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1월 18일, '예술인 복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에 대한 공청회가 9월 7일 '예술가의 집'에서 열렸다. '예술인 복지법'은 지난해 1월 故 최고은 작가가 생활고와 지병으로 사망에 이르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고 같은 해 11월 제정되었다. '예술인복지법', 이른바 '최고은 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날 공청회는 문화체육관광부 김낙중 예술정책과장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영정 연구위원의 발제 후 지정 토론자들의 분야별 의견 제시, 일반참여자들과의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노동렬 교수, 한국방송연기자협회 박유승 사무총장, 소설가 백가흠, 경기도미술관 백기영 학예팀장, 순천향대 연극무용학과 오세곤 교수,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희진 이사, 무용평론가 장인주,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정희섭 소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황의철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
1) 하단 관련 링크 →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안 참조. 2) 하단 관련 링크 → 예술인 복지법 시행규칙안 p.4~p.6 참조. |
'예술인' 어디까지 정의할 것인가
공청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부분은 '예술인'의 정의에 대한 것이었다. 이 점은 공청회 이전부터 모호한 기준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킨 주제다. '예술인 복지법' 제2조에서는 '예술인'을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자'라고 정의했다.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예술 활동 실적, 예술 활동 수입,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등록 실적, 예술 프로젝트 관련 국고나 기금 지원 실적 등의 다양한 증명 기준 중 하나만 해당해도 예술인에 포함되도록 하였다. 또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심의를 통해 예술인 인증을 받으면 '예술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1)
이날 공청회에서는 '예술인'을 정의하는 모호한 기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노동렬 교수는 "'예술인 복지법'에는 '예술'에 대한 개념 정의가 없다. '예술' 행위의 기준을 명시하는 '예술 활동 증명'2) 기준 내에 '매체', '공연', 영화상영관 '등'과 같은 모호한 단어들이 많다"며 "해당 예술 분야의 통상적인 기준을 통해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백가흠 소설가는 "시행령의 실효에 의문이 많다. 현 시행령에 의한 예술인의 범주에는 정작 복지법의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자가 거의 없다"며 예술인의 범주가 협소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
|
이희진 이사는 "지금의 규정들이 사회 안전망에 있지 않은 예술가를 위한 것이지 예술인을 규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예술인 복지를 위한 예술 활동 증명이 '예술인 자격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예술인의 기준 선정과 그에 따른 논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박유승 사무총장도 비교적 잘 알려진 대중예술인 또한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강조하며 "현장 전문가들의 보다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법은 제정되고 나면 고치기 어렵다. '예술인'에 대한 모호성 등 문제가 될 만한 요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예술인의 기준에 대한 더욱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수적임을 지적하였다.
예술인을 위한 사회 안전망,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예술인 복지법'은 4대 보험 중 산재보험만이 유일하게 인정되는데 '보험료 본인 전액 부담'이며, 본인 필요에 의한 '임의가입'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발제자는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기준이 모호한 예술계의 특성으로 인해 '보험료 부과 기준' 설정의 어려움을 겪었음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예술인의 '본인 부담' 조건이 걸린 산재보험의 실질적인 효력이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발제자는 "예술인의 산재보험 적용은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기준에 따라 이뤄질 예정이지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하여 예술인의 산재보험료를 보조하는 사업을 우선 도입, 이에 대한 우려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예술인 복지 및 고용 관련 사업을 담당하게 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규모와 구성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오세곤 교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설립에 대해 "재단이 운영할 사업의 실천 방안 및 예산 사용의 계획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며 "'예술인 복지법'이 '껍데기 법'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며 재단 운영이 예술인 복지법 시행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함을 지적하였다.
백가흠 소설가는 재단 운영과 관련하여 "재단의 출연으로 인해 기존의 지원 사업이나 예술인 육성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라고 기존 지원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정희섭 소장도 "현장에서 일하는 예술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복지재단 자체 사업을 최소화하고 운영 재원 역시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토론참여자들 역시 편파적 혹은 비대한 조직 구성으로 정작 지원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혜택이 가지 못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을 모았다. |
3)
|
실효성 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을 위한 제안들
이번 공청회는 다양한 문화예술 단체 및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많았다. 시행령의 예술인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원로예술인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이들에 대한 지원사업과 예산, 기준과 분류 문제 등 세부적인 사안의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기획 분야, 작사가 등 미포함된 분야에 대한 섬세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예술인 복지법'의 제4조에서 명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책무3)에 대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호해야한다는 조항이 생긴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법의 한 조항으로 명기가 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에 맞는 조례를 마련하는 등 사업의 안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 외에도 '표준계약서 제정 및 보급과 관련한 강제적 조항 필요', '예술 활동 실적 관련한 경력관리 시스템의 전산화 및 적절한 인증과정 필요'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사항은 각계의 의견과 관련 부처의 협의를 거쳐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에 반영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공청회와 같은 자리를 추후 또 가질 예정이며, 시행령 및 시행규칙과 관련된 설문조사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링크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 공청회 보도자료 등 [핫&이슈] 예술인 복지법, 그 후 (2011.11.24) [리뷰] 예술인 복지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 (2009.07.16) |
|
|
|
필자소개 정지혜는 현재 무용, 뮤지컬, 연극 등 공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신문사 뉴스테이지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국립 경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공연'과 '글'이 좋아 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동안 무대 활동을 기반으로 국립발레단, 한국무용협회, 음악잡지 삼호뮤직, 하남문화예술회관, 윤당아트홀 등의 전담 기자로 활동해 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