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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영성가족에 대한 전망 1. 미래가족에 대한 기본전제 남녀평등이나 여성의 자아실현을 가능케 하는 미래 가정을 전망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몇 가지의 기본전제의 기준을 제시하려 한다. 첫째, 남자는 사회적 역할을 책임지며 여자는 가정적 역할을 책임져야 한다는 역할분담의 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즉, 여자는 가정을 지키고 자녀를 길러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그 형태가 어떠하든지 여자의 사회적 역할을 전제하는 가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자녀양육을 가정과 전문적 양육기관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자녀들의 인격형성과 사회성을 키워 주는 데 있어서 가정과 공동양육기관이 다 필요하다. 그러나 이 둘이 적절하게 상호보완, 상호협동하기 위한 조직과 제도화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결혼은 부모나 사회적인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책임 있는 애정과 인격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그래서 결혼생활의 존속은 이러한 인간관계의 성숙과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넷째, 모성역할을 위한 자녀의 출산도 기존관념을 떠나 개인의 능력과 생활목표, 그리고 현실적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결혼은 자녀를 낳기 위한 것이며 여자는 혈통계승자인 아들을 생산해야 한다는 전통이나 관념에서 해방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미래의 가족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즉, 자유선택에 의한 독신가족, 모자가족, 무자녀 부부가족, 자녀 있는 핵가족, 친정부모 또는 시부모를 모시는 확대가족, 동업에 종사하는 직연(職緣)공동체, 산업과 주거를 같이하는 공동체, 종교 또는 정치적 이념으로 뭉쳐진 동지로서의 생활공동체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다. 이와 같은 가족들은 평등과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가족생활을 규제하는 법적 제도와 사회의식과 인간관계의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가족의 가치관은 부계 혈통의 계승이나 혈연적 공동체의 단결을 위한 충성이나 복종보다 개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한 상호 협동적 공동체에 가치를 두게 되어야 할 것이다. 경쟁적이며 공리적인 직장생활에서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가정생활의 안위와 휴식은 필요한 기능이다. 미래가정은 정서적 안정과 정신적 지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부부가 같이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 그들이 기대하는 역할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남편의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에의 참여가 요청되므로 부부의 역할조정과 협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핵가족의 증대에 따라 가족적 삶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과 소비, 노동과 휴식을 함께 누리며 부모자녀 관계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확대가족과 생활공동체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래의 핵가족 중에는 사회변동이 가속화됨으로써 가정이 파경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여 서구사회에서는 공동가족 형태로의 변화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서 이스라엘의 키브츠 가족을 하나의 예로 소개한다.1) 키브츠(Kibbutz)는 20세기 초, 동부유럽의 젊은 지식인에 의해 팔레스타인(Palestine)에 세워진 새로운 형태의 민주적인 사회이다. 그들은 획기적인 새로운 제도를 창안해 내었다. 즉, 그들의 결혼관계는 법적 계약보다 상호 동의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공동취사장, 식당, 세차장들을 마련하여 여자들이 가사에서 벗어나 키브츠의 경제 및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출산의 경우 약 6주간의 휴가가 주어지며, 수유가 필요할 때는 언제나 아기를 만날 수 있고 약9개월 후부터는 낮에 한 번 만날 수 있게 하였다. 키브츠의 결혼은 그것이 그들의 사회활동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즉, 그들이 결혼 전에 하던 역할을 그대로 계속하며 또한 그들의 법적 사회적 지위도 동일한 것이었고, 모성들은 결혼 전의 이름을 그대로 갖는다. 이러한 키브츠의 결혼형태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결혼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있다. 결혼의 일반적인 개념은 성인들의 성적 욕구충족 및 경제적 욕구 충족을 위한 이성간의 관계로 규정되어진다. 이러한 일반적인 결혼개념에 비추어 볼 때, 키브츠의 결혼 형태는 성적 관계만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을 결혼으로 규정짓고 있는 것이다. 키브츠의 자녀관에 있어서 부모들은 자녀양육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부모들은 아무런 의무도 지지 않으며, 키브츠가 전체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키브츠의 어린이들은 부모에게 헌신적이며 또한 다른 집단 즉, 미국의 어린이나 이스라엘의 고등교육을 받은 부모를 가진 어린이들과 비교할 때 그 성취도에 있어서 보다 높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키브츠의 노인문제는 노인들을 위한 특별기관을 갖고 있는 미국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띤다. 즉, 은퇴 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또한 은퇴를 서서히 점차적으로 하게 되므로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계속적인 유대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의 노인들과 같은 소외감이나 불안감은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어떤 특별한 지위를 얻을 수 없으며, 그들의 과거 공헌도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 가족의 발달을 위한 정책과 교육프로그램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가족 사회학자들에 의한 핵가족의 역기능 론과 여성 해방론자들의 가족폐지론 등으로 가족의 존재 여부까지 논의되고 있으나, 가족발달론적 입장은 인류역사상 가족이 지속되어 온 것과 인간성의 기본적 욕구가 가족생활을 통해서 충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의 존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가족의 발달을 도모하며 인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추구하였다. 