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村의 詩 0020> 농가월령가 3월령
農家月令歌 3月令
삼월은 모춘(暮春)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春日)이 재양(載揚)하야 만물이 화창(和暢)하니
백화는 난만(爛漫)하고 새소리 각성이라
가사(歌詞-歌辭라고도 쓴다)는 4音 4步로 행(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律文)으로 엄연한 장르의 하나지만 나는 그냥 長詩로 즐기기도 한다. 무엄하지만 50행의 이 긴 노래를 세 줄씩 끊어보면 時調 냄새가 짙다는 것이 내나름의 맛이다. 슬라이스한 파인애플 맛이라고나할까?!
農曆으로 三月은 ‘저무는 봄’이라 한다. 그러면 立夏는 언제인가? 올해는 양력 5월5일이니 얼마 남지 않았다. 氣候라는 節氣- 節侯는 1년을 24와 72로 나뉘어 보름과 5일단위인데... 월급제나 주급이던 산업시대에서 요즘은 시급을 다투는 IT(Information Technology)시대가 되었지만, 그냥 4월4일 淸明과 419의 穀雨에 봄비를 기다려 보기로하자...봄볕에 만물이 움트니 꽃과 새소리... 그렇다...지금도 이 산골에는 참새소리에 비둘기 날개짓 딱따구리 벌레 쪼는 소리 그리고 윙윙거리는 벌.. 자세히 드려다보면 제비꽃 민들레 진달래 산수유 목련 산벚꽃 등등 ... 미처 모르고 지냈던 생명의 미소로 가득하다.
당젼(堂前)의 쌍제비는 옛집을 차자오고
화간(花間)의 벌나뷔는 분분(紛紛)니 날고긔니
미물도 득시하야 자락(自樂)하미 사량홉다
한식(寒食)날 망샹묘하니 백양나무 새잎난다
우로(雨露)의 감챵(感愴)하믈 주과로나 펴오리라
농부의 힘든는 일 즁 가래질리 첫재로다
졈심밥 풍비(豊備)하여 때 맛초아 배불니쇼
일꾼의 쳐자권쇽(妻子眷屬) 따라와 갓치먹내
농촌의 후한 풍쇽 두곡(斗穀)을 앗길쇼냐?
이 시대에는 가래질이 힘들지만 ‘아홉 이랑 밭’을 가는 일은 나같은 초짜 농부에겐 불가능한 일이디. 소와 쟁기를 대신하는 경운기와 일손을 빌리기는 정말 힘든 일중의 일이다. 10년 가까이 살다보니... 겨우 인심의 한 가닥을 잡아서 작년부터는 시름을 덜었다... 그런 긴장이 풀리다 보니 슬슬 병이 자리잡기는 하지만... 혼자 하는 것이 그래서 두 사람에게 잠시 들려가도록 ...그렇게 해두었다... 거름을 사다 펴고 갈고... 비닐을 씌우고 물빠짐 고랑을 다듬고... 이 일만 끝나면 구멍을 뚫고, 모종을 놓고, 흙을 덮고...고추지줄르 박고 등등은 쉬엄 쉬엄하면 된다...
물꼴마다 깁히치고 둘렁밭 바물을 막고
한편는 모판하고 그나마는 살미하고
날마다 두셰번씩 근거니 살펴보쇼
약한 싹 셰워낼 제 어린 아이 보호하듯
백곡 중 논농사가 범연(氾然)하고 못하리라
표전(浦田)의는 셔속이요 산전의는 두태(斗太)로다
들깨모는 일즉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조흔 씨 갈희여서 그루를 상환(相換)하쇼
보리밧 매여노코 뭇논을 뒤여주고
논 농사는 짓지 아니하니...노아의 방주를 생각해서 옥수수와 감자는 부지런히 심는데...西俗과 삼베 농사는 아니지만 가을 콩과 들깨는 염두에 두고 있다.
들농사 하는 틈의 치표(治圃)를 아니할가
울밋해 호박이요 쳠하가의 박시무고
건담밋해 동과(冬瓜) 심어 가자하여 올녀보세
무배챠 야옥상치 곳쵸가지 파마늘
색색이 분별하여 뷘땅업시 심어두고
갯버들 뷔여다가 바자틀어 둘너막고
계견(鷄犬)을 방비하면 자연니 무셩하리
외밧츤 따로하야 거름을 만니하쇼
농가의 여름 반찬 이밧긔 또 있는가
治圃(치포)란 아마도 ‘텃밭’을 말하는 것 같은데, 호박-무-배추-아욱-상추-고추-가지-파-마늘-양파-토마토 등등은 나도 매년 가꾸던 것이다... 문제는 고라니와 들새인데... 짓이기는대로 그냥 둔다... 아직 멧돼지까지는 울 밖에서 가끔 出沒하는 모양이니..
