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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어온 수집취미가 박물관으로 결실
"한인들도 많이 찾는 'Must Visit' 명소 되도록 가꾸겠습니다"
여러 한인단체에서 봉사해왔고 K-MOMO 사의 대표이기도 한 서용환 회장이 프리스캇 인근 메이어 지역에 아리조나 한인 최초로 개인박물관을 개관했다.
서용환 회장은 Smitty's Antique Shop을 올해 2월 인수해 이를 근사한 '소리 박물관'으로 탈바꿈 시켰다. 박물관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축음기들을 비롯해 서 회장이 20년 간 취미로 모아온 사운드 관련 기기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Smitty's Antique Museum으로 이름을 바꿔 단 서용환 회장의 박물관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봤다.
가슴이 뻥 뚫리는 자연의 시원함이 있는 곳이네요. 어떻게 박물관을 개관하게 되셨는지요?
20년 동안 취미활동으로 사운드와 관련한 물건들을 꾸준히 모아오다 보니 많은 분들에게 제 수집품을 보여주고 그 느낌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박물관 개관을 꽤 긴 시간 꿈꿔 왔습니다. 한국에 개인박물관을 열어볼까 전국을 돌아봤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중 제가 종종 들려 앤티크 물건을 사서 안면이 있던 Smitty's Antique Shop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게가 매물로 나온 것을 알게 됐습니다. 관심이 생기긴 했지만 숍과 땅, 여러 채의 건물, 물건들을 다 포함한 판매가격이 비싸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기도하는 가운데 2년 동안 쫓아다닌 결과 올해 초 드디어 가격 흥정을 해 제가 생각했던 금액보다는 많지만 그래로 최초 금액의 절반이 조금 넘는 선에서 매입이 마무리 됐습니다. 너무 많은 다운페이먼트를 요구하기도 하고 매입을 하는 과정은 사실 되는 것보다 안되는 조건이 더 많은 상황이었지만 하나님 앞에 문제점들을 내놓고 기도를 할 때마다 하나씩 해결되면서 제가 이곳의 4대째 주인이 됐습니다.
앤티크 물품을 파는 곳을 박물관으로 꾸미시는데 많은 노력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인수했을 땐 여러 면에서 형편 없었습니다. 인수 후 만 4개월 동안 정말 굉장히 많이 일했구요. 물론 아직도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주차장의 경우 불과 4~5대 차량을 세울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불도저를 동원해 산을 깎고 그 돌과 흙으로 메워 평지의 면을 넓히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뒷산 정상까지는 트레일을 만들고 산꼭대기는 평탄화 작업을 했구요. 물도 배달되는 걸 받아 사용했지만 우물을 파고 모터를 달아 불편한 부분을 해소했습니다. 비가 새는 건물 지붕 공사와 내외벽 공사를 진행 중이며 간판도 직접 새로 만들어서 달고 주차장과 개울의 경계부분엔 제가 직접 제작한 개비언 Wall을 설치해 주변 풍경에 운치를 더했습니다. 그 외에도 야외결혼식이나 공연을 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기 위해 비탈진 기슭을 넓고 반듯한 평지로 만드는 작업 등 해도 해도 일이 끝이 없을 지경입니다. 대부분 제가 작업전문가를 데리고 일하기 때문에 거의 하루종일 노동일 수준이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 힘들어도 즐겁습니다. 제 아들이 묻더군요. '아빠, 몸은 힘들어도 지금 행복하고 좋죠?'라고. 그 말이 딱 맞습니다. 내 아이디어를 갖고 열정으로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라 만족도가 무척 높다고나 할까요. 바램이긴 하지만 저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곳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지이자 테마파크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물관 내에 엄청난 양의 수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어떤 계기로 수집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이전부터 수집에 관심이 많아 코인, 지폐, 우표를 모았었습니다. 수집에 대한 열정이 있었죠. 다른 분들은 술이나 담배 혹은 겜블이나 골프를 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잡기를 일체 하지 않는 저에겐 수집이 취미이자 삶의 즐거움이었죠. 제가 수집한 물건을 보신 분들은 그 양과 종류에 대부분 놀라시지만 사실 다른 분들이 여가시간을 위해 투자하는 정도만큼의 시간과 금전만을 저도 사용했습니다. 단지 20년 이상을 꾸준히 해오다보니 그 결과물이 많아진거죠. 자금의 여유가 많지 않아 석 달 동안 돈을 모아 사들인 것도 있습니다. 사실, 수집한 것들은 엄청나게 비싼 것 위주로 모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아리조나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유타, 뉴멕시코 등 주변 일대를 열심히 돌며 구입했고 좋은 물건들이 있나 싶어 각종 매체에 선전되는 것과 앤티크 숍, 트리프트 숍, 이베이 등등 다양한 경로를 이용, 발품을 많이 팔면서 하나둘 씩 모아왔습니다.
