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인의 진도 이야기-전설속으로 흐르다

[벙개보더]

박남인의 진도이야기

전설속으로 흐르다

손가락섬 발가락섬 전설의 가사 5군도와 기억들

박남인

2007/04/16 16:27

    진도 서쪽 지산면에 지력산(智力山)이 있다. 지산면은 100여년 전 까지만 해도 목장면이었다. 삼별초 항쟁 이후로 진도는 목장지로 쓰였다. 목부들의 애환이 깊이 스민 지역이다. 지산면 관마리는 감목관이 거처하던 곳이다. 진도아리랑 유래중에 그 감목관의 딸 설낭자와 진도군수의 아들이 연애를 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 둘은 임회면 굴재에서 만나 밤이 새는 줄 모르고 놀아 동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놀렸다고 한다.

    오늘은 동백사의 전설속으로 흘러간다. 지력산 바위에 동백사라는 절이 있었다. 수행정진을 오래 하던 스님이 이곳에 정좌하고 계속 불도를 닦았다. 그리하여 이 동백사 주지스님이 불공 들여 열반에 들 찰나, 절에 아리따운 처자가 찾아왔다. 그만 스님은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흐트러진 마음, 하늘이 노하여 벼락을 내렸고 스님의 몸은 산산이 부서져 바다에 흩어졌다. 스님이 입고 있던 가사옷은 ‘가사도’가 되고 바지는 ‘하의도’ 상의는 ‘상태도’ 장삼은 ‘장산도’가 되었다.
    손가락이 떨어진 곳은 ‘손가락섬’으로 발가락이 떨어진 곳은 ‘발가락섬’으로 솟아올랐다. 스님의 불심은 ‘불도’가 되고 마음은 '보리섬(교맥도)'으로 변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오늘날 우리는 그 산을 가끔 찾는다. '지혜와 힘이 넘치는 산'이란 뜻의 지력산. 지금은 동백사도 없고 피빛으로 빨간물을 들인 동백꽃도 숨어서 필 뿐이다.

    스님도 절도 절설속으로 숨은 채 동백만 피어난다

    박효삼(69.진도 택시기사)씨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또 다른 동백사 전설이 소개되어 있다.
    “부처님의 지혜로 솟았다는 지력산에 동백 숲으로 덮여있는 동백사가 있었답니다.
    동백사의 주지스님이 참선을 하던 중 깨우침을 하루 남겨두고 어느 날 “스님”하며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속세에서 맺은 사랑하는 여인이 나타나 유혹하니 스님은 남은 수도를 깜빡 잊고 여인을 품에 안고 사랑을 나누고 말았답니다.
    이때 갑자기 하늘의 노여움으로 폭풍과 천둥번개가 몰아치더니 마침내 동백사에 큰 벼락이 떨어져 스님의 옷가지며 동백사의 모든 물건들이 바다로 날아가 버렸답니다.
    바다로 날아간 스님과 갖가지 물건들은 바다에서 다양한 형상의 섬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섬들 가운데 몇개의 섬들을 소개합니다.”

    1. 장도
    장도는 지산면 세방항 건너편에 위치한 섬으로 동백사 주지스님과 사랑을 나눈 여인의 은장도가 떨어져 생긴 섬으로 1780년경부터 김해김씨가 처음 들어와서 살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5가구 24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유인도입니다.
    섬의 모양이 길게 생겼다 하여 긴― 섬 또는 전라도 사투리가 접목되어 진섬이라고도 불린다. 인접 해역은 멸치 낭장망이 잘되어 섬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라잡고 있으며 그 맛도 뛰어나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변에는 다양한 낚시 포인트가 형성되어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2.주지도
    주지도(손가락 섬)는 섬의 중앙에 있는 바위가 마치 상투, 사람의 손가락 같이 생겼다고 하여 상투섬, 손가락 섬이라고 부른다. 주지도는 동백사 주지스님의 손목이 떨어져 형성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인근에 양덕도(발가락 섬)와 함께, 신체 형상을 하고 있는 대표적 섬으로, 해질녘 양덕도와 주지도 사이에 지는 일몰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과 감탄의 극치를 이르게 한다.