여기서는 가족존재의 필요성을 전제하면서 가족의 발달을 위한 정책을 살펴보고 가족생활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가족의 정책이란 가족이 가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들의 결정을 유도해나가는 과정, 즉, 가족생활을 운영해 나가기 위한 계획과 방안설정을 말한다. 이러한 생활방침은 가족원의 수, 형태,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 가족의 주기, 가족의 가치관, 가풍, 가족원의 가정관리 능력, 경제적 태도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하나의 가족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직업적 달성, 부부간의 적응, 자녀양육 등을 위하여 가족적인 정책을 세운다. 또한 가족생활의 향상과 복지를 위한 가족정책 즉, 사회적 정책은 가족생활에 직접적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정책의 확대가 시급히 요청된다. 인간발달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critical period)와 학습시기(teachable moment)가 있듯이 가족발달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기가 있으며, 각 단계에 따른 과업을 수행해야 할 시기가 있다. 두발(Evelyn M. Duvall)이 분류한 8단계 가족생활 주기 중 특별히 중요한 시기의 교육 프로그램2)을 들어보려고 한다. 인간발달의 첫 단계인 신생아기와 영아기가 중요하듯 가족형성의 신혼기는 최초의 가족발달단계로서 중요하다. 그러므로 배우자 선택, 구혼, 약혼, 결혼에 관한 발달과업에 대해 교육하고 지도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부부간의 적응, 성적 문제, 가족계획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미래의 가정을 위해 중요하다. 자녀양육 및 교육 기에서 도 특히 유아기는 인성의 확립기로서 어린이의 환경이 발달에 있어서 깊고 영구적인 영향을 주므로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린이의 성장이 가장 빠르고 변화가 심하며 초기 경험은 다음 단계의 기초가 되고 유아기의 신뢰감의 확립은 계속적인 교육과 발달의 원동력이 된다. 브룸(Bloom)은 어린이와 다른 사람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형태는 바람직한 성격발달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부모교육과 자녀양육 지도에 관한 교육프로그램이 이 시기에 필요하다. 유아기 뿐 아니라 학동기, 청소년기, 독립기의 자녀 발달에 따른 부모의 역할은 사회화의 대행자(agent)로서 중요하며 이에 대한 정책, 계획, 교육프로그램이 요청된다. 가족생활 주기의 후기단계인 중년기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기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자녀의 독립에 따라 신체적 노쇠와 함께 심리적 위기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은퇴기가 되면서 노인들은 여가문제, 재취업문제, 사회적인 노인문제들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한 지식이나 준비가 없을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하므로 사전의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가족생활 주기에 따른 각 단계의 발달과업은 물론이고 적어도 신혼기를 위한 결혼교육(marriage education), 자녀교육, 및 자녀의 교육 기를 위한 자녀교육과 부모교육(parent education), 노년기를 위한 노인교육(education for aging)등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여성교육면에서도 여성의 직장진출로 인한 맞벌이 부부의 올바른 성역할에 대한 인식과 자녀수 제한으로 가족주기의 후기단계가 연장됨으로써 야기되는 여성인력의 효율화에 대한 정책과 교육도 연구되어야 하겠다. 이렇게 볼 때 가족의 발달을 위한 사회적, 국가적 시책이 필요하며 대학이나 교회 또는 여성단체, 복지기관에서 가족발달의 각 단계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치,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가족상담기관과 이를 위한 전문가 양성도 필요하며 가족의 문제와 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기관도 많이 생겨야 할 것이다. 3. 한국가정의 과제 위에서 가정의 변천에 따른 가정의 문제를 사회적인 측면에서 고찰해 보았다. 가정의 과거, 현재를 진단함으로써 미래가정의 형성은 가정뿐만 아니라 교회와 사회도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인간은 동료로서의 하나의 공동체 즉, ‘함께 인간’(Mitmensch)으로서 공동체를 이루고 그 안에 존재할 때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되는 것이다.3) 인간은 공동체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에 공동체를 삶의 기본형식으로 삼고 살아간다. 또한 인간은 교육 필연적인 존재이다. 교육이 없이는 인간이 될 수 없다. 여기에 기독교 가정교육의 깊은 인간학적 의미와 경륜이 있다. 복음은 곧 교육으로 드러나고 교육은 복음으로 밝혀지는 것이다. 또한 교육은 가정의 민주화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가치와 존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기충실감(self-realization)을 가지고 창조적인 기독자의 삶을 살도록 양육하고 교육하는 것은 항상 가정에 주어진 과제이다.4) 따라서 오늘날까지 쌓아올린 문화를 가정이 계승 발전시켜 평화로운 인류사회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W.C.C.의 가정교육국과 크리스천 가정운동 국제연맹(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Christian Family Movements)은 UN 세계인구 연간기금(World Population Year Fund)과 그 외의 다른 기금을 가지고 가정에 관한 세계회의를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샬람(Dar-es-Salam)에서 전 세계 54개국으로부터 온 250여명의 남녀 회원이 모여 15일간 개최되었다. Familia'74는 현대가정의 부모와 아이들의 잠재력 개발을 위하여 교육 분야에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표명하였다. 이 대치할 수 없는 역할은 가정이 그 자신을 사회적인 효소로 인식하고 사회의 변혁에 그 자신을 이용하도록 할 수 있을 때 이룩될 수 있다5)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정교육 사회에서 가정참여, 개인적 변화와 개인 상호간의 관계 등에 있어서의 새로운 접근은 교육계에 요청되는 과제로 보았다. 미래의 산업구조와 경제조직이 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가정은 사랑과 행복을 마련하는 최초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또한 가정은 인류 세계의 종말 전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가정은 자녀들의 육체적, 도덕적, 감정적, 정신적인 개발 뿐 아니라 영적 차원에서 더 넓고 깊은 신앙공동체에도 그들을 안내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그래서 우리의 가정을 좀 더 올바르고, 창조적이고, 구속적(redemptive)인 공동체로 만드는 데 힘써야겠다. 21세기를 향한 한국교회는 가정을 통하여, 가정을 위하여, 가정과 더불어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재형성하며 나아가서는 남북 분단으로 인한 한국가정의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기독교 영성적인 차원에서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