지사유제를 옹호하는 데 동원되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학자도 있다(Gaffney and Harrison, 1994).
2. 토지제도로서의 지대조세제
지대조세제는 세제로서 우수할 뿐만 아니라 토지 분야에도 매우 바람직한 영향을 미친다. 아래에서 그 중요한 영향 몇 가지를 살펴본다.
1) 지가가 0이 됨 - 취득 용이
우선 지가 즉 토지의 매매가격이 0이 된다. 지가가 치솟기만 하는 현실에 오래 젖어온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선뜻 수긍되지 않겠지만 이는 이론적으로 명백한 결론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지가가 정확히 0이 되지는 않겠지만, 지가가 대폭 하락하여 거의 0에 가까운 금액이 될 것은 분명하다.
2) 토지불로소득이 0이 됨 - 토지투기 근절
토지불로소득이란 토지소유에서 생기는 소득이 매입지가를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생기는 평균소득과 차이가 날 때 그 초과액을 말한다. 토지불로소득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토지매매에서 생기는 지가차액 즉 (매각지가 - 매입지가)이고 다른 하나는 토지소유기간의 지대․이자차액 즉 토지소유기간의 (지대소득 -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이다.
지대조세제제를 실시할 때 토지불로소득은 0이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가는 언제나 0이므로 매입지가와 매각지가도 0이고 따라서 지가차액도 0이다. 또 지가가 0이므로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도 당연히 0이다. 따라서 토지불로소득의 구성요소로는 지대소득만 남는데 지대세를 내고 나면 그것도 사라지고 말기 때문에 토지불로소득은 0이 된다. 만일 토지소유자가 토지의 객관적인 사용가치에 어울리는 사용을 하지 않아서 지대소득이 지대세액에 미치지 못하면 토지불로소득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3) 토지소유자의 행동 변화 - 불필요한 토지소유 근절
지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지대소득이 지대세액에 미달하면, 즉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 그러므로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최선의 용도에 맞게 직접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임대하여, 지대세를 납부하고도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로 소득을 충분히 올려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토지 소유를 포기하게 된다. 즉 토지를 직간접으로 최선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토지를 처분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토지를 최선으로 사용하지도 않고 손실을 무릅쓰면서 소유를 계속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이런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4) 토지사용자의 행동 변화 - 경자유전의 구현
지대세가 부과되면 토지소유자는 지대세를 정부에 납부하고 토지사용자는 지대를 토지소유자에게 지불하므로, 토지비용에 관한 한 토지를 소유하면서 사용하건 임차하여 사용하건 양자의 금전적 손익은 동일하다. 그러나 토지임차인은 토지소유자와의 계약을 통해서만 토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토지사용의 보장이라는 면에서 토지를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 불리하고, 지가가 0이기 때문에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추가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므로, 토지사용자는 가급적 토지소유권을 취득하려고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보았듯이 토지소유자는 사용하지 않는 토지는 처분하게 되므로 매각대상으로서의 토지의 공급도 원활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토지소유자와 실수요자가 일치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물론 지대세가 부과되어도 사업소득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임대업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므로 모든 토지의 소유자와 사용자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불일치 현상은 도시에서 많이 나타나겠지만 전반적으로 보아 토지의 소유자와 사용자가 일치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3. 여러 가지 의문
이상과 같은 지대조세제제의 특징과 장점을 이해하더라도 토지사유제에 익숙한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에서는 자연히 여러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흔히 제기되는 대표적 의문 10가지를 아래에 제시해 두었다. 각 의문에 대한 자세한 검토는 다른 문헌으로 미룬다(이정우 외, 2002; 김윤상, 2002).
의문 1: 자본주의와 헌법에 위배되지 않나?
의문 2: 토지소유자에게 지가를 보상할 것인가?
의문 3: 지대총액은 얼마나 되는가?
의문 4: 지대평가가 어렵지 않나?
의문 5: 지가가 0이면 토지 배분은 어떻게 하나?
의문 6: 왜 토지불로소득만 문제 삼나?
의문 7: 누가 토지를 소유하고 개발하려 하겠는가?
의문 8: 지대세가 전가되지 않나?
의문 9: 제도 전환 비용이 크지 않을까?
의문 10: 현실에서나 학계에서 어느 정도 수용되고 있나?
Ⅲ. 지대조세제의 현실 적용 방안
우리나라의 경우 엄밀하게 지대세에 상응하는 세금은 없으나 좀더 넓게 토지를 세원으로 하는 세금에는 양도소득세처럼 토지 매각자에게 부과하는 세금, 취득세와 등록세처럼 토지 매입자에게 부과하는 세금, 그리고 종합토지세처럼 토지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있다.
