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둘레길 11구간
권수문
오늘 들머리서 시작된 오르막이 또 한 번 나의 인내력과 투지를 시험했다.
탁탁 막히는 숨결에, 속으로 "이카다가 깨지면 염라대왕 앞에 가서 뭣하다 이 더븐 날에 왔나?"라고 물으면 우예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길고 먼 고갯길을 힘겹게 넘고 12시가 훌쩍 넘어 길가에 자리 잡은 식사 장소가 시원찮아 땀방울을 훔치며 그럭저럭 도시락을 비우고 서둘러 출발했다.
계속하여 종곡리를 지나 북실고개로 오르는데 작은 농수로에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재근과 나는 무지막지하게 개울로 뛰어들어 도랑에 드러누우니 시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그때의 기분이란 저 청와대의 재밍이도 부럽잖다.
도랑에서 나와 다시 작은 북실고개를 넘어 드디어 종착역에 도착하니 온몸의 기력이 다 빠져 그야말로 기진맥진 그 자체였다.
버스에 올라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으니, 기분이 가벼워진다. 성서에서 귀한 오징어와 돼지 수육으로
금일의 행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12코스를 계획하며 지하철에 올랐다.
속리산 둘레길 11구간, 수리봉 구름길
이원근
◉ 2026.7.11
◉ 죽문2리 경로당-수리마을-당재-종곡1리 회관-화산1리 회관
문경 죽문리에서 둔덕산(978m)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수리봉구름길은 이름처럼 구름을 벗 삼아 걷는 길이다. 숲길과 들녘길이 번갈아 이어지고, 산골 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호젓한 길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이름과 달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한여름에는 피해야 할 길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전국이 거대한 가마솥처럼 달아오른 날이었다. 기온은 40℃에 육박했고, 수리봉구름길 어디에도 햇볕을 막아 줄 구름은 없었다. 그늘조차 드문 길에서 당고개와 북실고개, 두 개의 고개를 넘어야 했다. 몇 걸음만 옮겨도 땀이 옷을 흠뻑 적셨고,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누구도 쉽게 포기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당고개를 향해 임도를 오르다 보니 마을 뒤로 나지막한 산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옛날 천지개벽 때 수리 한 마리가 앉아 홍수를 피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수리봉이다. 마을 이름도 수리마을이다.
우리나라에는 새가 홍수를 피했다거나 배가 넘나들었다는 이야기를 품은 지명이 유난히 많다. 그런 전설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도 전해지는 것을 보면, 노아의 홍수와 같은 대홍수가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힘겹게 약천사 입구에 도착해 좌측으로 굽어 오르는 비포장 죽문임도를 따라 다시 긴 오르막을 시작했다. 임도 아래 급경사의 소나무 조림지에서는 누군가 심은 지 1년쯤 돼 보이는 묘목을 관리하고 있었다. "전국의 소나무가 재선충으로 사라져 가는데 또 소나무를 심습니까?" 하고 묻자, 그는 "전들 압니까.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요."라며 웃는다. 짧은 대화였지만 씁쓸한 여운이 남았다.
죽문임도는 경사가 완만해 걷기에는 좋았지만, 뜨거운 햇볕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등을 내리쬐었다. 마침내 고갯마루 당재에 올라 충분히 숨을 고르며 물도 마시고 젖은 옷도 식혔다. 잠시 쉬니 기운은 조금 돌아왔지만, 폭염은 여전히 맹렬했다.
당재를 출발해 연천임도를 길게 내려서니 포도밭과 인삼밭, 콩밭, 담배밭이 넓게 펼쳐진 들판이 이어졌다. 연천교를 건너자, 농암리 종곡리가 시작되었다. 평탄한 길이 이어져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진짜 시련은 아직 남아 있었다.
북실골로 들어서기 전, 종곡리에서 대원 한 명이 결국 중탈을 선언했다.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사실 나 역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수없이 밀려왔다. 북실고개를 넘지 않고 편한 길로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달콤하게 들리던지,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오기가 생겼다.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마지막 고개 하나를 남겨두고 물러설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산행은 언제나 마지막 1km가 가장 길고 힘든 법이다. 체력은 이미 바닥났고 다리는 천근만근이었다. 한 걸음을 떼면 두 걸음 쉬고 싶었고, 목은 타들어 갔으며, 이마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모두 말수는 줄었고, 묵묵히 자신의 발끝만 바라보며 한 걸음씩 북실고개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누가 억지로 시킨 일이었다면 시킨 사람을 찾아가 따졌을 겁니다."
누군가 던진 농담에 모두가 힘없이 웃었다. 그 웃음에는 지친 몸을 이겨 보려는 의지가 함께 담겨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며 끝내 마지막 고개를 넘어섰다. 고갯마루에 올라섰을 때는 누구 하나 만세를 부를 힘조차 없었지만, 서로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안도감이 번져 있었다. 힘들어서 더욱 값진 순간이었다.
탈진하다시피 하여 삼화실에 내려서니 마을 어르신들이 정자에 둘러앉아 쉬고 계셨다. 내 나이를 묻기에 여든둘이라고 했더니 모두 놀란 표정으로 혀를 내두른다. 그 모습에 피곤함 속에서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백두대간 청화산 아래에 자리해 화산리라는 이름을 얻은 자연마을 삼화실을 지나 화산2리에 도착하며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4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 끝없이 이어지는 임도, 그리고 마지막까지 버티게 했던 북실고개. 결코 쉬운 트레킹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자신의 한계를 이겨냈다. 그래서 오늘 수리봉구름길은 단순히 한 구간을 걸은 산행이 아니라, 폭염과 자신을 동시에 이겨낸 하루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마지막에 서로를 바라보며 지은 흐뭇한 미소는 그 어떤 정상석보다 값진 완주의 증표였다.