제가 소리, 즉 사운드와 관련한 물건들을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계기는 20년 전 한 축음기를 접하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귀해 보이는데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해서 틀어봤더니 옛날 레코드 판에서 나오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아 한 번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이후 머릿 속에 그 소리가 계속 맴돌고 흡사 제가 그 축음기를 예전에 가져봤었고 만져봤던 사람같은 데자뷰도 느끼게 되면서 하나둘 축음기를 사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축음기 수집이 레코드 수집으로 이어졌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그것이 음악의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이 앤티크 숍을 사고 난 뒤 문을 열고 건물로 들어가면 내가 이전에도 이렇게 문을 열었고 계단을 내려갔고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그리고 박물관에 전시된 물건들이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걸 보면서 '이미 20년 전 수집을 시작할 때부터 오늘 이 모습을 꿈꾸면서 여러 종류의 물품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모아 왔구나'하는 어떤 운명같은 느낌도 있구요. (웃음)
소리와 관련한 물건들이 전시되는 박물관을 세워야 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부터는 최근 5년 동안 더 집중적으로 수집에 힘을 쏟았습니다. 현재 이곳에 전시된 것은 제가 보유한 수집품 중 반 정도 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아직도 피닉스의 보관창고에 있습니다. 4개월 째 매주 한 트럭 씩 올라오고 있지만 시간이 상당히 걸리네요.
소리와 관련한 물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라고 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다면?
말 그대로 소리, Sounds of Music을 테마로 해서 소리에 관한 기기, 역사, 과학, 관련 콘텐츠 전반에 걸친 것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기기로는 축음기, 전화기, 라디오, 티비, 쥬크박스, 스피커, 텐테이블, 테이프 덱, 헤드폰 등등이고 대부분이 역사가 깊거나 특별한 스토리를 지닌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박물관의 핵심은 축음기 입니다. 100년 이상된 다양한 종류의 축음기를 한 자리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며 축음기와 레코드 판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 관람에는 성인 5달러, 아동 3달러의 입장료가 있습니다만 숍 내에서 10달러 이상을 사시는 분들에겐 입장료를 환불해드립니다. 그리고 4인 이상 박물관 관람시 가이드도 해드립니다. 입장료가 있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일단 들어와보신 분들은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실내가 굉장히 크고 넓은 것에 놀라시고 또한 가이드를 받고 난 뒤 '너무 좋았다'며 대부분이 호평을 해주십니다. 걔 중에는 전시품을 팔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구요. 전시품을 팔기도 하지만 크게 팔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일부러 높게 가격을 부릅니다. (웃음)
수집품의 수가 이렇게 많아도 그 중 특별히 애착이 가거나 아끼는 물건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제가 특별히 아끼는 것 중 하나는 1930년 초 한국 자본으로 한국 회사에서 한국 기술로 최초 녹음한 SP 레코드 판입니다. 이은주, 장국심 명창의 소리가 들어있는 것으로 현재 본국의 독립기념관에 하나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 MBC에서 매우 귀하고 의미있는 판이 발견돼 독립기념관에 보관하게 됐다는 방송이 나갔는데 그 판이 제가 보유한 것과 동일한 것입니다. 제가 보유한 판의 상태가 좀 더 좋지 싶습니다. 20년 동안 SP와 LP 레코드 판을 각각 4만 장 가량 수집했습니다. 그 중 이 레코드 판은 몇 년 전 벤슨 지역에 레코드 판 수집가가 팔겠다고 내놓은 4500장 가운데 끼어 있었습니다. 4500장 레코드 판을 제가 일괄 구매했는데 그 속에서 한글로 적힌 '고려-레코드'라는 표지가 적혀 있던 판이 제가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소장품입니다.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박물관을 좀 더 업그레이드 해야겠죠. 축음기 수집 분야로는 제가 보유한 게 미국 전체에서도 5번째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보물도 꿰어야 보배가 아니겠습니까. 잘 전시해서 많은 분들이 '아리조나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박물관'으로 손꼽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숍의 서쪽 편으로 터를 닦고 있는 곳엔 RV를 렌트하는 숙박시설과 보안관 하우스와 카우보이 하우스라고 각각 명명된 건물들, 그리고 본채 주택을 활용해 에어비앤비 숙박시설로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할 계획입니다. 잉어와 자라 등이 놀고 있는 연못 부근 잔디밭에선 야외결혼식이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됐고, 산악차량인 ATV 라이드로 숍 뒤편에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을 누비는 상품도 개발 중입니다. 또한 뒷산 정상에 쉼터 역할을 할 오두막과 거기에서 숍까지 아래로 이어지는 능선엔 줄을 타고 시원하게 내려오는 짚라인을 설치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작은 계곡을 잇게 될 철제다리엔 연인끼리 사랑의 징표를 남길 수 있는 '열쇠명소'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가족 단위 혹은 수십명 단체 손님들이 함께 체험이 가능한 승마 농장이 5분 이내 거리에 있어 그곳과 서비스 연계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주위에 가볼만한 관광지가 있을까요?