이들 세금의 크기를 보자. 최근 국세통계연보에는 양도소득세가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대체로 연간 3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편 2001년 기준 지방세 징수액을 보면 취득세가 약 3조8천억 원, 등록세가 약 5조6천억 원, 종합토지세가 약 1조4천억 원으로서 합계하여 약 10조7천억 원이 된다. 즉 국세와 지방세를 합하여 14조 원이 채 안 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각 세금은 종합토지세를 제외하면 토지만이 아니라 건물 등의 다른 고정자산에 대해서도 부과되며 또 위에서 열거한 세금 이외에도 각종 부가세나 도시계획세 등 토지에 부과하는 세금이 또 있다. 따라서 토지세 총액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두 합해도 15조 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2001년 부가가치세 징수액인 26조 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금액이다.
이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현행 세제를 바탕으로 하여 지대조세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지대조세제를 주창한 헨리 조지는 “악은 단숨에 해 치우자”고 하였지만 현실에서는 지대의 거의 100% 징수하고 그 만큼 다른 조세를 감면하는 조치를 일거에 취하기는 어렵다(George, 1879). 아래에서는 지대조세제를 점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되, 국세로 도입하는 방법과 지방세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아울러 현재 거론되고 있는 행정수도에 국지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살펴본다.
1. 국세로 도입하는 방안
국토보유세를 국세로 신설하고 그 수입만큼 다른 국세를 덜 걷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중앙정부가 전국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토보유세 도입에 따라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 등의 순서로 감면한다. 경제적 효과 면에서는 법인세를 우선적으로 감면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법인은 부유하다’는 사회 관념으로 인해 부유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모든 국민이 납부하는 부가가치세부터 감면하는 것이 무난하다.
또 부가가치세는 본질적으로 역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면하는 것은 분배 정의에도 부합한다. (생필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면제되는 예가 많아서 역진성이 상당히 완화되어 있기는 하다.)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면 상품가격이 내리고 유통이 촉진되어 경제에 좋은 자극을 준다. 토지보유세의 순기능과 합쳐서 노무현 정부의 공약인 경제성장 7%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01년의 부가가치세 수입은 약 26조 원이고 전국의 지대총액은 약 50조 원으로 추정된다. 지대의 5%만 징수하더라도 부가가치세 총액의 약 10%인 2조5천억 원을 감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토보유세율을 매년 5%포인트씩만 올려 가면 10년 이내에 부가가치세를 모두 없앨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 지방세로 도입하는 방안
지방세를 수단으로 하여 지대조세제를 적용할 수도 있다. 현재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의 세목으로 되어 있는 종합토지세가 지대세와 비슷한 토지보유세의 일종이므로 종합토지세의 과표를 현실화하거나 세율을 높이면 된다.
종합토지세를 인상하면서 우선 감면할 조세는 재산세이고 그 중에서도 건물에 대한 재산세이다. 종합토지세와 같이 토지 보유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는 토지의 유휴화를 막는 효과가 있는데 건물분 재산세는 오히려 건물의 신축, 개조 등 토지이용을 억제하는 상충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건물분 재산세는 건물의 상태에 따라 평가가 복잡하므로 이를 종합토지세로 일원화한다면 행정력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건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부담 내지 공공서비스 대가는 현행 교통유발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등으로 해결하면 된다.
2001년 종합토지세가 1조3600억 원, 건물분을 포함한 총재산세가 7600억 원으로서 지방세 총액의 각각 5%, 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건물분 재산세를 한꺼번에 종합토지세로 흡수하더라도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건물분 재산세를 없앤 다음에는 국민건강을 해치는 줄 알면서도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수입이 늘어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담배소비세(2조5천억 원)와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무거운 자동차세(1조9천억 원)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좋겠다.
그런데 현재 종합토지세 과표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일정 비율을 곱하는 조정을 할 수 있으며 지방세 세율도 표준세율의 50%까지 가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지방세법을 개정하여 종합토지세를 인상하고 재산세를 낮추더라도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분권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지방자치단체의 조세 재량권을 축소할 수는 없으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종합토지세를 인상하여 재산세 등 다른 지방세를 대체할 수 있는 권한을 지방세법에 명시하고 각종 유인 정책을 통해 적극 권장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다보면 이를 실시하는 지역에서 조세 대체의 효과가 나타나서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지대조세제를 국세와 지방세로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보았는데 양자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므로 함께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
3. 세율, 과표, 세수 조정의 문제
토지보유세는 모든 조세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세목이고 토지보유세 중에서도 지대를 과표로 하고 세율이 일률적일 때 중립적이어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 기준에 비추어 세율과 과표 문제를 생각해 보자.
