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백두대간 첫걸음을 회상하며
● 일시: 2024.9.6. (금), 흐림
● 경로: 중산리~칼바위~법계사~천왕봉∼로타리휴게소∼환경교육원∼중산리
● 거리: 13.75km
● 시간: 9시간 26분
촉박한 세월을 아쉬워하듯 애절하게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내 처지인 양 처량하게 들리는 아침, 지리산 자락에 서 있다. 1 대간 9 정맥이라는 대장정을 마무리한 기념으로 천왕봉에 오른다. 대간 첫 등정 때의 설렘과 두려움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풋풋한 청년이었던 내가 어느새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다시 이곳에 서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
내 왕성한 호기심을 위해 몸을 심하게 혹사했던 모양이다. 몸의 이곳저곳에서 탈이 나기 시작한다. 생애 마지막이 될는지도 모른다는 기분으로 그때 그 친구들과 천왕봉에 오른다.
천왕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수록 과거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험준한 능선을 오르며 흘렸던 땀과 눈물,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나누었던 웃음소리까지. 그때의 고된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아침이다.
백두대간 첫 등정 때의 설렘과는 또 다른 감회가 밀려온다. 그때는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이곳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돌너덜길을 따라 오른다.
숲길을 걸으며 단풍 채비를 하는 나뭇잎을 바라본다. 마치 내 삶의 궤적을 보는 듯하다. 푸르렀던 잎이 세월이 흐르면서 아름다운 색깔로 변해가듯, 나 역시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해 왔다.
새들의 지저귐이 끊이지 않는다. 익숙한 풍경이지만, 오늘따라 모든 게 새롭다. 재잘대는 산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코끝을 스치는 흙냄새를 맡는다. 자연의 향기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숨이 가빠지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정상에 다다랐을 때, 온 세상이 내 발아래 펼쳐지는 듯하다. 멀리 펼쳐진 백두대간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이 길을 여러 번 오르내렸지만, 힘 들었다는 기억이 전혀 없는데 오늘은 힘이 든다.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다.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멀리 보이는 능선들 또한 인생의 고비를 넘어온 나의 모습과 닮았다.
마침내 천왕봉 정상에 이르자 시야에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풍광까지 눈에 들어온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깊은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1 대간 9 정맥을 걸으며 만났던 수많은 사람과 풍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인 양 고요하고 평화롭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이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함께 걸었던 동료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정상에 서서,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자연에게, 함께 걸었던 동료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백두대간을 착실히 안내해 주었고 산맥 걷기에 시동을 걸어준 백마의 김만섭 대장이 약속이나 한 듯 정상에 서 있다. 참 오랜만의 만남이다. 산꾼은 산에서 만나기 마련이라더니, 반갑기 이를데 없다.
만섭 대장의 인솔로, 어느 해 추운 겨울날, 중산리에서 천왕봉, 중봉, 하봉을 거쳐 화림사까지 약 25km, 중봉의 눈꽃의 아름다움은 아직도 눈에 선하고, 칠흑같이 어두운데 눈은 무릎까지 빠져 길도 없는 산길을 매서운 추위에 떨면서 전신의 통증을 참고 걸었던 일이며, 호남정맥 무등산 넘어 안양산에서 정상주 같이 해야 한다면서 맥주 한 캔 들고 바들바들 떨면서 기다려 주던 병환 아우의 이야기며, 함께 산맥을 걸으면서 고생하고 즐거웠던 추억담을 나누면서 마냥 퍼질러 앉아 놀고 싶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천천히 발걸음을 되돌려 하산한다.
지리산을 내려오며 나는 깨닫는다. 산은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나에게 인생의 스승이었음을. 산을 오르며 나는 인내심과 끈기를 배웠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게다가 믿음직한 산 친구들까지도.
세월이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나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하지만 행복감과 동시에 허무함도 느껴진다. 1 대간 9 정맥 종주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마치 산 정상에 올라 다음 목표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등산객처럼 말이다. 하지만 곧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새로운 목표를 찾아 다시 한번 도전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코리아둘레길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 개선문
첫댓글 멋있게 늙을 줄 아는 멋진 산사나이 축하합니다.
고마버요. 이날 박영준이도 천왕봉에 올랐다는데 길이 어긋나 만나지는 못했다오. 많이 아쉬웠다오.
병원 진통제를 맞으며 아픔을 극복하고 참여하시여, 무더위를 잊고, 야음을 뚫고 천왕봉 정상을 함께 오른 이고문님의 기백과 불굴의 정신에 찬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산행을 이어가시길 소원합니다.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다, 그대들 덕분이랍니다.
ㅡ 김만섭
건강하신모습
뵈어 무척이나
반가웠읍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ㅡ 박영준
원근아!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힌다.
먼 길에 전화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
기회를 다시 만들어 보자.
ㅡ 최재홍
동문 어르신들!
정말 대단 하십니다.
자연의 경관을 보여주셔서 더욱 감사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에도 축복의 감사가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ㅡ 권종명
이고문님 허리는 괜찮아요? 존경스럽습니다. 천왕봉의 운해가 선하
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ㅡ 안덕용
천왕봉 생각만해도 마음설래고기분이좋아요 건강견딜만 하다니 다행이내요 건강잘쳉기세요
ㅡ 권수문
1대간
9정맥은
산꾼들의
염원이자
목표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하지요
아니
도전은 할지라도 완주라는
대업은 그야말로
고난, 투지,열정 그 0어느것 하나라도 결여되면 실현 불가능 !
