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 외 3편*
서 일 옥
차라리 북을 쳐라
터질 것 같은 속이거든,
한잔 술 가만들어
바람에 취하면서
둥둥둥 산을 울려라
신명나게 춤춰라.
선소리꾼 살을 푸는
끝없는 잠의 수렁
옹이진 설움일랑
북소리로 거듭나서
이 새벽 강가에 나와
혼령 우리 씻어보자.
열어라, 깨어나라
새날의 문을 열고
정초같이 불을 켜면
저리도 밝은 창가
동트는 한 하늘 멀리
번져가는 메아리.
*화장을 지우며*
날마다 퍼올리는
두레박질 서툰 몸짓
아무리 길어내도
채울 수 없는 항아리
반복된
일상의 시간
거울 속에 눕힌다
화장솜 흥건하게
클린징을 묻혀서
위선을 털어 내고
욕망을 닦아내어
한 꺼풀 옷을 벗는다
잃은 나를 찾으러
맨살 가득 드러나는
이 연륜의 흔적들
너는 누구인가
몇십 번을 되물어도
몰라라
정말 몰라라
지쳐있는 정물 하나.
*파도*
그대를 보냅니다.
등 떠밀어
보냅니다.
명치 끝에 아려오는
절절한
그리움을
다 덮고
혀를 깨물며
그대를 보냅니다.
*어떤 상황 . 2*
사방에서 들린다
억장 무너지는 소리
새벽을 가르며 달려온 경고장. 전쟁의 열기가 이라크 사막을 들끓게 하고 핵무기를 든 북한은 우리를 애타게 한다. 사스라는 이름표를 단 저승사자는 인간들을 비웃으며 유유작작 거리를 누비고 대낮에도 거리는 빛이 들지 않는다. 선거판 벽보는 끊임없이 펄럭여도 정치판 놀음은 책임도 신의도 윤리마저도 팽개친 채 철(四季) 지난 철새들의 슬픈 배리만 가득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 물가, 날마다 썩어가는 우리환경, 수출길 막혀버린 볼 붉은 사과, 저승까지 과속으로 달린 트럭기사 이야기, 도끼로 피붙이 죽인 광기의 살풀이까지 팽팽히 얽혀있는 이 업보의 연줄.
풀 사람 아무도 없는가!
막막하기만 한 이 아침
⊙서일옥 시집[영화 스케치], 서울 : 고요아침, 2003 ; (해설▶ 수필로 쓴 徐一玉 論 -서벌) 인용 작품
▣해설
수필로 쓴 徐一玉 論
서 벌
(해설 一部)
원어와 번역의 맛이 상당히 다르다 해도 徐一玉의 표현 방식이 데포르마시옹이면서 컨시트의 그것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본다. 시를 이루는 일에 있어서 어떠한 기법도 필요한 쓸모이며, 시조도 필요한 쓸모를 고루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견지에서 徐一玉의 몇몇 작품을 놓고 살펴보았다. 그러한 그의 호흡된 갈피들을 제대로 따라잡으면서 언급했는지 모르겠다. 뒤늦게 갖는 그의 시조집, 이 성사 다음 때에는 보다 우리를 감탄케 할 새로운 성사 있기를 바란다.
-⊙서일옥 시집[영화 스케치], 서울 : 고요아침, 2003
※<해설>은
①흔히 볼 수 있는 시집의 앞뒤 표지나 날개에 인용되는 구절을 가져오거나,
②시집 앞뒤 표지나 날개에 인용 수록된 해설문이 없을 경우 샘지기가 임의로 부분 인용하여 보임.
위 인용문은 ②에 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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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1번 멘트에 밝힌 것처럼 이곳 <저서 소개>는 우리 경남시조시인협회 회원님들의 저서를 개략적으로나마 소개해서 널리 알리는 자리입니다. 물론 책의 출판연도는 아무 상관이 없겠습니다.
우선, 그 하나의 방법으로 2002년 이후 개인홈(http://sijosam.com)을 운영하면서 <2.표주박/시조시인 대표 작품>이란 게시판에 정리했던 자료를 가져와 봅니다. 그곳에선 시집 해설문에 수록된 작품 원문을 모으고 위에 소개된 것처럼 해설 일부를 인용해 보이는 식으로 묶어보곤 했었습니다.....
이 게시판에는 위와 같이 정리하는 외에도,
▶회원 각자가 본인의 저서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인상깊게 소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예지 북 리뷰(신문 지면의 서평....등)로 실린 글을 누가 올려도 좋겠습니다. 이때는 가능하다면 본보기 작품도 몇 편 소개되면 금상첨화겠지요....!!
우리 회원님들의 동참을 기다리며, 우선 예를 보이는 뜻에서 제 개인홈의 자료를 가져다 소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