우선, 세율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자면, 현행 종합토지세는 토지의 용도와 과표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토지의 투기적 보유 또는 사치성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이유가 아니라면 앞으로 시정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 과표에 대해서 보자. 현재 각종 토지세의 과표는 지가 즉 토지의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지가와 지대의 비율이 모든 토지에서 동일하다면 어느 것을 과표로 하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비율은 토지의 위치와 용도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 근교의 농지의 경우 지대는 낮지만, 앞으로 도시용 토지로 용도가 변경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지가는 매우 높다. 이런 토지에 대해 지가를 기준으로 토지보유세를 매기면 소득도 별로 없는 농민에게 큰 부담을 주게 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인 지대평가 자료가 없다. 그러므로 우선은 공시지가를 통해서 지대를 추정하여 과세하여도 좋겠다. 지가를 통해 지대를 추정하는 방법으로는 한국감정평가협회의 「토지보상평가지침」 제49조가 정하는 방법도 있다. 지목이 상업용 대(垈)의 경우에는 연간 지대를 지가의 8%, 주거용 대는 5%, 전답은 2%, 임야는 1%로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토보유세든 종합토지세든 토지보유세를 높이면 지가가 하락한다. 이론상 지가는 미래 지대소득의 현재 가치이므로, 토지보유세로 인해 지대소득이 줄어들면 지가가 하락하게 된다. 또 현실적으로 보아도 토지보유세로 인해 토지투기가 숙지고 투자대상으로서 토지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므로 역시 지가가 하락한다.
이렇게 지가가 하락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국세인 양도소득세와 광역자치단체세인 취득세와 등록세 수입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토지의 보유세가 높아지고 거래세가 줄어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이지만 세수 감소가 문제된다면 국토보유세 수입으로 또는 중앙정부의 교부세로 보전하면 된다.
4. 행정수도 건설에 적용하는 방안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건설 공약이 나온 이후 충청권의 지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편으로는 토지투기와 토지불로소득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또 한편으로는 행정수도 건설에 필요한 토지를 매입 또는 수용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추가된다. 지대조세제를 실시하면 이런 문제를 모조리 잡을 수 있다. 지대조세제는 토지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제도이고 또 이론상 지가가 0으로 하락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도시 건설의 선구자로서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쳐온 하워드(Ebenezer Howard)도 전원도시를 구상하면서 지대조세제를 도입하여 시재정에 충당하자고 하였다(Howard, 1904).
행정수도 토지 대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우선, 행정수도 건설 예정지의 토지를 매수 또는 수용한다. 매수대금 및 수용보상금은 채권을 발행하여 지불하고 이자 및 원금을 연차적으로 갚아나간다. 다만, 행정수도 예정지의 지가가 그다지 높지 않으면 현금으로 매수 또는 보상을 해도 좋을 것이고 토지교환도 고려할 수 있다.
토지 매수가격 내지 수용보상금은 행정수도 공약이 나오기 전인 2002년 초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 참고로 현행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제67조 제2항에 “보상액의 산정에 있어서 당해 공익사업으로 인하여 토지 등의 가격에 변동이 있을 때에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또 동법 제69조에는 보상채권 발행 근거도 있다.
일단 매수 내지 수용한 토지는 매각하지 않고, 민간용 토지는 장기 임대하거나 개발자에게 지상권을 설정하고 시장 수준의 지대를 징수한다. 지대는 개발기에는 1년마다, 개발이 완료되면 3년 정도의 간격으로 평가한다.
지대 수입, 현 정부청사 매각대금, 국내외 차입금, 정부 보조금으로 공공시설과 새 정부청사의 건설비용 및 토지취득비의 원금과 이자에 충당한다. 수입과 비용의 크기는 행정수도 건설후보지가 선정되면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이지만 행정수도 건설이 진행됨에 따라 지대 수입이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차입금 및 정부 보조금 부담은 상당히 완화될 것이다.