피닉스 다운타운에서 이곳까지는 차로 불과 1시간 거리로 당일치기 가족여행에 적합합니다. 이곳의 고도는 4517피트로 미터로 환산하면 1377미터가 됩니다. 평창 스키장 정상이나 백석산과 같은 고도로 피닉스보다 평균기온이 15~20도가 낮아 여름철 더위를 피하거나 겨울철 싸리눈이 내리는 모습을 즐기며 드라이브 하기에 좋은 지역입니다. 박물관에서 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링스(Linx) 호수는 서울에 인접한 산정호수와 비슷한 정취를 지니고 있어 옛 기억을 되살리기 좋은 장소죠. 친자연환경 건축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I-17과 69번 도로가 갈라지는 곳에서 I-17 방면으로 5분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는 아코산티라는 곳을 추천합니다. 지금도 집시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 외에도 클락스데일의 관광열차도 경험해볼만하고 세도나와는 1시간 거리, 프리스캇과는 30분 거리에 있어 두 곳을 오가며 방문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페이슨에 고사리를 채집하러 가실 때에도 이곳을 경유해 가실 수 있습니다. 일주일 내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픈해서 언제든지 저희 박물관을 찾아서 둘러보실 수 있지만 사정상 아직은 식사 제공이 되지는 않습니다. 방문객이 좀 더 많아지고 이곳에서 지내시면서 숙박시설을 관리하고 식사 준비를 해주실 분이 계시다면 곧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혹시 그런 분이 계시다면 연락주시면 좋겠습니다. 박물관 앞으로 '빅 버그 크릭'이라는 이름의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데 한인분들이 그 시냇물 옆에 자리를 펴고 닭백숙과 묵도 드시며 도심에서의 시름을 모두 털어내 버리는 그런 모습을 머지 않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미국 컨츄리 뮤직 가사에서 따와 이름지은 '해피 트레일'을 따라 15분이면 도착하는 뒷산 정상에 올라서서 얼굴과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산들바람을 맞아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실 것 같습니다.
1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마친 뒤 서용환 회장은 취재진을 숍 뒷편에 위치한 산 정상으로 인도했다. 사방이 내려다 보이는 그 정상에 서자 100도를 넘어서는 피닉스에서와는 다른 느낌의 시원한 바람이 코를 간지럽힌다. 다시 아래로 내려와 박물관 내 축음기 전시실에 들어서자 축음기가 최초로 개발된 이야기부터 에디슨의 일화, RCA가 사용해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그 회사의 로고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20년 동안 수집품을 모아오며 함께 쌓아 온 지식들을 가이드를 자청한 서 회장이 영어로 줄줄 쏟아냈다.
서 회장이 손으로 돌려 작동시킨 100년이 훨씬 넘은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TV나 인터넷에서 듣던 그 소리와는 또다른 뭔가 가슴을 치는 울림이 있었다.
박물관 내 1, 2층을 빼곡히 채운 수집품들을 보면서 드는 감정은 '한 사람의 수집에 대한 열정이 이런 대단한 결과물을 낳을 수 있구나'하는 놀라움이었다.
인건비 정도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박물관 개관이 돈을 벌기 위한 사업목적이 아니라 오랫동안 해왔던 취미생활의 연장선상이자 은퇴 프로젝트라고 말한 서용환 회장은 "피닉스의 지인들이 아무 때나 편하게 오셔서 쉬었다 가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인수하기 이전에 Smitty's Antique Shop은 이미 'American Pickers'란 유명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한 명소였다. 올해엔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그 모습을 Arizona Family Channel(채널 3)의 프로그램으로 Dan Davis가 진행하는 Arizona Highroad에서 흥미를 갖고 취재해 방영되기도 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겐 축음기와 음향기기의 역사를 눈으로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그리고 부모들에겐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자연의 싱그러움과 마음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Smitty's Antique Museum은 방문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이지 싶다.
'산정호수 가는 길'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한인들도 많이 찾는 장소가 되길 원한다는 서용환 회장의 박물관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 지 기대가 모아진다.
Smitty's Antique Museum은 피닉스 다운타운에서 I-17을 타고 북쪽으로 진행하다 69번 국도가 갈라지는 곳에서 69번으로 옮겨타고 난 뒤 6분 거리에 있다. 피닉스에서 걸리는 시간은 1시간 가량이며 거리상으론 70마일 정도다. 분기점에서 69번 도로를 옮겨타고 난 뒤 5분 정도 진행하면 우측편에 소방서가 나타나고 얼마 뒤 역시 우측에 Smitty's Antique Museum의 큰 간판과 창업자 Smitty 씨를 형상화한 대형 인형이 보인다. 간판이 나타나기 전 도로에서도 진입할 수도 있지만 간판이 보이고 난 뒤 첫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빠져도 박물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길을 가장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구글맵을 이용하는 것이다.
출처:Korea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