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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수루어클럽 ★ 원문보기 글쓴이: 허철호
11월 9일부터11일까지 시간을 비워놓고 아내에게 물어봅니다. "혹시 .....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작은 낚시모임을 만들어놓고 이렇게 저렇게 그쪽에만 신경쓰고, 사는 곳이 낚시터라 출근 전, 퇴근 후 틈 날때마나 낚시.... 주말엔 여지없이 텐트 들고 무인도 ......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주지 못하고 가족여행 한번 마땅히 가본적 없기에 어찌되었건 그동안 낚시 할때 아내의 질책어린 격려와 수고로움에 어떻게던 내 마음을 표현하고자 그렇게 막연한 질문을 해봅니다...
'단풍철이니 가까운 산에서 사진도 찍고 오붓한 시간을 가질 것을 상상하면서....'
질문을 던진지 몇일이 지나 아내가 이렇게 답을 줬습니다....
"당신... 요즘... 좋아하는 낚시를 해본 적 오래죠?" "응? 그게 무슨 말인데?? " "아니.. 그냥.... 맨날 낚시간다고 해놓구서 고기는 안잡고 사람낚시한다고 하면서 술만 마시고 다니시니까요... " "으응.... 그래도 내가 좋아서 하는건데... .갑자기 새삼스럽게..." "이번엔 나랑 같이 낚시가요...! 난 차 안에서 책보면서 아이랑 놀고.. 당신은 낚시하고.." "당신 낚시하고 있는 모습 본지도 참 오래된거 같기도 하고.. 저두 손맛본지 오래되었네요 ... "
이런 아내의 답변에 더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두살박이 딸과 아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낚시여행을 가게 되었죠.
9일 아침 6살먹은 큰놈이 유치원을 가기 위해 현관을 나서면서 잘 다녀오라며 입맞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됩니다. 큰놈과 같이 못하는게 나름 걱정도 되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처형댁 아이들과 노는 것이 좋다며 걱정하지 말라하니 새삼스럽게.. 벌써부터 이런데.. 좀더 크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되려 제 자신이 서운해지더군요... ^^;;
오전.. 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항상... 모임에서 주관하는 출조 장보기는 거의 독점(?)하다 시피 하는 입장에서 이번엔 아내와 아이를 위해 장을 보고 있다는게 참 재미있더군요... 다른 점이 있다면.. 출조를 위한 장보기때는 예산이 빡빡하다보니.. 가급적 질보다 양으로 승부를 ........ ㅎㅎㅎㅎ 그리고 이번 장볼때는... 가급적 좋은거.. 좋은거만 골라 골라... ^^;; 내 아내와 아이가 먹을 걸 생각하니.. 똑같은 과일도 제일 좋은 것만 사서 담습니다.. 하지만.. 계산대에 섰을 때 알았습니다... 제가 다른 물건 산다고 움직일때.. 아내는 이내 비싼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싼 물건들을 담았다는 사실을....
장을 다 본 후 .. 페리호를 타기 위해 돌산으로 들어갑니다.. 여유있게 도착하다 보니 30분이나 남았네요.... 곰곰히 생각하니 오늘 저녁에 먹을 메뉴가 해물순두부찌개 ... 명색에 해물순두부찌개인데.. 들어가는 식재의 레시피가 먼가 부족하다는 생각... 음.. 갑오징어 잡아서 넣어 먹으면 맛있겠다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가는 동안 제 손엔 이미 에깅대가 셋팅되어 손에 들고 있네요...
먹을만한 사이즈 두마리를 포획하고 다시 페리호에 탑승... ^^
차안에서 금오도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장난도 치고 오랜 만에 서로 함박웃음을 띄어봅니다. 정말.... 이런 기분... 이런 느낌.. 이런 모습이 얼마만인지.... 사진을 바라보며.. 내심 슬퍼지더군요....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라는 늘 말만했던..... 늘 부족한... 아빠.. 남편....
금오도를 오가는 페리호의 맨 꼭대기 관람대에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 , 날아가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딸아이는 아주 우렁찬 목소리로 알수 없는 자기만의 말을 외쳐봅니다.
까맣고 긴 , 예쁜 생머리를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저와 아내의 생각으로 앞머리만 눈에 찌르지 않을 정도로 다듬고 계속 기르고 있는 아이의 머리카락....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두살이 아닌 다 큰 아이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페리호 위 작은 벤치에 앉아 금오도에서 무엇을 할까 막연하게 고민하고 있는 순간 아내가 제게 카메라를 보여줍니다... 카메라 화면속에는 방금 찍은 제 사진이 보여집니다...