민간 개발자와 입주자에게 건설 및 입주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 일정 기간 (예를 들면 10년간) 법인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등을 감면한다. 일반적으로 조세를 감면하면 감면액의 상당 부분이 토지임대가치 상승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세수 감소 문제는 생각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조세감면 조치를 언제까지 시행하는가 하는 문제는 재정 수입과 부담을 비교하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Ⅳ. 마무리
지금까지 이상적인 세제인 지대조세제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기존 세제에 지대세를 점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살펴 보았다.
지대세가 공평하고 경제에 도움이 되고 행정적으로도 시행이 쉬운 세금인데도 불구하고 토지에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혁이란,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천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뒤틀린 현실을 평범한 원론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 세제를 상식과 원론에 맞는 올바른 방향으로 개편하는 작업이야말로 개혁의 표본이 될 것이다.
정부에 건의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대조세제 도입하면 위에서 설명한 여러 장점으로 인해 당면한 경제침체도 좀더 쉽게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지향하는 동북아의 경제중심국가가 되기 위해 국제기업을 유치하는 데도 유리해 진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국제적인 기업이 입지를 결정할 때 반드시 세제를 고려한다. 유리한 세제를 실시하는 국가에서는 같은 노력을 들여 더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대조세제를 실시하면, 기업은 어차피 누구에겐가 지불해야 할 부동산 임대료에 상응하는 금액의 세금만 내면 다른 세금은 대폭 줄기 때문에, 기업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 된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당연히 이런 국가가 국제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로 보면 받을 금액 다 받으면서도 국제기업에게 인센티브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이 점은 지방정부에서도 주목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가 당장이라도 탄력세율제도와 과표조정권을 활용하여 건물에 대한 재산세를 대폭 종토세로 이전시킨다면 경제적으로 매력있는 자치단체가 될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와의 협조를 얻어 자치단체 내에 특구를 지정해서 지대조세제를 실시한다면 외부에서 기업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현재와 같은 조세법률주의를 한계를 넓혀서 지방정부가 과세권에서 좀더 큰 재량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지방정부가 지역총생산의 일정비율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목과 세율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율과세권을 갖게 되면 이 발표에서 제시한 제도를 포함하여 각 지장자치단체는 지역의 실정에 맞는 재정제도를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빼놓을 수 없는 한 마디. 정부는 의례 세수증대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 마련인데, 지대세를 세수증대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대세를 도입할 때 반드시 기존의 다른 세금을 대치하여야만 제도의 효과을 발휘하고 불필요한 저항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경실련에 건의한다. 경실련은 80년대 후반 88올림픽을 전후하여 토지투기가 극심할 때 토지정의를 세우자는 주장을 통해 국민의 공감을 얻으면서 화려하게 출범하였고 우리나라 시민운동을 주도하면서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최근에는 내부적 및 환경적 사정으로 인해 위상이 처음만 못해졌다는 평가도 있으나 그래도 경실련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다. 지대조세제는 경제정의의 기본인 토지정의와 조세정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제도이다. 경실련은 처음 출발했던 당시의 문제의식을 되살려 지대조세제 도입에 힘을 모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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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ard, Ebenezer (1902) Tomorrow: A Peaceful Path to Real Reform, Reprinted by Routledge/Thoemmes Press, 1998.
요약문
세금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공평한가, 경제에 짐이 되지 않는가, 조세행정이 쉬운가의 세가지이다. 이 기준에 비추어 가장 이상적인 세금은 지대세이다. 지대세는 토지의 지대 (즉 토지의 임대가치)를 과표로 하여 가급적 100%에 가까운 균일한 세율로 징수하는 세금을 말한다. 지대세는 세금으로서 우수할 뿐만 아니라 토지투기 및 토지방치 등 토지문제까지도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토지정책 수단으로서도 역시 주목된다.
이 발표에서는 지대세를 가장 도입하는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국세로 도입하는 방안, 지방세로 도입하는 방안, 새로 건설하는 행정수도에 국한하여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의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한다.
국세로 도입할 경우 가칭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여 세율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면서 그 만큼 부가가치세를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지방세로 도입할 경우에는 종합토지세를 인상하면서 건물분 재산세부터 폐지하고 점차로 취득세와 등록세도 삭감해가는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지방분권 시대를 맞이하여, 지방정부가 지역총생산의 일정 비율 내에서는 자율적으로 과세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하여 지역 실정에 맞게 지대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한편 새 행정수도에 시범적으로 조세특구를 지정하여 이상적인 세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행정수도를 기존 지가가 낮은 지역을 선정하여 토지를 모두 매입하고, 이후 개발에 따라 상승하는 토지 임대가치를 모두 세금으로 환수함으로써 이상적인 조세제도이자 토지제도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