    3.양덕도
    흔히 발가락섬이라고 한다.첨찰산 쌍계사로 가는 절재에 올라 서쪽을 바라보면 꼭 손가락과 발가락이 불쑥 바다위로 솟은 형상과 마주치게 된다. 서방정토 부처님의 수인을 절로 연상케 한다.

△ 발가락섬 앞에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 외에도 고사도 하의도 장삼도 등이 동백사전설과 연결된다. 가사도는 말할 것도 없다.
    목포에서 오는 신해6호는 시하도 마진도 밤섬(율도) 고평사도를 들렀다 오는 배다. 닭섬(저도) 사자섬(광대도) 솔섬(송도) 구멍섬(혈도·공도) 발가락섬(양덕도) 들렀다 손가락섬(주지도)으로 간다. 가사도 지나 옥도 라배도 대마도…동거차도 서거차도까지 갔다가 상조도 섬등포에서 한 밤 자고 다시 나온다. 한 사람 두 사람 한 가구 두 가구 사는 작은 섬 빼놓지 않고 뱃길 이어주는 배다.

    가사도를 찾은 지도 5년이 흘렀다. 한국섬학회 회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조사연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선착장에 내려 한 오십여미터 걸어 오르면 비가 하나 보인다. 전면에 “통일기원비”라고 크게 새겨져 있다. 80년대 후반 일붕 서경보스님이 이곳 동백사의 전설을 듣고 일부러 찾아 이 비를 세웠다.

    한식날이었다. 김상수 진도노인회장과 요즘 도덕경 강의에 몰두하고 있는 장의균선생이 함께 동행했다. 가사도출신 김영대 예비역장군이 자기 선영에 비를 세운다고 한다. 김씨는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세력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가사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동장씨 어머니가 태어난 섬이다. 하의도와 가사도는 진도와 신안으로 나뉘지만 뱃길로는 바로 이웃간이다.

△ 입비식에 몰려든 가사도 주민들, 봉분이 육지것보다 조금 작다

    가사도는 일제강점기 시절까지만 해도 가사면이었다. 스님의 가사라는 뜻풀이도 있지만 촌로들은 가새(가위)의 형국을 가졌다고 하며 한자로는 모래를 더한다는 내용이다. 실재로 이곳은 바다모래 채취가 많았던 곳이다. 가사도는 진도의 아킬레스건처럼 짙은 상처를 드러내기도 한다. 물고기 산란장으로 유명했지만 세수확보라는 명분으로 마구 모래를 채취한 탓으로 이제는 물반 고기반이 옛말이 되고 말았다. 신안과의 경계구역으로 불법채취가 기승을 부려 진도 환경단체에서 감시하고 적발해 뉴스가 되기도 했다. 수년 전에는 핵폐기장 유치 문제로 뜨거운 감자가 되어 주목을 끌었다.

    가사도는 행정구역상 조도면에 속하고 있다. 지척에 지산면 가학리를 두고 멀리 돌아 조도면사무소로 일을 보러 다녀야 하고 여객선도 쓸데없이 조도 어류포항으로 돌아가니 가사도 주민들은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 지경이다. ‘아껴놓은 땅’이란 허울에 전라도 사람들이 수십년 속아온 내력을 가사도 주민들은 뼈 깊이 실감할 것이다.

    가사도 섬 가운데는 다섯 개의 작은 봉우리가 있다. 이 봉우리를 선으로 연결하면 왕자(王字)가 된다고 한다. 이도 김대중씨와의 연관을 짓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혹여 알겠는가 정말로 이곳에서 불국토의 지혜로운 왕이 태어나라는 법이 없지 않는가?

