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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구정 설을 맞아 춘천의 기숙사에서 인천의 집으로 가는 길에 부천체육관에서 경기가 있다는 일정을 접수(?)하고 부천에 있는 친구를 억지로 불러 부천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부천체육관은 저에게 낮설지 않은, 오히려 친숙한 곳입니다. 대학교에 오기 전(2002년도 겨울이네요) SK빅스가 여기를 홈구장으로 삼고 활약(?)할 당시(최명도 - 문경은 - 조동현 선수등이 기억이 나네요^^) 농구보는 것에 처음 재미를 느끼고 수능 끝난 기념으로 동생하고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부천체육관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련한 옛날 일이지만, 그 때의 부천체육관이 없었다면 지금 저는 농구관람이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며, 여자농구로 이어졌던 프로농구에 관한 관심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군인시절.. 백일 휴가 때 부천체육관에서 마지막으로 전자랜드의 경기를 봤습니다. 그게 2004년 11월 말이었으니 벌써 3년 3개월 전입니다. 3년 3개월 만에 저를 반겨주는(?) 부천체육관의 모습은 변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웅장해 보이는 돔을 비롯하여, 주변의 체육시설에서 열심히 운동하시는 주민들, 학생들, 경기를 맞아 주차장에 신세를 진 보도진 차량 등 그 모습이 3년 3개월 전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장소는 변하지 않더라도 경기장에서 경기를 벌이는 주인공들인 선수들이라는, 그리고 나이를 나름 3살 더 먹은 저라는, 사람은 변해 있었습니다.
신세계가 부천으로 연고지를 광주에서 이전한 이유는 주변에 이마트 매점이 밀집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마트 중동점을 비롯하여, 무슨점, 무슨점으로 하여 이마트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그러면서도 인구가 많은, SK빅스로 인해 농구인기가 높았던 부천으로 쿨캣 구단은 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업 마트의 홈구장이라서 그런지 들어올때 휴지 3박스(박스휴지)를 주던데 집에 가는 길이라 짐이 좀 많아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물론, 주시려는 안내원들의 표정이 조금 당혹스러워지긴 했지만서도...ㅋ
부천체육관에 인연이 많은 관계로 잡소리가 길었습니다.ㅋ 아마 생략하고 보시는 것을 생략들 하시고 스크롤을 내렸으리라 생각하고 경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경기 전에 박건연 감독님을 비롯한 선수들, 구단 프론트들이 일렬로 늘어선 상태에서 우리은행 구단의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가 있었습니다. 우리은행 팬들로서는 침울하겠지마는, 너무나 커져버린 사태에 대한 극약 처방의 의미를 떠난 어찌보면 '치욕스럽겠지만 당연한' 행동이였기에 다른 팬들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경기 전 우리은행 벤치의 분위기가 완전 넉 다운되었다고 느꼈기에 처음부터 불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은행에 유독 약한 양지희 선수의 야투가 터지기 시작하며 초반 점수차는 벌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잡을 수 있는 수비 리바운드에도 당황하며 공격 기회를 계속 신세계에게 헌납해야만 했습니다.
아무리 술을 잘 먹는 사람이라도 피곤한 상태에서 강한 술을 먹으면 약간 어지럽듯(비유력이 달리는 관계로..ㅋ), 신세계에 강한 우리은행 선수들도 다운된 분위기에서 '쪼그라드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이에 제가 또 하나 놀란 것은 감독님의 그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여느 감독님인들 성이 나지 않을 수 없을라먄, 박 감독님은 오히려 선수들을 격려하며 페이스 부활에 사력을 다했습니다.
이윽고 우리은행의 득점이 터지면서(김진영 선수의 드라이브 인이 멋졌지요.) 점차 우리은행은 페이스를 찾아 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에 신세계가 오히려 당황을 하게 됩니다.
박선영 선수는 노련한 선수 중 한 명입니다. 1980년생, 프로경력 8년차의 노련한 신세계의 포인트가드이고, 명가 삼성생명 팀에서는 핵심 식스맨이었을 정도로 실력도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 초반에는 대학교 단과대학 과대항전 농구시합에서도 잘 안하는 실수를 연발해 버렸으니, 그것은 심판의 패스를 받지 않고 바로 경기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의아했죠. 설마했고요.
너무 급하다 보니 그렇겠거니 해도 보기 힘든 진풍경이었음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장선형 선수의 질책(?)이 있은 다음에야 정신을 차리더군요.
이렇다 하더라도 점수는 시소게임으로 나아갔습니다. 도망가려면 쫒아오고....또 도망가고 이런 식이었습니다. 이번 경기는 말을 안해도 중요한 경기이기에 이에 의한 긴장감은 여느 공포영화나 스릴러 영화를 본 것보다 더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은행 팬들이나, 신세계를 응원하던 팬들이나...모두 긴장감을 느꼈을 정도였습니다.
