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잠시 인터넷 뉴스를 보러 들어왔다가 우연찮게 본 기사..
종합병원 부원장이 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 부산시 동구면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위치한 곳이군요. 그 근처의 병원 중에 B라는 이니셜로 시작하는 신장내과를 보유할 정도의 병원이래봤자 뻔하군요. 혹시나 한다리 건너서라도 아는 지인이 아니실지 걱정이 됩니다.
요즘 이런류의 기사를 읽으면.....어떤 댓글일 달릴까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곧..혼자 씁쓸하게 웃고는 맙니다. 역시나 달리는 댓글의 내용은 예상대로더군요.
꼭 의사가 아니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칼을 맞거나 폭행을 당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습니다. 직업이 직업인 탓에 그런 경우는 아주 신물나게 격었지요. 이런저런 이유들...개인적인 원한에서 직업적인 이유까지 많은 이유들 때문에 서로를 다치게 하고 또 아프게...가끔은 생명을 잃게도 만듭니다.
의사라고 뭐 대수입니까? 누구에게 독한 사람에게 독한 원한 샀으면 칼맞지 말라는 법도 없고, 뭐....좀 맞고 그럴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의사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모든 폭력에 자유로울 권한은 없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어쩌면 의사들도 세상무서운거....사람 무서운거.....생각 이상으로 잔인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좀 알고 살아야할 지도 모릅니다.
갑자기...제게 밤길 조심하라고 했던 몇 몇 분들이 기억이 나는군요....죄송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던 시절에는 병원에서 거의 사느라 밤길을 홀로 다닐 일이 거의 없어서....혼자서 밤길에서 기다리시느라 고생들 하시진 않았나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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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선진국으로 생각하는 나라들.....그것이 미국식의 의료든 영국식이든 유럽식의 의료를 행하든...그 나라들 대부분 의사들에게 많은 의무를 지웁니다. 동의를 하지 않으실지도 모르지만 그건 한국도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그런 선언적인 의무에 더해 각종 소송의 판례에 의해 덧붙여 지는 실용적인 의무들도 더해 지지요.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되어있고...실제로 미국의 경우는 그런 소송의 배상액으로 결정되는 액수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 그 소송비용이 의료비 상승의 한 축이라는 점은 잠시 접고가지요)
의료의 선진국들이 의사에게 의무를 지우고 이에 대해 강력한 제제를 가하는 반대 급부로...의사들에게 보장하는 권한이 하나가 있습니다. 흔히들 의사들이 '진료권'이라 부르는 광범위한 의미의 권한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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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기서 진료권에 대한 해석과 논쟁을 이끌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럴 능력도 없구요.
제가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하여 본 부분은 이 의사분이 다른 곳이 아닌 본인의 진료실에서 칼에 맞았다는 점입니다.
뭐....요즘 사람들에게 의사들의 일....진료라는 일 자체가 의사들 돈버는 수단 정도로 보일테니...진료실 정도는 의사들의 작업장 정도로 생각될 것입니다. 물론 저 역시 의사들의 진료실을 성직자들이 성무를 보는 성당 정도로 격상시켜 신성화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그런 생각이 먹히리라고 생각도 하지않구요.
다만.....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찰하는 행위....정말 다른 의미가 가미되지 않은 사전적 의미로서의 진료권이 이렇게 본질적으로 회손된다면.....의사들이 자신이 진료실에서 조차 환자들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없게된다면....자신의 환자 한사람 한사람을 잠재적인 위협요인으로 보게된다면..
그 궁극적인 피해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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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달린 말처럼....정말 그 의사가 잘못을 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의사가 되기전....한참이나 환자 보호자로서의...환자의 자식으로 사는 것이 더 익숙하던 시절...저 역시 정말 후려 갈기고 싶은 의사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의사가 된 이후에도 그런 의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잘 모르면서 무조건 단정짓고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벌을받아 마땅한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일터에서 칼을맞고 피를흘려야 마땅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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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휘두른 분의 분노가 이제는 사라졌기를....그리하여 자신의 잘못을 일찍 뉘우칠수 있기를.....그리고 다친분께서 어서 쾌차하시길 바래봅니다.
마음이 무겁네요...
사족) 작년에 미국에 학회 참가차 갔을때, 금속 탐지기와 총기로 무장한 덩치 산만한 경비원이 서있는 응급실 입구를 보면서, 감탄했던 일행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별로 부럽지 않습니다. 미국같은 나라가....그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그런 장비를 가지고 있을지 만무하지요. 부디...우리나라에는 그런 장비들이 들여올날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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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다를 닮고 싶은.... 원문보기 글쓴이: 낭만곰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