왕초 형님의 노익장과 산에 대한 열정에 다시한번 경의와 찬사를 보냅니다
인자요산
지자요수 !
김만섭 대장님
아직도 건강하시다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그 옛날
함께한
고생길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떠 오릅니다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산행을 같이 하신 모든분께 축하와 다음의 일정도 건강하게 마무리 하시길 기원드리며 특히 산행기를 읽으니 내가 같이 호흡을 같이 하며 걸어가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다시한번 축하합니다.
축하라기보다 대단하십니다
멋지게 익어가는 모습 종경하고 아름답습니다
옛 동지들 모습 보기좋네요
ㅡ김상진
추석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천왕봉 다녀오셨네요~~
오늘 비오고 나면 시원해서 산행하기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안전한 산행 즐기세요^^
ㅡ 한기철
네
선생님 명절잘보냈습니까
건강한모습으로
등산다니시는모습
존경합니다
항상건강하십시오.
ㅡ 최종철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새로운 목표를 찾아 다시 한번 도전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코리아둘레길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멋진 인생을 사셨습니다.
멋진 산행을 하셨습니다.
새로운 길, 코리아 둘레길을 항한 걸음 마다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ㅡ 심장섭
선생님 명절 잘 보내 셨습니까
날씨가 더우신데 먼길 산행 하셨네요
오늘은 비가오니 시원 합니다
산행 조심히 하세요~~
ㅡ 정규린
선생님의 건강과 힘찬 발걸음을 기원하겠읍니다
늘 행복하시고 평안하시길...
ㅡ 정문희
늘 관심과 애정으로~~
변함없으신 건강으로
우리들의 호프이신 공곡님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건승을 빌면서^^
ㅡ 손맹호
천왕봉 다녀 오셨네요!!!!
초행 때가 그립습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건강하신 모습에 경의를 표합니다.
ㅡ 박낙원
보내준 산행기, 잘봤어요 요즘 산못간 지가 반년이넘어서요.
사연은 감기 끝에 기침을 약으로버티다 다런 병원가니 폐렴 이라고 보름치료 하는과정 항생제 부작욜으로 체중이18kg 빠지고 오른쪽눈이 캄캄, 혈액검사로 신장도 많이안좋아... 5웗13일퇴원(약5개월 입원)
지금은 3개월마다 통원진료중. 요즘은 걷고또걷고 자전거타기로 체중감량 유지도 보통일이 아니
네 ^_^.
몸이 불편 하면 원인을 꼭꼭 확인하시게 경험자로서 전해드립니다.
ㅡ 김명근
이 선생님도 추석 잘 쇠셨나요? 산행 날자를 보니 그날도 무지 더웠지 싶은데 정말 대단들 하십니다.
이번 비가 그치고 나면 예년의 가을 날씨가 돌아온다니
좋은산 많이 다니시기 바랍니다.
ㅡ 석정규
지리산 댕겨 오셨네요
여전히 젊음을 만끽하는 체력에 응원 합니다 건강 하십시요.
ㅡ 최천기
포기한지 몇년된 천왕봉인데...
대단하신 열정.체력입니다
늘 건강하셔서 무탈 산행되십시요.
ㅡ 배인호
1대간 9정맥을 완주하신 건각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직 천왕봉을 등정하신 그 체력,
정말 대단하십니다.
한 번 더 축하드리며
코니아둘레길도 안전하게 완주하시길 기원합니다.
ㅡ 최숙희
또 천왕봉을 오르셨고, 코리아둘레길도 도전하시고 역시 대단하십니다. 앞으로도 쭉 행복한 산행되십시오.
ㅡ배재성
안녕하세요.
늘 건강한 모습으로
53회 중심이되어 수고
하시는 원근님을 존경합니다.
학창시절 많이
친구들 이름이 카톡방에
뜨면 반가워서 바로
연락 하여 회포를 나누고
싶기도 하지만 55년
너무 오랜시간이 지나서
조심 스럽기도하고 , 또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있어
그저 영상으로만 즐거워
혼자 만족 하며 지낸답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도 좋은 일들만
있어시길 기원합니다.
전화 드릴께요 ~(하트)
ㅡ김종배
공곡선생님 추석명절 가족분들과 즐겁게 잘 보내셨지요?
1대간 9정맥의 완주기념 으로 천왕봉 등정을 축하드립니다.
그럼요, 지금까지 산에서의 수탄사연들이 얼마나 많디 많겠습니까?
아직까지 새로운 목표를 향해 살아 가신다니 존경스럽습니다.
부디 남은 목표를 달성하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ㅡ 황병율
이회장
1대간 9정맥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산악인으론 최고의 영예가 이닌가
다시한번 축하한다
천왕봉은 일출보려고
새벽에 올라갔는가보네
정말 체력과 용기가 대단합니다
당신은 진정 산꾼입니다.
ㅡ 송준각
제가 먼저 추석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
10년전에 가족과 함께 힘들게 천왕봉을 다녀온 생각이 납니다. 역시 무더위 속에서도 대단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ㅡ 김진아
진한 감동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허리는 좀 어떠세요? 빨리 괜찮아져야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