첫댓글 ㅡ 권수문
어설픈 글을 이쁘게 손질까지
해 주셔서 명예의 전당에까지 올려주시니 감지덕지입니다.
정말 어제는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우리 모두는 많은 량의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뜨거워 지는
지구를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천고문님께서 발가락 부상으로
도중에 하차하셔서 걱정이
되었는데 나중에 무사히 합류하시어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고도표를 보니 우뚝 솟은 두 개의 고지가
우리 회원 능력의 한계를 시험한 고개였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앞장서서 안전한 길을
안내하시고 후배들이 무색하리만큼
강인한 정신력과 그칠줄 모르는
투지로 모범을 보여주시는
왕초성님을 비롯한 김대환선생님과
천고문님께 다시한번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평소보다 더욱 피곤한 모습으로
귀가하니 집사람이 "이제
오늘같이 더운 날에는 제발
좀 산에 가지 마세요"라며
또 한번 만류를 하지만 그 누가 말했던가.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라고...
ㅡ 천인교
어제 속리산 둘레길 11코스 시작하고 오르막길 올라가는 중 에는 별일없이 올라갔습니다.
당고개에서 잠시 쉬고 내려가다가 발가락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
해서 연천1리에서 산행 종료하고 차량으로 종점 으로 갔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ㅡ 여인태
노인네분들 이러다 쓰러지면 우짤 라고 카는교.이더운 날씨 조심 하입시더 필승.
ㅡ 김진호
숨 막히는 폭염 속 수리봉 구름길 트레킹을 무사히 종료한 데 축하와 박수를
보냅니다. 불볕 더위에 쉬엄,쉬엄 거닐먼서 늘 몸 조심하시길...
ㅡ 김종배
폭염속에 오기로 다니시면 어떻게 된다는 거 아시잖아요.
속리산 둘레길 11구간 폭염속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건강해서 백수 하십시요.
ㅡ 권태문
이 더운날씨에 대단 하네요
부디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하시기를
ㅡ 최숙희
이 땡볕에 무리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ㅡ 김진아
40도에 육박할 때는 안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게 젊은 사람들도 픽하고 갑자기 의식을 잃기도 하거든요.
ㅡ 최재홍
동문님들
정말 대단들 하십니다.
요즘 폭염에 장마철이라 특별히 건강들 조심하시고 즐거운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ㅡ 이규섭
여름 산행의 최고의 백미는 옷 입은 채 물길 속에 첨벙하는 알탕이지요.
오래도록 남는 기억이 되겠습니다.
ㅡ 최천기
폭염이 수리봉 구름길을 고난의 길로 만던듯 합니다,
폭염땐 잠시 걸음 멈춤이 좋을듯 합니다.
저도 결혼을 늦게 했는데 큰놈은 저보다 더 늦게 결혼을 했읍니다,
그 덕분에 이제 할배가 되었읍니다, ㅋㅋ
칠순 때 큰놈 결혼 두해 지나 작은놈 결혼과 첫 손주 출생으로 늦 복이 계속 터져 너무 좋읍니다.
날씨가 많이 더워집니다.
연세도 있으신데 더위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듯 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팀원들을 잘 타일러 폭염 땐 걸음을 멈추면 좋을 듯합니다.
오늘도 편한 날 되시고 늘 건강하십시요.
ㅡ 조수자
감사합니다.
폭염 속 트레킹을 가슴 떨며
감명깊게 잘 봤습니다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ㅡ 심재명
다들 28청춘들 같구나
부럽다 부러워.
내 몫까지 좀 다 놀아들 주시게나.
ㅡ 이승재
선생님
오늘도
폭염으로 잠시만 걸어도
땀이 주루륵 흐르는 무더운 날씨 네요.
당분간 무더위가 이여진다고 하니
건강관리에 더욱더 유의
무더운 여름 잘 이겨내시기를 바라며
"건강관리 잘하세요"
"정상에 오르는 것도 실력이지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진짜 산행이다."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릴리님 오셨군요.
저는 하산주까지가 산행인 걸로 알았는데... ㅎㅎ
아니었군요!
산행에 대한 개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합니다.
ㅡ 박종웅 (후기)
죽문리 숲길따라 들녘길로 이어진 숲길 임도를 경유하여 마을길과 차도로 이어지는 포장도로까지 뜨거운 지열과 높은 열기를 몸소 체득하며 무사히 속둘11구간을 다녀왔습니다.
뒤늦은 장마와 가마솥 더위에 완만한 경사라지만 죽문임도고개마루까지 빗물같은 땀을 쏟아내며 여름더위와 제대로 맞서며 체력전의 둘레길을 즐기고 온 셈이지요.
이제 속리산둘레길도 어느덧 종착역으로 치닿고 있으며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도 곧 사그러질 날도 얼마남지 않을 테지요.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둘레길을 즐겨가며 진행해 나갔으면 합니다.
찜통 무더위속에 산너머 회원님들 모두모두 수고많으셨습니다.
함께 하면 멀리갈수 있으며, 즐겁고, 안전한 발걸음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차기 속둘12구간은 기존의 12구간과 13구간을 통합하여 진행해 볼까 합니다.
다음 산행을 준비하며 후일을 기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