뽕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때 되오곳나
어와 니분내들아 잠농(蠶農)을 전심하소
잠실을 쇄소하고 제구를 준비하소
다락킷와 칼도마며 채광쥬리 달발리라
각별히 조심하야 내음새을 업시하소
참! 농사꾼의 작업복이 문제인데... 이제 모시-삼베 옷은 안 입은지 10여년이 넘었다...오히려 도시에서 잠시 걸쳐보았을 뿐... 등산복과 운동복 그리고 안입는 훌렁한 면직 셔츠를 책겨 입을 뿐... 뽕은 당뇨에 좋다는 말만 가끔 기억에 떠올리곤 할 뿐...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을 접하나니
단행뉴행 울릉도며 문배참배 능금사과
엇졉피졉 도마졉에 행차졉이 잘 사나니
청다래 졍능매화 고사(古楂)의 졉을 붓쳐
농사를 필한 후의 분의 올녀 들여놋코
쳔한백옥(天寒白玉) 풍설중에 츈색을 홀노 보니
실용은 아니로되 산즁의 취미로다
집안에 살구와 대추와 매실이 한 주먹 나오고 매년 자두는 낙과하여 맛을 보지 못한다. 산수유와 은행은 손이 많이 가서 ... 감은 식초를 조금 담가보기는 했지만...
집안의 요긴한 거슨 장다무는 졍사로다
쇼금을미리바다 법대로 담을리라
곳쵸쟝과 두부쟝도 맛맛스로 갓초하자
그렇다...올 해는 메주를 담가 두었으니 고추장과 된장을 거르는 일을 4월21일 甲午 손없는 말날로 정해놓았다. ‘말날’이 무엇인가 했더니 干支의 午 - 말(馬)을 뜻한다 하니 10진법과 12진법과 숫자를 동물이름으로 象徵(기호화)한 오랜 傳統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醬맛 만큼이나...
젼산에 오던 비 개야시니 살진 향채 캐오리라
삽주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지 에아리을
일분은 역거달고 일분은 뭇쳐먹세
낙화을 쓸고 안자 병주을 즐길젹의
산쳐의 준비하미 가효(佳肴)가 이분이라
앞산에 봄비가 오고 솔밭에 온갖 산나물이 나온다면 한 잔의 막걸리로 武陵桃源을 맛보리라... 성경의 에덴 동산에서 선악과를 ... ‘너희가 맛을 알게 되면 반드시 건강을 해치리라...’ 그래서 멸망할 것이라는 해석을 한 목사가 있었다... 신도가 한 명도 없는 목사였지만... ‘참 맛을 찾아서’
그것이 다시 대지에 삽질을 하는 농부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참으로 不敬...겸손을 모르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가 오래 지구를 덮고 있다. 해가 바뀌고 이제 4월이 되었는데... 올 봄은 많이 아팠다. 집 사람이 아팠고, 집사람을 돌보느라고 아팠고, 그리고 어금니가 솟고 약에 취하고 드디어 잠시 누웠다... 그래도 봄은 서서히 그리고 갑자기 닥쳐왔다.
인류가 너무 빨리 대지를 잊고 살았다는 것을... 그저 눈요기거리로 여기고 땅 냄새를 잊고 흙의 축감을 잊고 그 땅에 땀을 흘려보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기운을 좀 차려야겠다.양파와 마늘이 잘 자라주고...
3월7일 경칩 지나고 감자 심고... 3월28일 춘분 지나고 비닐 안에 상추 심고 이제 419 곡우를 기다리고 있다.
봄비가 오면 상추 비닐을 걷어내야겟다.
현관 옆에서 머위가 자라고 있다...한번 잘라 무쳐 먹고, 쌈도 싸서 먹었다...
작약과 백합의 싹이 돋앗다.
봄안개 속에서 빨간 王冠을 쓴 마귀가 웃는다
보이지 않는 미소
들리지 않는 미소
멀리 가까이 거리감이 없는 미소
멈칫
사람들은 멈칫했다
暴走列車가 멈췄다
기차표는 삭아 부스러지고
빨간 信號燈도 움직이지 않는다
먼지 쌓인 대합실 벤치에 읽다 만 신문
COVID-19
반쯤 열린 門에서 불어온 바람에 밀려 구석으로 뒹굴고
멈칫
사람들은 멈칫했다
모두들...모두들...
두 눈만 남기고... 소파에 파묻혀 剝製가 된 두 눈망울
움직이는 것은 TV뿐
숨소리도 없다
그리고 그 분주한 시간을 생각해본다
오고가는 것은 季節뿐
멈추어 있었던 것은
오직 블랙혹을 닮은 돈에 대한 생각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