"자기는 옆모습이 제일 멋있는거 같아... 우리..... 이런 여행.. 진짜 오랜만인거 알죠.....?" 겸연쩍은 목소리로 절 바라보는 아내의 눈가에는 살짝 미소가 엿보이더군요... 그런 아내의 눈빛과 마주치기 부끄러워 화면속의 내 얼굴이 들어있는 사진을 바라봅니다.
2박의 여정동안 묵을 곳은 1년동안 애용했던 금오도의 작은 민박집..... 몇일전 민박집 사장님 내외분은 멀리 대전에 일 보러 가시고 육지로 올라와 내게 전화해서 ,가시는 길에 손수 열쇠 맡겨놓고 집 잘보라는(?) 당부와 함께 내 집처럼 편히 쉬었다 가시라고 한다. 결국 개인 별장처럼 이리 저리 편안하게 쓰게 되었고 딸아이는 이내 마당에 펼쳐진 갖가지 어구와 빨간장화등을 신고 이리 저리 신나게 움직인다.
아이가 신나게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는 동안 아내는 어느새 온돌방에 이부자리 깔아서 편안하게 책을 보고 있습니다..
워낙 학생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던 아내인터라 별스럽지는 않지만 어떤 책을 읽고 있나 궁금해서 살짝 겉 표지를 봤습니다.
책 제목은 지난번 TV 미니시리즈로 제작된 "커피 프린스 1호점" 이란 책이더군요...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다 "그거 TV에서 한건데.. 못봤어?? " "아녀.. 보고는 싶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차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매번.. 그 프로가 방영될 때.. TV는 거의 FTV 채널에 고정이 되었던 느낌... 아내는 바보처럼..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있었나 봅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미안... 담부터 보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 알았지? " 아내는 살짝 흘겨보며 대답을 합니다. "예전에도 그런 말 한거 기억이나 해요? " 이런 아내의 답변에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날 아침....
아내와 아이가 자고 있는 새벽녁.. 황금시간을 놓치기 싫어 곤히 잠든 아내를 뒤로 하고 홀로 장비를 챙겨 방파제로 가본다..
역시.. 생각했던만큼... 거센 조류에 삼치들이 노니는게 보인다.... 심지어 전갱이를 먹기 위해 방파제 바로 앞까지 휙 휙 지나가는 것이... 군침이 돌게 한다... 'ㅋㅋ 잠시만 기다려라.. 맛있게 먹어줄께.. ㅎㅎ'
하지만 이런 상상도 잠시.... 바이브레이션 3개,매탈2개를 삼치님들께 상납하고 만다... 한 녀석은 바이브레이션이 잘못 걸렸는지.. 보는 앞에서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쌩쑈... 불쌍한 녀석... 그러길래 좋게 올라올 것이지... 필살채비.. 와이어리그... ㅎㅎㅎ 와이어채비에 100g 메탈을 달고 멀리 캐스팅... 역시.. 삼치한테는 와이어가 딱 어울리는 채비.. 단순 무식하게... 빠른 리트리브만 해도 달려드는 우악스러운 녀석들.... 준수한 씨알 한마리가 걸려들고.. 그때 마침 아내로부터 전화가 온다... "당신.. 낚시 가셨어요? " "응.. 맛있는거 잡았으니까 좀 기달려... 내가 삼치구이 정식 해줄께... ^^;; "
잡아온 녀석을 기념사진 한방 찍어본다..
그리고 그 녀석은 이렇게 가스오븐으로 직행..... 와.. 맛있는 삼치 소금구이...... ^^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낮잠을 한숨 잔다... 정말 여유롭다.. 조과에 쫒기지도 않고 , 배시간에 쫒기지도 않고 그냥 잠오면 아내와 같이 잠을 자고.. 배고프면 준비해간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몇통의 전화가 울리지만.. 그냥 그렇게 한쪽에 쳐박아버렸다....
잠을 깨고... 아내가 낚시를 가자고 해서 아내와 아이를 차에 태우고 가까운 방파제로 이동해본다... 아이는 유머차에 실어놓고 맛있는 과자로 잠시 유혹해보고... 바람이 좀 불어 바람막이 점퍼를 유머차에 칭칭 둘러 쌓아 버렸다.. ㅎㅎ
마을 어르신들이 전갱이와 꽁치를 잡기 위해 민장대 낚시를 하고 계신다 이곳 저곳 조류 흐름을 보고 한 포인트를 선정해서.. 채비를 캐스팅... 물런.. 나는 낚시를 하지 않고 채비는 아내껏만 챙겼다... 오늘은 내 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은 별루 없었다... 다만.. 아내가 멋진 손맛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뿐.....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한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제법 마릿수 조과가 나온다.. 쏨벵이,볼락,돌우럭,능성어를 잡는 아내의 모습을 내 가슴 속 깊이 담아본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내가 잡은 어떤 손맛보다 가슴저리기 시작하고... 아쉽지만.. 카메라를 차에 놓고 내려.. 랜딩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주지 못했다..
