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은 분식, 쌀과 보리는 입식, 쌀과 보리는 도정, 밀은 제분, 도정과 제분은 어떻게 다를까?
2011. 10. 24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 밀은 분식, 쌀ㆍ보리는 입식
쌀ㆍ보리와 구분되는 밀의 소비 형태 구분이 밀이 어떻게 많은 음식들의 주원료로 이용되는지의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쌀ㆍ보리 등은 수확한 알곡을 쌀밥, 보리밥, 보리차, 떡 등의 조리 또는 가공에 그대로 이용합니다. 그런데 밀은 알곡을 그대로 이용하지 하지 않습니다. 조리ㆍ가공 전에 알곡을 가루로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런 다음 가루를 물로 반죽해서 여러 가지 식품의 원료로 이용합니다.
입식과 분식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지요? 여기서 좀더 쉽게 설명하면 쌀ㆍ보리와 같이 알곡을 그대로 이용하는 곡물의 소비형태를 입식이라고 하고, 밀과 같이 가루를 내서 소비하는 것을 분식이라고 합니다.
◎ 밀은 왜 분식으로 이용할까요?
쌀ㆍ보리를 입식으로, 밀을 분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각각 곡류의 알곡 특성과 관련됩니다. 밀 알곡은 쌀ㆍ보리와 달리 단단한 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어, 쉽게 벗겨지거나 깍이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밀알은 바깥쪽은 외과피, 내과피, 횡세포, 관세포, 중피, 주심층으로 겹겹이 둘러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껍질을 벗겨내도 식용으로 이용되는 배유가 너무 부드러워 쌀ㆍ보리처럼 알곡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림 참조)

이 같은 알곡 특징의 차이에서 쌀ㆍ보리는 껍질을 깍은 후 알곡 그대로 조리ㆍ가공하고, 밀은 알곡을 갈아 가루로 만들고, 그 가루를 반죽해서 이용하게 된 것입니다.
◎ 밀은 제분, 쌀ㆍ보리는 도정
곡류 이용에서 쌀ㆍ보리와 같이 겉껍질을 깍아내고 다시 좋은 식감을 위해 알곡을 밖에서부터 깍아들어가는 것을 도정이라 하고, 밀과 같이 알곡을 통째 가루를 내서 체로 치는 과정을 제분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설명하지만 밀은 벼ㆍ보리와 달리 수확 즉시 겉껍질이 벗겨진 상태로 있고, 그리고 밀 알곡의 독특한 성격으로 제분을 하게 됩니다.
도정과 제분은 원리 자체가 다르고 그래서 기계도 도정기계, 제분기계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쌀이 풍부하게 재배되는 나라이고, 지금까지 밀 산업을 크게 육성해내지 못한 탓으로 수입밀을 이용한 전문 제분공장을 제외하고는 제분기계를 갖춘 곳이 아주 드문 상황입니다.
현재 우리밀 전문 제분소로는 우리밀살리기운동의 역사 속에 함께해 온 전남 구례 우리밀가공공장이 유일하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최근 전북 전주에 새롭게 제분소가 들어서 새로운 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외 지역별로 소규모로 통밀 제분 수준의 제분소가 있는 정도입니다.
다만 현재는 도정기술이 발달하여 도정을 통한 알곡 그대로의 밀 소비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시중에서 상품화된 우리밀 제품 ‘이분도 통밀’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 밀 제분과정의 이해
밀은 이물질 제거 등의 정선과정, 밀의 껍질과 배유가 쉽게 분리되도록 물에 불리는 과정을 거쳐 제분에 들어갑니다. 밀알을 물에 불리는 과정을 전문용어로 조질과정이라고 하는데, 건조 상태의 밀을 바로 제분할 때 껍질이 쉽게 부서져 밀가루에 혼합되어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통상의 밀은 저장고에서 10% 정도의 수분 상태로 보관되는데, 이 조질과정에서 수분함량이 15% 전후까지 높아집니다. 이렇게 하면 껍질은 질기게 되고, 배유는 더욱 부드럽게 되어 제분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밀의 제분은 알곡을 롤러 등으로 부수는 작업에서 시작합니다. 잘게 쪼개진 알곡은 체로 치는 과정을 통해 밀가루로 변화해 갑니다. 체로치는 과정의 횟수가 통밀가루와 백밀가루의 구분에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체의 미세함이 백밀의 특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양한 용도의 밀가루를 위해 서로 다른 품종의 알곡을 배합하기도 합니다.
밀의 제분 과정
ㆍ 정선과정 ▼ |
제분에 이용할 밀을 깨끗이 선별하는 과정 |
ㆍ 조질과정 ▼ |
밀의 껍질과 배유가 쉽게 분리되도록 물에 불리는 과정
통상 10% 건조 상태의 밀을 물에 불려 15%전후로 함. |
ㆍ 제분과정 ▼ |
정선과 조질 과정을 마친 알곡을 롤러를 이용 조각 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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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밀을 체로 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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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로 치는 과정의 수회 반복을 통해 용도별 밀가루를 선별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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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용도의 밀가루를 위해 다른 품종의 밀을 혼합하기도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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