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를 설립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건축에서 벽의 역할을 건물의 지지대가
아닌 가림막이나 기온 조절장치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였다고 한다. 2001년에 오픈한 ‘압구정
안’에 이어 태어난 ‘청담 안’은 벽을 모조리 유리로 처리하여 현대건축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바우하우스의 작업장처럼 그로피우스의 개념에 부합하는 벽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꽤 넓은 대지를 자신의 터로 잡고 있는 ‘청담 안’은 두개의 주택을 합친 면적을 가진다.
그 중 하나는 예전의 주택 골격을 그대로 살렸고 현관 부분부터 다른 쪽 주택을 헐어 ㄱ자
의 형태로 홀을 만들어 붙였다. 특히나 1층 홀은 중간 중간에 기둥 하나 없이 시원하게
틔워진 공간으로 대중적인 성격을 갖는다. 높은 천장고를 가지고 있는 홀에 키 큰 파티션
하나 없이 나지막한 병풍으로 자리 구획을 하여, 적당한 비밀스러움은 갖되 오픈되어 있는
쾌활한 성격이 공간에 부여되었다. 디자이너는 1층의 홀을 오픈 되는 개폐식 천장으로 포장
마차의 노천분위기를 살리고자 하였는데, 우리나라 현 법규상 실현 불가능한 일로 종결이
되어야 한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대신 디자이너는 유리로 된 오픈도어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고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대신’이라는 단서를 달았던, 건물의 반이나
차지하고 있는 유리 벽체들은 건물의 채광뿐 아니라 구조와 외관에도 영향을 미쳐 가볍고
생동감 있는 파사드와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2, 3층은 단체석으로 사용 가능한 룸들이 위치하며, 프라이빗하고 개인적인 공간으로 1층과
는 사뭇 다른 성격을 갖는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층별 성격을 한 층씩 올라갈 수록 한 단계
씩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런 복합적인 층별 성격들로 포장마차의 대중화
와 선술집의 편안함, 로바다야끼의 고급화를 모두 아우르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전체적으로는 고급스러움보다는 자연스러움을 키워드로 잡았고, 외부 마감재인 시벤트 블록
과 노출 H빔, 구로 철판 등을 내부로 유입하여 마감 하였다. 자재들 고유의 질감과 컬러가
직, 간접의 빛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각각의 마감재가 가지고 있는 꾸미지 않은
모습들을 살려냈다. 그리고 메뉴자체가 한식, 일식, 중식이 혼합된 것인 만큼 실내 분위기도
동양의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전체적인 컬러나 소품들이 ‘아시아’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이점 또한 공간이 가지는 매력이다. 하나의 소품들이 단편적인 물건으로
의 물성을 넘어 그 곳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 이상의 것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우리의 선이
살아있는 친숙한 느낌의 오브제와 중국과 일본의 감성이 느껴지는 소품들 등으로 낯설지 않
은 편함이 있다. 그렇게 이곳은 편안할 安, 즐거울 安, 좋아할 安... 레스토야끼
(RESTAURANT+ROBADAYAKI) 安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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