이때.. 옆에 계시던 어느 할머니 말씀.... "딸래미 같은데.. 낚시를 꽤 하네.. 딸이 낚시를 잘해서 데리고 다닐만 하겄우.... "
'헉.........................!'
아내를 보고 딸이라고 하시는 할머니 이야기.... 이건 왠 날벼락인지.... 물런 이 말씀을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는 내심 기분이 좋았던지 함박웃음꽃이 피었다... 아내가 젊어 보인다는 것은 좋은 말 같기는 한데.......... 그럼 난 몇살로 보인다는 말인지... 이제 큰아들이 6살인데. --;;;;;;
"할머니... 딸이 아니구요... 제 아내인데요.... --;;;; " 내 답변에 이내 할머니는 얼굴을 돌리며 크릴을 바늘에 꽤면서 한말씀 거드신다.. "그래? ............. 아닌거 같은디........... "
"헉~!"
아.. 이렇게 늙어가는가보다 싶은 맘에 내 자신이 안쓰럽기까지 한 하루.....
이때쯤... 금오도로 출조를 들어온 6명의 회원들이 어느새 방파제로 들어왔다... 아내와 나만의 소중한 여행을 방해(?)하러 온 불청객들.. ㅋㅋㅋㅋㅋ 하지만 모두 아내에게도 익숙한 사람들... 즐겁게 인사하고 자연스레 합류를 하고.....
잡아온 물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고... 특히...능성어는 살아 있을 때 회를 떠야 맛이 있는 법... 젭싸게 민박집으로 귀가...
역시 능성어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민박집으로 들어오는 순간까지 엄청난 힘으로 파닥파닥 거리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엄지를 주둥아리로 쭉 밀어 넣는 순간.. 헉.. 이빨이 장난 아니네... 포셋이 없어서 채비에서 때어낸 36g 바이브 훅을 이용해서 살짝 걸어 놓고 아내에게 예쁜 포즈를 요청하고 사진한장 찰칵 ~!
원래... 능성어는 ... 여자들을 위한 어죽으로 유명한 어종... 자연산 능성어를 구할려면 꽤나 많은 금액을 줘야 하는데.. 암튼.. 본전은 뽑은 듯한 느낌.. ㅎㅎㅎㅎㅎ
아내가 낚은 고기를 일렬종대로 모아서 다시 사진 한장... ^^ 몸통은 사시미 , 뼈부분과 머리는 다시 가스오븐으로 직행.... 능성어의 머리는 살과 기름이 많아 정말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렇게 동행한 회원들과 술 한잔 가볍게 걸치고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귓가에서 들리는 분주한 소리들.... 정신차리고 보니... 이미 날은 밝아있고 그새 낚시를 다녀온 사람들이 고기를 다듬고 있다..
갈치들은 어느새 가스오븐으로 갈색옷에 흰색꽃무늬 단장하고 얌전히 들어가 있다.. 생선구이는 누가머래도 갈치구이가 짱.. 너무나 맛있는.. 꼴깍... ㅎㅎ
아침식사를 갈치구이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다 함께 짐을 챙겨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 서로가 너무 아쉽다는 생각에... 선착장에서 에깅대를 서로 던지면서 갑오징어를 낚는다..
이렇게 그렇게 짧은 시간들이 끝나가고... 다시 여수로 돌아오는 길...
아내에게 물어본다......
" 재미 있었어? " " 네... 나.. 당신이랑.. 결혼한거.. 살면 살수록 잘한거 같아... ^^ "
아내와 난 잠들어 있는 딸을 살짝 피해.. 아내의 입에 키스를 해본다....
정말..... 수년전으로 돌아가는 기분............ 그때 그마음으로 사진을 찍어본다...
한시간 후....
집으로 도착하여.. 짐을 풀고 난 뒤....
"여보... 짐 정리랑 세탁기좀 봐주면 안대요? "
"응. ?? 아이참. 귀찮아.. 그런건 자네가 좀 해 .... "
- - + 이내 아내의 얼굴은 변해지고..
남자의 마음이란... ㅋㅋㅋㅋㅋㅋㅋ
ps: 정말... 아내에게 참 잘해줘야겠다는 생각.....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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