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2011년 5-6월호는 ‘핵발전’ 특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1년 4월 10일 녹색평론 사무실에서 김익중(동국대학교(경주) 의과대학 교수), 강윤재(에너지 전환 부대표, 가톨릭대 연구교수), 장시원(울진군의원),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이 함께 모여서 좌담한 내용이 실렸습니다.
굉장히 길길래,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했지?’했더니, 핵이나 원자력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저에게 충격적인 내용이 너무너무 많았습니다. 사실, 여러분도 그럴 것 같아서(왜 그런지 좌담회 내용에 나와요!) 이 좌담회 내용을 좀 발췌해서 올리려고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녹색평론>>118호 31쪽~41쪽 발췌입니다.)
김익중 : 현재 우리나라에서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권한은 국가기구중 교육과학기술부에만 있습니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니까 보건복지부가 방사능을 조사할 권한이 있어야 하잖아요? 환경부도 환경 오염 문제니까 잴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못하게 되어있어요. 교과부와 지식경제부, 그러니까 핵산업계하고 손이 닿는 곳에서만 할 수 있도록 법 자체가 정해져 있습니다. 정보를 통제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한군데 더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네곳, 월성, 울진, 영광, 고리에 민간환경 감시기구(시설은 국가에서 제공합니다)라는 게 있는데 거기서도 자체적으로 방사능을 잴 수 있습니다. 교과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이번에 방사능을 측정해 발표했는데, 울진 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 측정한 요오드 양의 1/6밖에 안돼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까 ‘킨스’에서는 종이필터를 사용했고, 민간환경감시기구에서는 탄소필터를 사용했어요. 경주에 있는 민간환경감시기구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세슘은 입자가 크기 때문에 종이를 쓰나 탄소를 쓰나 거의 다 포집이 되지만 요오드는 입자가 작아서 종이를 쓰면 빠져나간답니다. 그래서 방사능물질을 95퍼센트 이상 잡으려면 탄소를 쓰도록 되어있고, 그래서 경주에서도 탄소 필터를 썼답니다. 울진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박사들도 많고 실력도 좋을 것 같은 ‘킨스’전문가들은 종이를 썼고, 그래서 요오드치가 낮게 나온거죠. 이게 의도적인 건지 단순한 실순지 모르겠습니다만.
김종철 : (핵발전소를 짓고 있는 울진에) 지원금 연간 얼마나 나옵니까?
장시원 :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울진의 경우 연간 수백억원입니다. 원자력발전량에 대하여 원전 발전세로 1킬로와트당 4원씩 받습니다. 울진군에서는 현재 신규 핵발전소 두기를 또 짓고 있어서 특별지원금 1,200억원도 있어요.
김종철 : 군에서는 그걸 받아서 어디에 씁니까?
장시원 : 제대로 못 쓰고 있어요. 국가예산으로 해야 할 광역상수도 같은데 쓴다든지... 도로도 깔고...
김종철 : 결국 건설업자들한테 돈 주려고 하는 짓이네요. 울진에 핵발전소가 몇기입니까?
장시원 : 여섯기가 가동중이고요. 두기를 현재 짓고 있고, 향후 두기를 더 지을 예정입니다. 우려스러운건 1,2,3,4,5,6호기 바로 옆에 핵발전소를 지으면서 신(新)울진 1,2,3,4호기라고 이름을 붙인 겁니다. 저희들은 7,8,9,10호기로 불러요. 너무 밀집돼 있다는 사실을 희석시키려는 목적입니다.
강윤재 : 우리나라의 경우 설문조사를 해보면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기지역에 원전을 짓는 것은 반대합니다. 원전 건설을 찬성하는 건 30퍼센트 밖에 안됩니다. 새로운 건설 부지를 찾기란 매우 어려워요. 주민들 반대가 크고 지자체도 반대합니다. 해남군이 좋은 예입니다. 그러니까 유일한 방법은 기존 부지에 계속해서 더 많은 원전을 짓는 것이죠. 주민들도 원전이 이미 있으니까 위험하기는 하지만 이왕 있는 것 하며 체념하는 심정이 되는거죠.
장시원 : 그런게 많아요, 자포자기 심정. 하나가 들어와서 사고가 나서 죽으나 열개가 있어서 사고 나서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 사고확률이 높아진다는데 생각이 미치질 않아요. 핵폐기장이나 발전소는 부지입지 조건이라는 게 있습니다. 2005년의 핵폐기장 입지조건을 보면,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을 것, 학력수준이 낮을 것, 경제적 생활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울진이 그래서 늘 1순위로 포함되는 겁니다. 포항에서 두시간 떨어져있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 도시 영주나 삼척, 강릉에서도 멀어요. 지질상 조건이 최적지라서가 아닙니다.