김은경 선수의 공백은 예상외로 컸습니다. 패스의 흐름에 핵을 차지하던, 알토란같은 득점쇼는 아니지만 알토란같은 득점을 보태주었던, 장선형 선수나 박선영 선수를 당황스럽게 할 정도로 수비에 능통했던 김은경 선수의 공백은 손쉬운 실점과 식스맨 선수들의 결정력 부족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정옥 선수의 수비에 공백이 생겼던 것이 큰 불안요소였죠. 양정옥 선수는 비록 부상중이라도, 그 숨겨진 득점력은 가늠할 길이 없는 선수입니다. 노련하고도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양정옥 선수의 플레이에 우리은행은 10점이 넘는 실점을 해야 했습니다. 김은경 선수가 있었다면...하는 생각이 간절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기에는 물이 공기 중으로 증발해 버린 상태였습니다.
전반...4점차로 우리은행이 뒤진 상태로 끝이 났습니다. 특히 김정은 선수의 버저미터가 인정이 되면서 2점차에서 4점차로 벌어졌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기에 어쩔 수 없이 4점차라는, 평소에는 부담스럽지 않았겠지만 어제에서는 부담스러웠던 점수차로 후반이 시작되었습니다.
전반이 끝나고 우리은행의 락커룸에서는 무슨일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도 선수들에 대한 굳은 마믿음을 가진 박 감독님은 위기 속에서도 팀의 가장 강한 면모로 이번 경기를 역전시킬 구상을 했겠고, 그것을 지시했을 것입니다. 이 지시는 후반에 90프로 이상 효과를 보았습니다. 10프로 부족한 면은 물론 나중에 이야기할 경기 종료 직전의 '방심'상황입니다.
김계령 선수는 삼성생명에서 프로로서 태어나 '자랐지만' 우리은행에서 성숙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팀의 위기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이 의지할 곳이라고는 거의 김계령 선수의 능력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소설같은 이야기겠지만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김은혜 선수는 전보다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전반에 눈에 띄는 플레이라고는 돌파에 의한 득점 뿐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는 숨겨진 것이 있었으니, 실수를 몇 번 하기는 했지만 평소의 생각대로 모험을 하지 않고 무리를 하지 않을려는 평정심의 플레이가 그것이었고, 그것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마치 텔레파시처럼 제 머릿속에 들어왔던,(표현 죽입니다.ㅋㅋ)것이었습니다.
우리은행은 3쿼터 후반부터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2점차..4점차..6점차까지 벌어져 아..드디어..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기가 가깝게 신세계의 추격의 득점이 터졌습니다. 정말 40분 내내 전쟁같았던, 아니 전쟁이었던 게임이었습니다.
박건연 감독님은 이은혜 선수와 분배하면서 김진영 선수를 출장시킬 수도 있었으나, 그러한 모험 아닌 모험을 하기에는 김진영 선수의 눈빛이 평소와는 달랐고, 상황도 급박했습니다. 결국, 박 감독님은 김진영 선수를 믿었고, 그 효과는 눈에 크게 뛰지는 않았지만 박세미 선수의 득점 봉쇄로 나타났습니다.
키가 서로 비슷한 두 가드... 공격형 가드라는 공통점을 지닌 코트의 두 사령관들은 치열히 싸웠지만, 박세미 선수의 칼은 김진영 선수의 의지가 추가된 칼에 의해 무뎌졌고, 그것이 신세계가 경기를 잡을 수 있었는데도 잡을 수 없었던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난 우리은행 전에서는 5개의 3점을 꽂은 박세미 선수였지만, 어제 그런 모습은 김진영 선수에 의해 여지없이 봉쇄당해 버렸습니다.(3점 하나도 못넣었죠)
홍현희 선수는 22득점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것보다 더 칭찬해 줄 점은 리바운드 부분입니다. 신정자 선수가 잠시 홍현희 선수로 변신을 한 듯(홍 선수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리바운드 잡는 모습만 보고 이야기 한 것입니다.) 가제트화되어 수비리바운드를 걷어내고 속공과 정상적인 공격을 이끌어 내는 모습은 투혼의 모습끼지도 엿볼 수 있게 했습니다.
4쿼터에 우리은행에 절대 유리한 상황이 있었죠. 상대가 팀파울에 일찍 걸린 것입니다. 이에 홍 - 김 더블 포스트의 적극적인 공격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유투로 6점차까지 벌려가게 됩니다. 물론 신세계가 따라 오기는 하였지만 홍현희 선수가 결정적인 레이업으로(들어갈듯 말듯 하다 들어간...) 6점차를 유지했습니다.