    가사도는 세 마을이 있다. 돌목마을에는 아담한 해수욕장이 솔숲 아래로 멋들어지게 펼쳐져 있다. 미역과 톳이 특산이며 채산성이 확인된 금광도 있다. 이곳 앞 바다를 지나는 화물선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등대도 명물이다. 등대 앞의 무인도는 기암과 해벽이 절묘하다. 보는 이들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핵페기장을 유치해서라도 섬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소박한(?) 청년들의 열정은 진도군핵폐기장반대대책위원회와의 갈등을 불러 일으켰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가사도 주민들은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선거철만 되면 입에 발린 말들로 주민들을 현혹해 왔지만 세방낙조 노을보다 더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95년 초 나는 처음으로 가사도를 찾았다. 「진도사람들」이란 잡지의 취재기자로서 진도읍 쉬미항에서 배를 탔다. 목포에서 흘러온 이 여객선은 겨울날씨처럼 잿빛으로 굳은 표정들의 손님들을 싣고 있었다. 닭섬(저도)에 먼저 들려 몇 사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사군도 하나하나를 돌며 지나갔다.
    송도 혈도 광대도 주지도 양덕도 불도 가사도. 이 작은 섬들은 모두 유인도였다. 섬마다 학생들이 한두명 있었던 모양이다. 학교 선생님들이 그 섬에 내렸다. 파도가 선착장을 무섭게 할퀴는 가운데 긴장한 눈빛의 선생님이 조심스레 몸을 내렸다. 어떤 섬들은 연기를 피웠다. 배를 탈 사람이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조도에서는 불을 피워 신호를 보내는 체계가 잡혀 있다는 장호암(조도면 창유리) 어르신의 글은 나중에 읽었다.

    배에서 내려 눈발을 헤치고 마을로 갔다. 1km 정도를 걸어 가사출장소를 찾았다. 동네현황과 몇몇 지명들을 미리 자료로 찾아두었지만 다시 확인을 했다. 멀리 소금막이 보였다. 저수지도 하나 있었다. 저녁이 빨리 왔다. 식사에 반주로 소주를 몇 잔 마셨더니 좀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또 일년이 지난 뒤 다시 가사도를 찾았다. 지산면 금노에서 살고있는 최홍림(57) 형의 배를 타고 놀러갔다. 주낙으로 장어잡이를 하던 홍림이형은 진도다시래기 이수자로 젊어서 외항선을 타고 오대양6대주를 누비고 다닌 전력이 탄탄하다. 그러나 그날은 안개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아예 엔진을 끄고 손으로 노를 저어 해무속을 떠돌았다.
    이번 가사도 방문은 마음이 편하다. 진도의 섬들을 소개하는 책자에 실을 섬사진들을 좀 찍어볼 심산이 깔려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흰포말을 일으키며 행정선은 나비섬과 방구도를 지나 사자섬을 비켜 곧장 가사도로 향했다. 가사군도를 도는 유람선이 올 봄 재취항해 이 해역을 한바퀴 돈다. 지금이 가장 절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날은 김영대장군의 선영에 입비를 하는 날이다. 한식날을 일부러 잡아 동네분들을 초청해 대접을 하는 모양이다. 반듯하니 새로 묘역을 단장하고 한쪽엔 자리를 펴놓고 아짐들이 음식 장만하느라 여념이 없다. 가사도주민들의 숙원과 민원을 듣기 위해 김승이군의회의장, 주만종의원 등이 동행을 했다. 지역 이기주의에 갇혀 행정이 뒤뚱거리는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지난달엔 이곳을 다니는 여객선이 적자로 허덕이다 취항을 포기한다는 얘기를 듣고 진도군의회는 지원금을 확정 지급토록해 당장의 불은 끈 편이다.
    조도면소속에서 진도읍이나 지산면으로 바꾸자는 주민투표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수도권의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를 받는다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정작 우리 군은 면 경계 고수로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주지도가 바라보이는 곳 해안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다

    나오는 길에 해안 쓰레기 매립장을 들렀다. 침출수로 인해 낙지도 갯지렁이도 다 사라졌다며 주민들은 한숨을 쉰다. 군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해상국립공원 지역이라 함부로 시설물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국립공원 보호법이 오히려 국립공원을 훼손시키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기념품으로 수건 하나씩을 받아 챙겼다. 점심상에 내놓은 막걸리가 일품이다. 열흘이 지나도 쉬지 않는 비법이 따로 있다고 한다. 방부제가 판을 치는 세상에 천연방부제같은 아짐씨들의 정성에 몇 잔을 거푸 마셨다.
    오후에는 또 가사도등대를 찾았다. 산에서 채취한 하수오 담근술을 내놓아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이곳도 유인등대로 등대원들의 애환이 절벽같은 해안 길에 서려 있음을 짐작했다.
    가사도가 전설의 그 가사처럼 보배로운 진도의 희망을 감싸고 해탈하는 날은 언제일까?

원본: 우리힘.com(http://www.woorihim.com/him_col/?cate_2=100330&uid=11474)

[동아리]

와아~~~

[mr.p]

고생 무지했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