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민요그룹 아리수의 막내 멤버 김주영씨는 대중과 소통하는 국악을 꿈꾸는 차세대 국악 스타다. |
지난 1월 1일, 2010년의 시작을 알린 봉은사 타종식 축하공연에서 추위를 녹이는 열창의 무대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은 여성민요그룹 ‘아리수’. 1집 ‘아리랑 나무를 심다’에 수록된 퓨전민요 ‘너영나영’ 등을 부르며 어깨를 들썩이게 한 이 그룹의 멤버 중 특히 합장하고 인사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불자 김주영 씨(26·길상화)다.
“어린 시절부터 절에 다닌 덕분인지 고향을 찾은 마냥 즐거웠어요. 특히 아리수의 퓨전민요는 사찰 분위기와도 정말 어울렸죠. 같은 불교신자인 상희 언니는 물론이고 다른 종교를 가진 언니들도 기억에 남는 무대라며 사찰에서 자주 공연했으면 하던걸요.”
큰 눈망울을 지닌 김 씨는 신세대 국악인 7명으로 구성된 아리수의 막내다. 지난해 초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를 졸업한 그는 진도 남도민요경창대회 장원, 고흥 전국판소리대회 일반부 장원, 진주시 오케스트라 아리랑 협연, 2008 국립창극단 주최 판소리 축제 공연 등에 참여하며 나이보다 성숙한 목소리로 인생의 희노애락을 토해내는 판소리꾼이다. 그런 그의 음색 깊은 곳에는 붓다의 가르침이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진주 연화사 신도인 어머니와 아버지, 연화사 부설유치원을 다닌 오빠를 따라 절마당을 놀이터처럼 오갔다. 불자의 길로 접어든 시기는 중학교 3학년. 당시 고입 연합고사를 앞두고 어머니의 제안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 입시기도를 하고 법당을 나설 때면 그렇게 기분이 청량했단다. 마치 판소리 한 곡 뽑아낸 뒤 느낌처럼 말이다. 고등학교 때 외운 국악 ‘반야심경’은 18번이 됐다.
청소년 시절 신행을 익혔다면 불교의 가르침을 삶에 적용한 것은 대학시절 연화사 주지 혜일 스님으로부터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고 마을상좌 인연을 맺은 이후다. 평소 좋은 소리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김 씨는 어느 날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일주일 동안 갑자기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 막막했던 그는 무작정 혜일 스님을 찾아갔다.
“스님을 뵙자마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녹차 한 잔을 건네주셨죠. 제 상황을 구구절절 말씀드렸더니 ‘인연이다’며 짧게 답을 주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 순간 정말 마음이 편안했어요.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소리하는 행복에 집중해서 다시 연습을 시작했죠. 일주일이 후 목소리도 회복됐습니다.”
더욱 깊어진 신심으로 음성공양도 실천했다. 2006년 1월 25일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 초청 진주신년하례법석의 축하공연에 이어 부처님오신날에는 5곳의 절에서 릴레이로 국악 법공양을 올렸다. 보시금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뿌리칠 수 없는 곳에서는 조용히 불전함에 넣고 나왔다. 이 같은 공덕이 바탕이 된 것일까.
2007년 중앙대학교 국악과 졸업반으로 교직을 준비하던 중 선배 박인혜 씨를 통해 알게 된 아리수에 마지막으로 입단한 김 씨. 비록 첫 앨범에 그의 목소리는 없었지만 지속적인 연습과 공연으로 멤버들과 일심동체가 됐다. 특히 그를 포함해 3명으로 구성된 아리수 밴드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천차만별 콘서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리수 2집 앨범이 한창 녹음 중입니다. 여기에는 제 목소리도 담긴답니다. 세대를 초월해 더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민요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요.”
대중을 위한, 대중과 소통하는 국악인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는 김주영 씨. 올 봄 청량한 풍경소리 같은 그의 목소리가 실릴 ‘아리수’의 2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035호 [2010년 02월 09일 09:53]
첫댓글 주영이 김혜수닮았다 ㅋ 기사가 참 좋네요^^ 성불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