강윤재 : ‘킨스’의 원전안전운전 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울진에서만 아이네스(INES : 원자력발전소 사고 평가기준. 1등급: 안전상 중요하지 않은 상황~7등급:중대한사고) 1등급 이상의 사고가 다섯번 있었어요. 이건 상대적으로 아주 많은 겁니다.
김종철 : 그동안 방사능 피해를 본 주민들은 없습니까?
장시원 : 갑상선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심증이 있어요. 그런데 역학 조사가 없어서 확인이 안됩니다. 감상선암은 피폭이나 가족력에 의해서만 발병하지 다른 원인은 없다고 하더군요. 주민들 뿐만 아니라 발전소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중에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는 제보가 많아요. 그런데 울진군보건소의 암환자 발생 내용에선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없어요. 우선 신고를 잘 안하고, 또 암에 걸리면 대도시로 나가 수술을 받으니까 암 발병 파악이 전혀 안됩니다. 저는 발전소에서 받는 지원금에서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에게 치료비 지원을 하도록 요구할 계획입니다. 그럼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신청을 할거고, 그럼 정확한 환자 숫자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봐서 방사능 피해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김종철 : 그동안 한번도 체계적인 역학조사 해본 적이 없죠?
장시원 :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강윤재 : OPIS 자료에 따르면, (중략) 21기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에선 사고가 총 48번 일어났는데요, 2등급 2건, 1등급 2건, 0등급은 무려 44건입니다. 다른 등급에 비해 0등급의 수가 지나치게 많죠. 이런 비율을 나타내는 나라는 인도밖에 없습니다. 진짜 0등급인지 의심할만하죠.
이헌석 :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사고를 우리가 알게되는 시점이 사고가 나고 2-3일 뒤라는 점입니다. 사고와 발표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어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매번 내부에서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변명해요. 그렇지만 2-3일이 지난 다음에 문제 없다고 발표하니까 왜 바로 발표하지 않았을까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잖아요? 불신할 수 밖에요. 계속해서 핵문제를 바라봐온 제 입장에서는 이번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거짓말하고 정보공개 안하고 그러는 게 새삼스러울 게 없어요.
김종철 : 로버트 융크라는 반핵운동가의 고전적인 책 <원자력 제국>이 있잖아요. 그 핵심논지가 뭐냐면 원자력 국가는 반드시 파시스트 국가가 된다. 원전 가동과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그런 이야기를 했잖아요.
장시원 : 저는 그래서 제보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하고 후에 MBC뉴스에서 발전소 직원을 인터뷰했는데, 예전이라면 섭외가 힘들었을 거예요. 발전소 안의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반핵정서가 강합니다. 우리는 막연하게 얘기만 듣지만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위험상황을 보면서 일을 하니까요. 매뉴얼이 있어도 매뉴얼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대요. 그렇지만 자기들끼리만 알고 그칩니다. 최악의 상황, 그만두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면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울진 같은 경우에는 한수원 직원도 있지만 KPS 한전기공(한국전력공사의 출자회사)이라든지 하청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간혹 내부 얘기를 들을 수 있어요. 인재사고도 많이 발생하는데 거의 대부분 산재로 처리하지 않고 보상금으로 합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무사고 수천, 수만시간’이라고 선전하는 것을 보면 가증스럽죠.
장시원 : 피폭될 우려가 있죠. 후쿠시마에서도 ‘50인의 사무라이’가 도쿄전력 정직원인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까 일용직이었잖아요. 울진 원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한수원 정직원도 있지만 거의 위탁 하청업체의 일용직들이 들어가요.
김종철 : 원전에서도 방사능 피폭 우려가 있는 작업은 고급기술자들이 절대로 안들어간다고 그래요.
장시원 : 네, 안들어갑니다.
김익중 : 갑상선암 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잡히지 않는 거예요.
장시원 : 발전소 온배수 배출구 근처에서 낚시를 많이들 합니다. 돔 잡는 손맛이 좋다며 낚시하러 오는 분들 굉장히 많아요. 따뜻한 물 좋아하는 물고기가 많으니까 물고기 천국이죠. 그곳에서 잡은 고기를 먹기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에서 방사성 은도 매년 검출되고 있는데, 기준치 미만이라곤 하지만 체내에 축적이 되는 것이고 참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