남은 시간 1분여... 우리은행 팬들도 그랬고 선수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드디어..드디어..이겼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님은 어제따라 존 탓인지 손을 늦게 들어주더군요.ㅋ
신세계는 조금 불리한 일정으로 인해(퐁당 경기), 그리고 4쿼터에 양지희 선수의 실책에 의해 6점차까지 벌여졌지만 포기할 팀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재빠른 수비로 두 골을 넣었습니다. 60대 58...2점차까지 점수차가 좁혀지고 양팀은 여러 번의 작전타임으로 승리를 가져오려고 마지막 사력을 다했습니다.
김계령 선수의 당찬 어필에도 불구하고 두 번 연속으로 신세계의 공격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신세계의 홈 어드벤테이지보다 무서웠던 것은 우리은행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평소보다의 5배 이상의 열정과 투지였습니다. 남은 시간 5.8초..삐이...탕탕탕..
퍽~~삐이~~!! 스코어보드는 60 대 58..그대로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은행의 극적인 승리로 게임이 끝났습니다.
힘겹게 승리를 한 우리은행은 오늘 신세계에 비해 내용면에서는 뒤진 경기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내주지 말아야 했을 리바운드를 내주는 모습이 보였고, 턴오버도 신세계에 비해 많았던 것이 큰 흠으로 드러났습니다. 신세계로서는 힘겨운 상대였던 우리은행에 양정옥 - 김정은 선수가 활약을 하여 종료 직전까지 대등하게 갔지만, 4쿼터에 우리은행의 수비에 완전히 막혔던 김정은 선수의 4쿼터 무득점과 양지희 선수의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턴오버가 뼈아팠던 경기였습니다.
신한은행전에서는 하은주 선수가 있어서 힘들겠지만 좀더 적극적인 리바운드가 요구됩니다. 그리고 힘겹게 승리한 흥분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평소..아니 평소의 120프로는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도 본의 아니게(?) 부탁드리게 되는군요.
어느 신문기사에 보도된 대로 '위기가 기회가 되었던' 게임이었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가 팀웍입니다. 단결력이고요. 우리은행에 대한 며칠간의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질타, 징계처분 등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은행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를 맞아 사력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극적으로 승리했습니다.
스포츠는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감동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그러기에, 스포츠는 진정 아름답습니다. 특히, 몇 초, 아니 영점 몇 초에 승부를 뒤집을 수도 있는 농구 경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은행 농구단이라는 스포츠구단은 이런 메시지를 어제 팬들에게 전해 주었고, 이는 진정으로 우리은행을 '역전용사들의 팀'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어제 경기로 인해 찾은 자신감과, 잠시나마 잊을 법도 했던 4강에 대한 희망을 다시 불태워, 4강의 길로 적극 나설 때입니다. 우리은행 팀이 진정으로 사태에 대해 우리은행 팬들이나, 여자농구 팬 전체나, 네티즌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가장 확실하게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4강 진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추후에 농구잡지를 비롯한 매체에, 그리고 팬들, 네티즌들의 마음에 우리은행은 결코 사고를 일으켰던 '문제의 구단'이 아닌, 사고에 의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오뚝이인형처럼 일어섰던 '오뚝이 팀'이라는 명예의 팀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다음 경기는 신한은행 전입니다. 장소는 춘천홈입니다. 매우 어려운 경기이겠지만 선수들의 선전과,팬들의 성원으로 인해 승리할 것을 굳게 믿으면서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양팀 선수 기록 >
* 춘천 우리은행 한새(9승 19패, 4위)
김계령 16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 2블록
홍현희 22득점(3점슛 1개) 8리바운드 2블록
김은혜 11득점(3점슛 1개) 2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
김진영 8득점(3점슛 2개) 4리바운드 4어시스트
* 부천 신세계 쿨캣(8승 20패, 5위)
장선형 3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양정옥 12득점(3점슛 3개) 2리바운드 1어시스트
김정은 18득점(3점슛 2개) 9리바운드 1어시스트 1블록
박세미 5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양지희 14득점 8리바운드 1어시스트
< 양팀 Total >
* 춘천 우리은행 한새 : 60득점(3점슛 5개) 28리바운드 14어시스트 14턴오버
* 부천 신세계 쿨캣 : 58득점(3점슛 5개) 36리바운드 16어시스트 12턴오버
첫댓글 열심히 끝까지 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중요한 경기 잡은 만큼 신한전에서 좋은 모습 보여 주었음 하네요..^^
팀기록만 보더라도 신세계가 앞서는데, 이번 승리는 정신력과 집중력의 승리네요. 마지막 김정은 선수의 오펜스파울이 지적되었을때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지켜튼 김계령 선수를 보면서 "이것이 승리구나!"느꼈는데, 판정번복되면서 다시 급긴장ㅋㅋㅋ
왠지 그날따라 심판들의 번복판정이 평소에 비해 많았다는... 긴장만점인 경기였습니다..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